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88화 (188/322)

§ 188화 - 단련

루벤에 위치한 ‘신병(神兵) 훈련소 Lv.7’

루벤의 병사들이 훈련을 하는 곳이자 현재는 대련의 장으로 변한 이곳.

한창 대련으로 시끌벅적해야할 훈련소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한데 모여 숙덕거리고 있었다.

“하느아아아!”

다름 아닌 훈련소 한 쪽 구석.

뜬금없는 운동을 하고 있는 시안 때문이었다.

뜬금 없다기보다는 어마어마한 중량을 달고 운동하는 시안 때문이었다.

“벌써 몇 개 째야···?”

“몰라. 400개 이후로 세진 않았어.”

저게 사람이 들 수 있을까 싶은 중량.

시안은 그 중량을 매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꽈드드드득!

시안이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저러다 쓰러지시는 거 아니야?”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저거 운동을 하는 건지, 몸을 혹사시키는 건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이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건 도무지 사람이 할 수 없는 중량이었으니까.

시안의 몸은 딱히 우락부락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근육의 흉측함이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 말도 안되는 운동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저게 가능한··· 일이라고?”

역시나 로열 나이츠들은 경악 어린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런 시선들을 한아름 받는 가운데.

정확히는 그런 시선들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두우우우울!!”

시안은 계속해서 운동을 이어나갔다.

꽈드드드득!!

그럴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혹사시키는 근력 운동.

그리고 시안이 이 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부작용이 똑같을 줄 누가 알았냐고.’

다름 아닌 메긴기요르드의 부작용.

사용자의 힘을 증대시켜주나 신체가 그 반동을 견딜지는 사용자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이 이 미친 운동을 하고 있는 이유.

‘부작용을 견딜 신체를 만들어야 돼.’

증폭된 힘을 견딜 단단한 신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만, 10배에 달하는 부작용을 견딜 신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성장 버프의 조정을 받고 있다 한들.

10배에 달하는 부작용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으니까.

그렇기에 메긴기요르드는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5,000만 골드짜리 장식품.

하지만 천만 다행히도 그 수치를 조절할 수 있었다.

허리띠를 조이는 정도에 따라 증폭되는 수치도 달라졌다.

허리띠를 조이면 조일수록, 증폭되는 힘의 수치가 증가하는 방식.

최대치는 10배. 최소치는 2배.

하지만 시안은 멋도 모르고 최대치로 조여버렸다.

‘그리고 그 꼴이 났지.’

물론 단번에 오우거들을 베어낸 건 딱히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또 다시 그 꼴을 겪으라고 한다면···.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경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로 죽을 뻔 했으니까!

다행히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재빨리 치료소로 갈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또 세계수, 인스티즈의 축복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치료소를 Lv.7로 업그레이드 했기에 망정이지!

그리고 엘리의 치료 실력이 뛰어났기에 천만 다행이었지!!

안 그랬다면 그대로 죽어버렸을 터였다.

실제로도 엘리가 시안의 상태를 보고 얼마나 기겁을 하던지.

정신이 없던 터라 잘 기억은 안난다만.

흐릿한 기억 속으로 엘리가 거의 울먹이며 시안을 치료 했었다.

그래도 치료는 무사히 끝이 났고.

다행히 상태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세에에에엣!!”

정확히는 이런 중량 운동을 이어갈 만큼 완치될 수 있었다.

꽈지지지직!

동작과 함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 역시 정확히 말하면···.

근육이 찢어지고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찢어짐과 동시에 금방 회복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세계수, 인스티즈의 축복.

회복 속도가 +7,000%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근육이 찢어지고 회복될 때마다 시안의 근섬유들이 보다 오밀조밀 해졌다.

밀도가 좀 더 압축되며 보다 폭발적인 힘을.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한 내구성을 지닌 근섬유로 변모해갔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메긴기요르드의 온전한 성능을 끌어쓰려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안이 하고 있는 이 중량 운동.

이건 어느 정도 마력의 힘을 빌리고 있는 상태였다.

마혼제법의 구결을 되뇌이며 마(魔)의 힘을 끌어쓰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정도 중량을 매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수한 근력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만··· 그래도 뭐.

마혼제법의 수련 또한 동시에 되었기에 시안은 지금의 수련 방식을 고집했다.

“네에에에엣!”

다만, 그 광경이 조금··· 괴랄하게 느껴질 뿐.

“드아서어어엇!”

시안은 계속해서 수련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시안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하아아앗!”

생기 가득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운동을 멈추고 바라본 그곳.

