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33화 (133/322)

§ 133화 - 흉터가 새겨진 자리(2)

대체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시안은 그저 통증에 격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콘라드는 한동안 그런 시안을 바라보다 오슬리에게 말했다.

“변경백.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알겠습니다.”

콘라드의 말에 오슬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떠나갔다.

그리고 오슬리에게 함부로 하대를 하지 않는 콘라드.

콘라드가 비록 제국의 황태자라고는 하나.

오슬리는 북부의 변경백이었다.

당연히 지위로는 황태자의 지위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황태자라도 변경백의 지위는 함부로 대하거나, 편히 하대를 할 수 있는 위치는 또 아니었다.

행정, 군사, 사법상의 최고 권력자를 넘어, 일종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왕.

그 막중한 책임과 권한은 콘라드라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오슬리가 자리를 떠나가고 콘라드가 다시 시안을 바라봤다.

그 사이 통증이 조금 진정이 되었다.

시안은 품에 안겨 있는 세라에게 말했다.

“세라. 너도 잠시 나가있어줄래?”

“움···.”

세라는 잠시 우물쭈물해 하더니 시안과 콘라드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윽고 세라가 몸을 일으키고는 곧장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내려앉는 정적.

“크흠. 흠흠.”

콘라드가 불편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나도 엘프를 처음 보긴 하다만···.”

콘라드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시안에게로 다가왔다.

시안은 황급히 일어나려했으나, 콘라드가 손을 내저으며 시안을 만류했다.

이어 콘라드가 시안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이래서 였나?”

“무슨··· 말씀이신지···?”

콘라드가 섭섭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래서 엘레나를 쫓아낸 건가?”

엘레나는 다름 아닌 콘라드의 여동생.

지난 날, 루벤에 찾아왔던 황녀였다.

그리고 하도 루벤에서 말썽이 나길래 시안이 쫓아냈던 이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래서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노크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격렬했던 것 같던데.”

콘라드가 다시 한 번 괘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말도 안되는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조건 오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음··· 정말인가?”

“정말이고 자시고, 저 방금 깨어났습니다.”

“흐음···.”

시안의 말에 콘라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얼굴에 드리운 위기감은 되려 더욱 짙어졌다.

이어 콘라드가 세라가 떠난 방문을 바라봤다.

“엘프가 미(美)의 종족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지난 번에 브라헤의 여식도 그렇고···.”

외모로 밀고 나가는 것은 무리인가.

미인계는 집어치워야겠군.

콘라드가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시안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지난 번의 일은 내가 대신 사죄하겠네. 다짜고짜 결혼이라니.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말게나. 엘레나가 아무 남자에게나 그러는 건 아니야. 아직 남자와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다네. ”

“아니, 그러니까─.”

에휴, 됐다.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하랴.

“그리고 엘레나가 약간 제정신이 아니어 보여도 엘레나만큼 참한 여인은 없다 자부할 수 있네. 내가 오라비라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그러하다네.”

“엘레나는 어릴 때부터 황녀로서의 의무감에 묶여있던 터라, 황녀 수업을 게을리 받지 않았으니 말이네. 아마 내조하면 그 어떤 여인보다···.”

계속 들려오는 콘라드의 중얼거림.

시안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콘라드의 엘레나 자랑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시안은 콘라드가 얼마나 엘레나를 아끼는 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난 자랑.

어질어질한 정신에 시안은 그때서야 말을 꺼냈다.

“그보다 전하. 전하께서 어찌 이곳에 계신 겁니까?”

콘라드 또한 그때서야 생각났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북부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네.”

이번 북부의 전역을 뒤집어놓았던 사건.

그리고 어쩌면 제국 전역이 발칵, 뒤집힐 뻔했던 사건이었다.

제국의 황태자로서 직접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모양.

“그런데 다크 엘프라니. 엘프들에 관해서는 보고서로 접했던 적이 있었지만··· 다크 엘프는 나도 처음 보고 듣는군. 하물며 다크 엘프의 마을에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콘라드는 마지막 말을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뭐, 콘라드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니.

얼추 일은 잘 해결된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관련 사실이 황궁에 보고가 되었고.

콘라드가 이곳까지 왔다는 것.

그 시간이 짧지는 않았을텐데?

“제가···그렇게나 오래 기절해있었습니까?”

“변경백께 듣자하니 오늘로 3주째라더군.”

3주.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다이슨과 마주했을 때가 북부로 온 지, 약 10일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한 마디로 북부의 사건을 해결한 것이 10일.

10일만에 사건을 해결하고.

3주를 기절해있었다라.

‘이게 뭔···.’

시안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멍한 정신.

‘아, 참.’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콘라드에게 물었다.

