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장막 속의 진실(2)
승천한 콘라드의 어이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멍한 정신, 얼빠진 표정.
콘라드는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1억 5,000만 골드.
1억 하고도 5,000만 골드가 더해진 금액.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니,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어떠한 표현으로도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4인 가족의 생활비와 같은 비유도 억이라는 단위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한 마디로 돈이라는 개념을 잠깐 초월한 단위.
“미안하네. 내가 잘 듣지 못했네.”
해서 콘라드의 뇌가 받아들인 정보는 오류였다.
그러니까. 청각이라는 감각이 일으킨 오류.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설명이 불가하지 않은가.
하지만.
도리도리.
시안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살며시 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콘라드의 뇌가 인지한 정보는, 다시 한 번 오류.
그러니까, 시각이라는 감각이 일으킨 오류였다.
콘라드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다섯 가지의 감각 중 2가지 감각이 고장 나 버리다니.
아무래도 그 동안의 피로가 누적되고 누적되었던 걸까.
신체 기능이 일부분 고장난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바라본 시안의 표정이 영 심상치 않았다.
“농담도 과하군 자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콘라드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1억 5,000만 골드라니.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농담도 이 정도면 조롱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진짜 왜일까.
바라본 시안의 표정은 농담이나 장난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시안은 콘라드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두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헛기침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말을 정정하지 않았다.
저것이 가리키는 진실은 하나.
해서 콘라드의 뇌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아, 1,500만 골드를 말하는 것이었나?”
인지 부조화였다.
그래, 1,500만 골드였을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1억 5,000만 골드나 된단 말인가.
그건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1억··· 5,000만 골드입니다 전하.”
다시 한 번 귓가에 박히는 시안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말 같지가 않았다.
“······”
콘라드의 어이가 다시 한 번 승천했다.
그런 어이를 따라 정신이 같이 출타했다.
그리하여 내려앉는 정적.
시안은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당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말이야 있기는 있었다.
소실된 샤를롯의 검술.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면야 그깟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비싼 것도 아니었다.
아르나이즈의 리더였던 샤를롯.
그런 샤를롯의 검술에 매겨진 값어치치고는 비싼 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싼 가격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지금··· 할 말이란 말인가?”
내 돈 아니니까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시안은 콘라드의 시선을 회피했다.
콘라드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막말로 당장 카일의 검이 1억 5,000만 골드였다?
아르나이즈고 나발이고, 염병이고.
아마 모바일 영주를 똥통에 쳐박아 둘 터였다.
그렇기에 지금 콘라드의 반응은 꽤나 양반이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확실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샤를롯의 전당>을 개방해서 샤를롯의 검술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 불확실성에 1억 5,000만 골드를 태운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승부를 건다?
일단 시안은 하지 않을 도박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래도 가능성이라는 것이 꽤나 높게 존재했거니와.
이 역시 솔직히 말하면···.
‘아님 어쩔 수 없고.’
내 돈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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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드는 한동안 그 자리에 박혀 서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콘라드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답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네.”
또한 콘라드는 그 답을 미루었다.
샤를롯의 검술은 무한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으나 1억 5,000만 골드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루벤의 여행 경비로 가져온 것은 있었지만 100만 골드 내외.
이것도 로열 나이츠 2,3 기사단을 대동한 터라 넉넉히 가져온 금액이었다.
그렇기에 콘라드의 호주머니에는 1억 5,000만 골드가 없었다.
아니, 세상 누가 1억 5,000만 골드를 들고 다닌 단 말인가.
“이 문제는 폐하와··· 긴히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네.”
무엇보다 1억 5,000만 골드는 콘라드로서도 고민을 해봐야했다.
고민 정도가 아니라 황가의 기둥을 모조리 갈아 엎어야만 했다.
지난 날, 시안에게 2,000만 골드를 하사할 때도 잡음이 많았거늘.
이건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였다.
당연히 콘라드 혼자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
황가로 돌아가 황제와도 대화를 해봐야하는 일이었다.
아주 깊이 있고, 심도 있으며, 무게 있고, 진중 하며, 의미도 있고, 가치 있는···.
뭐, 그런 대화를 말이다.
어쨌거나 루벤에 있는 지금은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시안 또한 콘라드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시안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1억 5,000만 골드를 꽁으로 벌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은가.
엄밀히 따지면 꽁은 아니다만 그래도 비슷한 의미였다.
그리고 1억 5,000만 골드는 아무리 황가라도 쉬이 결정할 금액은 아니었다.
쉬이 결정하기는 무슨.
아마··· 발루아가의 귀에 들어가면 시안의 사지를 찢으려 들 터였다.
