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 초월의 현질(1)
시안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박혀 서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크라우드의 백작령을 복속시키는 것도 생각을 안해본 것도 아니었다.
제국 최대의 곡창지를 보유한 크라우드 백작령.
그 백작령을 삼킨다면 1억 골드,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털어버렸다.
지금도 루벤 하나 관리하기도 벅차거늘.
그 넓은 땅을 어떻게 관리한단 말인가.
그리고 아무리 제국 최대의 곡창지라고 한들.
솔직히 따지면 루벤의 농지보다 못했다.
땅 덩어리야 크라우드 백작령이 훨씬 넒겠다만은 생산력 면에서 따라올 수가 없었다.
땅이란 매년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소모된 지력(地力)을 보충하고 채우는 기간이 필요했다.
짧으면 1년에서 2년.
그 기간 동안은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곡창지의 모든 땅에서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루벤은 달랐다.
현질로 덕지덕지 바른 루벤의 농지, ‘은총이 내린 농지 Lv.7’는 달랐다.
씨앗을 심자마자 새싹이 자라나며.
지력(地力)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농지.
세계수, 인스티즈의 축복은 매 순간 신성력을 들이붓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 덕분에 루벤은 매년이 아니라 거진 매달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은총이 내린 농지 Lv.7’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크라우드의 곡창지 전부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모바일 영주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곳, 루벤 뿐이었다.
정확히는 어둠의 숲과 관련이 있는 공간뿐이었다.
뭐, 어쨌든.
괜히 일을 크게 벌릴 이유가 없었다.
액기스만 빨아먹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해서 지금 인벤토리에 찍혀있는 금액.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57,669,840 G
영지전의 전쟁 배상금 1억 골드.
레민턴의 몸값 5천만 골드.
그 둘이 합쳐진 1억 5천만 골드.
듣자하니 크라우드 백작이 제국 전역의 상단을 쏘다니며 빚을 진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골드였지만···.
십시일반으로 모으면 또 모으지 못할 돈은 아니었다.
물론 이를 빌려줄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크라우드 백작령은 이를 충분히 갚을 능력은 되었다.
크라우드의 수 십년의 미래를 담보로 잡으면 말이다.
덕분에 지금 제국에 골드 품종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금광의 노동자들이 3교대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지만.
뭐, 어쨌든.
이런 과정 따위야 솔직히 알게 뭐란 말인가.
그런 건 궁금하지도,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시안이 궁금해하고 또 관심 있어하는 것은 하나.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57,669,840 G
1억 5천만.
···하고도 766만 9,840골드였다.
“······”
시안은 멍하니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아무런,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꿈인가?”
《꿈인가요?》
그저 이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시안은 눈을 비비적, 한 번 비벼보았다.
그마저도 부족해 두 번, 세 번.
셀 수도 없이 비비고 또 비볐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들어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57,669,840 G
그럼에도 숫자가 변해있지 않았다.
1억 5천만 골드.
···하고도 766만 9,840 골드가 더해진 숫자는 달라져있지 않았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하나.
“그렇다면 이건 현실인가!!!”
《그렇다면 이건 현실인가요오옷!!!》
이건 현실이다.
틀림없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 아아아···!!!!”
이건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현실이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벅차오르는 희열에 정신이 잠깐, 나가버렸다.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 사이로 모바일 영주의 발작이 터져나왔다.
“후우···! 후우···!”
그렇게 다시 돌아온 정신.
“지, 진정하자. 지, 진정해야해···!”
시안은 터질 듯한 심장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과한 흥분은 좋지 않았다.
괜히 흥분해서 이성을 잃어서 좋을 건 없었다.
이럴수록 침착하기는 개뿔!
“아아아···!!!”
이 금액을 보고 대체 어찌 침착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진정과 침착이라는 개념을 들이밀 것이 아니었다.
1억 5천만 골드.
이건 그동안 시안이 현질한 모든 골드를 모아야 엇비슷했다.
지금까지 시안이 루벤에 쏟아부은 현질 금액.
여기에 황가에서 보상으로 뜯어낸 골드.
또 엘란두르의 재산을 횡령한 그 골드.
그 골드를 모조리 합쳐야 지금과 비슷한 금액이었다.
이 초월적인 금액 앞에서 어찌 진정과 침착을 들먹일 수 있단 말인가!
