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14화 (114/322)

§ 114화 - 강화? 현질?(1)

화아아아아아악!

모바일 영주의 오류와도 같은 알림창과 함께 검에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시안은 가만히 터져나오는 빛무리를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빰빠라밤!!

크나큰 팡파레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아 동시에 스마트 폰 화면으로 떠오른 알림창.

《강화 성공!!》

강화가 성공했다는 알림창이 화면 가득히 떠올라있었다.

시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기뻐하거나, 놀라는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뭐, 그도 그럴 것이.

《S등급 → SS등급》

방금은 S등급의 검을 강화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S등급의 검 강화 확률은 100%.

당연한 결과였으니 기뻐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되려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강화 비용이 있었네.”

S등급을 강화하는데 5만 골드.

SS등급을 강화하는데는 10만 골드.

SSS등급을 만들기 위한 강화 버튼 한 번.

그 순수한 비용만 15만 골드가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안이 앞선 골드를 계산했을 당시.

S등급의 검을 만드는 재료값만 생각했을 뿐.

강화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1,020만 골드 이상이 들어간다는 뜻.

재료는 있는데 강화를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안이 신성 제국에서 벌어온 골드도 많았거니와.

아멜리아 또한 600만 골드를 넘게 벌어온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4,800,000 G]

시안은 인벤토리의 골드를 한 번 확인하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SS등급 강화 비용 100,000G]

[강화 성공 확률 5%]

이제부터 진정한 강화의 시작.

시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강화’ 버튼을 눌렀다.

꾹.

《강화 시자아아악!》

화아아아아아악!

여전히 맛이 간 알림창과 함께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태양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듯한 밝기.

“제발···! 제발···!”

시안은 두 손을 간절히 모아 기도했다.

미리 사둔 재료야 다른 곳에 써도 되니까.

어떻게든 다른 곳에 써먹을 수 있으니까.

“한 번에 성공···! 제바아아알···!!!!”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터져나오던 빛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빰빠라밤!!

크나큰 팡파레 소리가 터져나왔다!

“제발!”

시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 폰을 바라봤다.

지난 번의 경험 상.

팡파레가 강화가 성공했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확인한 알림창.

《강화~~ 실패!》

“이런 젠장!!”

콰앙!

시안은 주먹을 내리쳤다.

이를 까득, 깨물며 끓어오르는 울분을 삼켰다.

띠링!

《모르크루의 기운 20% (+5%)》

그와 동시에 모르크루의 기운이 쌓였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후우···! 후우···!”

시안은 차분히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래,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에 성공했으면 솔직히 섭섭할 뻔 했다.

“여기, 추가로 완성되었소.”

때마침 세미르가 새로운 S등급의 검 2자루를 건네었다.

시안은 곧장 그것을 받아 들었다.

꾹, 하는 가벼운 터치와 동시에  5만 골드가 증발했고.

곧 새로운 SS등급의 검이 만들어졌다.

흐름을 타야 한다.

시안은 다시 강화 버튼을 눌렀다.

꾹.

화아아아악!

10만 골드짜리 빛이 시야 가득히 터져나왔다.

“제발!!”

시안은 다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빠라빰빰빰 푸빰빰!!

아까와는 다른 팡파레 소리가 들려왔다!

“서, 설마!!”

시안은 화들짝 놀라며 스마트 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업적: ‘우리 성공이···, 실패 딸이에요.’ (달성!)》

[달성 조건: 강화 실패 5번.]

.

.

뭔 개같은 업적이 달성되어있었다!

“이런 개같은!!!”

콰아앙!

시안은 거세게 주먹을 내리쳤다.

저도 모르게 마기가 담기며 모르크루의 공방 Lv.1이 크게 들썩였다.

띠링!

《모르크루의 기운 25% (+5%)》

어김없이 올라가는 모르크루의 기운.

시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진정시켰다.

그리고 달성된 업적을 확인했다.

[업적: ‘우리 성공이···, 실패 딸이에요.’]

뭔 말 같지도 않은 업적이었다.

그러니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인가?

아니,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

저런 시덥지도 않은 비유로 말하는 건 무어란 말인가.