“아스란디즈. 아스란디즈은 어찌되었습니까?”

“아스란디즈라면··· 다크 엘프의 숲지기를 말하는 겐가?”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란디즈가라는 말에 숲지기라는 말이 바로 나오는 콘라드.

북부에서 벌어진 전후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자네 걱정을 해도 모자를 판에 다른 사람부터 걱정이라니. 자네도 참···.”

콘라드는 살짝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괜찮네. 목숨에 지장은 없다네.”

“하아···.”

시안은 그때서야 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극한의 순간.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시안은 아스란디즈가 아닌 인스티즈를 노렸다.

인스티즈 안에 깃든 광기와 악의.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엇.

아스란디즈은 그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게 조종을 받고 있었고.

그것을 부순다면 아스란디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안은 차마 아스란디즈를 향해 검 끝을 겨눌 수가 없었다.

숲지기로서 아내와 아들을 죽여야만 했던 아스란디즈의 운명.

그리하여 남아야만 하는 세라.

시안은 차마 아스란디즈를 향해 검 끝을 겨눌 수가 없었다.

아마 그 때문일까.

“나도 이건 이야기만 들은 터라 자세한 사정을 모르겠으나, 숲지기가 목숨을 구제한 건 모두 자네 덕분이라더군.”

방금 전 세라의 태도.

어째, 세라답지 않게 과하게 안긴다 싶었더니 그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콘라드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모든 힘을 잃은 모양이야.”

“힘을 잃었다고요? 아스란디즈가 말입니까?”

“그렇다네. 가진 바 마력을 전부 잃었다고 하더군.”

콘라드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파나트가 말하길, 인스티즈의 폭주를 제어하면서 가진 바 마력을 전부 소모한 모양이네. 그러면서 마력을 구성하는 정신 세계의 일부분도 망가졌다고 하는데···.”

콘라드는 파나트의 말을 떠올리듯 살짝, 눈썹을 찌푸려보였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복잡해서 알아먹을 수 있어야지.”

보아하니 파나트의··· 아니, 마법사의 설명충 기질이 발동된 모양이었다.

시안도 겪어본 바 꽤나 어지러웠다.

설명해봤자 다른 이들은 잘 모르는 복잡한 이론들.

그리고 콘라드 또한 기사였다.

샤를롯의 후손이 마법사일리가 있을까.

복잡한 이론 설명 같은 건 머리 아파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에 관해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

“다크 엘프의 숲지기는 마법사로서의 자질을 잃어버렸다고 하더군.”

“······”

시안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8위계(位界)의 절대적인 마법사.

그 경지까지 닿기 위해 해왔던 수많은 노력들.

그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하니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시안은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콘라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때문이 아니네. 애초에 인스티즈의 폭주하는 마력을 제어하는 순간부터 결정된 일이었으니 말이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숲지기는 살아있을 수조차 없었네.”

콘라드는 위로하듯 말을 건네왔으나 뭐··· 자책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시안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아스란디즈은 아스란디즈으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했을 뿐.

각자의 최선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다만··· 시안은 일말의 자책 정도는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야.”

이어 콘라드가 말을 이었다.

바라본 시선.

콘라드는 상당히 곤란한 표정으로 재차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이번 북부의 사태에 상당히 노하셨네.”

“황제 폐하께서 말씀이십니까?”

시안의 물음에 콘라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북부의 일은 폐하께서 직접 관여하신 사건이네.”

그건 시안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엘란두르와 로르실트.

이렇게 두 가문에서 북부에 지원을 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황제가 직접 관여한 사건.

그 말은 즉, 이 일의 보고가 비단 콘라드에게만 들어간 것이 아니란 뜻이었다.

“폐하께서는 다크 엘프들이 저지른 행동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으시네.”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북부 전체가 뒤집어진 사건.

아니, 어쩌면 북부를 넘어 제국 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뻔한 사건.

이 사건의 배후는 다름 아닌 다크 엘프였다.

그리고 사실만 놓고 따지면 전부 다크 엘프가 저지른 일이었다.

다크 엘프가 흑마법을 사용한 것도 사실이었고.

다크 엘프가 그런 흑마법을 이용하여 야만족들을 조종한 것도 사실이었고.

제국민들이 피해받고, 제국을 위협한 것.

그 모든 것들이 다크 엘프가 저지른 일들이었다.

물론 스스로의 과오를 덮기 위해 숲지기인 아스란디즈와 파수꾼들이 나섰다.

그러나 끝내 숲지기인 아스란디즈 마저 광기에 물들어 제국을 위협하는 악(惡)이 되었다.

아마 시안이 없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발생했으리라.

