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03화 (203/322)

203화 - 암스베르크(1)

제국 남부에 위치한 암스베르크 영지.

암스베르크는 남부를 대표하는 귀족인 아벤느가의 백작령이자.

아벤느가 백작성이 위치한 거대한 영지였다.

그리고 남부를 대표한다는 것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었던 걸까.

“확실히··· 다른 백작령과 다르긴 하네요.”

영지의 수준이 여타 다른 백작령과는 차원이 달렸다.

“상행으로 많은 백작령을 다녀봤지만··· 이 정도 수준의 백작령은 처음봐요.”

아멜리아는 감탄 섞인 얼굴로 암스베르크의 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뭐···.

시안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암스베르크의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서부터.

거리에 간간이 보이는 병사들.

광장에 북적거리는 사람들.

활발히 노상을 펼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

과연 이사벨의 본가(本家)라는 것일까.

확실히 생기가 살아숨쉬는 영지였다.

물론 엘란두르 후작령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하지만 그건 엘란두르 후작령이 비정상적인 것일 뿐.

다른 평범한 백작령에 비하면 상당한 수준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면적만 보면 루벤보다 훨씬 큰데요?”

게다가 면적만 따지면 루벤보다 훨씬 컸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3배 내지는 4배 정도?

1억 5천만 골드의 현질과 더불어 구역 확장을 했음에도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시설들은··· 역시나네요.”

물론 면적만 크다 뿐.

그 이외에 것들을 비교하면 루벤이 압승이었다.

“제가 용병일로 제국을 비롯한 대륙 전역의 영지를 누볐습니다만··· 루벤만한 영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옆에서 들려온 위고의 말.

“저도 상행으로 많은 영지를 둘러봤지만 우리 루벤만한 영지는 못 봤어요.”

아멜리아는 그런 위고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튼.

시안은 일행들과 함께 그런 암스베르크의 거리를 누볐다.

그리고 그런 거리를 누빌 때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옛날이랑 달라진 것도 없네.”

사실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다만.

“옛날이랑요? 영주님, 암스베르크에 오신 적이 있으세요?”

“어. 암스베르크가 아니라 저기에 가본 적이 있던 거지만.”

시안은 손가락을 들어 암스베르크 중앙.

웅장하다 못해 거대한 건축물을 가리켰다.

“저건··· 백작성 아니에요?”

다름 아닌 아벤느가 백작이 거주하는 백작성이었다.

“맞아. 어릴 적에 가본 적이 있지.”

“백작성에는 왜···? 아. 여기 아벤느가였죠.”

아멜리아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현 아벤느가 가문의 가주, 홀란트 아벤느가 백작.

그는 이사벨의 아버지이자 명목상으로나마 시안의 외할아버지 되는 존재였으니까.

한 마디로 여긴 시안의 외가(外家)되는 곳이었다.

물론 이 역시 명목상으로나마였지만.

그 명목상의 이유 때문에 시안은 아벤느가에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벤느가에 대해서 썩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추억은 커녕 좋은 기억조차 없었다.

애초에 이사벨부터가 그 모양 그 꼴인데.

이사벨의 가문인 아벤느가라고 크게 달랐을까.

무시와 괄시 그리고 멸시.

이것이 시안이 기억하는 아벤느가에 대한 이미지였다.

아마 시안의 어머니, 세실은 이보다 더한 것들을 당했을 터.

뭐, 아무튼.

어릴 적, 시안이 엘란두르 가문에 있을 때에도 아벤느가와 좋은 기억이 없었다.

하물며 엘란두르와 척을 진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줄 알면 아벤느가 백작이 눈을 까뒤집겠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안의 말에 한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눈을 까뒤집는 것 정도면 양반이었다.

사지를 찢으려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적진 한복판에 있는 상황.

아벤느가 백작에게 시안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들켜서 좋을 건 하등 없었다.

“괜히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가자.”

“동료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한스는 그 말과 함께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앞서가던 보니타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난 아니라니까요!!”

앞쪽에서 커다란 외침이 터져나왔다.

외침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소란.

“아니! 대체 왜 이러는 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라니까요!”

시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란이 인 곳으로 향했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어떤 한 사내가 묶여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를 묶은 존재.

정확히는 묶은 것이라 생각되는 두 존재.

“이 놈이 이래도 시치미를 떼?”

“안 되겠다. 토마, 준비해.”

