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내기 대련(2)
대련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참격.
콰자자자자작─!!
시야에 담을 수 있는 풍경 전체가, 일시에 베어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파장창─!
대련장에 펼쳐져있던 마법의 장벽들이 무너져내렸다.
세라를 비롯한 다크 엘프의 마법사들이 펼친 충격 흡수의 마법진.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마법진들이 모조리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힘의 여파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산했다.
부서진 잔해들이 튀어오르며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켄드릭이 부서져나간 잔해들을 쳐 내었고.
레아가 사념을 끌어 비산하는 힘의 파편들을 무효화시켰으니까.
그럼에도 자잘한 파편들은 남아있었으나.
로열 나이츠들을 비롯한 루벤의 기사들이 막아내었다.
그러나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충격은 무효화시킬 수는 없었다.
“이, 이게···?”
“마, 마, 말도···.”
지켜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루벤의 영지민들은 물론 로열 나이츠와 콘라드 그리고 엘레나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리며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시야가 베어진 듯한 풍경 속.
예일은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검을 꽂고 있었다.
바라본 예일의 모습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쿨럭···!”
예일의 입가를 비집으며 붉은 선혈이 터져나왔다.
터져나온 피는 바닥으로 쏟아져내리며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내었다.
“······!!”
“······!!”
그런 예일의 모습에 사람들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예일의 모습.
예일은 무려 로열 나이츠의 단장이었다.
그것도 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절대적인 실력자.
그런 예일이 저런 모습을 보인다···?
그것도 단 일격에···?
말이 안 되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커헉···!”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대체···!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곳으로 향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엔 한 금발의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을 옆으로 길게 늘어뜨린 채, 가만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이는 모습은 분명한 시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시안에게서 느껴지는 기세.
세상을 오시하는 듯한 저 기세는, 도무지 시안이라고 생각될 수 없었다.
한줄기 바람이 대련장을 스쳐지나간다
-카···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타고 레아의 목소리가 장내에 퍼져나갔다.
내려앉는 정적.
일순간 휘청, 시안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시안은 황급히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꽂으며 균형을 잡았다.
“크윽···!”
그와 동시에 시안의 입가로 격통 어린 신음이 터져나왔다.
‘젠장···!’
시안은 전신을 강타하는 통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파르르, 떨려오는 손.
루슈리아를 쓰러뜨렸던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그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에 따른 반동의 여파가 시안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시안은 엘릭서의 힘을 흡수함으로써 몇 단계 진보할 수 있었다.
마혼제법의 진행률을 월등히 올림으로써 마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당시 루슈리아의 힘은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은 카일에 근접한 위력이자 일격이었다.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하던 일격.
그러나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카일의 수라천살(修羅天殺)은 단순히 힘만 강하다고 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얻은 힘 따위로 감히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방금 시전한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이 또한 루슈리아를 소멸시켰던 때에 비교하면 한없이 모자르고 초라했다.
하지만.
‘아주 조금은···.’
닿았다.
조금은 닿을 수 있었다.
꿈도 꾸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경지에, 조금은 닿을 수 있었다.
비록 아직은 모자르고 초라했다.
그러나 아주 조금은, 그 경지에 닿을 수 있었다.
“커허헉···!”
시안의 몸이 다시 한 번 크게 꺾였다.
목구멍까지 치솟은 핏물에 입안 한가득,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검을 움켜쥔 손이 파르르, 떨려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시안의 몸도 쉼없이 흔들렸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시야가 점멸했다.
하지만 시안은 까득, 이를 깨물며 떠나는 정신을 붙잡았다.
바닥에 꽂은 검에 몸을 지탱하며, 쓰러지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꿋꿋이 시선을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바라본 시야로 몸을 갈무리 하는 예일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입가로 번져있는 피.
적잖은 충격을 받았음에도 예일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과연 마스터 중급은 마스터 중급이라는 걸까.
물론 제대로만 펼쳤더라면 예일은 살아있을 수가 없었다.
카일의 수라천살은 마스터 중급이고 나발이고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흉내라는 개념에 겨우 머무르는 수준.
그렇기에 한 번에 승부를 보려던 생각이 틀어졌다.
그럼에도 그것이 갖는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
아니나 다를까 시안을 바라보는 예일의 두 눈은 경악으로 일그러져있었다.
역시나 알고 있었으니까.
시안이 펼친 일격의 위력이 어떠한 지, 또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기 모여 있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건··· 도무지 닿을 수 없는 수준의 무엇이었다.
예일이 끝없는 노력을 한다해도 도달할 수 있을까 싶은.
아득한 너머에 존재하는 궁극의 무(武)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떻게 막아냈는지.
아니, 어떻게 살아있는지 의심이 갔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예일의 두 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눈으로 보이는 시안의 모습에 예일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파르르, 떨리고 있는 시안의 손.
