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의문(1)
멍해지는 아리아의 모습에 시안이 말했다.
“설마 공짜로 부려먹을 생각이었어?”
“······ 부려먹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거 아니었어?”
“얘가?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하지만 이건 네가 준 악마 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잖아.”
이것도 맞는 말이긴 했다.
악마 탐지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아리아가 알아서 처리했을 터.
하지만.
“무슨 소리야? 방금 너도 봤잖아. 악마 탐지기 고장 안난 거. 내 잘못이 아닌데 왜 환불해줘?”
아까 봤다시피 악마 탐지기는 고장난 것이 아니었다.
아리아는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뭐라··· 뭐라 할 말이 없었으니까!
아리아는 정말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리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돈 말고 다른 건 안돼?”
“돈 말고 다른 거?”
아리아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 몸으로 때운다던가···?”
“필요 없어.”
하지만 시안은 단번에 거절했다.
마치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거침이 없었다.
왜인지 아리아는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었다.
“왜!”
“왜긴 왜야. 네 몸을 어따 써먹는다고?”
정말 써먹을 데가 없긴 했다.
일단 시안에게는 상극 중의 상극이라 전혀 필요가 없었고.
영지에도 딱히 아픈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아픈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쓸모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벤에는 이미 ‘기적의 치료원 Lv.4’와 엘리가 있었으니까.
감기와 같은 가벼운 것들은 치료원에 들어서자마자 나아버리고.
골절 같은 중한 부상도 하루면 나아버리니.
사실상 성녀의 기적이 루벤에 상시 머무는 격이었다.
뭐, 성녀의 가치는 그것말고도 무궁무진 하다만은.
“쓸데없는 소리말고, 얼마.”
시안에겐 골드만한 가치가 없었다.
그런 단호한 시안의 모습에 아리아는 정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악마 탐지기.
그게 고장난 것이 아니었음을.
그도 그럴 것이.
“얼마까지 줄 수 있는데.”
악마다. 저건 악마가 확실했다.
그야 말로 돈의 악마가 확실했다!
“얼마가 필요한데···.”
아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추기경이 악마라는 것.
작게는 신성 제국이 걸린 일이였고.
넓게는 대륙의 위기가 걸린 일이었다.
일의 경중이 중한 만큼 지출을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성 제국이 보유한 자금이면 시안이 얼마를 요구하든 들어줄 수 있는─.
“한 1,000만 골드?”
“이 미친놈아!”
아리아는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쳤다.
뭐, 뭐?
1,000만 골드?
100만 골드가 아니라 1,000만 골드?
저게 미친 놈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리 아리아라도 1,000만 골드는 아니었다.
그게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뭐야. 신성 제국에 1,000만 골드 없어?”
물론 신성 제국에 1,000만 골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성 제국은 샤를롯 제국에 버금하는 대륙의 2강.
보유한 자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하지만 지금 그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안돼!”
아리아가 소리쳤다.
어째, 꽤나 단호한 것이 협상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하기사 1,000만 골드라니.
이건 시안이 생각해도 조금 과했다.
“음··· 그럼 이렇게 하자.”
해서 시안은 살짝, 조건을 바꾸었다.
“네 몸 받고.”
어째 표현이 상당히 이상했지만···.
뭐, 어쨌든.
“특별히 후불로 해줄게.”
“후불?”
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일이 다 끝나고 정산하자는 거지. 일이 생각보다 쉽게 끝나면 돈을 적게 받고.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으면 돈을 많이 받는 형식으로.”
뭐, 현질할 골드가 많이 필요하긴 했으나.
지금 시안에게 급한건 스토리 연계 퀘스트. ‘카일이 마주한 진실’.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으니까.
만일 일이 쉽게 끝나면 골드를 많이 벌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리아의 몸을 빌릴 수 있으니 손해는 아니었다.
처음엔 아리아를 써먹을 데가 어디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아리아가 필요한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대략 5개월 후.
시안이 엘란두르의 이름을 버리고 루벤을 독립시킬 때였다.
성녀는 신성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만일 아리아가 시안과 루벤을 지지해준다면.
현재 시안에게 필요한 압도적인 명분과 힘이 되어줄 터.
그러니 돈을 적게 받더라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 좋아.”
아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아리아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었으니까.
“오케이. 그럼···.”
시안은 다시 말했다.
“착수금으로 먼저 5만 골드··· 아니, 10만 골드만 선입금 해주면 안되냐. 방어구 좀 강화하게.”
시안이 현재 입고 있는 갑옷은 아직 S등급이었다.
확률 자체는 100%이었으나.
SS등급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5만 골드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안이 현재 가진 바 골드는 1만 9천 골드 가량.
강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
아리아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선입금 10만 골드?
방어구 강화?
“나중에 정산 금액에서 깔 테니까 먼저 좀 줘.”
정말··· 돈의 악마가 아닐까?
아리아는 진지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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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는 결국 10만 골드를 먼저 선입금 해주기로 했다.