그곳엔 맹렬한 기세로 검을 휘두르는 금발의 사내.

다름 아닌 황태자, 콘라드가 있었다.

시안과 마찬가지로 콘라드는 또한 훈련소에서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레아에게 배우고 익힌 샤를롯의 검술.

“하아앗!”

그것을 몸에 각인시키고자 쉼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물론 콘라드가 이곳, 훈련소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영주성의 연무장이 있었으니까.

마찬가지로 시안 또한 이곳, 훈련소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시안과 콘라드가 훈련소에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연무장을 아작내실 줄은···.’

콘라드가 연무장을 아작내버렸다나 뭐라나.

레아의 증언에 따르면 콘라드가 샤를롯의 검술을 시전하던 와중.

그대로 연무장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뭐, 켄드릭과의 대련에서 시안이 한 번 아작낸 연무장이긴 했다.

한 마디로 이미 간당간당했던 연무장이긴 했었다.

‘그래도 연무장을 부실 정도라니.’

그만큼 콘라드가 시전한 샤를롯의 검술이 어마어마했다는 것.

직접 그 광경을 보지는 않았지만···.

지난 번에 오우거의 손목을 자른 것만 봐도 얼추 알 수 있었다.

질기고 질긴 오우거의 가죽과 골격을 일격에 자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일반 오우거도 아닌 광폭화가 진행되어 마수화 된 오우거였다.

웬만한 엑스퍼트 기사도 쉬이할 수 없는 일.

샤를롯의 검술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콘라드의 재능이 뛰어난 건지.

‘왜 내 주변엔 죄다 천재들밖에 없는 거야.’

역시나 둘 다 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니 한시라도 쉴 틈이 있을까.

“여으어서서어엇!!”

시안은 다시금 중량 운동을 반복했다.

그리고 콘라드 또한 계속해서 샤를롯의 검술을 수련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우리···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요?”

“어··· 어어···?”

루벤의 병사들을 비롯한 로열 나이츠들의 입지가 상당히 난감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기를 보라.

정신 나간 수련을 하고 시안.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콘라드.

한 명은 루벤의 영주요.

다른 한 명은 제국의 황태자였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모시는 주군이었다.

그런 주군이 솔선수범을 보이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

“······”

“······”

루벤의 병사들은 병사들대로.

“······”

“······”

로열 나이츠들은 로열 나이츠대로.

서로 마주보는 시선.

“바로 한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나도 한 수 부탁하네!!”

그렇게 루벤에는 때 아닌 수련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뭐야? 왜들 저래?”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시안은 어리둥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 누가 봐도 수련을 하고 있는 건 알겠다.

그리고 수련을 하는 거야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위! 아래! 아래! 위!”

“으아아아아아아─!”

저게 수련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조금 더! 조금 더! 강하게 때려주십쇼!!”

“이번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때릴 것이야!!”

저건 그냥 미친놈들이지 않은가.

저게 어딜 봐서 수련이란 말인가.

하지만 뭐···.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훈련소에는 각자 수련의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체력적인 한계를 맞이며 모두가 지쳐갈 때 쯤.

“점심 가져왔어요!”

“다들 잠시 쉬었다가 하세요!”

훈련소 밖으로 점심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끈한 수련의 열풍은 그때서야 잠잠해질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조,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었다가 하는 게 어뜨은가···”

“도, 도으이합니다···!”

말조차 뭉개지는 체력의 한계.

점심이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마 모두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루벤의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로열 나이츠들이 몸을 후들후들 떨며 걸어나갔다.

시안 또한 마침 출출했기에 그들을 따라나서려던 찰나.

“공자님. 공자님 건 제가 따로 가져왔어요.”

한쪽에서 시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다름 아닌 태양빛을 닮은 금발의 미녀, 엘레나가 도시락을 한아름 싸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시안은 그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춰섰다.

황녀가 싸온 도시락.

심지어 엘레나가 직접 만든 도시락이었다.

지난 번, 만두를 만들어오더니 요리에 푹, 빠진 것일까.

엘레나는 종종 시안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었다.

아니, 거의 매끼를 만들어주다시피했다.

대체 세라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원.

그래도 뭐···.

다나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은 있었기에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공자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만들어왔어요.”

본인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건 없느냐?”

그 순간 시안의 뒤쪽으로 콘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콘라드가 성큼, 시안의 옆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오라버니 것도 가져왔죠.”

엘레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가져온 돗자리를 펼쳐 그 자리에 도시락을 세팅해보였다.

“내 살다살다, 엘레나가 직접 해주는 음식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만.”

