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스킵된 스토리
“스킵한 스토리···?”
이게 뭐지?
내가 스토리를 스킵한 적이 있었던─.
“아!”
시안은 퍼뜩, 떠오르는 기억에 탄성을 터트렸다.
뭔 놈의 스토리 스킵이냐 싶지만은
시안은 딱 한 번 스토리를 스킵한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 스마트 폰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때 아마···.”
시안은 차분히 기억을 되짚었다.
때는 루벤에 처음 영주로 부임했을 당시.
그러니까 고블린들로부터 도망치자 정체모를 동굴에 숨었을 때였다.
시안은 그 동굴에서 이 스마트 폰을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스마트 폰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모바일 영주는 스토리라는 명목으로 무언가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
.
.
《천년 전, 세상에는 크나큰 위기가 닥쳐왔다. 악마들의 침공. 강력한 악마들의 침략에 세상은 불타고 사람들은···.》
‘갑자기 뭔데?’
당시 시안은 말 그대로 이게 뭔가 싶었다.
해서 당시의 시안은 송출되는 화면과 목소리를 무시한 채,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살폈다.
바로 그때.
《스토리를 스킵하시겠습니까?》
‘스토리 스킵?’
이것도 눌러야 진행되는 건가?
당시의 시안은 설치 버튼과 비슷하게 생긴 스킵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아쉬워요! 전달자가 머리 싸매며 준비한 스토리인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원래 게임의 스토리는 스킵하라고 있는 거니까요!》
《무엇보다 스킵된 스토리는 언제든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궁금하시면 꼭 보러와주세요!》
띠링!
다시금 들려오는 알림음과 함께 꽤나 긴 글의 알림창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튜토리얼 퀘스트] - ‘이게 내 영지라고···?’』
.
.
.
그 이후로 튜토리얼 퀘스트를 받게 되었고.
지금 이곳, 황궁의 비밀 서고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은 코빼기도 안비치더니?”
문제는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말과는 달리.
모바일 영주에서는 지나간 스토리를 볼 수가 없었다
루벤이 어느 정도 안정화 된 이후.
정확히는 스토리 퀘스트라는 것을 받게 된 이후 해당 내용을 찾았지만 볼 수도, 찾을 수도 없었다.
또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련한 알림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서 기억 속에서 잊고 있었건만.
지금에서 불현듯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음···.”
시안은 고민했지만 역시나 그리 길지 않았다.
꾹.
〈스킵된 스토리를 재열람시 100G의 비용이 소모됩니다.〉
“······ 젠장.”
이 놈의 모바일 영주는 어떻게 되먹은 게 현질이 아닌 게 없을까.
시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Y버튼을 터치했다.
꾹.
그러자 스마트 폰의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황폐화 된 땅 그리고 불타는 초목.
그 사이로 들려오는 기이한 목소리.
《천년 전, 세상에는 크나큰 위기가 닥쳐왔다. 악마들의 침공. 강력한 악마들의 침략에 세상은 불타고 사람들은···.》
그건 시안이 처음 보았던 내용과 똑같았다.
시안은 재생되는 화면과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거 그냥 신화의 내용이잖아?”
신화의 내용과 별 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천 년전, 악마들의 침공과 더불어 아르나이즈들의 활약을 담은 내용.
뭐, 신화와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기는 있었다.
그런데 딱히 놀랄 만한 진실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로 100골드를 빨아먹어?”
순간 울화가 치미는 것도 잠시.
〈현재 진행 중인 스토리를 재생합니다.〉
새로운 알림창이 다시 한 번 떠오르더니, 화면의 내용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799-190Z-020.12〉
“······ 뭔데?”
시안은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게 끝이었으니까.
방금 전처럼 영상이 재생되는 것도 아니었고.
기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799-190Z-020.12〉
그냥 이 알림창이 전부였다.
“이게 대체 뭔데?”
그런데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시안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승천할 지경이었다.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알림창.
첫 느낌으로는 어떤 배열을 나타내는 같기도···
“배열? 아. 이거 설마?”
시안은 번뜩이는 생각에 소리쳤다.
어떤 배열을 나타내는 듯한 알림창.
그리고 지금 시안이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황궁의 도서관.
“이거 혹시 열람 번호를 말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였다.
고민할 것이 무얼까.
시안은 곧바로 서고의 배열을 확인했다.
그리고 책장에 적혀 있는 배열 번호가 알림창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 비밀 서고의 배열을 의미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네.”
그 배열의 위치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게 배열인지 아니면 암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띠링!
〈위치 찾기 서비스 이용시 1,000G의 비용이 소모됩니다.〉
“······ 지랄.”
시안은 꾹, 알림창의 X버튼을 눌렀다.
#
“여기, 말씀주신 배열에서 가져온 책입니다.”
사서의 말에 시안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사서가 땀을 뻘뻘 흘리며 시안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사서의 손에 들린 낡은 책.