10만 골드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으나.
그 정도는 아리아 선에서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성사된 거래.
“그 레이첼 추기경이라는 사람. 지금 만나볼 수 있어?”
시안은 바로 일을 시작했다.
질질 끌어봤자 좋을 것 없었으니까.
그리고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악마.
정확히 악마인지 확실하지 않았으나.
시안이 직접 만나서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터였다.
악마 탐지기보다 정확한 시안의 감각.
적어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테니까.
문제는 추기경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는데.
“그거야 어렵지 않아.”
아리아의 힘을 빌린다면 이 또한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교황 다음의 추기경이라 한들.
아리아는 성녀(聖女)였다.
만남을 주선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교황청에 없어.”
“교황청에 없다고?”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남부에 있어.”
“남부?”
남부라면···.
“네가 곧 간다는 그 지역?”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거야 아까 이상한 사제들의 대화를 엿들었으니까.
시안은 굳이 뒷말을 내뱉지 않았다.
“거기에 왜 추기경이 있어? 그리고 넌 또 거길 왜 가는 거고?”
아리아는 잠시 시안을 바라봤다.
“복잡한 설명하면 또 싫어할거지?”
“당연.”
아리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남부에 유례 없는 역병이 창궐하고 있어. 레이첼 추기경이 지원을 갔지만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직접 가려는 거야.”
역시 단번에 이해가 되는 상황에 시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도 지금 그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뜻?”
“내가 있으니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야.”
뭐, 아리아라면 걱정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설령 시안이 역병에 걸린다 한들.
아리아가 신성력으로 치료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아리아의 신성력이 시안한테는 최악의 역병이라는 점이었다.
남부에 창궐하는 역병.
시안의 옆에 딱 붙어있는 역병.
아주 쌍으로 역병을 달고 다녀야 하기에 시안에게는 위험천만한 지역이었으나.
“그리고 거기에 있어.”
“뭐가?”
“네가 찾는 뮤리엘의 유적 말이야. 그것도 남부에 있어.”
이러면 또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심 교황청의 비밀스러운 곳.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지하 같은 이런 곳을 생각했거늘.
전혀 생뚱맞은 곳에 있었다.
“그게 왜 거기에 있어?”
“나도 몰라. 내가 만든 게 아닌데 내가 어떻게 알아.”
뭐, 그건 그렇긴 하다만.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자.”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
“어디긴 어디야. 남부지.”
“지금?”
아리아가 놀란 눈을 떠보였다.
곧바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던 모양.
“어차피 갈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긴 한데···.”
시안이 생각해도 급작스럽긴 했으나.
질질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 없었다.
압도적인 명분을 쌓고.
또 엘란두르와의 전쟁을 준비해야하는 지금.
5개월이란 시간은 그리 여유로운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바로 가자.”
시안의 말에 아리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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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 이걸 쓰세요.”
아리아를 보좌하는 주교, 로라가 시안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가면.
까마귀의 얼굴을 닮은 가면은 툭, 튀어나오는 커다란 부리가 특징이었다.
시안은 로라가 건네는 가면을 눌러썼다.
답답한 시야 속, 어딘가 역겨움이 느껴졌다.
왜 그런가 하니···.
숨을 들이 쉬고 내쉬는 부리 안에서 신성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 속에 다가 신성력을 담은 무언가를 넣어둔 모양이었다.
그리고 끝에 숨구멍을 틔워놓으니.
밖의 부정한 공기가 신성력에 정화되어, 가면 안쪽으로 들어오는 형식이었다.
문제는 그 신성력이 시안에게도 역병이라는 것.
그러나 진짜 역병에 걸리는 것보다는 나으니.
시안은 꾹, 눌러 참을 뿐이었다.
그렇게 바라본 시야로 온 사방이 까마귀 부리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
까마귀 부리 속에서도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넌 안 쓰냐?”
성녀, 아리아였다.
“나? 나는 필요 없어. 어차피 안 걸리거든.”
재수 없는 말이었으나 사실이었다.
아리아는 몸 자체가 신성력이라 할 수 있는 성녀.
그것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성력을 지닌 아리아였다.
그런 아리아에게는 모든 독과 질병이 통하지 않았다.
설령 그런 부정한 것이 몸으로 들어온다 한들.
들어찬 신성력에 의해 그대로 정화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존재요.
살아 움직이는 기적이라.
역사상 유례없는 역병이라 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 너 잘났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부리가 이리저리 휘둘러졌다.
이게 상당히 불편하면서도··· 꽤나 재밌었다.
시안은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았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싫증이 나버렸고.
무엇보다 고개를 흔들 때마다 신성력이 새어들어와 좀··· 그랬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시안은 차분히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시안과 같이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왜 따라온거야?”
다름 아닌 교황청에서 따라온 사제들.
라히르 대주교를 비롯한 황혼의 교파라 했던 사제들이었다.
