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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103화 (103/322)

§ 103화 - 밝혀지는 진실(2)

스토리 연계 퀘스트가 클리어 되었다는 알림창.

그 뒤로 모바일 영주의 새로운 알림창이 또 다시 떠올랐다.

《오래 전, 카일은 자신을 따르던 검은 사자 기사들에게 알 수 없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검은 사자 기사단원들은 의아했으나 결국 카일의 명을 따랐죠.》

《하지만 뮤리엘은 그런 검은 사자 기사들을 막아섰고, 끝내 그들을 제압하여 이 지하에 가두었죠.》

《그렇게 검은 사자 기사단의 존재는 잊혀져 갔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지하 깊숙한 유적에서 말이죠.》

.

.

“······?”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게 끝이었으니까.

여타부타한 다른 설명이 없었다.

그럼 뮤리엘이 유적에 숨긴 진실이 이것이었다고?

무엇보다 카일이 마주한 진실은 결국 뭐였는데?

그리고.

“그럼 역병은?”

역병의 존재도 설명이 안되었다.

뮤리엘의 유적에서 발병한 역병.

정확히는 역병처럼 보이나 마(魔)에 근원한 정체불명의 무엇.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안이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켄드릭이 답해왔다.

-최근에 갑자기 발병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럴 것이다.

전부터 발병했다면 진즉에 남부 전체가 역병으로 퍼져있었겠지.

그런데 지난 천 년간 잠잠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발병했다?

그리고.

“너희들에게서 발병한 게 아니었어?”

시안은 사실 데스 나이트들에게서 발병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보아하니 이들도 모르는 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역병은 데스 나이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미 죽은 존재들이기도 했거니와.

이들은 마(魔)에 물든 존재들.

역병이 그 영향을 끼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카일을 따르던 기사단이지 않았는가.

시안보다야 아니었지만 마(魔)에는 도가 튼 이들이었다.

‘흠···.’

시안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역병의 근원은? 내가 알기로 여기 유적에 있다고 들었는데.”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뮤리엘 성녀님이 잠드신 곳이죠. 이곳은 사실 알려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정확히는 뮤리엘만 아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해서 시안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

켄드릭을 비롯한 데스 나이트 사람들이 교황청의 사람이라 의심했던 것이었다.

뮤리엘과 관련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공간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왔을 땐 대놓고 입구가 있던데?”

정확히는 이곳 말고는 다른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켄드릭이 살짝 의아해했으나 곧 다시 말했다.

-아무래도··· 역병이 자리하면서 유적의 형태가 변형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켄드릭의 의문.

-헌데 주군께서 그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좀 의문입니다. 혹시 들어오시면서 못 보셨습니까?

“못 봤는데.”

시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다른 입구는 본 적도 없었거니와.

역병의 기운이 강해져있구나, 라고 생각만 들었을 뿐.

역병의 근원이다! 라고 할 만한 것은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음···.”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 별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기가 어딘지 안내해줄 수 있어?”

뮤리엘이 잠든 곳에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역병의 근원을 제거하기도 해야했고.

또 방금 클리어 한 스토리 연계 퀘스트의 보상.

카일의 유산과 뮤리엘의 유산.

켄드릭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보상도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위치는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만, 안내는 힘들 것 같습니다.

켄드릭이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도 주군을 따라가고 싶으나 저희는··· 이곳에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듣자하니 이곳에 갇혀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하기사, 나갈 수 있었다면 진즉에 유적 밖으로 나갔겠지.

그리고 교황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을까.

전원 마스터로 이루어진 데스 나이트.

말이 마스터 기사단이었지 사실상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뮤리엘이 단단히 묻어버린 듯 싶었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면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아르나이즈 뮤리엘의 힘이었으니 무얼 더 말할까.

천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모양이었다.

사실상 이들은 여기 유적에 박힌 지박령이라 볼 수 있었으나.

하지만.

‘꺼낼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시안은 왜인지 이들을 꺼낼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을 꺼내고 싶었다.

생각해보라.