그건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단단한 근육질의 두 노인.

순간 드워프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드워프와 비슷하긴 했으나 분명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얼굴이 닮은 것을 보아 혈연 관계인 것 같았다.

쌍둥이와 같은 관계거나 그러겠지.

두 명의 노인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쇠붙이로 된 무언가.

뭐에 쓰는지도 모를 괴상한 무언가였다.

어떤 도구이지 않을까 정도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뭇거뭇한 피가 묻어있는 것이 어째, 좋지 않은 일에 쓰이는 것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놈의 노친네들이 노망이 났나! 뭔지 모르겠지만 난 당신들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거야 네 일방적인 주장인거고. 뭐하고 있어 토마. 어서 시작해.”

“자고로 손가락 멀쩡한 사람의 말은 믿는 게 아니라고 했지.”

두 노인은 서슬 퍼런 기세를 흩뿌리며 사내에게 다가갔다.

“아아아아악! 이 미친 노인네들이! 살려줘! 난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그 기세에 사내가 기겁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암스베르크의 사람들.

“미, 미친 놈들··· 대낮에 사람을 고문해?”

“경비대! 경비대는 어디에 있어!”

사람들이 숙덕거리며 해당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도 사람들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였다.

백주대낮에 지금 저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것도 사람이 많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말이다.

저런 미친 놈들 곁에 있으면 주목을 받아도 단단히 받을 터.

자리를 피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들던 찰나.

“막심? 토마?”

어째··· 썩 좋지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위고가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이윽고 보니타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했다.

어째, 한스의 옛 동료들이 저 노인들인 것 같았다.

“어? 보니타? 지금 온 거냐?”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한스는? 오! 옆에 있구나! 한스 오랜 만이야! 이게 몇 년만이지? 20년? 30년?”

“야이 새끼들아! 이거 풀라고!”

“아차, 인사는 나중에 하자고 한스. 일단 이 놈부터 처리하고 말이야.”

그러면서 두 노인이 묶인 사내에게 다가갔다.

“난 아니야! 아니라고! 당신들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그러자 사내가 기겁을 하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시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앞으로 걸어갔다.

상황을 대충 보아하니···.

저 사내가 바로 소렌이라는 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왜 이런 사람많은 길거리에서 난리를 피우냐인데···.

조용한 데 끌고 가도 누가 뭐라할 사람 없거늘.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으로 나섰다.

바로 그때.

“아니에요.”

시안의 귓가로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본 그곳.

아멜리아는 묶인 사내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며시 저어보였다.

“저 분은 소렌 아저씨가 아니에요.”

“뭐라고?”

시안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런 아멜리아의 말을 들은 것일까.

“으잉? 얘가 걔가 아니야?”

“그럴리가?”

막심과 토마가 멈칫, 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시안은 ‘혹시 아멜리아가 소렌의 얼굴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금방 털어버렸다.

브라헤 가문이 몰락한 건 불과 몇 년전의 일.

아멜리아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은 사건이거늘.

설마하니 그 얼굴을 잊어버렸을라고.

한 마디로 묶여있는 저 사내는 소렌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 애먹은 사람.

그 순간.

“경비대에서 나왔다!”

“다들 동작 그만!”

한쪽 어귀에서 크나큰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술렁이며 일련의 병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아벤느가의 병사들.

“백주대낮에 사람을 납치하고 고문을 해?”

“저들을 당장 백작님께 끌고 가라!”

병사들이 무기를 뽑아들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어쩐지.

“이런 젠장!”

시작부터 일이 술술 풀린다 싶었다.

#

백주대낮에 벌어진 납치와 고문.

정확히는 미수에 그쳤지만 아무튼.

“튀어!”

시안은 그 말과 동시에 아멜리아를 들쳐업었다.

“꺄앗!”

아멜리아의 작은 비명과 함께 한스와 그레이슨이 곧장 따라붙었다.

그리고 위고 또한 그 뒤를 따라붙었다.

보니타는 진즉에 도망쳤는지 시야에 보이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막심과 토마.

한스의 옛 동료들이자 상황을 이 지경을 만든 두 주동자들.

그 둘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용의자들이 도망친다!”

“잡아라!”

경비대들이 따라붙는 바람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때 아닌 추격전이 이어졌지만 끝내 경비대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애초에 일개 경비대에게 잡힐 수준의 일행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안의 일행들은 무사히 경비대를 따돌릴 수 있었고, 또 어떻게 다시 무사히 모일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상하다··· 분명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 짚은거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를 막심과 토마까지 말이다.

