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73화 (173/322)

§ 173화 - 피해 인과(2)

정지된 시안의 사고는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위에 떠오른 숫자.

그러니까 산출된 피해 인과.

[산출된 피해 인과] - 100,002,100 G

“1억 2천 1백 골드···?”

그 숫자가 도무지 말이 안되었으니까!

1억 골드였다.

무려 1억하고도 2,100 골드가 산출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그 사이로 띠링! 띠링! 띠리링!

모바일 영주의 까무러침이 들려왔지만 역시나 신경쓰지도, 신경 쓸 수도 없었다.

“······”

멍한 시선과 정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시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아니, 이게···.”

정확히는 정신만 차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안이 받은 피해는 1억 골드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1억 골드라는 인과가 산출된 것은 역시나.

“카이를 놓친 인과가 1억 골드라고···?”

그건 카이를 놓친 것에 따른 인과인 것 같았다.

정확히는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하지 못한 피해.

보아하니··· 나머지는 고작 2,100골드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시안이 현질을 하지 못하고, 명성 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한 것.

그 ‘불편’에 따른 인과는 2,100 골드인 것 같았다.

1억에 따른 인과가 카이를 놓친 것의 피해.

“이게··· 말이 돼?”

시안은 그 어마어마한 금액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제국에서, 엘란두르에서 카이가 갖는 입지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값이 1억에 달하냐··· 묻는다면 조금 고민을 해봐야했다.

사람의 가치를 어찌 값으로 매길 수 있다만은.

1억 골드는 그야말로 미쳐버리다 못해 정신이 나간 돈이었다.

돈이라는 개념을 초월하기 시작하는 단위였다.

그렇기에 시안은 내심 한 3~4천만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카이의 입지가 있으니 5천만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산출된 금액은 1억.

“······”

시안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승천할 지경이었다.

《거, 거짓말···! 이건 거짓말이야···!!》

《또 기절하기 시러어···!!!!!》

역시나 모바일 영주 또한 기겁을 하며 발작을 하고 있었다.

〈해당 인과는 마일리지로 적립됩니다.〉

〈피해 인과로 적립된 마일리지는 적립 시점을 기준으로 15일 이후에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시스템의 알림창.

아무래도 1억 골드에 달하는 피해라고는 하나.

그것을 온전히 골드로 받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인과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모바일 영주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지는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골드를 주는 것은 시스템 상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그럼에도 그 가치가 낮은 건 아니었다.

1억 골드에 준하는 보상을 받은 건 변함 없었으니까.

시안은 곧장 마일리지 샵에 들어가 가진 마일리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마일리지는···.

[현재 보유 중인 마일리지] - 1,000,120 M

무려 100만이 넘는 마일리지가 적립되어있었다.

1억 골드에 달하는 피해 인과에서 1%를 계산하여 적립된 마일리지.

“아아···!!!”

그 황홀한 숫자에 시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그런 시안의 몸부림과 함께 띠링! 띠리링!

《마, 말도 안돼요! 이건 말도 안돼요오오욧!!》

《배신자야! 시스템은 배신자야아아아!!》

모바일 영주 또한 발작을 일으키며 떨어보였다.

그런 지금 모바일 영주의 반응을 보아하니···.

어째, 시스템과 모바일 영주는 별개의 존재인 것 같았다.

서로 협업을 하고는 있지만 같은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시스템이 스마트 폰의 개발자라면.

모바일 영주는 운영자인 것 같았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그간 겪어온 바로는 대충 맞는 것 같았다.

-주, 주군···?

그 순간 멍한 켄드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시안의 몸부림이 의문스러운 것 같았다.

“잠깐만 켄드릭.”

시안은 그런 켄드릭에게 손짓해보인 뒤, 다시 스마트 폰에 집중했다.

1억 골드에 달하는 피해 인과.

그로써 쌓인 100만 마일리지.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어리둥절하는 켄드릭을 뒤로 한 채.

시안은 곧장 【마일리지 샵】에 들어갔다.

『특수시설』

『특수품목』

“특수시설은··· 안되겠네.”

마음 같아서는 특수시설에 있는 건물들을 사고 싶었다.

그러나 그 값은 무려 150만 마일리지에 달했다.

시안이 보유 중인 마일리지는 100만 마일리지.

“50만 마일리지를 모을까?”

···싶었지만 금방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50만 마일리지가 아니었으니까.

50만 마일리지는 무려 5,000만 골드를 현질해야만 적립할 수 있는 마일리지였다.

지금 당장 5,000만 골드를 현질하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다.

물론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 50만 마일리지를 모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15일 안에는 무리지.”

하지만 점검 보상으로 받은 마일리지는 15일의 사용기한이 있었다.

