238화 - 시작된 전쟁(1)
제국 동부에 위치한 엘란두르 후작령.
“엘란두르를 이런 식으로 다시 밟을 줄은 몰랐는데.”
시안은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뒤로 도열해 있는 루벤의 병력들.
병사 2,000. 기사 200. 마법 병단 500.
도합 2,700에 달하는 루벤의 병력들.
그리고 그런 루벤의 병력과 대치하고 있는 것.
“라퍼빌스 자작령이라고 했던가.”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다.
엘란두르의 가신 중 한 명인 라퍼빌스 자작.
가신이라고 해도 엘란두르는 엘란두르인 것일까.
자작령치고도 꽤나 튼실한 성의 구조였다.
무엇보다 저 안에는 무려 3만명 가량의 병력이 수비하고 있었다.
라퍼빌스 자작은 물론 브란코, 본데르, 프레밍고.
3명의 남작령의 병력들이 더해진 전력.
그들 모두가 엘란두르의 가신들이었다.
“많이도 있네.”
수 백년의 역사를 이어온 엘란두르.
역시나 인구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3만명의 병력이 수비하는 자작령은 정말이지 견고하기 그지 없었다.
무엇보다 저들은 수성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수성은 공성에 비해 3배의 전력을 먹고 들어간다.
즉, 3만명의 병력이 있는 성을 공성하려면 9만명의 병력이 동원되어야했다.
그래야 얼추 비등하다, 라는 것이 전쟁의 기본 상식이었다.
하지만 루벤의 병력은 고작 2,700.
3배는 커녕 10배의 전력 차가 있었다.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밖에 나올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심지어 저들은 성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보통 10배의 전력 차면 수성이고 나발이고 성문을 열어제껴 전면전을 하기 마련이었다.
3만vs 3천.
뭐하러 성문을 걸어잠그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저들은 성문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별도의 지시를 받은 건가.”
아무래도 엘란두르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
안 그랬다면 고작 2,700이라며 루벤을 한껏 무시했을 텐데 말이다.
“무시해줬으면 좋았는데 말이지.”
시안은 약간 아쉬운 마음을 삼켰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저 성을 함락시켜야했다.
하지만 성벽을 오르는 공성의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루벤의 병력들이라고 한들 반드시라고 할 만큼 피해가 발생했다.
“그건 좀 그렇단 말이지.”
물론 전쟁에서 피해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되었다.
그건 한낱 이상론적인 이야기일 뿐.
전쟁은 피로 쓰여지는 역사다.
하지만 그 피를 최소한으로 흘릴 수 있다면 그래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연한 상식으로는 공성의 과정없이 성을 뚫을 수는 없었다.
“영주님. 신기전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말이다.
루카스의 보고에 시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수 십대의 신기전이 각각 200발의 화살을 장전한 채, 시안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城)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병기.
시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처음엔 무슨 저딴 네이밍인가 싶었다.
모바일 영주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더없이 저 별명에 공감이 가는 건 무슨 이유일까.
“발사해.”
시안은 나지막히 명령을 내렸다.
이에 루카스가 절도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전군 발사!!”
이윽고 일련의 병사들이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수 십대에 달하는 신기전이 새까만 빛을 발하며 떨려왔다.
키이이이이이잉─!!
터져나오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
최상급 마정석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주변의 공기가 진동하며 떨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푸슈슈슈슈슉!!
슈슈슈슈슉!!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는 화살의 소나기가, 자작령의 성벽을 향해 뒤덮어갔다.
#
콰콰콰콰콰쾅!!!!
꽈아아아앙!!!
전방위를 모조리 폭사시키는 굉음.
“이, 이게··· 무슨···.”
라퍼빌스 자작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엘란두르 산하의 가신이자 엘란두르에 충성을 바치는 라퍼빌스.
그런 라퍼빌스의 눈앞으로 보이는 풍경.
그곳엔 자작령이 성벽이 완전히 무너져 박살이 나있었다!
부서져 산산히 조각나버린 벽돌들.
대지를 통째로 뒤엎은 듯한 잔해들.
“······”
저건 정말이지··· 쑥대밭이나 다름 없었다.
화살 소나기가 빗발친 곳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고작 화살 따위로 저게 가능한 일이던가···?
불가능하다.
이건 단언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시전하는 마법의 화살,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그것조차 저 정도의 위력을 뿜어낼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대체···.”
굳게 걸어잠근 성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라퍼빌스 자작은 그 자리에 멍하니 박혀 서있었다.
그리고 비단 라퍼빌스 자작만이 아니었다.
엘란두르의 명으로 병력을 끌고 온 브란코 남작과 본데르 남작 그리고 프레밍고 남작.
“······”
“······”
“······”
그들 모두가 석상처럼 그 자리에 박혀 서 있었다.
“비상!! 비상!!”
