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25화 (225/322)

225화 - 시안 루벤

수 만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한 행사장.

자그마한 소음도 수 만명의 것이 되어 웅성웅성한 소란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께서 드십니다!!”

하지만 행사장 전체로 울려퍼진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웅성거리는 소란이 잠잠해졌다.

이윽고 자리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시선이 향한 곳은 행사장의 입구.

이내 크나큰 정문이 열리며 두 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존재만으로도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아우라.

별 다른 기세가 없음에도 괜히 위축이 되는 존재.

황제, 발루아가 폰 샤를롯.

그리고 황태자, 콘라드 폰 샤를롯.

행사장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듀라크 또한 시안에게 향하던 시선을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안도 마찬가지로 듀라크에게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수 만명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퍼져나갔다.

그 천둥과도 같은 소리를 가르며 발루아가와 콘라드가 행사장의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두 고개를 들게.”

이윽고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

그때서야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었고, 발루아가는 좌중을 한 번 훑어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오늘 이 자리는 제국의 새로운 귀족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다.”

이윽고 발루아가의 시선이 단상 바로 아래.

시안이 자리한 곳으로 향했다.

“시안 백작은 앞으로 나오라.”

시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위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단상 위로 올라와 발루아가의 앞에 서보였다.

그리고 시안을 바라보는 발루아가의 눈빛.

대체··· 왜일까.

시안을 바라보는 발루아가의 눈빛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귀족의 작위식을 축하하는 제왕의 눈빛이 아니었다.

축하보다는 마치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라는 눈빛.

추가로 ‘너 조금 있다가 보자.’라는 듯한 감정이 눈빛에 담겨있었다.

시안은 왜 그러나 싶있지만 이 자리에서 그 이유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시안은 발루아가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보였다.

그때서야 발루아가는 시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발루아가의 행동과 함께 단상의 한쪽으로 한 사내가 나서보였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황궁의 서기관.

서기관은 기나긴 양피지를 펼치며 크게 소리쳤다.

“오늘 이 자리는 새로운 귀족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서, 본디 귀족이라 함은. 약자를 보호하고···.”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귀족이란 부와 권력에 따르는··· 이러쿵 저러쿵.

마땅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야하고··· 궁시렁.

품격과 품위에 걸맞는 모범을 보여야하는··· 어쩌고 등.

듣기만 해도 졸음이 밀려오는 말.

말 그대로 고리타분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형식은 형식인지라 서기관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고 있었다.

시안은 서기관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는 한편.

기감을 확장시켜 행사장에 숨어있는 듀라크의 기운을 찾았다.

그리고 확실히 마혼제법의 100% 진행률 때문일까.

수 만명의 인파 속에서도 단번에 듀라크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별 다른 행동은 없는데···.’

그리고 듀라크는 딱히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시안과 작위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음···.’

도무지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는 듀라크.

시안은 조금 더 기감을 확장시켜 듀라크를 면밀히 살펴봤다.

그리고 역시나.

미세하게나마 루슈리아의 기운이 묻어나 있었다.

‘확실히 연회장에서보다 더 짙어졌단 말이지.’

연회장에서는 착각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은 확실한데? 라는 말을 써도 될 만큼 짙어져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잔재된 기운이긴 했다.

마혼제법의 진행률이 100%가 아니었다면 알아차릴 수 없는 기운.

그러나 확신이라는 말을 써도 될 만큼, 그 기운은 더 짙어져있었다.

‘연회장에서 사라진 뒤에 갑자기 더 짙어졌단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듀라크가 연회장에서 사라진 뒤에 발생한 일.

그렇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첫째, 듀라크가 루슈리아의 힘을 가지고 있다.

둘째, 연회장을 나가 그 짧은 시간에 듀라크가 루슈리아와 접촉했다.

‘일단··· 첫 번째는 기각.’

그리고 첫 번째 가능성은 말이 안되었다.

듀라크가 루슈리아의 힘을 가지고 있을리가 없을 뿐더러.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그걸 지금 시안이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으니까.

‘그럼 듀라크가 루슈리아와 접촉했다?’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 되었다.

그렇다는 건 루슈리아가 이곳, 수도 다르칸에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루슈리아가 왜 다르칸에 있을 뿐더러.

애초에 루슈리아는 시안이 소멸시킨 상태였다.

소멸한 루슈리아와 접촉을 한다?

‘정말로 루슈리아가 완벽히 소멸한 것이 아니었나?’

이러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듀라크가 루슈리아를 부활시키려한다?’

이 정도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다.

둘다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루슈리아가 완벽히 소멸하지 않았다는 건 어디까지나 시안의 추측.

확실하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듀라크가 루슈리아를 부활시키려고 한들.

