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28화 (228/322)

228화 - 드래곤 탐색(1)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는 무엇인가.

이 물음을 100명에게 묻는다면 70~ 80명 정도가 이렇게 대답한다.

오우거(Ogre).

몬스터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최상위에 있는 존재.

오우거의 강함은 엑스퍼트 중급~상급 수준의 기사 비견되곤 한다.

하나의 존재만으로 도시 하나는 물론.

작은 영지조차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존재.

그런 오우거를 처리한 이에게는 ‘오우거 슬레이어(Ogre Slayer)’ 영광스러운 칭호가 주어진다.

지상 최강의 포식자, 오우거.

그러나 가장 강력한 몬스터, 라는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70~80명이라는 대다수가 그렇게 동의할 뿐.

나머지 20~30명의 의견은 이와 달랐다.

일단 마족(魔族)이라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악마들의 잔재라 불리는 마족.

그들의 강함은 쉽사리 정의를 내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오우거보다는 월등히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족은 어둠의 숲에서 나올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존재 또한 수 십년에 한 번 정도 나올까 말까 한 정도.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는 오우거라 말한다.

하지만 위의 물음을 천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떨까.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

그 물음을 약 천 년전의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모두가 이렇게 대답한다.

드래곤(Dragon).

지상 최강의 포식자를 넘어 범접할 수 없는 최강자.

신화 속의 내용에 따르면 그 강함은 가히 신(神)에 필적한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오우거 따위는 한 발에 짓눌러 죽일 수 있는 포악함.

마족조차 어찌할 수 없는 강인함.

그런 드래곤을 사냥한 이에게는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라는 더없이 영광스러운 칭호가 주어진다.

그리고 모든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받은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아르나이즈들조차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에는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역시나 드래곤의 강함 때문이었다.

괜히 신(神)에 필적한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신(神)에 필적할 뿐.

정말로 신(神)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드래곤도 결국 두 발로 땅을 딛고,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

긴 수명을 지녔으나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필멸(必滅)의 존재였다.

그렇기에 드래곤의 사냥이 완전히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수명이 다하기 직전인 드래곤.

병들어 쇠약해진 드래곤.

결국 드래곤을 쓰러뜨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대륙 역사상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를 받은 이는 없었다.

하여 그 두 번째 이유이자, 사실상 궁극적인 이유.

‘드래곤은 모두 멸종했는데···?’

드래곤은 모두 멸종해버렸으니까.

그것도 무려 천 년전.

악마와의 전투에서 모두 멸종했다 알려져있었다.

신화 속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악마들이 대륙을 침공했을 당시.

악마들이 가장 먼저 사냥을 했던 존재가 바로 드래곤이었다.

신(神)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 드래곤.

악마들에게 있어 드래곤은 가장 꺼림칙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에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장 지금의 오우거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무리를 짓는 것은 나약한 존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동.

포식자들은 무리를 지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한낱 오우거 따위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범접할 수 없는 최강자였던 드래곤이라면야 말해 무엇할까.

드래곤은 각기 저마다의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었고.

악마들은 그렇게 홀로 동 떨어진 드래곤들을 각개격파하기 시작.

뒤늦게 위기를 느낀 드래곤들이 힘을 모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드래곤들은 거진 멸종 직전까지 몰살을 당해버렸다.

그렇기에 정확히 말하자면 드래곤 슬레이어는 존재했었다.

악마 7군주.

그들이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라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드래곤들이 사라진 대륙.

악마들에게 대항할 힘을 잃은 대륙은 빠르게 악마들의 손에 함락되어갔다.

그 누구도 악마들에게 대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대륙의 명운이 서서히 꺼져갈 때쯤.

가장 어두운 절망만이 가득할 때쯤.

기적처럼 나타나 악마 7군주들과 맞선 이들이 있었으니.

대륙을 구원한 6명의 영웅.

아르나이즈(Arnaiz)였다.

하여 혹자들은 평하길.

아르나이즈들의 강함은 드래곤을 뛰어넘었다 말한다.

그럼에도 아르나이즈들이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의 칭호를 얻지 못한 이유는 역시나 간단했다.

이미 드래곤들은 악마들에게 사냥당했으니까.

또한 살아남은 몇 안되는 드래곤들.

그들은 아르나이즈들과 힘을 함쳐 악마들과 대항했었으니까.

한 마디로 같은 편.

즉, 아르나이즈들이 사냥할 드래곤도 별로 없었거니와.

애초에 사냥할 명분도 없었던 것이었다.

이후 남아있던 드래곤들마저 최후의 전투에서 멸종해버렸고.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는 결국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신화적인 칭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뭐, 어쨌든.

최후의 전투 이후 지나온 천 년의 세월.