“나도 몰라. 지원가자고 할 때는 그렇게 반대하더니. 이제 와 갑자기 왜 저러는지.”
시안과 아리아가 남부로 향할 때.
갑자기 헐레벌떡, 같이 가겠다고 따라온 이들이었다.
명분 상으로는 성녀의 호위요.
남부의 지원이라는데···.
역시 수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교황청에서 사제들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도와주러 온다는 이에게 뭐라 할까.
다만, 주시를 할 필요는 있어보였다.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신성 제국의 남부.
천 년전에도 신성 제국, 루테아는 존재하고 있었다.
비록 그때는 제국라 불리지는 않았다.
제국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뮤리엘 탄생 이후.
정확히는 악마가 대륙에서 사라진 이후였다.
그러나 역사로만 따지면 샤를롯 제국보다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오면서 지나쳐오는 곳들에서 역사가 조금씩 묻어나왔다.
게다가 이곳 남부는 뮤리엘의 고향이라 알려진 곳.
‘그래서 유적이 여기에 있는 건가?’
단순 추측이었지만 충분히 그럴만 했다.
어쨌거나 그런 만큼 신도들을 비롯한 사람들로 꽤나 성세한 곳이라 할 수 있으나.
지금은 어쩐 일인지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죽음의 그림자만이 비쳐보일 뿐이었다.
“여기에 레이첼 추기경이 있다는 거지?”
시안의 물음에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다시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저 멀리 보이는 한 마을.
주렌이라 불리는 마을이었다.
그리고 꽤나 규모가 큰 마을로 잘 닦여진 도로와 건물들이 상당히 발전된 마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살기 좋은 주렌임을 의심할 여지 없었으나.
“아으윽···!”
“하윽···!”
지금은 그 안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량한 분위기만이 가득해보였다.
주렌 역시 역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싶었다.
시안은 주렌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렌 안 쪽에서 한 사제가 다가왔다.
주렌 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사제인 모양.
이윽고 사제가 난처한 기색으로 말하길.
“지금 레이첼 추기경께서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만···.”
레이첼이 자리를 비웠단다.
보아하니 사제도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 때문에 자리를 비웠는지.
또 언제 돌아올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리아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시안은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뭐, 어쩌랴.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찾아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만.
괜히 위험한 역병지대를 들쑤시고 다니다가 역병에 걸리면 그것대로 곤란했다.
그렇게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저기···.”
다가온 사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성녀님께서 괜찮으시다면 환자들을 좀 봐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 말과 동시에 사제의 뒤편으로 들 것에 실려왔다.
물론 다가오지는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따라온 사제들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역병에 걸린 환자라 하니.
그 병이 옮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역병에 걸린 이들이온데··· 상태가 너무도 심각합니다. 어쩐 일인지 사제 들이 달라붙어도 상태가 나아지질 않는데··· 부디 성녀님께서 한 번 봐주실 수 있으신지요.”
“물론이에요.”
아리아는 거리낌 없이 걸음을 옮겼다.
싹퉁 바가지에 성격이 개차반이었으나.
성녀는 역시 성녀라는 것일까.
걷는 걸음에 거리낌이 없었다.
뭐, 어차피 역병에 걸리지 않는 몫도 한 몫했으나.
그렇다고 쉬이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시안은 굳이 그런 아리아를 따라가지 않았다.
아리아야 역병에 옮을 걱정이 없었으나.
시안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아리아가 어떻게 치료하나 궁금하기도 하여 자연스레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거리가 좀 있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들이라는 형체만 겨우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 뭐지?’
이상했다.
그것도 상당히.
시안은 의학적인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렇기에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시안은 명백히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 보이는 아이의 상태.
그 아이 안에 자리잡은 기묘한 무언가가 느껴졌으니까.
그건 아이의 몸에 자리하며 기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아마··· 저것이 역병이라 불리는 무엇이리라.
그런데.
‘저게 왜 느껴져?’
그게 왜 시안의 감각으로 느껴진단 말인가.
역병은 질병이다.
아직까지 그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루벤의 치료사, 엘리가 말하길 ‘병균체’라는 것에 근원한다 하였다.
생명이되, 생명이라 정의할 수 없는 것들.
그러면서 뭐라뭐라 말을 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절대 이해하지 못해 흘려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인간에게는 해악하기 그지 없으나.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발악인지라.
그렇기에 역병에 관해서 시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정확히는 딱히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무엇.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감각으로 인지되는 기운이 상당히 친숙하니.
마(魔)의 기운과 상당히 비슷했다.
그 중에서도 악(惡)에 기반한 기운과 유사했다.
그러나 시안이 다루는 마(魔)는 본연의 마(魔)였으니.
아무리 악(惡)에 기반한 힘이라 하더라도 시안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되려 정화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라는 생각 마저 들었다.
시안이 마기(魔氣)로 가득한 최상급 마나석을 정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해서 엘리의 말과 더불어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본다면.
‘저거··· 병(病)이 아닌데?’
저건 역병이라 정의내릴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