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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201화 (201/322)

201화 - 엘란두르의 비자금(1)

시안은 한스와 위고와 함께 영주성을 나섰다.

그리고는 아멜리아가 있는 상업 지구.

그 중에서도 ‘다 내꺼야! 상단 Lv.2’로 향했다.

기존의 ‘쓸어담아 상단 Lv.1’에서 업그레이드 한 시설.

그 뿐만 아니라 상업 지구에 있는 시설 대부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내실을 다지는데 대부분의 골드를 소모했다만.

1억 5천만 골드는 그걸 커버하고도 남는 초월적인 금액이었다.

지금은 증발해 사라졌지만.

뭐, 아무튼.

현질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상업 지구.

물론 루벤의 구역 중 현질의 정수가 아닌 곳이 어디있겠냐만은.

“이, 이건 또 대체···!”

위고는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위고의 두 눈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등잔만하게 커진 두 눈.

루벤에 오고나서부터 저 두 눈은 점점 커져만 가더니 이제는 곧 찢어질 것만 같았다.

시안은 그런 위고를 뒤로 한 채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다 내꺼야! 상단 Lv.2’의 건물.

아니, 정확히는 상단의 건물 앞.

“응? 아멜리아?”

시안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멜리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어디론가 급히 가려는 모양새였다.

“핫! 여, 영주님?”

시안의 등장에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물론 시안이 갑자기 등장하기는 했다만.

그런 것 치고도 아멜리아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 그리고 어디 가려고?”

“아, 아뇨. 어디 가려던 건 아니고··· 아니, 가려던 참인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서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시안의 물음에 아멜리아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지금 막 영주님한테 가려던 길이었거든요.”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왜 그렇게 놀라나 싶었다.

“그런데 나한테는 왜···? 설마 뭘 좀 알아낸거야?”

“네!”

아멜리아가 힘차게 대답하며 말을 이었다.

“그게 있잖아요. 영주님이 말씀하신 것을 중심으로 장부를 면밀히 살펴봤거든요? 그러니까 용돈이요.”

아멜리아는 품에 들고 있던 필사한 장부를 펼쳐보였다.

필사한 장부에는 군데군데 별도의 표시가 새겨져있었다.

아멜리아가 장부를 확인하면서 따로 표시한 것 같았다.

“이 정도의 대규모 비자금은 관리하기가 엄청. 어어엄청 힘들어요. 그래서 전용 회계 장부를 만들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비자금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는 취약점이 돼요. 그래서 이를 속이기기 위해 이중 장부를 비롯한 각종 은폐법을 사용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멜리아가 표시된 곳을 조목조목 짚으며 말을 이었다.

“책 속에 꽂아놓거나, 땅 속에 묻어두거나. 규모가 작은 비자금은 이렇게 은폐하죠. 하지만 이처럼 규모가 크면 대체적으로 ‘환전’ 이라는 수법을 사용해요. 그러니까 실물 화폐인 골드가 아니라 추상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추상 화폐들은 되찾을 때 상당한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아멜리아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러 복잡한 회계 지식들을 언급하면서 설명을 이어나가는데.

‘뭐라는 걸까?’

정말이지 뭐라는 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슬쩍, 바라본 한스와 위고.

그 둘도 멍하니 두 눈이 풀려있었다.

그 덕분에 위고의 두 눈이 찢어지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아무튼 저 둘도 아멜리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시안은 다시 시선을 돌려 아멜리아를 바라봤다.

여전히 뭐라뭐라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 아멜리아.

복잡하고 머리 아픈 지식들이었으나, 그렇다고 아주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저 복잡한 지식들 속에서 시안이 이해한 것을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규모가 큰 비자금은 땅 속에 묻는 식으로 숨겨둘 수가 없다.

땅에 묻는 것도 일이거니와, 나중에 찾을 때도 상당한 문제가 되었으니까.

책 사이에 꽂는 것은 말할 건덕지도 안 되었다.

그렇다고 금고 속에 쳐박아 둘 수도 없는 노릇.

해서 골드를 다른 방식으로 ‘변환 및 환전’ 하여 숨겨둔다.

그리고 그건 보관 방법이 편하고 찾기 편한 종류.

전표와 같은 페이퍼 월렛의 형태로 말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페이퍼 월렛에 몇 가지 장치만 마련해두면 끝.

쉽게 말해 돈세탁이 되는 것이었다.