“아아아아···!!”
시안은 떨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기에 감전된 것을 넘어 접신까지 이어지는 몸부림.
《끄에에에에에에에에엑!!!!!!》
터져나오는 모바일 영주의 절규 또한 절망으로 가득해져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띠리리링! 띠링!
그렇게 영주성 Lv.3의 시안의 집무실에는 두 존재의 울림이 가득 터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안은 끝내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아···!”
물론 여전히 정신이 아찔했다.
앞에 뭘 했는지 드문드문 기억이 끊겨있었다.
아무래도 정신이 잠깐 날라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이성은 되찾을 수 있었다.
움켜쥔 스마트 폰으로 우우우웅!! 진동이 느껴져왔다.
하지만 시안은 신경쓰지 않았다.
“보나마나 헛소리겠지.”
그야 뻔했으니까.
시안은 떠오른 알림창을 읽지도 않고 X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저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현재 인벤토리에 쌓여있는 골드.
그 골드를 어떻게 현질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였다.
아주 신중하게 말이다.
“음···.”
시안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얽혀오며 복잡해져왔다.
너무도 많은 현질할 거리들.
시안은 차분히 머릿속을 정리하여 우선 순위를 정했다.
일단.
“교육 시설은 지어야 해.”
다름 아닌 교육 시설.
그것도 의학과 관련한 교육 시설이었다.
현재 루벤의 치료사는 엘리 한 명이었다.
엘리 혼자서 루벤의 부상자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다행히 숱한 현질과 세계수, 인스티즈의 효능으로 어찌 버티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엘란두르와의 전면전에서 발생할 부상자들은 아니었다.
그 많은 부상자들을 엘리 혼자서 담당할 수 없는 노릇.
“치료사들이 더 있어야 해.”
엘리 이외의 치료사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의학은 전문적인 분야로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치료사들을 고용하는 편이 현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시적인 미래만 볼 게 아니야.”
당장의 앞길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의학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시안은 단순히 의학이라는 분야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안이 교육 시설을 짓는 이유가 비단 의학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멜리아도 새로운 상단원들을 교육하면 좋겠지.”
엘리뿐만 아니라 아멜리아 또한 상단원들을 교육할 수 있었다.
또 그 뿐이랴.
드워프의 족장, 세미르는 야금학을 가르칠 수 있었고.
다크 엘프의 전 숲지기, 아스란디즈는 마법학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비록 힘을 잃었다지만 8위계(位界)에 닿았던 지식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
여기에 현재 한스 혼자 담당하고 있는 행정일.
한스의 일을 보좌할 행정관들을 또한 교육할 수 있었다.
공학, 농학, 군사학, 행정학, 지리학, 법학, 경영학 등등.
모든 학문에 걸쳐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시안은 루벤의 방벽과 더불어 군사적인 부분.
그리고 생산력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적으로 현질을 했었다.
그 덕분에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적으로 보이는 성장일 뿐.
내부적인 측면으로는 그닥 발전되어 있지 않았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해야할까.
영지의 일들을 거의 모두 시안 혼자서 처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한스를 비롯한 여러 인재들이 도와주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이야 어찌저찌 버티며 넘겨오고 있다만.
루벤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는 더욱더 큰 문제로 다가올 터였다.
이미 다크 엘프들이 합류한 이후 점점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내실적인 부분도 튼튼히 다져야할 때.
해서 시안은 이번 기회에 내실을 다지고자 생각해두고 있었다.
《뭐든지 가르쳐 드려요! 아카데미 Lv.1》 (3,500,000 G)
『▶ 인재 양성은 사회 발전의 근본이자 초석!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은 중요시 여겨져왔죠!
교육은 학문적인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지분간 못하는 어린 아이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드는 과정!
무엇이 나쁘고, 옳은 지를 알려주고!
또래의 아이들과 교류하여 사회성을 길러주고!
무엇보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지침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의미로 교육은 예로부터 백년지대계라 하였죠!
지금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크나큰 계획!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백년은 좀··· 심하죠
인재를 육성하는데 백년이 걸리면 그 동안의 사람들은 다 죽어나가게요?
지금 당장 인력이 필요한 실정인데 말이죠!
그렇기에 쉽사리 손을 댈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교육!