콘라드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돗자리 위에 자리했다.

그리고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또·· 만두인 것이냐?”

그리고 곧바로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며칠 째 만두만 만들어오고 있다는 자각은 하고 있는 것이지?”

“싫으시면 안 드셔도 돼요. 오라버니 드시라고 만든 것도 아닌데요.”

“누가 싫다 했느냐. 그냥··· 조금은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말이었다.”

콘라드는 투덜거리면서도 도시락 위의 만두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우물우물.

“맛은··· 있구나.”

또 다시 만두 하나를 집어들었다.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콘라드 옆에 자리했다.

그리고는 콘라드와 마찬가지로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때요?”

그러자 엘레나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왔다.

조금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엘레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 지.

호기심 가득한 두 눈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엘레나의 모습에 뭐랄까···.

요즘 들어 엘레나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전에는 청순한 미모에 조금은 차가운 분위기가 있던 엘레나였다.

뭐, 지금도 평상시에는 차가운 분위기가 흘렀다.

그런데 지금 이럴 때에는 어딘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세라와 만두를 만들어오고 나서부터 였던 것 같은데···.

세라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를 일이었다.

“맛있네요.”

“정말요?”

엘레나가 화색을 띠며 좋아했다.

역시,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엘레나의 모습.

정말이지 세라와 뭔 일이 있었는지 다시금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시안은 또 하나 만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불평없이 만두를 먹는 시안의 모습 때문일까.

“자넨 질리지도 않는가?”

가만히 있던 콘라드가 문득 시안에게 물어왔다.

시안은 만두를 꿀꺽, 삼키며 답했다.

“딱히요···? 실은 제가 뭐든 쉽게 질려하는 스타일은 아니기는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 며칠 새 만두만 먹지 않았는가. 대체 이 만두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일단 먹기 간편하지 않습니까. 빨리 먹기도 좋고, 먹으면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또 남는 시간에 일이나 수련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덥썩.

“맛있징 않습니깡.”

“자네도 참···.”

콘라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안은 입 안의 만두를 음미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공 전항.”

꿀꺽.

“레아는 어디가고 혼자서 수련하고 계십니까?”

그도 그럴 것이 본래라면 레아가 붙어서 콘라드에게 검을 알려주어야했다.

그러나 콘라드는 현재 혼자서 샤를롯의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분관조님께서··· 아니, 레아님께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을 다 알려줬다고 하셨네.”

“아.”

이어진 콘라드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레아의 기억이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천 년의 세월에 흘러 가물가물해진 기억.

레아가 샤를롯의 여동생이라 한들, 천 년의 기억은 너무도 오래되었다.

물론 지난 번처럼 시안의 도움이 있다면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시안 또한 어깨 너머로 본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한 마디로 콘라드가 배울 수 있는 샤를롯의 검술은 여기까지였다.

그래도 뭐···.

콘라드는 그닥 실망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쉽긴 하지만··· 솔직히 이 마저도 아직 소화해내지 못했네.”

알려줄 수 있는 샤를롯의 검술이 일부였다고 한들.

그것을 소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콘라드는 그마저도 아직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해서 콘라드는 혼자서 샤를롯의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된 수련 속.

샤를롯의 검술이 지닌 위력을 몸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난 번처럼 나서시면 절대 안됩니다.”

오우거를 상대로 달려든 것이 말이다.

물론 필리프가 위험한 상황이기는 했다만.

“그때 예일 경과 필리프 경이 어찌나 기겁을 했는지 아십니까?”

황태자가 직접 나선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아니, 지금 말이 나와서 그렇지.

“무엇보다 저도 어찌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농담이 아니라 놀라다 못해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오우거가 습격해왔다는 말에 곧바로 달려나갔건만.

콘라드가 옆으로 따라붙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진짜 만에 하나.

생각하기도 끔찍하다만 정말 만에 하나.

콘라드가 다치기라도 했어봐라.

그야말로 대참사 중에 대참사였다.

그리고 정말 천만에 하나.

콘라드가 죽기라도 했으면 정말···.

“그래도 자네가 해결해주지 않았는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시안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콘라드의 말마따나 시안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콘라드는 그대로 오우거의 주먹에 짓뭉개졌을 터였다.

그리고 이 역시 말이 나와서 하는 거다만.

애시당초 시안은 오우거의 주먹을 막을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정말 눈꼽만큼도.

일말의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다.

세상 어떤 미친놈이 오우거의 주먹을 정면으로 막는단 말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시안은 오우거의 주먹을 막을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콘라드 대신 얻어맞을 각오로 몸을 들이민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뭐···.