그 부활의 방법에 대해 듀라크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이미 천 년도 전에 사라진 악마들.

관련한 지식들도 천 년이란 세월에 묻혀 사라졌다.

그렇기에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떤 쪽이든.

한 가지 사실만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듀라크가 악마 7군주와 관련이 있다.’

어떻게 그러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만약에 그러하다면.

듀라크가 시안과 루벤을 내버려두는 것.

그러니까 엘란두르가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야함에도 섣불리 루벤을 공격하지 않고 있는 것.

하여, 지금 듀라크가 숨겨둔 꿍꿍이.

그것이 악마 7군주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음···.’

점점 깊어지는 생각.

“······ 하여! 시안 백작에게 새로이 루벤이라는 성을 하사는 바이다.”

일순간 시안의 상념을 깨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지루했던 이야기가 모두 끝난 듯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끝으로 서기관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뒤쪽에 물러나있던 콘라드가 성큼, 시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다가온 콘라드의 손에 들려있는 무엇.

금빛 테투리와 더불어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망토였다.

그리고 망토의 중앙에 새겨진 문양.

전방을 향해 거칠게 포효하는 흑사자의 모습이 새겨져있었다.

“빨리 만드느라 조금 고생했다네.”

이윽고 들려온 콘라드의 속삭임.

아무래도 시안이 문양을 건넨 직후에 바로 작업을 시작한 듯 싶었다.

시안은 콘라드가 건네는 망토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시안이 입고 있는 제복에 맞춤으로 제작한 것일까.

제복과 더없이 잘 어울리다 못해 완벽했다.

무엇보다 촉박했던 시간치고는 망토의 품질이 상당했다.

황궁의 재단사들이 모조리 달려들어 제작한 듯 싶었다.

“와···!”

“와···!”

시안이 망토를 입자 행사장의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시안은 헛웃음을 흘리며 콘라드에게 작게 속삭였다.

“준비를 꽤 많이 하셨습니다.”

“누구 작위식인데 허투로 준비하겠나.”

콘라드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콘라드의 시선이 시안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런 콘라드를 따라 자연스레 뒤를 돌아본 시선.

시선에는 단상 아래 길게 펼쳐진 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길 위로 한 여인이 사뿐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와 어우러진 화사한 백금발의 여인.

도무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될 수 없는 초월적인 미(美)의 소유자.

“아리아?”

아리아가 펼처진 길을 따라 행사장의 중앙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행사장의 중앙에서 아리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걸음을 멈춘 아리아의 시선이 시안을 향했다.

잠시 눈을 마주친 아리아 표정.

왜인지··· 뾰루퉁한 표정의 아리아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리아가 홱, 하니 시안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윽고 아리아가 살며시 눈을 감아 보였다.

동시에 가녀린 두 손을 꼭, 붙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거룩한 일을 맞아, 신께 사랑을 입은 어린 양들을 대표하여 간곡히 기도 드리나이다.”

이윽고 들려오는 청아한 아리아의 목소리.

정말 목소리에도 신성력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행사장 전체로 울려퍼지는 아리아의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웠다.

“신께서 보살펴 주시어 한 명의 어린 양이 새로운 소명을 가지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어지는 아리아의 기도문.

“칠흑 같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담대하게 진리의 빛을 비추게 하소서.”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삶을 이루어나가도록 해주시옵시고, 소금과 빛이 되는 이로 인도하여 주시어 그 역할을 감당하게 하소서.”

“높은 곳에 있으나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외면하게 하지 마시옵고.”

“언어와 행실. 삶과 인생 속. 언제나 빛된 자로서 살아가게 하시어 세상의 부패한 관습과 생각을 버리고, 신의 뜻을 높이며 거룩하고 순결한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스파아아아아아앗!!!

일순간 아리아의 전신으로 새하얀 빛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정화하는 순백의 신성력.

신성력은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처럼 터져나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빛이었건만.

빛을 바라보는 수 만명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포근하면서도 따스한 기운.

마치 추운 겨울에 맞닿은 어머니의 손길과도 같은.

그 아련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느껴질 뿐이었다.

“힘과 능력을 벗어난 위기를 맞이함에 언제나 변치 않는 굳건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신의 축복과 자비가 언제나 깃들기를.”

감겼던 아리아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청초하면서도 고결한 성녀(聖女)의 모습.

“신의 첫 번째 아이, 저 아리아 리뉴 사페이르가 축복하나이다.”

아리아가 마주잡은 두 손을 펼쳐보였다.

그와 동시에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빛무리가 하늘로 높이 솟구쳐올랐다.

그리하여 하늘에서 내리쬐는 새하얀 빛.

그것은 찬란한 광휘의 빛과도 같아 보였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성력의 소유자.