보아하니 알아서 잘 도망친 것 같았다.

하기사, 이들 또한 경비대에게 붙잡힐 깜냥은 아니었으니까.

“으이구! 처음부터 나댈 때부터 알아봤다!”

그런 막심과 토마의 모습에 보니타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생각이 없다니! 우리는 분명 확실했어!”

“맞아! 분명 그 자가 확실했다고!

“그렇다고 백주대낮 거리에서 그 지랄을 해? 잘났다. 잘났어!”

보니타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보였다.

위고 또한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둘의 모습에서 시안은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이 넓은 암스베르크에서 소렌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린다 했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투닥거리는 그들을 뒤로한 채, 한스가 시안에게 물어왔다.

결국 원점인 상황.

그러니 뭘 어떡하겠는가.

“하나하나 천천히 찾아봐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쉽게 찾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시안은 보니타와 투닥거리는 토마와 막심에게 다가갔다.

“두 분의 이름이 토마와 막심··· 이라고 하셨죠?”

그러자 토마와 막심이 행동을 멈추고 멀뚱히 시안을 바라봤다.

“자넨 누구인가?”

“우리를 아는가?”

아무래도 시안을 모르는 눈치였다.

시안의 이름이 제국에 알려졌다지만.

그 얼굴 마저 알려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 조심해 이것들아. 시안 백작 각하셔. 우리 의뢰인이기도 하시지.”

그런 둘의 눈치에 옆에 있던 보니타가 시안을 소개했다.

“시안 백작···?”

“의뢰인?”

잠깐의 정적.

“서, 설마 루벤의 영주?”

“이번에 크라우드 백작을 패퇴시켰다는···?”

토마와 막심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잠시.

“배, 백작 각하를 뵙습니다.”

“배, 백작 각하를 뵙습니다.”

토마와 막심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시안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소렌을 찾고 있던 상황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시안의 말에 토마와 막심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주저하는 듯 하더니.

“그게 말입니다···.”

금방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렇게 꽤나 기나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론만 말하자면.

“그러니까, 의심가는 사람은 있는데 찾지는 못하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시안의 말에 토마와 막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스베르크에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이 정도면 사막에 바늘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지경입니다.”

게다가 한 두명이 아니란다.

그러니까 소렌으로 의심가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방금 전, 온몸이 묶여있던 사내.

그 사내는 그런 의심가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고.

아무래도 이중삼중으로 연막을 펼친 것 같았다.

시안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거늘.

그럼에도 행동 거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그만큼 뒤가 캥키는 것이 있다는 거겠지.’

뭐, 아무튼.

“의심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니까?”

“방금 놈을 제외하면··· 24명입니다.”

“24명···.”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많은 암스베르크 사람들 중에서 24명을 추린 것이었으니까.

정확히는 25명이었지만 뭐, 아무튼.

“남은 24명의 인상착의를 알 수 있습니까?”

“대충 특색을 그려놓기는 했습니다만···.”

이윽고 토마가 품 속에서 종이 뭉치를 시안에게 건넸다.

시안을 그것을 받아 그대로 그레이슨에게 넘겼다.

“어때 그레이슨. 찾을 수 있겠어?”

“음···.”

그레이슨은 진중한 눈빛으로 종이들을 한장한장 넘겼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의 지나.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레이슨은 그레이슨인 것일까.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시안은 곧장 소렌을 찾기에 나섰다.

#

그렇게 소렌을 찾는 일은 시작되었고.

역시나 그레이슨의 추적술은 빛을 발했다.

이름, 성별.

그리고 아주 간단한 특징 정도만 있으면 끝이었다.

빠르면 1시간.

아무리 늦어도 한나절 안에 그레이슨은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냈다.

“마, 말도 안돼···.”

“우리는 한 명 찾는데도 3일이나 걸렸는데···?”

그 경이로운 추적술에 막심과 토마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물론 내 제자들을 모두 동원해도 이 정도는 불가능한데···?”

보니타 또한 경악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특히나 위고.

위고의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자, 자네 용병 일을 해볼 생각 없나? 용병왕의 이름을 걸고 내가 보장하겠네!”

오죽하면 그레이슨을 스카웃하려 들었을까.

뭐··· 그런 위고의 반응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그레이슨의 추적술은 경이로웠으니까.