전원이 마스터로 이루어진 기사단이다.

심지어 켄드릭은 듀라크와 대적해도 쉬이 밀리지 않을 실력자였다.

생사결로 싸우면 끝내 지겠지만 그게 어디란 말인가.

심지어 시안을 주군처럼 따르니 시안이 컨트롤 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천군만마요.

실로 어마어마한 전력.

엘란두르의 하얀 늑대 기사단?

떼거지로 덤벼들어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레아처럼 루벤에 박아놓을 수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되리라.

하지만 지금 당장 뭘 어찌할 수가 없었다.

허나, 카일의 유산과 뮤리엘의 유산.

이 두 보상을 얻으면 방법이 있을 지도 몰랐다.

여러모로 뮤리엘이 잠든 곳에 가봐야할 것 같았다.

시안은 켄드릭에게서 그 위치를 들었고.

“그럼 바로 다녀올게.”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

시안은 금방 유적 밖으로 나왔다.

이어 켄드릭이 말해준 곳으로 바로 향했다.

그곳은 시안이 들어간 입구와 조금 동떨어진 곳.

우거진 수풀과 진득한 역병으로 가려진 무엇이었다.

그리고 시안이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 건드린 것 같은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긴 흔적이 있었다.

켄드릭은 역병이 자리하면서 형태가 변형된 것이라 추측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었지만 누군가 건드린 흔적 또한 묻어나왔다.

시안은 가려진 유적의 입구를 들춰냈다.

그리고 성큼, 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마스터로 구성된 데스 나이트 기사단을 만나고도 살아왔거늘.

대체 무엇이 두려울까.

시안은 거침 없이 유적의 안을 살폈다.

역병의 기운과 얼핏 악의(惡意)마저 느껴지는 이곳.

“여기가 뮤리엘이 잠든 곳이라고?”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뮤리엘이 아니라 악마 7군주가 잠들어있다면 또 모를까.

시안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처음 보는 구조에 처음 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시안은 딱히 길을 잃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적 안 쪽에서 역병의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으니까.

그와 동시에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까지 역병의 기운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점점 기운이 강해지고는 있었다.

그러나 근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근원이 남긴 잔재?

그것에 다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어느덧 도달한 근원의 지역.

“······ 없어?”

없었다.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다.

역병의 근원이라 부를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역병의 근원이 자리한 것만 같은 흔적은 보였다.

기괴하게 일그러진 알과 같은 형태.

무언가를 잉태한 듯한 그것은 깨지고 부서져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끔찍한 역병의 기운이 퍼져나오고 있었고.

또한 소름끼치는 악의(惡意)또한 새어나오고 있었다.

멈칫.

시안의 몸이 덜컥, 굳어버렸다.

저 흔적에서 새어나오는 악의(惡意).

그건··· 시안이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던 악의(惡意)였다.

지난 날 루벤을 습격했던 악마 7군주, 나태의 누르비아.

누르비아에게서 느껴지던 악의(惡意).

그것과 굉장히 유사했다.

물론 단순히 잔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잔재를 마주한 것임에도 느껴지는 선명한 악의(惡意)는 뚜렷했다.

“왜 뮤리엘의 무덤에···?”

머릿속이 복잡해져갔다.

성녀라 불리던 뮤리엘의 무덤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힘이었으니까.

그리고 유적의 입구를 감추었던 인위적인 흔적까지.

일순간 시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머릿속으로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카일은 천 년전.

켄드릭을 비롯한 검은 사자 기사단을 찾아갔다.

그리고 말하길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그 이유에 대해 카일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알려줄 수 있는 건, 교황청의 세력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뿐.’

교황청의 세력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

이건 교황청의 세력 중 일부가 악마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꼭 악마가 아니어도 악마와 관련이 될 수 있었다.

“악마를 추종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될 수도 있었다.

악마는 아니나 악마를 따르고 있을 수는 있었다.

그리고 시안이 판단하기에 레이첼은 악마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레이첼에게서 느껴지던 위화감.