아멜리아는 장부를 확인하여 그 장치들을 밝혀냈다고 한다.

물론 그 장치들을 어떻게 밝혀내었는지.

어떤 원리로 설계되는지는 시안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복잡하고 어지러운 설계가 있고.

그를 아멜리아가 골머리를 썩어가며 밝혀냈다.

이 정도의 결과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는 결정적인 하나를 발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고.

끝내 엘란두르가 사용한 핵심 장치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게 용돈이었어요!”

그게 다름 아닌 용돈이었단다.

솔직히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자금을 용돈으로 숨겨두다니.

솔직히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숨겨둘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정말 교묘하네요.”

우스꽝스럽다, 라는 생각과 이미지가 하나의 방벽이 되어주었다.

지금 당장 아멜리아조차 생각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누가 이걸 설계했는지···.”

아멜리아는 감탄 아닌 감탄을 터트렸다.

시안도 누가 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만.

아마 이사벨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찌되었든.

“비자금이 있는 곳을 알아냈어요!”

아멜리아는 끝내 비자금이 숨겨진 곳을 찾아내었다.

시안이 찍어온 엘란두르의 장부.

그리고 로즈웰에게서 얻어낸 용돈이라는 힌트.

그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밝혀낸 진실이었다.

아니, 그 두 가지는 판을 깔아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상 아멜리아가 없었더라면 찾아낼 수 없는 자금이었다.

물론 시안이 용돈의 힌트를 제시했다만.

그건 은폐를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

다른 수많은 장치들은 온전히 아멜리아가 밝혀낸 것이었다.

“역시 아멜리아! 아니, 킹멜리아!”

“네? 킹멜··· 리아요?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지만 시안은 답을 하지 않았다.

모바일 영주가 사용하길래 써본 것일 뿐.

시안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니까.

뭐, 어쨌든.

시안은 아멜리아가 건네는 하나의 서류이자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곳엔 복잡한 계산과 함께 하나의 지역 이름이 써져있었다.

시안은 품 속에서 아까 전.

한스와 위고가 준 지도를 펼쳐들었다.

그렇게 두 정보를 대조해본 결과.

“찾았다.”

정확히 겹치는 한 곳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

제국 동부에 위치한 엘란두르 후작령.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저택이자 이사벨의 집무실.

똑똑.

“들어오거라.”

방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에 이사벨은 들고 있던 깃펜을 잠시 내려놓았다.

이윽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한쌍의 남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금발의 머리를 한 사내, 네이슨 엘란두르.

포니 테일의 금발 머리를 한 여인, 로즈웰 엘란두르.

이사벨의 세 자식 중 두 명의 자식이자.

명목상으로나마 시안의 형과 누나되는 이들이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

“저희를 부르셨다고요.”

집무실로 들어온 네이슨과 로즈웰이 천천히 이사벨 앞으로 걸어왔다.

“거기 잠시 앉아 있거라.”

이사벨은 집무실에 위치한 쇼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이슨과 로즈웰은 그런 이사벨의 지시를 따라 쇼파의 적당한 곳에 자리했다.

이사벨은 내려놓은 깃펜을 다시 들어 작성하던 결재서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는 마무리한 결재서를 가지고 네이슨과 로즈웰이 앉아있는 쇼파로 가 자리했다.

“갑자기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이사벨의 말.

“너희 둘이 소렌을 만나고 오거라.”

이사벨의 말에 네이슨과 로즈웰이 살짝 놀라보였다.

소렌이라는 이름.

그 이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저희··· 둘이 말입니까?”

“그래. 처리는 다 끝냈으니 가서 가지고 오기만 하면 된다.”

이사벨은 방금 마무리를 지은 결재서를 앞의 탁자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네이슨과 로즈웰의 시선이 자연스레 결재서로 향했다.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이사벨의 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네이슨과 로즈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엘란두르의 비자금이 걸린 일.

그 규모를 생각하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해봤자 입만 아팠으니까

“형님께서는···?”

“오빠는요···?”

그렇기에 다른 쪽으로 의문이 들 뿐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네이슨과 로즈웰.

두 사람만 보내는 것이 조금 이상했으니까.

그렇기에 네이슨과 로즈웰은 그 의문을 물었고.

“카이는 가지 않는다. 이번엔 너희 둘이서 다녀오거라.”

이사벨은 단호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사실 이사벨이라고 카이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카이를 함께 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카이는 현재 연무장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건 엘란두르 가문의 중대사였다.