“폐하께서 자네의 공로를 굉장히 치하하고 계신다네.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도 언급하셨으니.”

황제는 시안이 행한 공로를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 하나하나.

그 모든 것들이 다크 엘프의 잘못이었으니.

“폐하께서는 다크 엘프들에게 죄를 묻고자 하신다네.”

황제의 노여움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콘라드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

“해서 아스란디즈가라는 숲지기는 현재 황궁에 압송되어 있는 상태이지. 폐하께서는 당장 죄를 묻고자 했으나··· 내가 어떻게든 폐하를 말려 일의 진행을 늦추었네. 죄를 묻더라도 상황의 전후사정은 제대로 파악해야한다는 핑계로 내가 직접 이곳에 온 것이지.”

콘라드가 직접 이곳에 온 궁극적인 이유가 이 때문인 듯 싶었다.

“무엇보다 자네가 기절해있는데 일을 처리할 수가 없었기도 했고.”

“감사합니다 전하.”

시안은 그런 콘라드에게 깊은 감사를 건넸다.

황궁으로 압송된 아스란디즈.

북부의 사태에 분노한 황제.

그리고 흘러버린 3주의 시간.

만일 콘라드가 나서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모두 끝나있었을 터였다.

시안이 뭘 해보기도 전에 말이다.

다행히 콘라드가 시안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에서 곧장 행동에 나서주었다.

“되었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시간을 끌어주는 것일 뿐인데.”

황태자인 콘라드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할 수 없었으리라.

“폐하를 완벽히 설득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도와줄 수 있는 건 모두 도와주겠네.”

이어진 콘라드의 말.

시안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북부의 사건은 어찌 잘 해결되었다.

상처와 흉터가 남아있으나 다행히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크 엘프들이 저지른 죄.

비록 다이슨의 독단적인 일이었다고는 하나, 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크 엘프들이 새긴 상처와 흉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아스란디즈와 세라.

여기 마을에서 보이는 다크 엘프들.

그들에게 죄를 묻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까.

시안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조금 길게 이어졌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전하. 한 가지 부탁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시안이 콘라드에게 말했다.

콘라드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콘라드를 마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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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롯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리고 그 다르칸에 위치한 제국의 심장, 황궁.

그리고 황궁 중에서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

다름 아닌 황제의 알현실이었다.

깔끔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수 백명은 족히 수용할 드넓은 이곳.

이곳엔 두 금발의 사내가 자리해있었다.

한 명은 정갈하면서도 품위 있는 복장의 미남자.

자연스럽게 위엄과 기품이 흘러나오는 존재.

“몸도 성치 않은데, 이리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나.”

다름 아닌 황태자, 콘라드였다.

그리고 그런 콘라드의 물음을 받은 다른 금발의 사내.

“괜찮습니다. 몸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게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다름 아닌 시안이었다.

“그건 그렇긴 하다만···.”

시안의 말에 콘라드가 잠시 말을 흐렸다.

엘란두르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듀라크로부터 번 시간.

북부를 가기 전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 북부의 사태로 거진 한달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

사건을 10일 정도에 끝이 났으나 시안이 3주나 기절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해서 남은 기간은 2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정말, 엘란두르로부터 독립할 생각인가?”

이어진 콘라드의 물음에 시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이번 북부의 일도 그런 의미로 맡은 것입니다.”

“확실히···.”

콘라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마무리를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북부의 일로 독립의 자격 정도는 갖추어진 것 같네. 폐하께서도 관심을 크게 가지고 있는 정도이니.”

루벤의 독립을 위한 압도적인 명분.

이번엔 비단 시안 뿐만 아니라 루벤의 기사단들과 함께 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북부의 사람들을 도와준 건 시안이 아니었다.

시안은 위협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했을 뿐.

북부를 점령한 야만족들을 몰아낸 건 루벤의 기사단이 해낸 일이었다.

사실상 북부의 일은 시안과 루벤의 기사단들이 해낸 일.

당연히 시안은 물론, 루벤의 이름까지 황제의 귀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설마하니 듀라크가 트집을 잡지 않겠지?’

다름 아닌 듀라크와의 약속.

이번 북부의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곧바로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다.

물론 시안의 공로는 황제마저 치하할 정도였다.

잘 해결한 정도가 아니라 시안이 해결했다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혹시 몰랐다.

만족이라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었으니까.

이 정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듀라크가 이렇게 말하면 시안은 뭐라 할 말 없었다.

그럼 뭐 어쩌랴.

3개월이든, 2개월이든, 나발이든.

그대로 들고 일어나야지.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알현실 너머로 크나큰 외침이 들려왔다.

이윽고 벌컥, 열리는 알현실의 문.

시안은 생각을 밀어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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