그 까마득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드래곤의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로서 대륙에 드래곤은 존재하지 않는다.

드래곤은 멸종했다.

그런데.

『[스토리 메인 퀘스트] - ‘풀리지 않은 의문’

▶최후의 드래곤을 찾으세요.』

<보상: ???>

.

.

.

“멸종한 드래곤을 찾으라고?”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시안은 멍하니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뜬금없는 시안의 행동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왜 그래? 드래곤은 또 갑자기 뭐고.”

아리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시안에게 물어왔다.

시안은 혹시나 싶은 심정으로 아리아에게 물었다.

“너 혹시, 드래곤 알아?”

“드래곤? 알지.”

그러자 아리아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눈을 반짝이며 곧장 아리아에게 물었다.

“안다고? 어디에 있는데?”

“무슨 헛소리야? 드래곤이 멸종된지가 언젠데. 어디에 있긴 뭐가 있어.”

하지만 이어진 아리아의 답.

시안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리아가 말한 드래곤은 신화 속의 드래곤.

그러니까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만을 아는 것 같았다.

역시나 드래곤은 멸종했다.

그런데 지금 떠올라 있는 갱신된 퀘스트의 내용.

시안은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봤다.

깜빡거리며 떠올라있는 퀘스트의 알림창은, 여전히 최후의 드래곤을 찾으라 말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퀘스트가 없는 존재를 찾으라 하지는 않을 터.

‘드래곤이 살아있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드래곤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개체 수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정확히는 한 개체만이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 붙어있는 ‘최후의’ 라는 말.

말 그대로 최후의 드래곤이 대륙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지만···.

역시나 퀘스트의 내용이 거짓일리는 없었다.

‘드래곤이라···.’

결국 그 드래곤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드래곤에 관련한 정보가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드래곤은 말마따나 천 년전에 멸종한 존재.

당연히 드래곤에 관한 정보가 현재로서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저 신화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마냥 그러한 것도 아니었다.

신(神)에 필적하는 힘을 지녔다 알려진 드래곤.

그리고 그렇게 불린 이유는 다름 아닌 드래곤이 뛰어난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진리.

오직 신만이 알고 있는 진실.

그 진실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것.

그리하여 모든 섭리를 법칙으로서 정의하고.

모든 진리를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

마법의 주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은 그 진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존재였다.

한 마디로 드래곤은 신(神)의 권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존재.

그렇기에 드래곤은 신(神)에 필적하는 존재로서 여겨져왔다.

물론 아르나이즈 엘로디가 등장한 이후로 그 정의는 완전히 바뀌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엘로디가 진짜 대단하긴 했었네.’

엑시드(Exceed)의 마법사이자 드래곤 마저 뛰어넘은 대마도사.

시안은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의 영역이라 그런가보다 했었건만.

에그리트 후작이 왜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엘로디가 감히 범접할 수 없다, 라 평한 카일.

‘카일은 대체 얼마나 강했던거야?’

마스터(Master)의 경지에 도달한 시안이었건만.

어느덧 대륙 제 1의 검인 듀라크와 대적하네 마네로 걱정하고 있는 시안이었건만.

지금 이 순간조차 카일의 강함에 다가서는 이미지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얼마나 더 노력을 해야 카일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카일과 대적한 악마 7군주.

비록 카일과 아르나이즈들에게 패배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제약에서 해방된 그들의 강함은 또한 어떠할지.

시안은 이 역시나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뭐, 어쨌든.

마법사들에게 있어 드래곤은 흥미로운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수많은 연구와 기록들이 있었다.

멸종한 드래곤이었지만 신화를 바탕으로 연구한 기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리고 때 마침.

시안은 제국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모여있는 곳에 있었다.

‘아무래도 황궁 도서관에서 정보를 찾아봐야겠는데.’

다름 아닌 황궁 도서관.

아무래도 황궁 도서관에서 드래곤과 관련한 정보를 찾아봐야할 것 같았다.

‘혹시 모르니까 전하께 황궁 도서관 출입증을 미리 받아놔야겠다.’

어쩌면 비밀 서고를 이용해야할 수도 있었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시안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바로 그때였다.

똑똑.

-실례해요. 안에 들어가도 될까요?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바깥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여인의 목소리.

그것도 꽤나 익숙한 목소리.

시안은 순간 아리아를 보좌하는 여사제, 로라인가···? 싶었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기억 속에 있는 로라의 목소리와는 달랐으니까.

무엇보다 아리아 또한 문 밖의 목소리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대체 누구···?’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귀빈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보인 목소리의 주인.

“황녀님···?”

그건 다름 아닌 제국의 황녀, 엘레나였다.

