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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213화 (213/322)

213화 - 아수라[阿修羅]

“이 새끼가···!!!”

네이슨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이윽고 검을 거두며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시야 가득히 덮쳐오는 시안의 발.

시안은 왼발을 축으로 돌아 네이슨의 얼굴을 걷어차버렸다.

뻐어어억─!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네이슨의 얼굴에서 터져나왔다

허공을 부웅, 하고 날아간 네이슨은 거칠게 땅바닥으로 곤두박칠 쳐졌다.

“······!”

상황을 관망하던 로즈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너··· 너 지금···.”

로즈웰의 입이 저도 모르게 경악으로 벌어진다.

“크하학···! 이 씨발 새끼가! 죽여버리겠어!!”

바닥에 쳐박힌 네이슨이 분노로 일갈하며 다시 일어섰다.

얼굴 한 쪽이 무너져있었지만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

네이슨은 맹목적으로 시안을 향해 달려들 뿐이었다.

“네이슨! 안돼!”

로즈웰은 황급히 네이슨을 막아서고자 움직였다.

그러나.

서걱─!

들려오는 섬뜩한 절삭음이, 한 박자 더 빠르게 들려온다.

푸화하학!

네이슨의 전신으로 치솟는 붉은 선혈.

네이슨의 두 눈이 부릅, 떠지며 쿠웅!

네이슨이 끝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

로즈웰의 표정이 경악을 넘어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상황.

그러니까 시안의 움직임.

로즈웰은 단 한순간도 시안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헀으니까.

로즈웰이 인지한 건 단 하나.

네이슨이 무언가에 베어졌다, 라는 사실 뿐이었다.

로즈웰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석상처럼 굳어버린 시선만이 시안을 향한다.

시안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몽롱한··· 꿈을 꾼 기분이었다.

정확히는 지독한 악몽을 말이다.

귓가가 웅웅, 거리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흐릿한 시야는 지금도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몸은 진즉에 한계를 맞이했다.

몸이 나의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도 이제는 한계라며 온몸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만은 유독 맑았다.

전신을 지배하는 알 수 없는 고양감.

“처음부터.”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즈웰과 네이슨.

엘란두르의 핏줄이자 천재 중의 천재 불리는 이들.

그리고 과거.

시안이 넘어서지 못했던 트라우마.

“누님은 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시안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

로즈웰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알게 모르게 짙은 분노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시안은 그런 로즈웰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전신의 상태를 관조했다.

처음부터 로즈웰은 시안의 상대가 아니었다.

네이슨이 합세했다해도 안되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이 지경으로 흘러간 이유는 별 반 다르지 않았다.

시안이 듀라크를 마주할 때면 왜인지 위축이 되었던 이유와 같았으며.

로즈웰과 네이슨을 충분히 넘어설 힘이 있음에도 주저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믿지 못했던 거지.”

나 자신을.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과거의 기억 속, 언제나 시안보다 앞서 있던 로즈웰과 네이슨을 말이다.

지난 날, 예일과의 대련 이후.

시안은 스스로의 경지를 이렇게 평가했다.

마스터에 닿아있으나 마스터가 아니다.

마스터(진)이라 농담식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그런 경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스터는 마스터일 뿐.

마스터(진)이라는 경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스터에 닿아있으나 마스터가 아닌 경지 또한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건 시안이 만들어낸 경지에 불과했다.

마스터(Master)란 기사의 길을 걷는 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꿈의 경지.

수많은 천재들 중에서도 천재들.

그것도 살과 뼈를 깎는 노력에도 닿지 못하는 경지.

그렇기에 시안의 내면 속.

시안은 마스터의 경지에 닿을 수 없을 거라는 족쇄를 차고 있었다.

시안이 가문에서 받아온 수많은 멸시와 괄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도 뛰어넘을 수 없었던 둔재의 재능.

지난 수 십 년 동안 들어온 어떤 세뇌와도 같은 말들.

시안은 내심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같은 천하의 둔재는.

나같은 찌질이 병신은.

결코 마스터가 될 수 없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스터에 닿을 수 없다고.

시안 내면 깊은 곳에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아가지 못했다.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디뎠음에도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었다.

과거에 얽매여있었을 뿐.

시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깨를 잡아당겨 뒤로 밀쳐낸 어린 시안이자 과거, 자신의 모습.

어린 시안은 보이지 않았다.

흩어진 환상 속으로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시안 엘란두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환상과 함께 과거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 두 번 다시는 떠올릴 수 없으며.

떠올리지 않을 기억이 되어버렸다.

시안은 다시 시선을 돌려 로즈웰을 바라봤다.

“네 까짓게··· 네 까짓게 감히···!”

