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13화 (113/322)

§ 113화 - 새로운 식구(2)

꽈앙─!

연무장 전체로 폭음이 터져나왔다.

짙게 피어나는 먼지 안개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번뜩!

먼지 안개 사이로 검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새까만 참격이 안개를 베어내며 쇄도해왔다.

시안은 뒤로 크게 물러났다. 물러난 움직임으로 공간을 격하듯, 칠흑의 검이 따라 쇄도해온다.

시안은 뿌득, 다리에 힘을 주어 검을 휘둘렀다.

카앙─!!

휘두른 검이 참격을 밀어내었다. 튕겨 오른 참격의 검이, 일순간 어둠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철퇴의 형상이 되어, 다시 시안에게로 떨어져내렸다.

막을 수 없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시안은 마혼무영보를 펼쳐보였다.

시안의 몸이 어둠으로 되어 사라진다.

켄드릭의 안광이 타오르며 시안의 움직임을 쫓았다.

켄드릭이 왼손을 옆으로 뻗어보였다.

요악한 마기가 쉬지 않고 끓어오른다.

이 세상의 모든 끔찍함을 담아낸 것만 같은 불길함이 느껴진다.

인간답게 싸우는 것을 벗어 던진지 천 년.

콰아아아아─!

뻗은 손으로 짙은 어둠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시안의 어둠을 쫓아 맹렬히 퍼져나갔다.

“이런 미친!”

시안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마혼무영보를 멈추고, 쫓아오는 어둠을 베어내었다.

시안의 검 위로 일렁이는 마기가 어둠을 찢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악─!

켄드릭의 어둠이 확장된다. 찢겨진 어둠이 그대로 메워졌다.

덮쳐오는 어둠. 그것은 소름끼치는 예기를 품고 있었다.

포악하고, 난잡하며 또 끔찍한.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와 함께 마혼제법의 구결을 되뇌었다.

근원의 힘이 반응한다.

칠흑보다 더 어두운 끔찍한 마기(魔氣)가 터져나온다.

근원의 마(魔).

주변에 드리운 켄드릭의 어둠이 삼켜진다.

시안은 정신을 집중하며 카일의 모습을 떠올렸다.

초급을 수료하고 구매한 마혼수라검 중급.

그곳에서 카일의 환영이 알려준 검을 떠올렸다.

콰르르르릉─!

시안의 검 끝으로 어마어마한 힘이 응축되었다.

세상 그 무엇도 뚫어버릴 듯한 끔찍한 힘.

바로 그때.

시안의 주위를 잠식한 어둠이 폭사한다.

콰콰쾅!

땅이 흔들리며 시야가 흔들린다.

그리고 다시.

뚝.

시안의 눈앞으로 칠흑의 검이 겨누어진다.

응축되었던 힘이 일시에 흩어졌다.

“후우···! 역시 안되네.”

시안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중급 진행률 0.16%(+0.07%)]

[마혼무영보(魔魂無影步) 진행률 1.3%(+0.8%)]

품 속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안은 검을 갈무리했다.

괜시리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방금 주군께서 보이시려던 힘은, 저도 조금 위험했습니다.

켄드릭이 그런 시안을 위로하듯 말을 해왔다.

“됐어. 위로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야.”

시안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으며 켄드릭을 바라봤다.

과연, 마스터 상급은 상급인 것일까.

직접 대련해보니 켄드릭의 수준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엇다.

변화무쌍한 공격 패턴하며.

인간답지 않게 싸우는 방식하며.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이것도 켄드릭이 많이 봐준 것이었다.

그리고.

-고생했어 시안.

레아가 순식간에 날아와 깨끗한 천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시안은 그런 레아를 가만히 바라봤다.

레아의 강함도 추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켄드릭과는 다른 방식으로 힘을 사용할 뿐.

레아의 수준도 켄드릭과 견줄만 하다 할 수 있었다.

천 년 전에는 레아가 어떠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천 년 동안 사념을 응축했으며.

심지어 샤를롯의 여동생이었으니, 재능 또한 가벼이 볼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안은 레아보단 켄드릭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안은 레아와 대련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레아와 켄드릭.