고작 연무장에 틀어박힌 것으로 핑계를 댈 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이가 연무장에 틀어박힌 것 또한 엘란두르 가문의 중대사였다.

엘란두르의 비기를 완성할지도 모를 일.

아무리 이 일이 중대하다고는 하나 그 수련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듀라크 또한 그걸 원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문의 다른 이들을 같이 보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엘란두르의 핏줄만 알고 있어야했으니까.

또 엘란두르의 핏줄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으니까.

엘란두르의 핏줄에게 주는 용돈.

비자금의 이름치고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자금의 출처를 철저히 숨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이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효력도 그러했다.

엘란두르의 핏줄이 아니면 찾을 수조차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네이슨과 로즈웰말고는 적임자가 없었다.

물론 안전의 문제도 우려되었다만.

이것도 네이슨과 로즈웰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다.

둘은 각각 엑스퍼트 상급, 최상급의 경지에 발을 딛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로즈웰은 어느덧 마스터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시가 급하니 바로 준비하거라.”

카이가 없더라도 둘이라면 별 다른 문제가 없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어머니.”

이사벨의 말에 네이슨과 로즈웰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결재서를 챙겨 천천히 이사벨의 집무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

위고의 정보와 아멜리아의 정보.

두 정보가 동시에 가리키는 곳은, 암스베르크라는 영지였다.

제국 남부에 위치한 영지이자.

아벤느가 백작이 관할하는 백작령이었다.

아벤느가 가문.

아벤느가는 제국 남부에 위치한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남부 최대의 곡창지를 보유한 크라우드 백작과 더불어 남부의 명문가로 소문난 가문.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크라우드 가문이 아벤느가에게 감히 견줄 수가 없었다.

물론 크라우드가 시안에게서 1억 골드를 빼앗긴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아벤느가는 크라우드를 제치고 남부 귀족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아벤느가라면··· 이사벨의 본가(本家)가 아니었나?’

다름 아닌 이사벨의 본가가 바로 아벤느가였으니까.

현재 이사벨의 풀 네임은 이사벨 엘란두르.

엘란두르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완전히 엘란두르의 사람이 된 이사벨이었다.

하지만 이사벨이 아직 엘란두르이기 전.

그러니까 이사벨이 듀라크와 결혼하기 전.

이사벨의 풀 네임은 ‘이사벨 아벤느가’였다.

즉, 아벤느가 가문은 이사벨의 본가이자.

엘란두르의 외척이라 할 수 있었다.

엘란두르의 외척.

이 사실 하나만으로 아벤느가는 제국 남부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윽고 한스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소렌과 비자금의 위치를 찾았으니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였다.

소렌을 잡고 비자금을 회수해야만 했다.

물론 소렌이 숨어있는 곳과 비자금이 숨겨진 곳이 같은 곳에 있었으니 같은 일이다만.

“아벤느가와 관련이 있다면··· 저희가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략적인 위치를 알았다만 소렌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소렌을 찾는 정황이 들어나면 아벤느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들어올 터.

그런데 아벤느가의 압박을 무시하며 움직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아무리 위고가 용병왕이라고 한들 안 되었다.

아벤느가를, 엘란두르를 무시하고 행동할 수는 없었다.

제국에서 그게 가능한 인물은 없다고 봐야했다.

그러니.

“내가 직접 잡으러 간다.”

이번 사건은 시안이 직접 나서야했다.

아벤느가의 압박이고 나발이고.

엘란두르의 협박이고 염병이고.

어차피 갈 때까지 간 상황이었으니까.

팔 다리가 잘리냐, 사지가 찢기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혼자서 움직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한스와 위고.

그리고 지금은 없지만 정보를 모아준 다른 한스의 옛 동료들.

그들과 함께 움직일 생각이었다.

이런 위험한 일을 그냥 맡겨둘 수만은 없는 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소렌은 움직이고 있을 터.

크라우드와 영지전이 끝나 당분간 건드릴 놈들도 없겠다.

1억 5천만 골드에 달하는 루벤의 현질도 끝났겠다.

빌어먹을 골드도 더 필요하겠다.

모바일 영주도 기절해 마땅히 할 일도 없겠다.

“지금 바로 출발하자.”

시안은 시간을 끌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시안의 말에 한스와 위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잠깐만요!”

아멜리아가 소리치며 시안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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