로즈웰은 이를 까득, 깨물며 짙은 분노를 표출했다.

처음부터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개소리!”

믿을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

너 같은 병신 새끼가 어떻게.

천하의 둔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찌질이 새끼한테 어떻게.

덜덜···.

이런 공포를 느낀단 말인가.

내가 공포를 느낄리 없다.

내가 두려워할리 없다.

넌 언제나, 내 밑을 기어다니는 벌레일 뿐.

이 감각은 한낱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죽여주마!!!”

로즈웰은 가진 바 모든 마력을 폭사시켰다.

정신이 드문드문 끊어지며 몸이 덜덜, 떨려온다.

그러나 로즈웰은 견뎠다.

가진 바 마력을 모두 긁어모았다.

그 마저도 부족해 생명력의 근간을 불태웠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대기가 짙게 떨리며 끔찍한 기운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그로써 시전되는 엘란두르의 비기.

그것은 천 년전, 아르나이즈의 리더라 불리던 샤를롯의 비기였다.

역사상 단 6명만이 닿았던 전설 상의 경지, 엑시드(Exceed).

그 경지에 닿았던 아르나이즈 샤를롯이 사용하던 무공.

로즈웰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이 비기는 버러지 따위는 배울 수 없는 아득한 너머의 무(武)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로즈웰의 전신으로 쏟아져나왔다.

한계에 닿는 힘.

지금 이 순간, 로즈웰은 그런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

엑스퍼트 최상급에 걸쳐있던 로즈웰의 경지가 마스터(Master)에 닿아 넘어서고 있었다.

그로써 알 수 없는 활력이 전신을 가득메워왔다.

씨익.

로즈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제 끝임을, 알 수 있었다.

마스터의 경지로 발돋움 하면서 얻은 이 힘.

이 힘에 기반한 엘란두르의 비기.

이건, 알아도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로즈웰은 분명.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그렇게 생각했다.

들려오는 아득한 목소리.

로즈웰의 움직임이 덜컥, 굳어버렸다.

바라본 시선.

그곳에서 시안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시안의 두 눈은 로즈웰을 담고 있지 않았다.

로즈웰의 너머.

시안은 다른 곳을, 다른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아아아···.

시야가 흐려지며, 시안의 시야로 새로운 환상이 펼쳐진다.

환상 속 시안은 어떤 길 앞에 서있었다.

그러나 시안이 서있는 길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

어둠에 삼켜진 길은 이 앞에 무언가가 있는지.

아니면 여기서 길이 끝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시안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무수한 갈래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길들은 각자 저마다의 길을 밝히고 있었다.

지금 시안이 서있는 길처럼 어둠에 삼켜져있지 않았다.

찬란한 빛이 앞을 밝히고 있었으며, 걷기 편하게 길이 정돈되어있었다.

반면에 시안의 길은 그렇지 않았다.

앞길은 어둠에 삼켜져 보이지 않았으며.

길은 울퉁불퉁하여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파왔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일까.

이제라도 돌아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시안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돌렸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고자 발걸음을 뒤로 내딛었다.

바로 그때.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리던 시안의 움직임이 뚝, 굳어졌다.

그리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시는 찾아가지 않는다.

그래,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흘러간 과거는 과거.

과거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에겐, 그저 미래를 가리는 기억일 뿐이다.

시안은 다시 몸을 돌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길.

설령 이 길이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이라해도.

설령 이 길이 잘못된 선택이라 해도.

내딛는다.

망설이지 않는다.

뒤가 아닌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두 번 다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안은 어둠으로 가득찬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하여 터벅.

시안이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었을 때.

화아아아아악!!

새하얀 빛이 터져나오며 드리운 어둠을 밝혀내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끝없이 펼쳐진 길.

주변으로 드리운 지옥의 풍경.

눈에 보이는 길은 분명한 지옥의 길이었다.

시안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저 멀리.

지옥 길의 끝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봤다.

은발의 미남자.

뒤를 돌아보고 있는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안은 저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지 않았다.

아르나이즈 카일(Kyle).

펼쳐진 지옥의 풍경 속.

카일은 가장 처첨한 지옥 길의 끝에 홀로 서있었다.

검을 옆으로 길게 늘어뜨린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았다.

분명 시안이 왔음을 알았을텐데.

카일이라면 분명 기척을 느꼈을 텐데.

카일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매몰찬 모습이 너무도 매정했다.

그러나 시안은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래, 카일은 돌아보지 않았다.

카일은 돌아보지 않는다.

천 년전, 세상을 구원한 아르나이즈.

최강이라 불렸던 아르나이즈, 카일(Kyle).