만일 레이첼이 악마가 아니라 악마 추종자였다면?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악의의 잔재.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 가지 명백한 진실이 드러난다.

“이런 젠장.”

지금 아리아가 위험하다.

#

아리아는 헐레벌떡, 뛰어오는 로라를 바라봤다.

먼 시야로 보이는 얼굴이었으나.

그럼에도 로라의 표정이 꽤나 다급해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 모양새였다.

로라는 순식간에 아리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아리아가 물었으나 로라는 쉽사리 답해오지 못했다.

로라는 헐떡거리는 숨을 몇 번이나 삼키더니 소리쳤다.

“마, 마을에 다시 역병이 발생했어요!”

“뭐라고!?”

아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을에 역병이 다시 발생했다니.”

이러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역병이 재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안이 남부를 쏘다니며 역병의 씨앗을 제거하고.

그런 시안의 옆에서 사람들을 치료했던 아리아였다.

말 그대로 남부의 모든 지역을 방문하며 역병을 치료했던 아리아였다.

하지만 역병이 재발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성녀님이 떠나시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하더니···.”

로라도 어떻게 된 것 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리아는 성큼, 걸음을 옮겼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마을 안으로 들어간 아리아.

아리아는 마을 안에 감도는 죽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곳보다 강력한 역병의 기운을.

이건 아리아가 방문한 그 어떤 마을보다 강력한 역병의 기운이었다.

마치··· 역병의 근원에 가까이 간 듯한 기운이었다.

“이게 무슨···.”

그리고 마을 한 쪽 공터.

그곳에 사람들이 전부 모여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선명한 역병이 퍼져있었다.

썩어문드러진 기괴한 모습.

시안이 제거한 역병의 씨앗이었건만.

지금은 그 씨앗이 다시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자리잡은 것을 넘어 발아를 끝마친 역병이 전신에 만연해있었다.

아리아는 머리로 망치를 얻어 맞은 것 마냥 멍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역병이 재발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역병이 재발했다는 것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리아의 정신을 빼놓은 것은 따로 있었다.

역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

“아아아···!”

“신이시여··· 우리들의 신이시여···!”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리고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섬뜩한 광기.

끔찍한 악의(惡意).

똑같다.

그때와 똑같았다.

아리아가 레이첼을 악마라고 확신하게 되었던 그때.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들.

광신도와 같이 하염없이 부르짖는 광기.

그때와 상황이 너무도 똑같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가지.

저들은 역병에 걸렸다는 것.

“물러나십시오.”

그리고 지금은 신성 기사단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신성 기사단의 단장, 개럿이 아리아의 앞을 막아서보였다.

이어 수많은 신성 기사들이 주르륵, 도열했다.

신성 기사들은 모두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사특한 이단입니다.”

그리고 그 검 끝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있었다.

“아니예요!”

아리아가 소리쳤다.

아니다.

저들이 이단일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지금 악의가 느껴진다한들.

저들은 악마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처음에 아리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시안이 저들을 치료하면서 알아채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잘못 되었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

“비키십시오.”

하지만 개럿은 아리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저들에게서 악의(惡意)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

“서, 성녀님···?”

갑자기 로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로라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로라의 얼굴 위로 우둘투둘, 반점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급속도로 확산되며 로라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역병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감염의 속도.

물론 지금 감염된 것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로라가 게스탁 마을에 있으면서 감염된 것.

그동안은 로라가 가진 신성력이 그를 억눌렀으나.

끝내 그 힘에 굴복하여 씨앗이 발아한 것이었다.

지금 게스탁 마을에 느껴지는 역병의 기운은 차원이 달랐다.

마치 역병의 근원이 흩뿌리는 것만 같은 기운.

신성의 사제인 로라조차 감염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흑···!”

로라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 사이로 마을 사람들과 같은 광기가 느껴진다.

챙!

개럿의 검이 벼락처럼 로라에게로 향했다.

“비키십시오. 사특한 이단입니다.”

그와 동시에 개럿의 검이 로라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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