흔들리는 초점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어째, 일격을 받아낸 자신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득한 너머의 무(武).
그 너머의 무(武)를 엿본 대가가 만만치 않은 것이리라.
어떻게, 또 무슨 방법으로.
시안이 그 너머에 닿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승부는, 결코 아니었다.
예일의 눈이, 일순간 반짝였다.
파박!
하는 소리와 동시에 예일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눈 한 번 깜빡,할 사이.
쐐애애액!
예일의 검이 시안을 향해 내질러졌다.
시야 가득 검격이 덮쳐온다.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며 마주잡은 검에 힘을 쏟아부었다.
카아앙─!
둔탁한 쇠음과 함께 시안의 검이 튀어올랐다.
거리를 벌려야 한다.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의 반동으로 타격을 입은 몸을 추슬러야 한다.
시안은 발을 뒤로 물리며 예일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시안의 의도를 파악한 예일이 성큼거리며 시안을 따라붙었다.
휘두른 예일의 검이 시안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시안은 크게 허리를 젖히며 예일의 검을 피했다.
후우웅, 코앞을 스쳐지나가는 예일의 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뿌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예일의 검이 시안의 코앞에서 뚝, 하니 멈추었다.
이윽고 검의 방향이 바뀌며 시안을 향해 그대로 내리그어졌다.
단숨에 거리감이 바뀌며 시야 가득히 검이 덮쳐왔다.
찰나 간의 순간.
카앙─!
시안은 오른손을 크게 휘두르며 내려오는 예일의 검을 튕겨내었다.
아니, 튕겨내었다기보다는 밀침을 당했다, 라고 표현함이 적합했다.
둔탁한 쇠음과 동시에 시안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런 시안을 따라 예일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캉! 카캉!
쩌어엉!
휘몰아치는 예일의 검격.
예일의 검은 빠르고 또 무거웠다.
그리고 그건 카이의 검과, 일반적인 기사의 검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기사들의 검은 정갈했다.
불필요한 동작들을 다듬고 손질하여 하나의 검술(劍術)로 정착된 검.
반면에 예일의 검은 그렇지 않았다.
예일의 검은 빠르고 무거웠으나 다듬어지지 않았다.
얼핏 불필요한 동작들도 섞여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들이 철저하게 상대의 목숨을 노렸다.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는 등의 허초 개념이 없었다.
오로지 상대의 목숨만을 노리는 포악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철저한 실전 위주의 검술.
마치 험한 야생에서 살아온 야수.
예일의 검에는 포악한 야수의 힘이 깃들어있었다.
정교함과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뒤떨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포악함이 갖는 위력은, 쉬이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꽈앙─!
맞닿은 검과 검 사이로 폭음이 터져나왔다.
시안은 입술을 깨물으며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
아래에서 사선으로 올려친 참격으로 예일의 틈을 노렸다.
예일은 시안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검에 진한 포악함을 담으며, 다가오는 시안의 검을 향해 내질렀다.
쩌어엉─!
고막을 뒤흔드는 충격.
그 힘의 파동이 다시 한 번 대련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
“······”
“······”
대련장에는 적막한 침묵이 내려앉아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시안 이겨라! 시안 화이팅!
레아의 의지만이 나지막히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심판이 편파적으로 응원해도 되나 싶었지만··· 뭐, 무슨 상관일까.
직접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응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인데.
-이기면 오늘은 특별 포상!
사람들은 레아의 의지를 한 귀로 흘려보내며 시안과 예일, 예일과 시안.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봤다.
쩡! 쩌정─!
폭발음이 뒤섞이며, 시안의 얼굴이 격통으로 일그러졌다.
포악함을 더해가며 쇄도해오는 예일의 일격.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할까?
순간 그런 생각이들었지만, 시안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예일이 그런 틈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니까.
처음부터 사용했다면 모를까, 지금와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지금 상대하는 것은 버프의 힘을 받지 않은 순수한 시안의 경지.
그리고 그 경지는 예일에게 밀렸다.
순수한 경지로서, 깨달음의 경지로서 시안은 예일에게 밀렸다.
그러나.
‘해볼만 하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적할 수 없다,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카이와의 격돌에서 느꼈던 그 무력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꽈아아앙─!!
검과 검의 충돌에서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로써 맞닿은 시안과 예일의 검.
검 너머로 포악한 예일의 힘이 느껴졌다.
목덜미를 물어뜯고자하는 맹혹한 기세 또한 느껴졌다.
시안은 한걸음 앞으로 발을 뻗었다.
넘실거리는 포악함 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꽈아아아아앙─!!
폭발음이 더해지며, 예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비산하는 힘의 파편. 부서진 잔해가 예일의 얼굴을 때려왔다.
검 너머에서 느껴지는 시안의 힘이 점점 더 거세져갔다.
그것은 예일의 힘을 집어삼키며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피해야하나?