신화 속에 남겨진 카일의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안은 카일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 카일은 돌아보지 않았다.

카일에게 그 어떤 처참한 과거가 있든.

카일이 과거에 그 어떤 후회스러운 일을 했든.

카일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안의 앞에 보이는 카일의 모습.

아마 카일은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뒤를 돌아 시안을 보지도 않을 것이며.

시안을 다독이기 위해 옆에 오지도 않을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러 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저 곁에 서야한다.

시안은 멈추었던 발걸음을 내딛었다.

참혹한 풍경의 지옥길.

시안이 그 처참한 지옥의 풍경으로 비로소 한 걸음 내딛었을 때.

나는 비록 실패했지만.

아득한 목소리가

시안의 귓가로 들려온다.

사아아아아···.

환각이 흩어진다.

그와 동시에 카일의 모습 또한 흐릿해졌고.

흐릿해져버린 시야엔 카일의 모습이 아닌.

“마, 말도 안돼···!”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 뜬, 로즈웰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로즈웰은 지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바라본 시안의 주변 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져있었다.

괴악에 일그러진 공간으로 칠흑한 어둠이 피어올랐다.

터져나오는 로즈웰의 마력이 이에 대항했으나.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집어삼켜질 뿐이었다.

다르··· 다···.

로즈웰은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격(格) 자체가 다르다.

시안은 분명히 로즈웰, 자신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딘가 어설펐지만 시안은 마스터(Master)의 경지에 닿아있었다.

하지만 그건 로즈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로즈웰 또한 벽을 넘어 마스터의 경지에 닿아있었다.

경지의 차이는 없다.

되려 만신창이가 된 시안보다 로즈웰이 앞서 있다고 봐야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이 불길함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바라본 시안의 모습은 궤를 달리했다.

인간이라는 개체.

아니,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면 반드시 갖는 그 한계.

이 힘은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한계, 그 너머의 힘이 존재한다고···?

로즈웰은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도망쳐야했다.

이건··· 이건 뭘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감히 나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도망쳐야했다.

마스터의 벽을 뛰어넘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했다.

그런데···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일순간 시안의 두 눈이 번쩍, 떠진다.

두 눈빛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일렁인다.

강력한 억제력이 시안의 몸을 붙들었다.

시안은 전신을 억누르는 힘을 끊어내며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꽈드드드득.

부하가 걸린 관절이 끊어졌다.

전신의 근육이 파열되며 찢겨져 나간다.

그러나 무시했다.

대신 더없는 마기를 끌어모았다.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현재 시안이 배우고 있는 카일의 마혼수라검.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마혼수라검의 1식과 2식.

그 둘은 각각 추구하는 바가 명확했다.

1식, 수라천살(修羅天殺)은 베기(斬)의 묘리를.

2식, 멸천수라(滅天修羅)는 찌르기(衝)의 묘리를.

하지만 현재 수련하고 있는 상급의 마혼수라검은 달랐다.

이건 추구하는 바가 묘했다.

두 가지, 베기와 찌르기를 혼합한 묘리를 담고 있달까.

따라서 이건 하나의 식(式)이라기 보다는, 앞선 두 개의 식(式)을 혼합한 하나의 형(形)이라고 봄이 옳았다.

베기와 찌르기를 동시에 행하는 모순.

말 그대로 모순(矛盾)이었다.

그러나 카일은 그 묘리를 검에 담았고.

때문에 그 난해함은 도무지 이루 말할 수 가 없었다.

시안은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제 1형(第 一形).”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카일의 검을, 그 난해한 묘리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감각으로는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시안은 살며시,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터벅, 앞으로 한 발 내딛었을 때.

드리운 소리가 일시에 사라진다.

이윽고 다시 한 번 터벅, 걸음을 내딛었을 때.

풍경의 색이 흐려진다.

이윽고 만물의 형체가 흐릿해지며 어둠으로 물든다.

세상의 윤곽이 붕괴하며 모든 것들이 마(魔)로 화한다.

그리하여 펼쳐지는 지옥도(地獄圖).

그 비현실적인 광경은, 시안에게서 인간의 모습 앗아가고 있었다.

어둠보다 더 어두운 어둠.

악귀보다 더 악독한 악귀.

저건··· 저건···.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아니다.

같은 인간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득한 너머.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로즈웰은 미친 사람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반항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항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 경이로운 힘에, 저 아득한 너머에.

감히 대적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윽고 시안의 검이 천천히 움직인다.

단 한 번의 베기(斬).

단 한 번의 찌르기(衝).

이어져서는 안되는, 모순적인 하나의 일격이 행해진다.

그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까마득한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무(武)이며,

또 무(無)였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1형(第 一形).

아수라(阿修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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