#

태양빛을 닮은 금발과 더불어 느껴지는 화사한 분위기.

그러나 그와 대비되는 차가운 인상.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미(美)의 소유자.

제국의 황녀, 엘레나.

갑작스러운 엘레나의 등장에 시안의 표정이 멍해졌다.

아리아 또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눈앞의 여인.

그러니까 엘레나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해요.”

엘레나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다음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아무 말씀이 없으신··· 어라? 시안··· 공자님?”

시안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응을 보아하니 시안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던 듯 싶었다.

“시안 공자님이··· 아니, 시안 백작님이 왜 여기에···?”

역시나 그런 것 같았다.

시안은 살짝 몸을 비켜서며 말했다.

“아리아랑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아리아라면···?”

“저기, 멀뚱이 앉아있는 성녀말입니다.”

시안의 말에 엘레나가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말마따나 멀뚱이 앉아있는 백금발의 여인, 아리아.

순간 엘레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보다 황녀님께서는 왜 여기에···?”

이어서 들려온 시안의 물음.

엘레나가 금방 표정을 고치며 답했다.

“저도 성녀님 때문에 왔어요.”

“아리아 때문에 말씀이십니까?”

엘레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귀빈실에 홀로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시안 백작님의 손님으로 오셨습니다만, 어쨌든 저희 제국의 손님이신지라.”

“아.”

“그런데 시안 백작님이 계실 줄은···.”

이윽고 시안을 바라보는 엘레나의 눈빛이 묘해졌다.

약간의 서운함과 질책이 담겨있는 듯한 눈빛.

“누구···?”

그 순간 뒤쪽에서 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아리아가 의뭉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엘레나를 바라보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나 엘레나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

뭐, 타국의 성녀이기도 했으니 엘레나의 얼굴을 모를 수 있었다.

‘그보다 쟤는 참 빨리도 물어본다.’

그런데 내가 계속 황녀님이라 부르지 않았었나?

시안은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제국의 황녀님이셔.”

“반가워요. 엘레나 폰 샤를롯이라고 해요.”

시안의 말과 동시에 엘레나가 가볍게 인사를 해보였다.

그런 엘레나의 동작과 몸짓 하나하나에 묻어나오는 기품.

척 보기에도 평범해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뒤에 붙은 샤를롯이라는 성.

엘레나라는 이름은 모를 수 있다만, 샤를롯의 이름은 모를 수가 없었다.

“아. 처음 뵙겠어요. 아리아 리뉴 사피에르라고 해요. 신성 제국의 성녀라는 직책에 있어요.”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특히나 그 미모에 대해 말씀이 많던데··· 직접 뵈니 소문이 되려 축소되었군요.”

“과찬이세요. 그러는 엘레나 황녀님께서도 충분히 아름다우신 걸요.”

엘레나와 아리아가 서로 간의 덕담을 나누었다.

덕담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인사와도 같은 말.

시안은 그런 둘을 가만히 바라봤다.

태양빛을 닮은 금발의 여인.

화사한 분위기의 백금발의 여인.

한 쪽은 샤를롯 제국의 황녀.

한 쪽은 신성 제국의 성녀.

‘조합이 묘하네.’

꽤나··· 조합이 묘했다.

어떻게 보면 각 제국에서 갖은 바 위치가 비슷했다.

물론 세세히 따지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위에 따른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그것들이 꽤나 비슷했다.

그래서 뭐랄까··· 그냥 묘했다.

뭐라 설명할 말을 찾기 힘들 어떤 묘함.

그 때문일까.

“말씀이나마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정말로 황녀님은 아름다우신걸요.”

엘레나와 아리아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또한 상당히 묘했다.

목소리만 들으면 서로 간,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얼핏 비치는 모습 또한 사이좋은 자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에 감추어진 둘의 기세와 눈빛.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마치 시안이 대련 전에 상대의 전력을 파악할 때.

상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일 때.

그때 보이는 기세와 눈빛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그보다 시안 백작님?”

이내 들려온 엘레나의 물음.

“성녀님과 할 이야기가 있으셔서 오셨다고요.”

“네. 그게 그러니까···.”

“저한테는 모습 한 번 안 비치시더니. 저는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급한 이야기였나 보네요.”

시안은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라본 엘레나의 얼굴.

그러니까 시안을 쏘아보는 엘레나의 눈빛.

왜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뭐··· 황궁에 와서 엘레나를 찾아가지 않은 건 맞았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안’ 찾아간 것이 아니라 ‘못’ 찾아간 것이었다.

찾아갈 시간이 없었으니까.

오자마자 콘라드와 새로이 사용할 성과 문양에 대해 이야기해야했지.

연회장의 손님들을 맞이해야했지.