저건 깐족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아까 들려왔던 팡파레까지 보면 필시 놀리는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달성 보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

“무슨 이딴 업적이 다 있어!”

실로 개같은 업적이 따로 없었다!

“여기 추가로 더 완성되었소!”

다시 세미르가 S등급의 검 2자루를 건네주었다.

시안은 끓어오르는 속을 억지로 눌러삼켰다.

흐름이다. 화에 억눌려 흐름을 끊어서는 안된다.

시안은 이번에 강화 버튼을 연타로 눌렀다.

꾹. 꾹.

그러자 SS등급의 검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곧장 새햐안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빠바바밤!! 빠바바바바밤!!!!

어마어마한 팡파레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성공했나?!”

시안은 황급히 스마트 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업적: ‘100만 클럽 가입! - 여러분의 골드가 펑펑! 터지고 있어요!’ (달성!)》

[달성 조건: 순수 강화 비용으로 100만 골드 소모.]

[업적 보유 효과: 강화 비용 1% 할인.]

.

.

이번에도 뭔 말 같지도 않은 업적이 달성 되어있었다!

“뭐··· 라고?”

그리고 이번엔 시안의 정신이 순간 멍해졌다.

지금 달성된 업적, 100만 클럽.

달성 조건이 순수 강화비용으로 100만 골드를 소모였다.

그 말은 즉.

강화 비용으로만 벌써 100만 골드를 날렸다는 뜻이었다.

“그럴 리가?”

시안은 차분히 기억을 되짚었다.

현재 쌓인 모르크루의 기운은 방금 실패까지 더해 30%.

한 번 실패에 5%가 쌓이니, 6번 실패한 셈이었다.

그리고 1번 실패에 드는 강화 비용은 도합 15만 골드.

6번이면 90만 골드였다.

여기에 또 하나.

지금 시안이 입고 있는 SS등급의 검과 갑옷이 있었다.

이것들을 만들고자 강화 비용으로 각각 5만 골드씩 지출했으니 도합 10만골드.

하여, 지금.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업적: ‘100만 클럽 가입! - 여러분의 골드가 펑펑! 터지고 있어요!’]

띠링!

《강화를 하시려거든, 현질을 해보세요~!》

.

.

“지랄하지마!!!”

시안은 버럭, 소리쳤다.

시안의 전신으로 끔찍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그 사이로 느껴지는 지독한 광기.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존재들이 갖는 광폭화(Over Drive).

시안의 눈이 뒤집히며 이성의 영역이 도려내어진다.

오냐.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아르나이즈의 축복】

③【<뮤리엘의 기도>: 그대에게 무궁한 영광의 축복을.】

.

.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시안은 깜빡이는 알림창의 화면에 Y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곧장 [효과 1]의 선택지를 눌렀다.

《1분 간, 업적 보유자의 모든 신체 능력이 +2,000% 상승합니다!》

떠오르는 알림창과 함께 전신 가득, 뮤리엘의 신성이 차올랐다.

세상 그 무엇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시안은 뮤리엘의 축복을 받으며 소리쳤다.

“세미르!!”

“여기 있소!”

꾸구구국!

시안은 지독한 광기를 피워올리며 강화를 이어나갔다.

#

샤를롯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리고 그 다르칸에 위치한 제국의 심장, 황궁.

황궁은 샤를롯 제국에서 가장 중심부라 할 수 있었다.

드넓은 제국의 대소사가 결정되는 곳이자.

황가의 일원들이 거주하는 말 그대로 제국의 심장.

허나, 그런 황궁 중에서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니.

“폐하께서 이렇게 따로 부르신 적이 드물건만···.”

다름 아닌 황제의 알현실이었다.

깔끔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수 백명은 족히 수용할 드넓은 알현실.

그런 알현실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있었다.

짧게 친 금발의 머리.

단단하다 못해 틈조차 보이지 않는 인상.

중년을 넘긴 연륜은 그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세력을 이끄는 한 마리의 우두머리 늑대를 연상케 하는 존재.