한 번 더 횡령을 한다면 또 모를까.

아무리 시안이라도 15일 안에 5,000만 골드를 모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쩔 수 없네.”

시안은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특수품목』 항목을 들어갔다.

꾹.

-불로초 (500,000 M)

-엘릭서 (500,000 M)

-황금사과 (600,000 M)

-천도(天桃) (620,000 M)

-도깨비 감투 (600,000 M)

-글레이프니르 (700,000 M)

-메긴기요르드 (500,000 M)

-케스토스 히마스 (300,000 M)

-아이기스의 방패 (650,000 M)

.

.

.

끝을 모르고 주르륵, 나열되는 품목들.

시안은 가만히 나열된 항목들을 바라봤다.

“음··· 뭘 사야하지?”

솔직히 뭘 사야할지 딱 정할 수가 없었다.

품목이 다양하고 많았지만 되려 그 때문에 선택에 장애가 생겼다.

다양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격.

아니, 솔직히 품목이 다양한 건 장점이지 절대 단점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한 이유는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아니, 설명 정도는 적어놔야 되는 거 아니야?”

뭐에 쓰는 물건인지 하등 설명이 없었으니까.

적혀있는 건 품목의 이름 그리고 가격.

이것이 전부였다.

뭐에 쓰는 물건인지, 어떠한 성능이 있는지.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충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품목 별로 기본 수 십만 마일리지를 호가하는 가격.

그리고 말이 수 십만 마일리지였지, 골드로 환산하면 무려 수 천만 골드에 달하는 값어치였다.

그것도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한 물품.

무작정 샀다가 쓸모가 없으면?

그대로 수 천만 골드를 허공으로 흩뿌리는 격이었다.

“설마 이것도 정보를 현질로 팔고 있나?”

···싶었지만 어째 이번엔 그것도 아닌 듯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아무런 알림창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띠링!

《하, 할 수 이써···! 나는 강해져써! 나는 강해진 킹바일 영주!》

《이까짓 인과! 버틸 수 이써···!!!!》

정확히는 모바일 영주의 까무러침만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진짜 그냥 사야 된다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음···.”

시안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끝내 내린 결정 하나.

“엘릭서를 하나 사보자.”

그나마 관련한 전설을 알고 있는 엘릭서.

그것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품목에서 그나마 전설이라도 알고 있는 품목을 구매하는 게 여러모로 용이했으니까.

그리고 정말 저게 전설의 그 엘릭서라면···.

정말 대박 중에 초대박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평범한 이가 먹는다면 단숨에 마스터의 경지에 올려주는 영약이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전설이었다만, 설령 전설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그와 비슷한 효능을 지니기만 해도 충분한 값어치는 있었다.

“엘릭서의 값이··· 50만 마일리지니까.”

엘릭서를 구매하고도 50만 마일리지가 남아있었다.

“그럼 하나를 더 살 수 있는데···.”

시안은 천천히 특수품목들을 살폈다.

하지만 엘릭서 이외에 딱히 들어본 품목은 없었다.

“일단 엘릭서만 사보자.”

시안은 결국 엘릭서 하나만 사보기로 결정했다.

마일리지의 사용기한이 있기는 했지만 그 기간은 15일이었다.

엘릭서의 효과를 체험해보고, 다시 결정해도 늦지 않을 시간이었다.

꾹.

《에, 엘릭서를 구매할껀가욧?!》

구매 버튼을 터치하자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안은 곧바로 Y버튼을 눌렀다.

꾹.

《히야아아아아아압!!!!!!》

그러자 모바일 영주가 힘차게 기합을 내뱉 듯, 알림창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마일리지는 딱히 영향이 없을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피해 인과로 적립된 터라, 그 부담을 온전히 모바일 영주가 감당하는 듯 싶었다.

어쩐지 아까 시스템이 배신자 어쩌고하더라니.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엑!!!!》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게 누가 점검하래?”

시안은 피식, 웃음을 한 번 흘렸다.

이는 어디까지나 모바일 영주가 점검에 들어간 결과.

그로써 시안이 피해를 봐야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한 마디로 자업자득.

무엇보다 아까 전의 깐족거림을 생각하면···.

솔직히 속이 조금은 시원했다.

그리고 50만 마일리지는 무려 5,000만 골드에 달하는 인과였다.

따라서 모바일 영주는 5,000만 골드에 달하는 인과 부담을 받은 셈이었다.

게다가 시안은 아직 50만에 달하는 마일리지가 남아있었다.

이 둘을 더하면 1억 골드에 달하는 인과를 부담하는 셈.

“설마 또 기절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었지만···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지난 번 모바일 영주가 점검에 들어간 골드는 약 8,400만 골드였다.