이번엔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럴 지도 몰랐다.
저거 가만 두면 제국을 재정파탄 시킬 반역자라면서 말이다.
그러니 보여줘야했다.
샤를롯 검술이 갖는 가치를 말이다.
단순히 말로만 ‘가능하다.’ 라고 하는 것보다는 한 번 보여줘야만 했다.
그리하여 콘라드가 눈이 돌아가게끔.
확실하지 않은 일에 도박을 할 수 있게끔.
한 번도 한 적은 없어도, 한 번만 한 이는 없다.
그 지고불변의 진리를 실현시켜야만 했다.
해서 영주성 Lv.3에 위치한 연무장.
시안은 연무장 한 편에 서서 가볍게 검을 들어보였다.
켄드릭과의 대련에서 부서진 잔해들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공간은 있는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시안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암전된 시야.
그 시야 속으로 아주 오래 전, 가문에서의 기억을 떠올랐다.
사실 시안은 가문에서의 기억이 없었다.
무시와 괄시.
로즈웰과 네이슨에게 괴롭힘을 받았던 기억.
기억이라기보다는 트라우마.
추억이라 부를 만한 기억은 없었다.
그나마 어머니, 세실과의 기억이 추억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를 꺼려했다.
간혹 떠오르는 기억에도 시안은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떠올려라··· 떠올려라···!’
시안은 필사적으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1억 5,000만 골드가 걸려있는 기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1억 5,000만 골드가 걸려있었으니까!
콘라드에게 알려주는 샤를롯의 검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억 5,000만 골드는 과한 금액이었다.
아무리 샤를롯의 검술이라 해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직접 샤를롯의 검술을 배운다면 달라질지도 몰랐다.
아르나이즈의 검술이자 수 백년 전에 소실된 검술.
끊겼던 황가의 명맥을 다시 이을 수 있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샤를롯의 전당>은 루벤에 지어지는 건물이었다.
그 말은 즉.
1억 5,000만 골드를 꽁으로 벌 수 있는 일!
‘떠올려라···!’
시안은 필사적으로 가문에 있을 적의 기억을 떠올렸다.
레아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오랜 기억이었다.
가물가물하다 못해 어렴풋한 기억이다.
또한 떠올리고 싶지 않아 애써 지워버린 기억이기도 했다.
하지만 떠올려야 한다.
카이가 홀로 연무장에서 수련하던 그 모습을.
기억해내야했다.
로즈웰과 네이슨에게 괴롭힘 당하던 그 순간을.
억지로라도, 반드시 해야만 한다.
‘1억 5,000만 골드!’
시안은 떠오른 기억을 차분히 정리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쐐액!
시안의 검이 허공을 수놓았다.
시안은 엘란두르의 비기를 배우지 못했다.
처참한 재능과 더불어 사생아라는 신분 때문에 비기를 배우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저 어깨 너머로 본 것이 전부.
배우는 것이 아닌, 맞아 본 기억밖에 없다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엘란두르의 비기를, 샤를롯의 검술을 온전히 펼칠 수는 없었다.
당시의 어린 시안은 그것을 알아볼 능력도, 재능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콰릉···!
시안의 검은 어떠한 검로(劍路) 쫓아가고 있었다.
시안의 기억 속.
엘란두르의 비기는, 샤를롯의 검술은 꽤나 단조로웠다.
베기(斬)와 찌르기(衝).
그 두 가지 동작에거 근간하여 펼쳐지는 검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쐐액!
카일의 검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카일의 검 또한 두 가지 동작에 근간한다.
베기(斬)와 찌르기(衝).
그리고 베기와 찌르기는 모든 검술의 기본이다.
최강의 아르나이즈라 불리던 카일의 검술.
최강의 검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해서 처음 카일의 검술을 배울 때만해도 시안은 실망했었다.
최강이라 불리던 검술이라고 볼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카일의 검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점점 그 안에 깃든 의미를 깨달아가며.
시안은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의 진가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최강의 검술이라 한들.
검(劍)이라는 것은 베기와 찌르기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기술과 기교는 베기와 찌르기에서 파생된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검(劍)을 사용한다 함은.
복잡한 검술 없이.
화려한 기교 없이.
단 두 가지 동작만으로 모든 공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최강의 아르나이즈, 카일.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경지에 닿은 자.
카일의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에 깃든 묘리다.
그리고 지금 펼치는 샤를롯의 검술.
이 또한 베기(斬)와 찌르기(衝)에 근간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검이라는 특성 상 이 두 가지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샤를롯의 검술은 그 이상의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마치 카일의 검을 따라하기 위한.