둘의 수준에 순서를 매겨야만 한다면, 시안은 켄드릭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무력의 수준만 따진다면···.

레아는 켄드릭에게 반 수 내지는 한 수 정도 밀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켄드릭. 저기 가서 시안이 갈아입을 옷 좀 가져다 줄래?

-알겠습니다.

단순히 무력으로만 따질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레아의 말에 켄드릭이 곧장 몸을 움직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마땅히 따라야하는 명령이라는 듯, 켄드릭은 곧장 몸을 움직였다.

뭐··· 켄드릭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했다.

물론 레아는 비록 카일과 정식으로 혼인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약혼을 한 사이임은 부정할 수 없었고.

결국은 혼인을 약속한 것.

켄드릭의 입장에서는 그냥 주모(主母)나 다름 없었다.

켄드릭이 어둠의 갑옷을 철컥, 거리며 걸어갔다.

그럴 때마다 짙은 마기가 흩뿌려지며 ‘고오오···!’ 하는 소리 마저 들려왔다.

정말 모르는 이가 본다면.

아니, 아는 사람이 봐도 마왕(魔王)이나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마왕이 지금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가고 있었다.

수 만명을 도륙하러 간다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시안은 켄드릭에게 말했다.

“켄드릭.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깨끗한 천으로 땀을 닦아주는 레아에게 말했다.

“레아도 그래요.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요 없어요.”

그런데 웬걸.

레아가 심히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 안주인인걸. 남편을 내조하는 게 뭐 어때서.

이젠 대놓고 말하는 레아였다.

정확히는 켄드릭이 주모(主母)라 부른 이후로 거리낌이 없어졌다.

“아니, 그러니까 저는 카일이 아니라까요.”

-알았어. 알았어.

그러면서 레아는 시안의 얼굴을 이곳저곳 닦아주었다.

그리고 켄드릭도 마찬가지.

-저도 신경쓰지 마십시오 주군. 주군을 보필하는 건 마땅히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

루벤에서 레아의 존재를 확인한 이후.

어째, 시안을 카일의 후계자가 아닌. 카일의 환생으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역시 켄드릭! 말이 제대로 통한다니까!

레아가 엄지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렇게 천 년을 살아온 두 존재들은 다시 움직였다.

‘······ 에이, 모르겠다.’

시안은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하지 말라해도 저렇게 하겠다는 뭐.

그렇다고 강제로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강제할 수도 없는 이들이었고.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보다···.’

시안은 품 속의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진행률 진짜 안 오르네.’

초급을 수료한 이후, 마혼수라검 중급 과정.

오르는 진행률 수준이 아주 가관이었다.

어째, 과정이 진행될수록 더욱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샤를롯의 긍지>를 강화해 성장 버프도 강화되었고.

심지어 광고 제거로 상시 성장 버프를 받고 있었건만.

오른 진행률은 마혼수라검 0.07%.

마혼무영보 0.8%.

그나마 켄드릭과 대련을 해서 이 정도였다.

단순 과제만 수행하면 진행률이 반의 반토막이 나버렸다.

“하아···.”

시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재능이 없는 본인을 탓해야지.

그래도 초급의 과정도 그러했듯.

중급의 과정도 꾸준히 하다보면 수료할 날이 분명 올 터였다.

‘언제쯤 수료하려나···.’

그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로 그때.

“도련님.”

연무장 한 쪽에서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역시 한스가 서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스의 말.

“지금 아멜리아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드디어 아멜리아가 상행을 마치고 루벤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

달그락 달그락.

루벤 안 쪽으로 수 십대의 마차 행렬이 들어섰다.

제국 서부로 상행을 다녀온 루벤 브라헤 상단.

거진 한 달이 넘는 상행이었고, 그 때문인지 아멜리아를 비롯한 상단원들의 얼굴에는 진한 노고가 묻어나왔다.

그러나 정작 마차와 마차를 이끄는 말들은 전혀 그러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마차는 평범한 마차가 아닌 드워프들이 만든 마차였다.

그리고 마차는 장비가 아니었기에 등급이 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등급을 붙이자면 A등급의 마차라 할 수 있었다.

내구도는 말할 것도 없었거니와.