그리고 점검으로 강해진 것을 감안하면, 1억 골드까지는 어찌 버틸 것 같았다.

물론 1억 골드 전부를 쏟아낸다면 모를까.

이번엔 엘릭서 하나만 구매해볼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자니.

스파아아아앗!

시안의 앞으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이윽고 빛무리가 사그라들고, 그곳엔 자그마한 병이 놓여져있었다.

시안은 조심스레 병을 들어보였다.

병 안에서 찰랑거리는 보랏빛의 액체.

“······ 먹는 거 맞아?”

아무리 봐도 먹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먹으라고는 만든 것 같은데, 죽이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것 같았다.

“설마··· 사기 당한 건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모바일 영주는 현질이 미쳤다 뿐, 사기 품목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생김새만 그렇다 뿐, 손끝으로 느껴지는 마력의 파동은 영 심상치가 않았다.

-주, 주군. 그건 대체···?

켄드릭 또한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안광을 일렁이며 물어왔다.

시안은 가만히 엘릭서를 바라봤다.

손 안에 들린 작은 병.

병 너머로 느껴지는 마력에 손아귀가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진짜··· 전설 속 엘릭서라고?”

시안은 떨리는 눈과 함께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엘릭서의 마개를 뽑았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마개 끝으로 역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건 마치 질 좋은 생선을 4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나는 냄새 같았다.

한 마디로 썩은 생선 같은 냄새였다.

“이거··· 진짜 마시는 거 맞나?”

아무리 봐도 먹으라고 만든 것 같지는 않았다.

몸에 좋은 것은 쓰다지만, 이건 쓰다는 개념이 아니지 않은가.

시안은 심히 고민했지만··· 끝내 결정을 내렸다.

전설 속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은 영약.

냄새가 썩었지만··· 손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진짜였다.

게다가 이건 무려 50만 마일리지 물품.

이 작은 병 하나가 자그마치 5,000만 골드짜리였다.

썩은 생선이라도 그것이 5,000만 골드라면 보약이나 다름 없는 법.

“후우···!”

간다.

시안은 눈을 질끈, 감으며 단숨에 엘릭서의 내용물을 삼켰다.

꿀꺽, 한 모금도 채 되지 않은 양이 시안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그리고 역시나.

“우엑···.”

더럽게 맛이 없었다.

한 모금도 채 되지 않아 다행이었지.

만일 두 모금이 넘어갔다면 그대로 뱉었을 터였다.

“우욱···!”

계속해서 올라오는 역함.

이를 악, 깨물며 버틴 덕분에 다행히 도로 내뱉는 불상사만은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역함이 사라졌다.

“음··· 딱히 효과가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던, 바로 그 순간.

“읍!”

갑자기 내부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솟구쳐올라왔다.

이윽고 화르르륵!

뜨거운 불길과도 같은 무언가가 시안의 내부에서 피어올랐다.

‘그런데 이거 너무···!’

화르르르르르륵!!

‘뜨겁잖아···!’

내부에 자리잡은 그 불길은 끝을 모르고 거세져만 갔다.

화염계 최강 마법, 헬 파이어가 내장에서 시전된다면 꼭 이러할까.

“커허헉···!”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런 것 같았다!

“끄으윽···!”

실핏줄 하나하나가 익어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끔찍한 통증에 정신이 아찔해지며, 의식이 저만치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신으로는 어마어마한 활력이 느껴졌다.

시안은 황급히 정신을 붙잡으며 마혼제법(魔魂制法)의 구결을 되뇌었다.

카일이 사용했던 오러 연공법이자 마(魔)를 다루는 근원의 방법.

마혼제법의 구결과 함께 뜨거운 불길이 점점 시안의 몸 구석구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시안은 떠나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계속해서 마혼제법의 구결을 되뇌었다.

쿠구구구구궁···!!!

그럴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의 파동이 시안의 전신으로 폭사했다.

-이, 이건···!!

경악으로 부릅, 떠지는 켄드릭의 안광.

띠링! 띠링!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59.6166%(+1.8652%)]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63.1379%(+3.5213%)]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67.7632%(+4.6253%)]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73.0421%(+5.2789%)]

.

.

.

.

스마트 폰에서는 끊임없이 알림음이 들려왔지만.

시안은 그것을 차마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

“도련님께서는 현재 연무장에 계십니다만.”

한스의 말에 필리프는 살짝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로열 나이츠 제 3기사단의 단장 필리프.

무려 마스터 중급에 이르는 기사로서 이번 황태자와 황녀의 호위로 함께 루벤에 오게 된 기사였다.

그리고 그런 필리프가 이곳, 영주성에 있는 이유.

“백작 각하를 만나뵙고자 했습니다만···.”