카일의 뒤를 쫓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샤를롯의 검술은.
쐐애액!
카일의 것과 닮아있었다.
아마 샤를롯은··· 카일의 검을 통해 자신의 검을 완성한 것이 아닐까.
샤를롯은 카일을 따라가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르나이즈의 리더, 샤를롯.
그러나 카일의 비망록에서 샤를롯은 고백한 바 있었다.
카일의 검을, 그의 강함을.
동경하고 또 배우고 싶었다고.
그 때문일까.
파박!
시안은 흐릿한 기억을 쫓을 수가 있었다.
오래된 기억 속의 감각을 되뇌일 수 있었다.
처음 보고, 또 처음 해보는 검.
그러나 시안은 따라갈 수가 있었다.
무아지경의 정신 속.
시안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팟.
일순간 시안의 검이 멈추었다.
마지막 문단을 마무리 하는 지휘자의 손짓처럼, 마지막은 단조로웠다.
“후우···.”
내뱉는 호흡.
“이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만.”
시안은 천천히 검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너···.
“자, 자네···.”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레아와 콘라드를 볼 수 있었다.
레아와 콘라드는 살짝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시안을 바라보는 두 눈은 충격과 경악의 감정이 깃들어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안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떠오르는 기억대로 하긴 했습니다만··· 어때요 레아?”
-응? 아, 어. 훌륭해. 몇 가지 잘못된 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내가 잘못 기억하던 게 보였다는 거야. 그리고 음··· 이 정도면 가르치는데 전혀 문제 없을 것 같아.
“다행이네요.”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레아가 감탄 어린 얼굴로 물어왔다.
-그런데 시안. 어깨 너머로만 봤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이건··· 거의 똑같은데?
“그냥 뭐···”
-이 정도면 차라리 네가 가르쳐 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이어진 레아의 말에 시안은 잠시 고민했다
레아의 말을 보아하니 샤를롯의 검술과 상당히 유사했던 모양.
그리고 시안이 콘라드를 가르칠 수는 있었다만···
“제가 누구를 가르치는데는 소질이 없어서요.”
시안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뭐, 말마따나 시안이 가르치긴 누굴 가르친단 말인가.
이미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황태자를 가르친다니.
그건 시안으로서도 꽤나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검을 가르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니까 가르치다 보면 격한 일이 오고 갈 수밖에 없었다.
또 어쩔 땐 험한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을 터였다.
그런데 황태자에게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실수로라도 화라도 내는 순간 황족 모욕죄였다.
물론 콘라드라면 웃으며 넘어갈 터.
그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갈구고 또 뭐라 할 수 있는 레아가 적격이었다.
게다가 이 이상으로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그럴 싸하게 따라해도 결국 앞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레아의 몫.
-그렇다면야 뭐···.
레아는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레아가 곧장 콘라드에게 말했다.
-시안 덕분에 기억이 많이 떠올랐으니 걱정 마. 앞부분에 불과하지만··· 일단 이것부터 알려줄게.
이윽고 레아가 왼손을 옆으로 뻗어보였다.
뻗은 레아의 손 주변으로 사념(死念)이 응축되며, 한 자루의 검이 레아의 손에 쥐어졌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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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에게서 배우는 샤를롯의 검.
콘라드는 황태자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검을 배웠다.
그리고 그런 콘라드를 가르치는 레아.
-아니지! 한 쪽 발을 내딛으면서 휙! 몇 번을 말하니!
역시나 예상대로 큰 소리가 오가고 있었다.
레아는 생각 외로 콘라드를 잘 가르쳐주었다.
그간 검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조금은 우려했거늘.
우려와는 달리 레아는 검을 상당히 잘 다루었다.
역시 샤를롯의 동생은 동생이라는 것일까.
살아생전 뛰어난 기사였다는 말이 확, 와 닿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때문일까.
-균형은 항상 잡아야한다고! 으이구! 이 답답아!
레아는 콘라드를 갈구다시피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다른 이가 본다면 기함을 토하며 경악할 풍경이었다.
황족 모욕죄를 들먹이며 이 자리에서 참형을 해야한다며 소리칠 만한 풍경이었다.
“이렇게··· 말입니까?”
하지만 정작 콘라드는 개의치 않았다.
뭐, 역시나 레아가 누군지 알고 있었으니까.
콘라드는 묵묵히, 레아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레아의 말과는 달리 사실 콘라드가 배우는 속도는 그리 느리지 않았다.
솔직히 빠르다고 말할 수 있었다.
황태자의 신분이었으나 콘라드도 심신의 수양으로 검을 잡아본 적이 있었을 뿐더러.