험한 산세는 물론 길이 닦이지 않은 곳까지 거침없이 다닐 수 있었다.

또한 그 마차를 이끄는 말들.

얼핏 보면 평범한 말처럼 보이나, 실상은 마수들이었다.

지난 번 시안이 업그레이드 한 ‘날뛰는 마수 목장 Lv.4’과 ‘윤택한 축사 Lv.4’.

그곳에서 길들이고 육성한 마수들은 이제 밖으로 나가도 흉악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서 이런 마차뿐만 아니라, 농사와 광산 등.

노역이 필요한 일에 두루두루 활용하고 있었다.

목장의 인원들은 지금도 마수들을 육성하고 있었고.

지금은 새로이 만들어질 루벤의 기사단.

그들이 타고 다닐 마수들을 선별 육성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기사들이 타고 다닐 마수는 흉포함을 완전히 없애면 안되었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하는데···.

뭐, 어쨌든.

“고생했어 아멜리아.”

시안은 루벤으로 돌아오는 아멜리아를 반겼다.

“다녀왔어요 영주님···.”

아멜리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런데 평소 활기찬 아멜리아와는 사뭇 다른 모습.

가만 보니 피곤에 찌든 얼굴이 상당히 힘들었던 상행이었던 듯 싶었다.

하지만 그런 피곤 사이로 뿌듯함 또한 비쳐보였다.

가벼워 보이는 마차를 보고 짐작했지만.

아무래도 상행이 잘 끝난 듯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님, 저저어엉말 많이 벌어왔어요!”

아멜리아가 두 손을 크게 펼쳐보이며 말했다.

과거, 제국 서부를 주름 잡았던 브라헤 상단.

그리고 그 상단의 여식이었던 아멜리아.

그런 아멜리아가 저렇게 말을 할 정도면 정말 많이 벌어온 것 같았다.

이윽고 아멜리아가 한쪽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상단원과 더불어 호위를 나갔던 병사들이 한 마차를 끌고 왔다.

루벤 전역에 깔린 ‘달려라 달려! 벽돌길 Lv.4’ 를 묵직하게 짓누르며 다가오는 마차.

속이 비어있는 다른 마차들과는 달리.

그 안에 무언가 가득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영주님은 전표를 안 좋아하시니까, 전부 골드로 바꿔서 가져왔어요.”

아멜리아는 그러면서 마차 안의 내용물을 열어보였다.

그러자 그 마차 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수 만개의 백금화.

그 영롱한 모습!

“와!”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대략 600만 골드가 조금 넘어요!”

아멜리아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가슴을 크게 앞으로 내보이며 소리쳤다.

“600만!!”

시안은 전격 마법에 감전된 듯 찌릿, 몸을 떨어보였다.

600만 골드.

단 한 번의 상행으로 600만 골드!

대륙 어떤 상단이 이런 수익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아아아···!”

시안은 눈앞에 드리운 골드를 바라보며 몸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제국 서부에서 저희 루벤 브라헤 상단이 갖는 이미지가 대단해요. 루벤 브라헤 하면 다들 믿고 구매하시니까요.”

서부의 영웅이라 불리는 시안.

그런 시안이 운영하는 루벤 브라헤 상단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다 할 수 있죠.”

물론 그것이 브랜드 가치만 믿고 후려쳤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멜리아는 신뢰라는 덕목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인.

아멜리아는 상인으로서의 신뢰를 철저하게 지켰다.

거기에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들과 루벤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제품들.

애초에 상품들의 질 또한 다른 영지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

“물건이 정말 순식간에 팔린 거 있죠!”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단순했다.

“특히 이 비누. 이 비누는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어요. 해서 살짝 전략을 바꿔서 귀족들한테 프리미엄 왕창 붙여서 팔았습니다!”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더 많은 가격을 받기 위함.

대충 귀족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 것 같은데.

그런거야 어련히 아멜리아가 알아서 잘 했을라고.

“아아아아···!”

시안은 눈앞에 보이는 골드 더미에 전신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이 정도의 골드면···.’

시안은 곧장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아멜리아. 돌아오자마자 이런 부탁하기 좀 미안한데. 루치아에 가서 재료들 좀 사다줄 수 있을까?”