“혹시 엘란두르께서는 따로 들은 것이 있소이까?”

엘란두르 가(家)의 가주, 듀라크 엘란두르.

듀라크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빛이 질문을 던진 존재에게로 향했다.

길게 내려앉은 백발과 잘 다듬어진 하얀 수염.

얼굴에 피어난 주름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깊이.

마치 삶에 통달한 현자를 연상케 하는 존재.

“따로 들은 바가 없습니다. 로르실트께서는 따로 들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로르실트 가(家)의 가주, 에그리트 로르실트.

샤를롯 제국을 지탱하는 두 가문이자 두 존재.

황제의 알현실에는 듀라크와 에그리트가 있었다.

듀라크의 물음에 에그리트가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였다.

“나도 들은 바가 없다오.”

에그리트의 답에 듀라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무심한 시선을 허공에 던질 뿐이었다.

그렇게 내려앉은 정적.

“그나저나··· 꽤나 의외더구려.”

그 사이로 에그리트가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듀라크가 시선을 돌려 에그리트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덤덤한 시선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물음을 에그리트는 모르지 않았다.

에그리트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엘란두르의 막내 말이외다.”

엘란두르의 막내, 시안 엘란두르.

후작가의 망나니이자, 패륜아로 소문난 이.

에그리트가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단순했다.

상당히 시간이 흐른 일이었으나, 여전히 떠들썩 한 일.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에그리트의 말에 듀라크가 툭,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에그리트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파나트는 물론이고, 엘란두르의 장남을 제친 것이 운이라?”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두 천재.

카이 엘란두르.

파나트 로르실트.

에그리트가 껄껄, 웃으며 말을 다시 이었다.

“조디악 소드의 선택이 어찌 운이겠소. 그럼 엘란두께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 모두가 운이었겠구만.”

듀라크와 로르실트.

각각 검과 마법이라는 분야에서 명실상부 대륙의 1인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각각 20년, 40년 전에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은 바가 있었다.

바로 그때.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알현실 너머로 들려오는 크나큰 외침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그 문을 걸어 들어오는 한 존재.

존재만으로도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아우라.

별 다른 기세가 없음에도 괜시리 위축이 되는.

마치 황태자 콘라드가 중년을 넘어선다면 딱 저러한 모습일까.

인자하면서도 내면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그.

다름 아닌 샤를롯 제국의 1인자.

황제, 발루아가 폰 샤를롯이었다.

발루아가의 등장에 듀라크와 에그리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보였다.

“엘란두르 가(家)의 가주, 듀라크 엘란두르.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로르실트 가(家)의 가주, 에그리트 로르실트.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발루아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지.”

그리고는 알현실 가장 높은 곳, 황좌에 앉아 보였다.

“앉게나.”

발루아가의 말에 듀라크와 에그리트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발루아가는 그런 둘을 한 번씩 쳐다보고는 말했다.

“짐이 갑자기 부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표정들이군.”

발루아가는 둘의 답을 들을 틈도 없이 곧장 말을 이었다.

“질질 끌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북부의 야만족들이 활개를 치고 있네.”

듀라크와 에그리트는 말이 없었다.

발루아가의 말을 경청한다는 듯, 살짝 시선을 내려 발루아가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 듀라크와 에그리트의 두 눈에는 약간의 의문이 떠올라있었다.

샤를롯 제국의 북부.

그곳엔 야만족들과 국경을 맞닿은 곳으로 간혹 야만족들이 제국민들을 약탈하고, 침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야만족들일 뿐이었다.

국가를 이루지 못한 부족들이었고, 딱히 위협적인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야만족은 야만족인지라.

하는 짓거들이 암흑가 출신의 범죄자들보다 흉악하니.

이렇게 활개를 칠 때면 한 번씩 병력들을 이끌어 억눌러주어야만 했다.

슬슬 그 주기가 되었는지 발루아가가 말을 꺼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듀라크와 에그리트가 의문을 떠올린 이유.

다름 아닌 매번 있어온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발루아가의 입에서 직접 나올 만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렇게 듀라크와 에그리트를 따로 부를 만한 일도 아니었다.