“제가 15년을 사서로 역임했습니다만··· 이런 배열 공간이 있다는 건 이번에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 사서의 말에 시안은 살짝 놀란 눈을 떠보였다.
광활한 황궁 도서관의 배열을 모두 외우던 사서였거늘.
그런 사서조차 모르는 배열이었다고?
‘어쩐지 못 찾겠더라니.’
시안이 못 찾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모바일 영주가 1,000골드를 뜯어가려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제 일인걸요. 그럼 또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사서는 시안에게 책을 건네고는 다시 비밀 서고를 밖으로 나갔다.
시안은 그런 사서를 바라보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낡다 못해 완전히 해져버린 책.
잔뜩 먼지가 쌓여있는 책은 툭, 건들기만 해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딱 보기에도 세월의 풍파가 진득하니 묻어나오는 책.
워낙에 낡고 헤져 표지의 이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안은 손으로 먼지를 치우며 최대한 지워진 글자를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책의 제목···.
“카··· 일의··· 비망··록···?”
분명 이렇게 적혀있었다.
“카일의 비망록이라니?”
시안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일의 비망록.
얼핏 들으면 카일이 쓴 기록이라 생각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망록이라 함은, 어느 사건 혹은 어느 인물을 관찰한 결과를 기록하는 문서를 의미했다.
즉, 이건 카일‘이’ 쓴 것이 아니라, 카일‘을’ 기록한 문서였다.
해서 카일의 비망록이라 함은, 누군가가 카일을 보고 관찰한 것을 기록한 문서를 의미했다.
6인의 아르나이즈로서 찬란한 길을 걸어온 카일.
그러나 현재 대륙에 카일과 관련한 기록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다른 아르나이즈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전해져내려 왔다.
샤를롯은 지금 제국의 역사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고.
다른 아르나이즈들은 각각의 종족 혹은 국가에 구전되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한 당장 신화 속 이야기만 보더라도 아르나이즈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있었다.
하지만 카일만은 예외였다.
카일은 신화 속에서도 그 이름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구전되어 전해져오는 이야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현재 카일에 관련하여 대륙에 전해지는 기록은 딱 두 가지.
그가 아르나이즈 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최강의 아르나이즈 였다는 사실뿐이었다.
헌데, 지금 보이는 카일의 비망록.
이것은 누군가가 카일을 관찰하여 기록한 문서였다.
그리고 카일을 관찰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천 년전의 아르나이즈들 뿐.
더하여 이 비망록은 여기 황궁의 비밀 서고에 잠들어 있었다.
황궁의 비밀 서고에 있는 문서는 오로지 황가의 일원들과 관련된 것뿐이었다.
그 말은 즉.
“샤를롯이 쓴 거다.”
이 비망록은 샤를롯이 쓴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샤를롯이 카일을 관찰하며 기록한 비망록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황제 샤를롯이 아니라, 아르나이즈의 리더 샤를롯으로서 말이다.
즉, 시안이 찾고 있던 기록이었으며.
모바일 영주의 시스템이 정의하는 스토리와 관련된 기록이었다.
시안은 아주 조심스럽게 비망록의 첫 장을 넘겼다.
사락.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피 비린내가 짙게 피어난 마을에서였다.』
비망록의 시점은 1인칭으로 시작되었다.
‘나’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를 관찰하는 내용.
그리고 앞서 추측한 바에 따르면 이 비망록에서 ‘나’는 샤를롯.
‘그’는 카일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사락.
『마을은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와해된 잔해 속,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끔찍한 어둠의 힘을 사용하는 마물들.
저들은 몬스터라는 개념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존재들이었다.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존재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불현듯.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륙에 등장했다.
그들은 끔찍한 어둠의 힘을 사용하며 대륙 전체를 파괴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잔혹함 앞에 사람들은 아무런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사람들은 신을 찾아 기도했다.
부디, 우리를 굽어 살펴달라고.
그러나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그러나 신은 하늘을 두들기는 비명 소리를 외면했고.
방관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신조차 저 끔찍한 악(惡)앞에 굴복한 것일지도.
신에게 대항하는 절대적인 악(惡).
악마(惡魔).
우리는 그들을 이렇게 정의했다.
눈에 보이는 곳곳마다 사람들의 시신들이 즐비해있었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그 누구도 가릴 것 없이 마을은 처참히 유린당해있었다.
한때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비릿한 혈향만이 남아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악마가 흉측한 이빨을 들이밀며 다가왔지만 난 저항할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다가오는 죽음.
난 그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죽음이 다가오던 바로 그때.
번쩍!
한줄기 섬광이 죽음을 향해 번쩍였다.
푸화확!
시뻘건 선혈이 시야 가득히 흩뿌려졌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아닌 죽음에서 터져나오는 피였다.