그렇기에 모바일 영주가 준비한 ‘뭐든지 가르쳐 드려요! 아카데미 Lv.1’
여기 아카데미에선 1년이면 충분합니다!
딱 1년이면 당신도 분야의 전문가!
물론 교육자가 뛰어나야함은 변함 없지만.
그래도 100년을 1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요?
백년지대계?
댓츠 노노!
일년지대계!
영지에 인재가 없으시다고요?
앞으로의 영지 계획을 기똥차게 만들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이 ‘뭐든지 가르쳐 드려요! 아카데미 Lv.1’를 지어보세요!』
.
.
영지민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아카데미.
그리고 교육이란 단순히 아카데미라는 건물만 있다고 하여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상서고(萬狀書庫) 도서관 Lv.1》 (5,000,000 G)
언제든 지식들을 보관하고 꺼내쓸 수 있는 가르칠 도서관이 필요했고.
《해치지 않아요! 의학 실험실 Lv.1》 (950,000 G)
《연습은 실전처럼! 실습실 Lv.1》 (850,000 G)
《도전해봐요! 연습실 Lv.1》 (700,000 G)
.
.
학생들이 직접 실험하고 실습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
《난 이런 걸 배웠수다! 학회 Lv.1》 (6,000,000 G)
배운 바 지식을 자유로이 토론할 수 있는 공간까지.
이외에도 수많은 부속 시설들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내실이라 함은, 단순히 교육이라는 분야에 집중되지 않았다.
《꿰뚫어보마! 정보기관 Lv.1》 (3,500,000 G)
어둠의 숲이라는 지리적인 단점 때문에 뒤쳐져있던 정보전에도 신경을 써야했고.
《하수도 시설 Lv.1》 (100m 당 10,000G)
《폐기물 처리장 Lv.1》 (950,000 G)
《아나바다 재활용 센터 Lv.1》 (800,000 G)
대충 땅에 묻거나 버려두었던 폐기물 관련 시설까지.
그 동안 대충 넘겼던 사소한 것들을 튼튼히 다져야했다.
시안이 항상 염두에 두고 있던 사항들이었다.
그러나 쉽사리 손을 대고 있지 못한 사항들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골드가 필요했으니까.
어마어마하다 못해 천문학적인 골드가 필요했다.
최소 수 천만.
어쩌면 억 단위가 들어갈지도 모를 일.
그렇기에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큰 상관이 없었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57,669,840 G
인벤토리에 말도 안되는 골드가 들어있었으니까!
툭 까놓고 말할까.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겨 견적을 짜본 바.
“골드가 남아···?”
이럼에도 골드가 남았다.
저 내실들을 탄탄히 다져도 골드가 한참이나 남았다!!
그야말로 돈이라는 개념을 살짝 초월한 단위.
1억 5천만 골드를 그런 돈이었다!
“아아아아···!!!”
시안은 차오르는 희열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건물들이 지어지고 완성되는 시간이 있었다.
건물들만 현질한다고 곧바로 건물들이 모두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거야 뭐···.
시안은 희번뜩한 눈으로 스마트 폰을 바라봤다.
그 순간.
띠링!
《제, 제가 이런다고 겁낼 것 같아요?!》
시안의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화면 가득히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니에욧! 지, 진화한 킹바일 영주!》
《숱한 점검으로 강해지고! 강해지고! 또 강해진 키, 킹바일 영주!》
모바일 영주는 호기롭게 소리쳐왔다.
다만, 알림창이 떠오를 때마다 우우웅, 진동이 일어왔다.
어째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시안은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을 무시한 채, 현질할 시설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럼 가볍게 3천만 골드 정도 질러볼까.”
《강해진 킹바일 영주는 그 어떤 인과도 두렵지─.》
꾹.
《않다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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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길게 내려앉은 적발이 휘날리며 아멜리아가 걸음을 멈춰선 곳.
그건 다름 아닌 루벤의 중심이자 세계수, 인스티즈가 있는 장소였다.
걸음을 멈춰선 아멜리아는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그리고 인스티즈의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자.
“세라. 역시 여기 계셨네요.”
인스티즈 위에 누워있는 세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크 엘프의 전 숲지기 아스란디즈의 딸, 세라.
세라는 루벤에서 그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발견될 때면 거진 인스티즈 위에서 발견되곤 했었다.