작위식이 끝난 이후에는 황제와 협상을 해야했지.

정말 엘레나를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은 없었건만.

아니, 그런데 꼭 엘레나를 찾아가야만 했던 건가?

그게 저렇게까지 화낼 일이었고?

시안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째, 제가 갑자기 찾아와 두 분의 좋은 시간을 방해한 게 아닌가 싶네요.”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약간 새초롬하게 떠진 엘레나의 두 눈.

시안은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려고 했었다.

“방해까지는 아닌데··· 사실, 시안이랑 제가 굉장히 중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쟤는 또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성녀님께 여쭤본 것이 아니에요.”

“어머, 그런 것이었나요? 전 그냥 말씀하신 건 줄 알고···.”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는 또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엘레나의 시선이 천천히 아리아를 향했다.

아리아 또한 그런 엘레나의 시선을 마주했다.

다시금 묘해지는 분위기.

뭔가 사단이 날 것만 같았다.

특히나 시안은 아리아의 천성을 알고 있었다.

물론 아리아도 생각이 있는 지라 황녀 앞에서 난리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런데 어째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시안은 황급히 한 발 나서며 둘 사이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엘레나를 바라보며 곧장 입을 열었다.

“중대한 이야기는 무슨. 아리아가 내뱉는 헛소리는 무시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저도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었습니다.”

“어머, 그래요?”

그러자 엘레나가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확히는 ‘아리아가 내뱉는 헛소리.’ 라는 부분에서 엘레나가 화색을 지어보였다.

“그보다 어딜 가시려고요?”

“전하께 가려고 했었습니다.”

“오라버니··· 께요?”

그러자 약간 실망하는 엘레나의 표정.

아무래도 자신이 아닌 콘라드의 이름이 나와서 그런 것 같았다.

“네. 황궁 도서관에서 찾아볼 것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황궁 도서관의 출입은 그리 제한적이진 않았다.

황궁에 출입할 수 있는 이라면 누구나 도서관의 지식을 열람할 수 있었으니까.

“비밀 서고를 이용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서.”

하지만 비밀 서고는 아니었다.

비밀 서고는 황가의 일원이 허락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뭐, 드래곤의 정보야 일반 열람실에도 많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시안이 찾고자하는 것은 최후의 드래곤.

멸종했다 생각한 드래곤의 행방이었다.

아마 일반 열람실의 정보로는 찾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지난 번처럼 아르나이즈 샤를롯의 기록을 찾아봐야할 수도 있었다.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서 콘라드에게 비밀 서고 출입 허가증을 받으려 가려던 찰나였다.

비밀 서고의 허가증을 발급할 수 있는 건 콘라드의 이름이 필요했으니까.

정확히는 황가의 일원 중에서도 상당한 권한이 있는 이.

그리고 그 권한을 가진 황가의 일원.

“그런 거라면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어요.”

그런 권한은 엘레나에게도 있었다.

콘라드의 여동생이자 제국의 황녀.

그러니까 황제의 직계 일원.

엘레나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시안에게 건네었다.

시안은 얼떨결에 엘레나의 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이건···?”

“황가의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에요. 저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으니, 이걸 보여주면 문제없이 통과시켜줄 거예요.”

그러면서 엘레나가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시안은 가만히 목걸이를 살펴봤다.

태양빛을 닮은 엘레나의 금발과 잘 어울리는 금 목걸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루비와 사파이어들은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걸이 중앙에 새겨진 황가의 문양.

‘이것도 드래곤이네.’

그건 다름 아닌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뭐, 제국의 황가를 상징하는 문양이 드래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묘하게 딱 들어맞는 듯한 느낌은 무엇일까.

지금 엘레나와 아리아의 조합도 그렇고.

지금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렇고.

‘묘해··· 묘해···.’

모든 게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시안은 가만히 엘레나의 목걸이를 살펴봤다.

“급하신 거 아니었나요?”

그 순간 들려온 엘레나의 말.

솔직히 말하면··· 급한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콘라드에게서 2억 5천만 골드.

그리고 에그리트 후작에게서 1억 골드.

그 돈을 받기 전까지 마땅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딱히 급하다, 라고 말할 것은 아니었지만.

“뭐하고 계세요. 어서 가보지 않으시고요.”

왠지 지금은 급해야할 것 같았다.

“그럼 저는 이만.”

시안은 황급히 발걸음을 옮겨 엘레나를 지나쳤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아리아 또한 별 다른 말을 해오지 않았다.

그저 묘한 눈빛으로 엘레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묘하게 흐르는 귀빈실의 분위기.

한 편으로는 불안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시안은 왜인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지만.

‘빨리 나가자.’

그것보다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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