다름 아닌 시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수련 중에 있으시다니···.”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어진 한스의 답에 필리프는 다시 한 번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 필리프의 모습에 한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일 때문에 도련님을 찾으시는지···?”

“그게 다름이 아니라··· 혹시 루벤의 기사들과 로열 나이츠들의 친선 대련을 주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루벤의 기사들과 로열 나이츠들 간의 친선 대련.

사실 둘 사이의 수준 차이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황가를 수호하는 기사들이자 제국 제 1의 기사단.

하얀 늑대 기사단만이 유일하게 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실 상 대련은 의미가 없었으나 마냥 또 그렇지 않았다.

아까 전의 격돌을 지켜본 바.

루벤의 기사들은 결코 그 수준이 낮지 않았으니까.

하얀 늑대 기사단들에게도 밀리지 않던 강인함.

그 말은 즉, 로열 나이츠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과 같았다.

일개 영지의 기사가 로열 나이츠와 견준다.

그건 로열 나이츠들에게는 충분한 경각심을 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사실··· 대련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데스 나이트, 켄드릭.

하얀 늑대 기사단의 단장, 에런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켄드릭과의 대련을 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켄드릭의 정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필리프보다 한 수 위의 기사라는 것이었다.

마스터 중급보다 한 수 위, 최소 마스터 상급의 기사.

이런 기사는 대륙 전역을 뒤져봐도 찾기 힘들었다.

찾아볼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딱 한 명밖에 없었다.

현재 대륙 제 1의 검이라 불리는 듀라크 엘란두르.

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다 높은 경지의 기사와 대련하는 것.

그것은 어느 기사든, 바라마지 않는 배움의 기회였다.

하지만 듀라크와의 대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러나 켄드릭은 달랐다.

시안의 허락만 있다면 얼마든지 대련을 할 수 있는 상황.

해서 루벤의 기사들은 로열 나이츠들에게.

로열 나이츠들을 비롯한 필리프는 켄드릭에게.

친선 대련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을 줄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었다.

해서 필리프는 콘라드와 엘레나에게 허락을 구한 뒤, 시안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건만.

“헌데 백작 각하께서 수련 중이시라면야···.”

시안이 수련 중이라면 지금 당장 허락을 구할 수는 없었다.

같은 기사였기에 수련 중에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례하고, 또 방해되는 행동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돌아가려 했건만.

“음··· 친선 대련이라면, 도련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실 것 같습니다만.”

한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번 직접 찾아가서 여쭤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허나, 지금 수련 중이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찾아가면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런지···.”

“괜찮습니다. 도련님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으니, 그리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한스는 괜찮다며 말했지만 그럼에도 필리프는 섣불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말이 나온 김에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런 필리프의 모습에 한스가 직접 걸음을 옮겼다.

필리프는 잠시 고민하다 한스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스가 같이 가준다면야, 이야기는 달랐으니까.

그렇게 한스를 따라 얼마 간의 걸음을 걸었을까.

“저 앞쪽입니다.”

어느덧 시안이 있다는 연무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스는 거리낌없이 연무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필리프는 그런 하스를 따라갔다.

아니, 따라가려던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궁···!!!

갑자기 대지진이라도 난 듯 영주성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끔찍한 힘의 파동이 영주성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

“······!”

필리프와 한스는 약속이라도 한듯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이, 이건···!”

그리고 필리프의 두 눈이 찢어질듯이 부릅, 떠졌다.

동시에 필리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궁···!!!

영주성을 흔드는 대지진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지진이라기 보다는 공간 자체가 떨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힘의 파동.

그렇기에 필리프는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이 진동은 지진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힘의 여파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

또한 힘의 방향성과 목적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단순히 갈무리 되는 힘의 파동이 자아내는 진동이라는 뜻.

말 그대로 힘의 ‘여파’로 발생하는 진동이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단순한 힘의 여파만으로 이게 가능한 일이었던가?

불가능하다.

필리프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마스터 중급인 자신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목적성을 갖고 인위적으로 폭사시키는 마력이라면 모를까.

단순한 힘의 여파만으로는 이런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하다.

아니, 어마어마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너머의 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실로 말도 안된다.

이건 정말로, 정말로 말도 안되는 힘이다.

이런 힘은 존재할 수 없을 뿐더러.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힘을 품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품는 것은 커녕, 되려 그 힘에 의해 온몸이 갈가리 찢겨져 나간다.

분명··· 분명 그러할진대.

지금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힘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부릅, 떠진 필리프의 두 눈이 터져나오는 힘의 근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필리프의 시선이 닿은 곳.

쿠구구구구구구궁···!!!

영주성 내에 위치한 연무장.

다름 아닌 시안이 있다고 들은 곳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