예일은 금방 생각을 털어버렸다.
여기서 검을 거두면 안된다. 만일 검을 거둔다면 사방을 잠식한 저 힘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콰아아아아아아─!
마주한 예일의 기세가 폭발했다.
예일은 남겨두었던 힘을 모조리 긁어모아 검 안에서 폭발시켰다.
그와 동시에 시안의 검을 밀어내듯, 예일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휘둘러진 예일의 참격과 동시에 사방으로 검기의 칼날들이 쏟아져내렸다.
시안은 이에 마주하며 가진 바 마(魔)의 힘을 폭사시켰다.
전신으로 피어난 어둠이 쏟아져내리는 검기의 칼날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카가가가가가각─!
충돌한 서로 다른 힘이 끔찍한 소리를 자아내었다.
시안은 예일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일 또한 시안의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시안의 힘을 마주한 예일은 몸을 흠칫, 떨었다.
공간 전체를 내리누르는 마(魔)의 힘.
그것은 예일의 감각 사이를 파고들며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을 선사했다.
이대로 대치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건가?
이 힘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생각이 예일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그러나 예일은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시안의 힘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일은 시안을 인정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직은, 마스터가 아니다.
마스터에 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나 마스터라 부르기엔 부족하다.
마스터(Matser)란 단순히 노력과 재능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경지.
힘만 강하다고 하여 마스터라 불리지 않는다.
수많은 사선과 고비를 넘기며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만 닿을 수 있는.
쉬이 꺾이지도, 부러지지도 않는.
마스터(Master)의 기사란 그러한 존재다.
콰르르릉···!!
예일의 검에 담긴 힘이 끔찍한 소리를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예일의 기세가 폭발했을 때.
사아아아아···!!!
시안의 전신으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이 피어올랐다.
‘이건···!’
예일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부릅, 떠졌다.
공간을 장악하는 칠흑의 어둠.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집어삼키는 이 어둠은 막을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예일은 급히 기세를 폭발시켰다.
포악한 참격에 끔찍함이 더해지며, 피어나는 어둠과 충돌한다.
그리고 삼켜졌다.
‘이게 무슨!’
예일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소리쳤다.
가진 바 마력의 힘이 밀린단 말인가?
믿기 힘들었으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예일은 계속해서 기세를 폭발시켰다.
그러나 공간을 잠식한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대적이 불가능하다.
끝없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삼켜버렸다.
예일은 자존심을 버리며 황급히 몸을 틀었다.
그러면서도 시안을 향해 검을 흩뿌렸다.
꽈아아앙!
터져나오는 폭음에 시야가 일순간 뒤흔들렸다.
뒤흔들리는 시야 속, 시안이 예일을 향해 뛰어들었다.
맹렬한 기세의 시안을 바라보며 예일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예일은 한껏 자세를 낮추며 시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 예일에 맞서 시안 또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서로를 향해 날아드는 검.
그리고.
뚝.
두 검날이 서로를 겨누며 멈춰섰다.
그리고 마주한 풍경.
시안의 검은 예일의 왼쪽 어깨 위에서 멈추었고.
예일의 검은 시안의 목 앞에서 멈추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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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과 예일은 서로에게 검을 겨눈 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
“······”
“······”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쩌억, 벌어진 입과 충격으로 부릅 뜬 두 눈.
전보다 더한 경악이 사람들의 얼굴에 내려앉아있었다.
한 치의 물러남도 없었던 둘의 대결.
그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결과.
둘 모두 적절한 타이밍에 움직임을 멈추었기에 큰 부상은 없었다.
이윽고 사람들의 시선이 레아에게로 향했다.
대련의 심판을 맡은 레아.
두 사람 중 누구의 승리를 판단해야만 했다.
-어··· 음···
그런데 레아는 쉽사리 말을 내뱉지 못했다.
승부를 쉬이 판단할 수 없었으니까.
만일 두 사람이 검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일이 진행되었다면···.
아마 예일은 왼쪽 어깨 죽지가 완전히 잘려나갔을 것이고.
시안은 그대로 목이 꿰뚫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생사결로 본다면 시안의 패배라 할 수 있었다.
정말 간 발의 차였지만 승부는 승부.
아쉽긴 해도··· 편파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이번 승부는···.
그렇게 레아가 승부를 판정지으려던 그때.
짝짝짝.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황태자, 콘라드가 대련장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둘 다 훌륭한 대련이었네.”
콘라드는 시안과 예일을 바라보며 탄성 섞인 감탄을 터트렸다.
콘라드의 얼굴에는 순수한 감탄이 깃들어 있었다.
시안과 예일은 그때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검을 거두었다.
콘라드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천천히 레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주치는 시선.
“헌데··· 제가 보기엔 승자가 누군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만. 분관조님··· 아니, 레아님께서는 어떠십니까?”
이어진 콘라드의 말에 레아가 판정을 내리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