“재료들이라 하심은··· 세미르 족장님이 만드시는 무기들의 재료요?”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의 재료 또한 아멜리아가 구해주었으니,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물론이죠. 얼마 치를 구해오면 될까요?”

벌어온 골드도 어마어마하겠다.

아멜리아는 말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마차에 쌓여있는 골드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전부.”

“······ 네?”

그 순간 아멜리아의 얼굴이 멍해졌다.

지금···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이거 전부?

저 마차 안에 담겨있는 골드 전부?

그러니까··· 한 달 넘게 개고생한 금액을 전부?

아멜리아는 설마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아니지.”

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해보면 600만 골드로는 부족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확률이었으니까.

이것저것 현질하고 현재 남은 금액 870만 골드.

이럴 바엔 그냥.

“사는 김에 싹다 사오자.”

시안은 인벤토리의 금화를 마차 안으로 쏟아부었다.

와르르르르.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멜리아의 두 눈이 찢어져라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쏟아지는 백금화들.

저건··· 저건···.

한 번의 상행으로 600만 골드를 벌어온 아멜리아였다.

솔직히 이번 만큼은 시안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와르르르르!

자신이 그 개고생을 벌어온 골드보다 훨씬 많지 않은가!

뭘 해야 저런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일단 아멜리아의 상식으로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계속 쏟아져내리는 금화들.

나는··· 나는 정말 대상인의 재목이 맞는 걸까?

“아, 아, 아니··· 아니··· 이, 이게···.”

아멜리아의 정신이 일순간 고장이 나버렸다.

시안은 가진 바 골드를 마차에 전부 쏟아부었다.

그리고 잠시 스마트 폰을 확인했다.

《모르크루의 기운 15%》

현재 쌓여있는 모르크루의 기운은 15%.

SS등급의 검 하나당 대략 60만 골드가 들었으니.

최대 1,020만 골드를 쏟아부으면 확정 강화가 가능했다.

중간에 강화가 성공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번거롭게 왔다갔다 해야했다.

그리고 시안이 살짝 경험한 바.

강화라는 것에는 흐름이 있었다.

제물을 받치고, 운기를 끌어모으는 흐름이 말이다.

그 흐름이 끊기면 되는 강화도 안되는 것이리라.

시안은 쏟아부은 금화를 1,020만 골드만 남기고 모두 회수했다.

그리고 아멜리아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아···? 아···?”

아멜리아가 고장이 나있었다.

시안은 뭔가 싶었다.

하지만 뭐, 워낙 자주 고장이 나는 아멜리아였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시안은 아멜리아를 불렀다.

“아멜리아.”

그러자 아멜리아가 일순간 고쳐지며 표정이 덜컥, 굳어버렸다.

파르르, 떨리는 두 눈빛이 시안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눈빛 안에 담긴 풍경.

시안이 마차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수북하다 못해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자그마치 1,000만이 넘어가는 골드 더미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안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다.

아멜리아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그 말은 제발.

“이거 전부 재료로 바꿔 줘.”

“아.”

신도 정말 무심하시지.

털썩.

아멜리아의 몸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

까앙─! 까앙─!

천둥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커다란 망치 소리가 이어졌다.

피부가 익을 것 같이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

“후우···! 다 완성되었소.”

이윽고 세미르가 두 자루의 검을 시안에게 건넸다.

두 자루 모두 S등급의 검.

그리고 그 옆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업 중인 수많은 S등급의 검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시안은 세미르에게서 S등급의 검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아주 결연한 표정으로 세미르에게 말했다.

“세미르, 끊기지 않게 계속 만들어주셔야해요. 아셨죠? 절대 흐름이 끊기면 안돼요.”

“맡겨만 주시오.”

세미르 또한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망치를 움켜쥐며 다시 까앙─!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시안은 그런 세미르의 모습에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곧장 모바일 영주를 실행.

바로 【강화】 항목에 들어갔다.

“후우우···!”

사무치는 긴장감.

띠링!

《부, 불법 도박 신고는 차원 번호 없이─.》

꾹.

《강화를 시작합니드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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