뮤리엘의 환생이라 불리는 신의 첫 번째 아이, 아리아.

그녀가 발하는 성스럽고 고귀한 모든 축복들이 오롯이 시안을 향하며 빛나고 있었다.

마치 신조차도 시안의 작위식을 축복하는 듯한 장엄한 광경.

“아···!”

“아···!”

사람들은 그 황홀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행사장에 모인 수 만명의 사람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와 동시에 발루아가가 한 발 나서며 시안 앞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발루아가가 한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황제의 상징이자 과거, 샤를롯이 사용했던 검, 조디악 소드(Zodiac Soward).

발루아가는 조디악 소드를 들어 시안의 양 어깨를 두들겼다.

“시안 루벤을 샤를롯 제국의 백작위에 봉한다.”

그리고 들려온 발루아가의 목소리.

이내 아리아의 축복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며 시안에게로 스며들어갔다.

그와 함께 빛을 발하는 조디악 소드.

그것은 실로 경이롭다, 라는 광경이라 부를 만 했다.

제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작위식.

그 누구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작위식.

그러나 오직 단 한 사람.

“그, 그만···!!”

시안만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시안의 작위식.

그리고 그 작위식은 제국 역사상 유례 없는 행사로 기록되었다.

작위식이 끝난 지금에서도 수도 다르칸이 떠들썩해있었다.

마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느니.

그런 신께서도 시안 백작의 작위를 축복해주었다느니.

작위식을 직접 본 사람들은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댔고.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쉬운 마음을 삼켰다.

실로 대단했던 작위식 행사.

“아윽···!”

하지만 시안에게는 다른 의미로 대단했었다!

시안은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작위식이 끝난지 꽤 되었거늘.

여전히 내부에서 마기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100%의 마혼제법에도 쉽사리 억누르를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내부가 뒤집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아무래도 아리아가 혼신을 다해서 축복을 한 것 때문인 것 같은데···.

‘어째, 일부러 그런 거 같단 말이지.’

그도 그럴 것이 언뜻 보였던 토라진 아리아의 표정하며.

입이 삐죽, 나온 뾰루퉁한 얼굴하며.

“우윽···!”

역시나 일부러 그런 것 같았다.

“자네··· 괜찮은가?”

그런 시안의 모습에 콘라드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어왔다.

시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아찔한 현기증이 일기는 했지만.

역시나 내부가 뒤집어진 것이 아닐까 했지만.

천 년전, 카일은 뮤리엘을 엄청 싫어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100%의 마혼제법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네 녀석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나.”

황제, 발루아가를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가 없었다.

시안은 들끓는 마기를 억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묘한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는 발루아가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잠깐의 정적.

“상태가 안 좋아보이니,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지.”

이내 발루아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샤를롯 대제의 검술을 복원할 수 있다고.”

그 말과 동시에 시안의 눈이 번쩍, 떠졌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기껏 진정시켜놓은 마기가 날뛰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2억 골드!’

그깟 속 따위는 뒤집어도 상관 없었으니까!

“그, 그렇습니다 폐하.”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며 답을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발루아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를롯 대제의 검술은 수 백년 전에 소실되었다. 그런데도 복원할 수 있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그 복원에 1억 5천만 골드가 필요하고?”

이어진 발루아가의 물음에 시안은 잠시 멈칫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은 1억 5천만이 아니라 2억 골드였으니까.

<샤를롯의 전당>을 개방하는데 필요했던 골드 1억 5천만.

그리고 전당의 건설 비용에 들어간 5천만 골드.

도합 2억 골드.

본래라면 5천 골드를 더 받아야하지만···.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 또한 그렇사옵니다 폐하.”

지금은 그 타이밍이 아니었다.

시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질질 끌 것 없이 말하겠다.”

발루아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샤를롯 대제의 검술은 끊겨진 황가의 명맥이다. 그것을 다시 이을 수 있다면 충분히 1억 5천만 골드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퍼뜩, 치켜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루아가의 방응이 생각 외였으니까.

그건 콘라드 또한 마찬가지인듯 꽤나 놀란 눈을 떠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나. 내가 제기하는 두 가지 의문을 먼저 증명해보여라.”

첫째.

“수 백년 전의 소실된 샤를롯 대제의 검술을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리고 두 번째.

“네가 복원한 그 검술이. 소실된 샤를롯 대제의 검술, 조디악 소드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발루아가는 단호한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이 두 가지 의문을 증명하라.”

그 말을 끝으로 발루아가는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시안에게 앞선 두 가지 의문을 증명하라는 듯.

담담한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루아가의 의문은 타당했으니까.

또한 시안이 응당 증명해야하는 의문이기도 했었으니까.

해서 시안은 이에 따른 답을 미리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시안은 발루아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신은 폐하의 의문을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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