“적습이다!!”
일순간 병사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바라본 그곳엔 루벤의 병사들이 자작령 안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성문은 굳게 걸어잠겨있었지만 역시나 의미가 없었따.
박살이··· 아니, 아작이 나버린···.
아니, 그러니까 초토화 된 성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으니까.
라퍼빌스 자작은 그때서야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틀어막아!!”
그리고 병사들을 향해 황급히 소리쳤다.
방금 전의 말도 안되는 폭력에 잠시 정신을 놓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폭력은 비상식적인 위력이었다.
전장의 판도를 뒤집어버리는 비대칭 전력(Asymmetric Power).
상성 따위는 무시해버리고 존재만으로 비대칭을 유발하는 전력.
사실상 마스터(Master) 이상의 기사가 난입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딱 그 뿐이었다.
더 이상의 폭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 한 번밖에 사용하거나.
아니면 많은 사용을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루벤은 이번 전투가 끝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루벤과의 전력 차는 여전했다.
3만vs 3천. 결코 뒤집을 수 없는 10배의 전력.
무너진 성벽으로 수성의 이점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당황하지마라!! 그래봤자 소규모 병력이다!!”
라퍼빌스 자작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런 라퍼빌스의 외침에 3명의 남작들 또한 병사들을 다독였다.
“10배의 전력 차다!”
“전면전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자작령의 병사들 또한 저마다의 무기를 쥐어보였다.
“쥐똥만한 영지 주제에!”
“제 죽을 곳을 알고 들어오는 구나!”
그런 외침 속으로 루벤의 병사들이 끝내 자작령 안으로 입성했다.
자작령의 병사들이 살기를 흩뿌리며 루벤의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격돌.
서걱─!
그 결과는 역시나 뻔했다.
농담이나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서걱─!
콰자작─!
병력들이 그냥 그대로 휩쓸려나갔다.
당연한 결과였다.
3천과 3만의 전면전.
휩쓸리는 것이야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저, 저게 무슨···!!”
휩쓸리는 대상이 루벤이 아니라 이쪽이었다!
“말도 안돼!!”
“이, 이게 어찌···!!”
라퍼빌스 자작은 물론 3명의 남작들이 모두 눈을 부릅, 떠보였다.
휩쓸리다 못해 쓸려나가는 자작령의 병사들.
애초에 상대 자체가 되질 않았다.
대부분의 병력들이 1합도 채 버티지 못한 채 쓰러져갔다.
저건 병사의 수준이 아니었다.
칠흑의 갑옷을 입고 있는 루벤의 병사들은 병사가 아니라 거진 기사급이나 다름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검에 일렁이고 있는 새까만 무언가.
“오, 오러···?”
저건 틀림 없는 오러였다.
한낱 병사들이 오러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돼···!”
“어떻게 병사들 따위가···!”
그렇기에 저건 기사급의 병사라 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 눈에 보이는 루벤의 병사 한명한명.
“이, 이게 무슨···!”
그들 모두가 전부 기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옷에 새겨진 선명한 흑사자의 문양.
앞선 병사들과는 달리 진짜 기사처럼 느껴지는 이들.
수는 고작 200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다.
“커헉···!”
“크학···!”
3만의 병력이 저 200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라퍼빌스의 자작의 얼굴이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니, 괜찮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대적할 만했다.
어쨌거나 전력은 10배의 격차.
인원 수로 밀어부치면 어찌저찌 막을 수는 있었다.
이길 수는 없겠다만 버틸 수는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발목을 붙잡을 수는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만큼은 꾸역꾸역 막을 수는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궁···!
이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라퍼빌스 자작을 그렇게 생각했다.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파동.
라퍼빌스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보인 것은 하늘 전체를 뒤덮는 덩어리들.
이글거리며 후끈한 열기를 뿜는 화염구들.
“마법···?”
그건 하나의 재해나 다름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아앙!
쏟아지는 마법의 폭격에 후방의 병력들이 그대로 쓸려나갔다.
전방의 병력들은 전방의 병력대로.
후방의 병력들은 후방의 병력대로.
뭐하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나갔다.
“이, 이건···.”
상대가··· 상대가 되질 않는다.
10배의 전력차? 수성의 이점?
인해전술? 시간끌기? 발목 붙잡기?
진짜 지랄하지 말라지!
그런 건 일반적인 상식에서나 통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풍경은 결단코 상식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무력.
“괴, 괴물···! 이건 괴물들이야!!”
“도, 도망쳐!! 모두 도망쳐어!!”
그 앞에서 상식 따위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
“라퍼빌스 자작의 군대가 모두 궤멸되었습니다. 또한 라퍼빌스 자작령을 완전히 함락했습니다.”
들려온 루카스의 보고.
시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퍼빌스 자작령의 함락과 군대 궤멸.