메긴기요르드의 괴랄한 성능 덕에 어찌 잘 해결이 되엇다만.

반대로 말하면 메긴기요르드가 없었더라면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쳤을 상황이었다.

‘결국 내가 다치긴했다만.’

부작용으로 전신의 근육이 모조리 찢겨나감으로써 말이다.

뭐, 아무튼.

“전하께서는 황태자이심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전하에게 딸린 목숨이 몇 개인 줄 아시고 그런 행동을···.”

“하하. 알겠네. 내 다시는 함부로 나서지 않겠네.”

콘라드는 시안의 잔소리에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 콘라드의 모습에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있는 잔소리, 없는 잔소리 모조리 내뱉고 싶었다만.

뭐, 어쩌랴.

신분이 깡패인 것을.

그리고 뭐···.

콘라드가 나선 것이 마냥 안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샤를롯 대제의 검술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네.”

다름 아닌 샤를롯의 검술이 갖는 위력.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콘라드가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레아에게 배운것은 일부분에 불과했고 그 마저도 소화해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불완전하다 못해 맛보기에 불과했거늘.

그것만으로도 광폭화와 더불어 마수화가 된 오우거의 손목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샤를롯 대제의 검술을 완벽히 복원하는데 1억 5,000만 골드가 필요하다고 했었지.”

시안을 바라보는 시선.

“내 돌아가는 즉시, 폐하와 상의를 해보겠네. 아니, 폐하를 설득해보겠네.”

콘라드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확고한 콘라드의 의지가 느껴졌다.

도박을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말이다.

역시, 맛보기로는 제격이었던 것 같았다.

콘라드가 황제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황제가 시안의 사지를 찢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뭐···.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어차피 내 돈 아니니까.

시안은 도시락 위의 만두를 다시 하나 집어들었다.

‘그나저나 나도 다음 마혼수라검을 수련해야하긴 해야하는데···.’

근력 수련도 근력 수련이다만.

그래도 마혼수라검의 수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이 모든 수련이 카일의 검, 마혼수라검을 배우기 위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음 단계의 마혼수라검을 배워야했건만.

문제는 150만 골드를 현질을 할 골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멜리아가 언제쯤 오려나.’

물론 그 자금을 벌기 위해 아멜리아가 상행을 떠난 상황이었다.

아멜리아가 돌아오면 패키지를 현질할 골드는 충분했다.

‘그래도 괜찮아져서 다행이지.’

정확히는 정말로 괜찮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만 아멜리아는 씩씩하게 상행을 떠났다.

아멜리아답다면 아멜리아다운 모습.

아멜리아는 강인한 여인이었다.

뭐, 어쨌든.

아멜리아가 말한 예상 수익은 약 770만 골드.

어마어마한 돈이었으나 마냥 그렇지만도 않았다.

모바일 영주 앞에서 그야말로 뚝딱이었으니까.

그러니 계속해서 골드를 벌어야만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마땅한 방법이···.

“도련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역시나 한스가 시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 옆에 앉아있는 콘라드와 엘레나를 확인하고는 한스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와 황녀님을 뵙습니다.”

“되었네. 매일 얼굴 보는 사이거늘, 매번 예를 차릴 필요는 없네.”

콘라드는 손을 휘휘, 내저었고.

엘레나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한스는 그때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였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실은··· 황가에서 영지전에 관한 통지서를 보내왔습니다.”

“영지전?”

시안의 말과 동시에 콘라드와 엘레나의 눈이 치켜 떠졌다.

영지전이라 함은 다름 아닌 엘란두르와의 결전을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콘라드와 엘레나가 있을 때는 잠잠할 것이라 생각했거늘.

이제 곧 떠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시안은 표정을 굳이며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런데 그게···.”

한스의 표정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정확히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빠를 듯 싶습니다.”

결국 한스가 품 속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내들었다.

시안은 그것을 받아들었고, 또 내용을 천천히 확인했다.

서신의 내용은 역시나 영지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스의 말대로 영지전이 이루어질테니 준비를 하라는 내용.

여기까지는 별 반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서신의 마지막 내용.

그곳엔 루벤에게 영지전을 걸어온 가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

그리고 그 가문은 예상과는 달리.

“엘란두르가 아니야···?”

엘란두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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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런 다르칸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황궁.

“그러니까··· 크라우드 백작가에서 루벤을 상대로 영지전을 신청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소!!!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 대가를 받아낼 것이오!!!”

분개하는 크라우드 백작의 외침에, 황궁 서기관은 살짝 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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