듀라크와 에그리트는 말없이 기다렸고.

역시나 발루아가의 입에서 추가로 말이 들려왔다.

“야만족들이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흔적이 보였다더군.”

“······!”

“······”

에그리트는 깨나 놀라보였고.

듀라크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흑마법.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마법으로서, 어둠의 마나는 자연의 마나에 반하는 성질을 지닌 마나였다.

존재의 마음을 제물로 삼으니.

마음이 격하게 끓어오를수록 어둠의 마나는 빨리 쌓인다.

그렇게 어둠의 마나는 서서히 존재를 집어 삼킨다.

흑마법은 그런 어둠의 마나를 근간으로 한 마법이었다.

즉, 사특한 마법이자 인간이 결코 사용해서는 안되는 마법이었다.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

“최근, 황태자가 제국 서부에 악마가 부활했다는 말을 하더군.”

“······!!!”

이어진 발루아가의 말에 에그리트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듀라크의 표정 또한 뚜렷한 감정의 변화가 보였다.

잠시 내려앉는 정적.

“하오나 폐하···.”

에그리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고.

발루아가는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의 사용이 악마 부활과 관련있다는 건··· 과한 억측이라 사료되옵니다. 또한 황태자 전하께서도 마족을 착각하신 건 아닌지···.”

“마족은 어둠의 숲에서 나올 수가 없지 않나.”

“그건 그렇사오만···.”

“에그리트 후작의 마음은 나도 잘 아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발루아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헌데, 불과 얼마 전에 신성 제국에서도 비슷한 말을 해오더군.”

발루아가는 에그리트와 듀라크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쉬이 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에그리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북부의 야만족이 흑마법을 사용한다.

정확히는 흑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는 단순히 활개친다, 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제국 북부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야만족 따위에게 제국의 영토를 빼앗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악마와 관련 있을 거라는 추측은 두 번째 문제다.

애초에 악마와 관련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족과 악마들이 흑마법을 사용했으나.

그렇다고 흑마법을 사용하는 인간들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존재가 먹혀 끔찍한 악(惡)으로 변질될 뿐.

생각을 마친 에그리트가 가장 먼저 말을 꺼냈다.

“파나트와 더불어 아르카닉 마법 병단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르카닉(Arcanic) 마법 병단.

로르실트 가문을 대표하는 마법 병단으로 제국 제 1의 마법 병단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파나트 로르실트까지.

가히 로르실트 가문이 차출할 수 있는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한낱 야만족들을 처리하는데 있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에그리트는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다름 아닌 황제, 발루가가가 직접 말을 꺼냈다는 것.

이 일을 잘 해결하면 황제가 입을 싹, 닦고 넘기지 않을 터였다.

일종의 빚을 안겨두는 셈.

그리고 황제의 빚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값어치가 있었다.

발루아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발루아가의 시선이 듀라크에게 향했다.

듀라크는 아직 말이 없었으나.

사실 그 답은 정해져있었다.

제국 제1의 기사단이라 불리는 하얀 늑대 기사단.

그리고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카이 엘란두르.

로르실트와 수준을 맞추려면 이 정도는 해야했거니와.

듀라크라고 이 일로 황제에게 빚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저희 엘란두르는···.”

금방 계산을 끝 마친 듀라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하하···.”

시안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멍한 표정은 마치 정신과 영혼이 빠져버린 듯 해보였으며.

남은 육체는 빈 껍데기 마냥 힘없이 떨구어져있었다.

“괘, 괜찮으시오···?”

그런 시안의 모습에 세미르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시안은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미르. 저는 끝났어요··· 저는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렸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영주께서 없으면 우리들은···!”

세미르가 기겁을 하며 시안의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그러면서 뭐라뭐라 옆에서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안은 들리지가 않았다.

그 어떤 긍정의 확언도 시안에게는 들리지가 않았다.

시안은 정말로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시안은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내린 시선으로 스마트 폰이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그런 화면 위로 깜빡깜빡, 알림창 하나가 점멸하고 있었다.

시안은 정말로.

《모르크루의 기운 100%》

“하하하···.”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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