3천과 3만의 전력차를 뒤집어버린 압도적인 승리.
“피해 상황은?”
“병사들 쪽에서 11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루벤이 입은 피해는 고작 11명이었다.
아무리 압도적이었다한들 10배의 전력차는 쉬이 볼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받은 피해는 고작 11명.
그것도 사상자가 아니라 부상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안의 숱한 현질로 인해 병사들의 장비도 업그레이드 된 것일까.
“으이구! 이 등신아! 내가 그러니까 얼타지 말라고 했지!”
부상 또한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치료를 받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
“죄, 죄송함다 선배님···.”
“네가 뒤질 뻔 한 건데 왜 나한테 죄송해?”
“그래도 저 때문에 선배님이 위험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알긴 아네. 알았으면 다음부터 정신 바짝 차려. 알았어?”
“네 알겠슴다.”
딱히 심각해보이지 않았으니까.
보아하니 부상을 입은 병사들도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인 것 같았다.
아직 마수를 때려잡는 일이 서툴고.
또 로열 나이츠들과의 실전 경험을 해보지 않은 신참들.
어쨌거나 다행히도 부상은 심각해보이지 않았다.
시안은 다시 시선을 돌려 루카스에게 물었다.
“다른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다만, 켄드릭 단장님께서 언제 출전하냐고 물으시긴 했습니다만.”
이번 전투에는 참전하지 않은 켄드릭.
그 이유는 시안이 참전하지 말라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따로 말할테니까 좀 기다리고 있으라 해.”
굳이 켄드릭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가 없었으니까.
마스터 상급의 기사, 켄드릭.
켄드릭은 숨겨둔 패나 다름 없었다.
물론 전황이 좋지 못한다면야 바로 투입시켰을테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의미로 시안 또한 참전을 하지 않았다.
전쟁 시작과 함께 3만의 병력을 궤멸시키는 쾌거.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었다.
엘란두르 세력 중 일부를 궤멸시켰으나 이 또한 역시나 일부분이었다.
3명의 남작과 1명의 자작을 궤멸시킨 것에 불과했다.
아직도 13명의 남작과 더불어 8명의 자작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엘란두르 후작가까지.
“정비를 마치고 바로 진군한다.”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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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집무실로 열린 문밖.
“크,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온 다급한 외침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한 표정의 병사가 집무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방금 전, 3만의 병력이 궤멸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던 병사.
그 병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노크 따위는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레리트는 물론 이사벨은 그 무례를 책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책할 정신도 없었다는 것이 정확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들려온 병사의 말.
“그리프아 남작령과 나사기 남작령이 루벤의 병력들에게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뭐, 뭐라···?”
이사벨의 두 눈이 충격으로 부릅, 떠졌다.
방금 전이었다.
3만의 병력들이 궤멸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정말로 방금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뭐, 뭐?
그리프아 남작령과 나사기 남작령이 함락이 돼?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지금···.
이건 말이 안되는 진군 속도였다.
아니, 비단 진군 속도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전투 시작과 동시에 함락되었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이사벨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진짜 왜일까.
“보, 보고 드립니다!!!”
불길함을 가득 담은 외침이, 또 다시 집무실의 문 밖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이번엔 한 명의 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우르르, 집무실로 일련의 병사들이 쏟아지듯 들어왔다.
그리고는 와다다다, 저마다의 말들을 내뱉었다.
“마르케르 자작과 로스이 남작령이 하,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라이겐 남작, 리호펜 남작, 베르트 남작령 또한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발크 자작과 룩르네 자작 또한···!”
그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 이게 무슨···.”
이사벨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쉼없이 들려오는 병사들의 보고.
그러니까 도합 6명의 남작령과 3명의 자작령이 함락되었다는 보고.
저 짧은 몇 마디의 보고에는 수많은 엘란두르의 가신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약 절반 가량의 가신들.
한 마디로 가신들의 전력이 절반 가량 궤멸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로써 엘란두르 후작령도 그 만큼 함락되었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것도 이 짧은 시간에 말이다.
“이, 이, 이건···.”
말이··· 말이 안 되었다.
저건 도무지 말이 안 되었다.
아니, 말이 되어서도 안 되었다.
비록 엘란두르의 가신들이기는 하나 그들 또한 엘란두르의 세력이었다.
제국을 지탱하는 두 기둥 중 하나, 엘란두르.
수 백년의 역사 동안 엘란두르에게 대항한 가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어떤 누구도 엘란두르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수 백년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건 제국의 주인인 황가도, 라이벌인 로르실트도 아니었다.
변방에 위치한 쥐똥만한 영지.
그것도 고작 2,700의 병력.
“이게··· 이게···.”
이사벨은 충격을 넘어 어떤 경악을 느끼고 있었다.
수 백년의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사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그 불변의 역사가, 다시금 새로이 쓰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