정확히는 인스티즈 위에서만 발견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모든 시간을 인스티즈와 보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뭐, 숲과 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엘프라는 종족의 정체성.
그걸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만 세라는 그 중에서도 유별난 것 같았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다크 엘프의 생태였다.
시안이 그런 다크 엘프의 생태에 맞게 집을 지어주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야단이 나도 벌써 났을 것이 분명했다.
뭐, 어쨌든.
“응? 누구야?”
아멜리아의 목소리에 세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아멜리아다.”
배시시, 웃으며 세라가 아멜리아를 반겼다.
그 모습이 참으로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워보였다.
아멜리아도 싱긋, 웃으며 천천히 세라에게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야 아멜리아?”
“다름 아니라.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물어? 뭘? 날? 왜? 안돼. 물지마.”
그러자 세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듯 흔들렸다.
아무래도 아멜리아의 말을 오해한 듯 싶었다.
아멜리아는 살짝 손을 저으며 말해다.
“아뇨. 그 문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니, 그보다 제가 세라를 물리가 없잖아요?”
“정말?”
“당연하죠. 대체 절 뭐라고 생각하고 계신 거예요?”
아멜리아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세라는 몸을 움찔, 떨어보일 뿐이었다.
아멜리아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됐어요. 그보다 세라. 세라는 흑마법사라고 했죠?”
“응. 맞아. 난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세라는 힘차게 대답을 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건 갑자기 왜? 아멜리아 마법에 관심 있어?”
세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아니다. 맞아요. 마법에 관해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아멜리아는 살짝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세라. 제가 알기로 마법이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맞나요?”
“아니. 전혀 그렇지 않은 걸.”
“네? 아니예요?”
“응. 전혀.”
“그럼··· 뭐예요?”
“움···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하지?”
세라는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퍼뜩,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잘 봐, 아멜리아.”
이윽고 세라가 손을 펼쳐보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공기가 작게 진동하더니, 곧 세라의 손 위로 퐁, 주먹만한 물덩이가 떠올랐다.
“와!”
그 모습에 아멜리아가 탄성을 터트렸다.
말 그대로 갑자기 나타난 맑고 투명한 물덩이.
이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세라는 부정을 해보였으나 아멜리아에게는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이윽고 세라가 반대손을 펼쳐보였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주변으로 공기가 작게 진동하더니.
이번에는 화르륵, 주먹만한 불덩이가 세라의 손 위로 떠올랐다.
놀라는 심정도 잠시.
세라가 불덩이를 물덩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그 열기를 흡수한 물덩이가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아멜리아. 지금 이 물이 끓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리고 들려온 세라의 물음.
아멜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야 세라가 불로 물을 끓이고 있으니까요?”
“맞아. 불로 열을 전달했으니까 이 물은 끓어오른거야. 이건 딱히 신기하지 않지?”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의 말마따나 그건 당연한 현상이었으니까.
세라는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이건 어때?”
그와 동시에 세라가 들고 있던 불덩이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에 따라 끓던 물도 열기를 식어야만 했건만.
어찌된 일인지 물은 계속해서 열기를 더해가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지금 이 물이 끓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어···.”
아멜리아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그 이유를 몰랐으니까.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현상.
뭐라 답을 하지 못하고 있자니, 세라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해왔다.
“정답은 불로 물을 끓이고 있기 때문이지!”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불로 물을 끓이고 있다뇨? 지금 아무것도···.”
“자 봐.”
세라가 아멜리아의 얼굴 가까이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세라의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투명한 아지랑이.
“어머. 불을 계속 피워올리고 있었어요?”
“불을 투명화 마법으로 감춘 거야. 어때? 감쪽같지.”
아멜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는 그제서야 소환한 불덩이와 물덩이를 흩어버렸다.
“마법이라는 것도 이와 똑같아. 알고 보면 당연하게 일어난 현상이지만, 그 이유를 인지하지 못하면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일 뿐이지.”
그리고 이어진 세라의 말.
“방금 전에 물이 끓는 이유인 불을 아멜리아는 ‘인지’하지 못했잖아. 그래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던 거고. 이처럼 마법을 잘 모르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마법을 보면 ‘갑자기’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아···.”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럼 방금 세라가 물과 불을 소환한 것도요?”