콘라드의 재능 또한 꽤나 뛰어나다 볼 수 있었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재 정도?
아니 수재와 천재, 그 사이에 발을 걸친 정도라 부를 수 있었다.
레아와 마찬가지로 콘라드에게도 샤를롯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까.
비록 그 세월은 오래되었으나 샤를롯의 핏줄이 어디 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왜 내 주변엔 죄다 천재들밖에 없는 건지···.’
괜시리 한숨이 나오는 풍경이었다.
뭐, 어쨌든.
열심히 배우는 콘라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안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해서 연무장 한 쪽.
콘라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에서 시안은 검을 차분히 들어보였다.
그리고 마혼수라검의 일일과제를 수행하려던 찰나.
띠링!
갑자기 스마트 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뭔가 싶어 확인한 화면.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중급 진행률 100%]
그곳엔 마혼수라검의 중급 진행률이 100%를 달성했다는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음? 이게 언제···?”
시안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릭서의 힘을 흡수하고 켄드릭과의 대련을 통해 92%에 달했던 진행률.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었다.
한 마디로 그 짧은 시간에 8%가 되는 진행률이 오른 격이었다.
설마 방금 샤를롯의 검술을 때문인가?
··· 싶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방금 전에 알림음이 들려왔을테니까.
“이거···.”
아무래도 예일과의 대련에서 달성된 듯 싶었다.
당시 시안은 미약하지만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은 물론.
예일과의 얻은 깨달음이 적지는 않았다.
아직 마스터(Master)라 부르기엔 애매하지만···.
《업적 ‘마혼수라검 중급자’ 달성!》
《특별 할인 항목이 추가 개방됩니다!》
이어 화면 위로 업적 달성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떠오른 하나의 화면.
『[영주 전용] - 초보자 성장 지원 특급 패키지 (1,500,000 G)
구성품: 아르나이즈 상급 무공(武功)』
-본 제품은 단 1회만 구매 가능합니다.
-본 제품은 인과 초특가 할인 제품으로 구매 시 환불이 불가합니다.
.
.
역시나 그 다음 등급의 패키지가 개방되어 있었다.
최상급에 이은 특급 패키지.
그리고 그 비용은 150만 골드였다.
싼 가격은 아니었다만 샤를롯의 검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1억 5,000만 골드에 비하면 거저 주는 수준이나 다름 없었다.
다만, 문제는.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870,520 G
시안이 가진 바 골드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금액에 시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아직도 골드가 필요한 것일까.
대체 이 놈의 현질은 끝이 어디인 것일까.
끝이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카일이 말했던 끝없는 무(武)의 길은 다름 아닌 현질이 아니었을까.
띠링!
《상승 무공을 배우고 싶으시면, 현질을 해보세요!》
“······ 젠장.”
모바일 영주의 깐족거림에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점검에 깨어났다고 아주 신이 난 모양.
그리고 어째··· 그 상태가 멀쩡해보였다.
50만 마일리지를 현질했음에도 딱히 이렇다할 이상함이 보이지 않았다.
점검으로 강해진 모바일 영주.
50만 마일리지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남은 50만 마일리지 현질을 해버려?”
···싶었지만 금방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 마일리지가 어떤 마일리지인데 감정에 못 이겨 쓴 단 말인가.
남은 기한 동안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였다.
“후우···!”
시안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감정을 추슬렀다.
이어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깨를 아래로, 시선은 조금 더 위로!
“하아···! 하아···!”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두 사람.
“나는 없어도 되겠네.”
시안은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조심스레 연무장 밖으로 나섰다.
#
영주성 밖으로 나온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음 패키지를 위한 현질 금액 150만 골드를 마련해야했으니까.
그리 말이 안될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게 단 번에 벌 수 있는 금액은 또 아니었다.
한 마디로 지금 당장 구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벤에서 150만 골드를 벌어다 줄 인물은 있었으니까.
“아멜리아가 이사를 다 끝냈으려나.”
생각을 마친 시안은 곧장 상업 지구로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정확히는 상업 지구의 중심, ‘쓸어담아 상단 Lv.1’이 위치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상업 지구.
시안은 곧장 아멜리아가 있는 ‘쓸어담아 상단 Lv.1’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안의 시야로 저 멀리, 아멜리아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긴 적발에 눈에 띠는 미모 때문일까.
멀리서도 단번에 아멜리아인지 알 수 있었다.
시안은 성큼, 아멜리아에게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아멜리아의 뒤쪽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발의 아멜리아와는 달리 태양빛을 닮은 금발의 여인.
“황녀님···?”
어째서인지 엘레나가 아멜리아와 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