멍한 정신.
그런 나의 시야로 누군가 터벅, 걸어왔다.
싸늘한 냉기가 흐를 것 같은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
길게 내려앉은 흑발은 대륙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 자루의 검을 든 채,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흐릿한 형체 속에서도 검신은 칠흑으로 빛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악마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도륙이 나있는 동족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괴성을 내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엑─!!
끔찍한 살의가 피어오르며 죽음을 윽박질러왔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저항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어버렸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그는 무수히 많은 악마들 앞에서 가만히 검을 들어올릴 뿐이었다.
이윽고 그가 손을 천천히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검 또한 천천히 휘둘러진다.
그저 가볍게 툭.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그리고.
콰지지직!
검격과 함께 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지며 악마들이 휩쓸려나갔다.
분명 단순한 검의 휘두름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콰르르릉···!
나는 저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경이로운 힘을, 저 말도 안되는 무력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흑발의 미남자.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내였다.
그러나 그가 가진 힘은, 경지는.
꽈아아아앙!
감히 나와 비교할 것이 못 되었다.
마을을 유린하던 악마들은 순식간에 휩쓸려나갔다.
그 누구도 대항하지 못했던 절대적인 악(惡)이 한 사내에 의해 쓸려나갔다.
그는 즐비한 악마들의 시신 사이에 홀연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터벅, 자리를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또 왜 나를 도와주었는지.
악마들이 아무런 목적 없이 파괴를 갈망했다면.
그의 도움 또한 아무런 목적이 없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소리쳤다.
‘이,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오!’
나의 외침에 그가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슬쩍, 돌려 나를 한 번 바라봤다.
마주치는 시선.
‘······’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
.
“응?”
시안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적혀있는 내용.
“뭐라고 적은 거야?”
무슨 글씨인지 도무지 알아 먹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이게 지워진 글자인지.
아니면 이 자체로서 하나의 글자인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카일일텐데.”
뭐, 내용의 흐름상 저 이름은 분명 카일이었다.
애초에 책 제목부터가 카일의 비망록이었으니까.
그런데 적혀있는 글자는 카일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
게다가.
“카일이 흑발이었어?”
카일이 흑발의 미남자로 묘사되었있었다.
그러나 시안이 알고 있는 카일의 모습은 은발이었다.
뭐, 머리색이 바뀐 거야 그럴 수 있었다.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음···.”
그래도 생소한 건 사실이었다.
“일단 계속 봐볼까.”
시안은 비망록의 다음 장을 펼쳤다.
사락.
『그 일이 있은 직후, 나는 마을을 떠났다.
더 이상 남아있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악마들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함께 농사일을 하며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도.
일과가 끝나고 술 한잔 기울이던 마을 친구들도.
매번 인사를 건넬 때면 수줍게 웃음을 흘리던 꽃집 아가씨도.
허구언 날 잔소리만 늘어놓으시던 어머니도.
그런 어머니께 매번 혼쭐나던 아버지도.
그리고 하나뿐인 말괄량이 동생, 레아도.
내게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희망은 잿빛이 되어 스러지고 있는 대륙의 미래.
악마는 내게서 모든 것들을 앗아갔지만.
반대로 내게 다시 일어날 이유 또한 알려주었다.
난 그렇게, 복수를 위해 스스로 검을 잡았다.』
.
.
“샤를롯은 이 당시 레아가 죽었다고 생각했구나.”
악마들에게 유린당한 샤를롯의 마을.
카일의 도움으로 샤를롯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아마, 샤를롯은 홀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레아 또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레아는 죽지않고 살아있었다.
이후 레아가 어떻게 샤를롯과 다시 만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건 샤를롯의 시점으로 기록된 카일의 비망록.
“나중에 레아한테 물어봐야겠다.”
시안은 비망록의 다음 장을 넘겼다.
사락.
『난 미친듯이 전장을 찾아 누볐다.
악마가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주저하지 않았다.
죽음을 도외시하며 악마와 싸웠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죽음을 찾아 싸웠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스스로 죽을 용기가 없어, 죽기 위해 전장을 찾아 누볐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운이 나빴던 것일까.
난 수많은 고비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았고.
그로써 많은 이들을 도와주며 연을 쌓을 수 있었다.
신성국의 성녀, 뮤리엘.
엘프의 숲지기, 엘로디.
드워프의 야금장, 모르크루.
수인족의 대족장, 노에미.
난 그들과 동료가 되어 악마들과 싸워나갔고.
어느덧 사람들은 우리를 영웅이라 칭송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악마들로부터 대륙을 지켜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륙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오만이었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악마 6군주.
악마 군단장이라 불리는 여섯의 악마.
그들의 등장과 함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
.
.
“음?”
비망록을 읽던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써있는 글귀.
“악마 6군주? 악마 7군주가 아니라?”
그건 현재 대륙에 알려진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