그레이슨은 시안이 루벤에 오기 전.

루벤의 영지민들을 이끌어오던 이였다.

혼자라면 훨씬 수월했을테지만 그레이슨은 그러지 않았다.

어둠의 숲에서 생활하며 마수들 틈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또 지켜왔다.

몬스터와는 차원이 다른 마수들.

그레이슨이 마수의 기척을 놓치면 사람들이 잡아먹힌다.

그레이슨이 마수의 흔적을 쫓지 못하면 사람들은 굶어 죽는다.

생존이 직결된 상황에서 수 십년간 단련된 감각.

여기에 루벤의 현질로 얻은 성장 버프로 그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다음 사람을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

속된 말로 뚝딱.

그런 그레이슨이 24명의 인물을 모두 찾는데 1주일이란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1주일이 막 되려던 때.

그레이슨은 마지막 24번째 인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시안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아멜리아를 바라봤다.

“저 분도··· 아니에요.”

그리고 들려온 아멜리아의 목소리.

아멜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내저어보였다.

“음···.”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에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사람이 마지막이었지?”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레이슨.

이러면 결국 24명의 인물 중 소렌은 없었다.

시안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한스를 바라봤다.

시안은 소렌의 수색을 2가지 방식으로 진행시켰다.

첫째는 역시 그레이슨이 의심가는 24명의 인물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인물이 소렌인지 아닌지 아멜리아가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아멜리아는 소렌의 얼굴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런 아멜리아의 기억을 이용하는 것.

그러니까 소렌의 얼굴을 몽타주로 그려 한스의 옛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그 몽타주를 기반으로 암스베르크의 지역을 수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수색으로 약 1주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스. 그 쪽은 상황은 어때?”

“암스베르크의 모든 지역을 수색했습니다만···.”

이어 한스가 살며시 고개를 내저어보였다.

그 말은 즉.

한스 쪽도 별 다른 성과가 없다는 뜻이었다.

“소렌이 이미 암스베르크를 떠난 게 아닌지···.”

한스가 우려섞인 목소리로 말해왔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모든 수색을 했음에도 소렌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정확히는 소렌이 암스베르크에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았다.

“아니야. 그건 아니야.”

하지만 시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렌은 엘란두르의 비자금을 감추어둔 핵심 인물이었으니까.

따라서 엘란두르의 비자금이 있는 곳에 소렌은 존재한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이곳, 암스베르크에 그 비자금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이사벨의 본가(本家), 아벤느가에 엘란두르의 비자금이 있다고 확신했다.

아멜리아가 밝혀낸 정보가 틀릴 리는 없었다.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엘란두르는 시안이 엘란두르의 장부를 유출해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한 마디로 이쪽의 패는 감추고.

적의 패만 들춰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다라···.”

그럼에도 소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스, 동료들이랑 수색한 구역이 어디어디야?”

“암스베르크의 모든 구역입니다만··· 여기, 수색한 구역을 표시해둔 지도입니다.”

한스는 품 속에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지도라기 보다는 암스베르크의 조경도.

그런 조경도에는 거의 모든 구역에 X표시가 되어있었다.

보아하니 X표시가 된 곳이 수색을 진행한 곳인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암스베르크 전역에서 소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

시안은 유심히 조경도를 살펴봤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거, 아주 대놓고 숨어있었구만.”

시안은 곧 소렌의 위치를 알 수가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스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말 그대로 암스베르크의 모든 구역을 수색했으니까.

옛 동료들과 함께 한스 또한 암스베르크의 구역을 수색했다.

그리고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소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아주 대놓고 숨어있었다는 시안의 말.

“암스베르크의 모든 구역에서 소렌을 찾을 수가 없었지?”

“그렇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지.”

한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한스는 도무지 시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안은 그런 한스에게 조경도를 펼쳐보였다.

암스베르트의 모든 구역이 X표시 된 조경도.

하지만 딱 하나.

X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구역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X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X표시를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구역은 수색할 수가 없었으니까.

시안은 그 구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정확히는 그 구역이 위치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건 다름 아닌 암스베르크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건축물.

“아벤느가 백작성.”

이사벨의 아버지이자.

명목상으로나마 시안의 외할아버지가 있는 곳.

그리고 시안과 그 일행들이 접근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곳.

“소렌은 지금 저기에 있어.”

소렌은 저 백작성에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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