“아멜리아가 인지하지 못했을 뿐. 다 마땅한 이유가 있었어.”
“그게··· 세계의 법칙을 조정한다는 건가요?”
“조금 더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이해한다면 맞아.”
세라의 답에 아멜리아는 그때서야 마법이란 것을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보다 대단한데 아멜리아? 거기까지 단번에 이해하다니. 마법에 재능이 있는걸?”
“그, 그런가요?”
“그럼. 나는 이걸 이해하는데 한나절이나 걸렸는걸···.”
그러면서 세라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멜리아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말은 저렇게 해도 세라는 수준 높은 흑마법사임은 변함 없었다.
지금 당장 마법에 대해 1도 모르는 아멜리아를 이해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풀어 설명하는 것.
그건 해당 지식을 완벽히 이해했으며.
분야에 상당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아마 세라가 해당 개념을 배울 때는 복잡하게 배운 것이겠지.
뭐, 아무튼.
“그럼 있잖아요. 세라.”
아멜리아는 세라를 부르면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아멜리아의 시선으로 비치는 주변의 풍경.
다름 아닌 루벤의 풍경.
꽈꽈꽈꽝!!
뚝딱뚝딱!
쿠구구구궁···!
“루벤이 저러는 건, 대체 제가 뭘 인지하지 못한 걸까요?”
아멜리아는 지금 루벤의 풍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벤의 전역으로 건물과 자재들이 건설되고 있는 풍경.
저절로 도로가 깔리고.
저절로 건물들이 지어지며.
새로이 공간이 확장되고, 다듬어지는 장엄한 풍경.
솔직히 말하면 이미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 풍경이었다.
꽈꽈꽈꽝!!
뚝딱뚝딱!
쿠구구구궁···!
그런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대체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니, 적응이라는 걸 할 수가 있을까?
마법 같다, 라는 말이 딱 어울릴 풍경.
그리고 세라의 설명대로라면 저 마법은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루벤에 괜히 저 혼자 뒤집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필시 어떤 ‘이유’가 있기에 저 지랄··· 아니, 저러는 것이었다.
물이 끓어오른 이유인 불이 있던 것처럼.
루벤이 저 지랄··· 아니, 저러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단지 아멜리아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대체 뭘까요?”
그런데 그게 대체 뭐란 말인가!
아멜리아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라를 찾아왔다.
수준 높은 마법사인 세라라면 저 현상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아멜리아는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세라는 그런 아멜리아의 눈을 슬금슬금, 회피했다.
“모, 몰라···.”
그리고 나지막히 들려오는 세라의 중얼거림.
세라는 몸을 잘게 떨고 있었다.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마주한.
보아서는 안되는 차원 너머의 진실을 마주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 나도 모르겠어···.”
세라의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듯 심히 떨려왔다.
아멜리아는 그런 세라에게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꽈꽈꽈꽝!!
뚝딱뚝딱!
쿠구구구궁···!
그야말로 생지랄을 하고 있는 루벤의 풍경.
역시.
세라도 저 지랄을 설명할 수는 없었나보다.
“저게 진짜 마법이 아닐까···?”
“역시 그런 거겠죠?”
아멜리아와 세라.
루벤의 두 여인은 그렇게 멍하니 루벤이 지랄··· 아니, 발광··· 아니, 염병 떠는···.
“······”
“······”
아무튼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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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안돼···.”
시안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431,430 G
현재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골드 약 43만 골드.
현질로 인해 소모된 골드는 157,240,410.
1억 5천만 하고도 720만 골드가 사라진 격이었다.
말도 안되는 금액이 눈앞에서 증발했고.
그렇기에 시안은 현재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말로 시안의 정신을 빼놓은 것은 그러한 사실이 아니었다.
실로 말도 안되는 금액이 증발하기는 했지만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은 상태였다.
처음부터 돈을 아낄 이유도, 아낄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의 현실이 비록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며, 무질서하고, 뒤숭숭함과 동시에 혼탁한 현실이라 해도.
설령 아찔하고 복잡해서 머리가 띵한 현실이라 해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어떻게든 이해하고 용납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
《끄, 끄으윽···!!》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가, 강해진··· 킹바일··· 영주우···!!》
《어떠언···! 인과도.. 쿨럭···! 두렵찌 안따···!!》
기절하지 않은 모바일 영주의 상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