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황녀의 방문(2)
시안의 사고가 정지했다.
지금··· 지금 뭐라고 한거지?
시안은 방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혹시 고막이 잠시 제 기능을 잃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되뇌어도.
아무리 되짚어봐도.
분명 엘레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 결혼할래요?’였다.
뭘까. 진짜 뭘까.
정말 뭘까. 대체 뭐지?
지금 시안의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다면.
황족 모욕죄로 참형을 면치 못 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퍼뜩, 드는 생각.
‘아.’
혹시 카일이 마주한 진실이 이거였나?
황녀, 엘레나가 미쳤다는 것?
그래서 홀연히 사라졌던 것이었나?
천 년 후의 미래를 예견해서?
그래서 아르나이즈 동료도.
레아도 내팽겨쳐두고 떠난 건가?
혹시 레아와 혼인하여 애를 낳으면 이런 애가 나올까봐?
아르나이즈 동료들에게 말 못한 것은 어차피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시안은 머릿속으로 갖가지 망상이 떠올랐다.
엘레나와 더불어 시안도 같이 미쳐버린 것만 같았다.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당황하셨나보네요. 제가 봐도··· 상당히 뜬금없었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뜬금 없는 정도가 아니라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저는 진심이랍니다. 어때요. 우리 결혼하지 않을래요?”
엘레나가 다시 시안에게 물어왔다.
시안은 그런 엘레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딱히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렇기에 더 어처구니 없는 심정.
“거절하겠습니다.”
당연히 거절이었다.
그러자 엘레나가 살짝, 놀라보였다.
그리고 놀라는 엘레나의 모습에 시안도 덩달아 놀랐다.
진짜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고?
“이유가 뭔가요?”
“저희 지금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결혼하는데 처음 만난 것이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않나?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은 시안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정략 결혼이고 살다보면 정으로 붙여살텐데.”
그러나 엘레나에겐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제정신도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튼 거절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대체 이유가 뭡니까?”
“오라버니가 영주님을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으니까요.”
엘레나가 고민할 것도 없이 답했다.
엘레나에게 오라버니라 함은 다름 아닌 콘라드.
제국의 황태자였다.
그리고 콘라드가 시안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엘레마의 말.
그건 시안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서부에서 상황만 봐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게 다짜고짜 결혼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처음이에요. 오라버니가 제게 남자를 소개시켜준 것이요. 매번 반대하기만 하셨거든요.”
이어진 엘레나의 말에 시안은 얼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엘레나가 루벤에 찾아온 것.
역시 이건 시안과 엘레나를 이어주려는 콘라드의 주책이었던 것 같았다.
정확히는 서로 안면을 트고 천천히 알아가며 연을 쌓으라는 의도였겠지.
“그러니 우리 결혼하지 않을래요?”
이렇게 가서 결혼하고 오라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을 터였다!
“거절합니다.”
“어째서죠? 다들 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요. 오라버니와 폐하의 반대 때문에 모두 물러났지만.”
뭐, 그렇겠지.
일단 다른 걸 다 떠나서 황녀라는 측면에서 무조건이었다.
그런데 외모 또한 저리 아름다우니.
세상 어떤 사내가 거절할 수 있을까.
물론 데릴 사위로 가야겠지만은 오히려 그게 메리트였다.
황가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이렇게 초면에 결혼하자고 밀어붙여도 그걸 거절할 남자는 대륙에 없다시피 했다.
정확히는.
“저는 아직 혼인에 대한 생각이 없습니다.”
시안을 빼고 말이다.
시안은 정말이지 전혀 생각이 없었다.
일단 지금 당장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무엇보다 카일의 뒤를 쫓아가기도 바빴고.
또 루벤에 현질할 골드도 모아야했다.
10억 골드··· 쯤 준다면 또 모를까.
시안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훗날 저는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마음에 맞는 이와 하고 싶습니다. 황녀님도 아무리 정략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에 있는 이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엘레나가 빤히 시안을 바라봤다.
당최 생각을 알 수 없는.
아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엘레나였다.
그 때문일까.
“제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엘레나의 물음도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니.
저건 또 무슨 질문인 걸까.
정확히는 대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지 않은가.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엄하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 그리고 황녀님과 같은 황족분들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지만.
애초에 답이 정해진 물음이었으니 뭐.
엘레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제국을 빛내주는 여러 귀족분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엘란두르와 로르실트와 같은 가문들이요.”
시안을 바라보는 엘레나의 시선.
“황가와 귀족의 가문들. 같은 제국 아래 모여 있지만 둘의 연결 고리는 약해요. 하지만 저로 인해 그런 귀족 가문들과 황가가 연을 돈독히 맺고, 또 힘을 합쳐 제국을 번영시킬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요?”
시안은 가만히 엘레나를 바라봤다.
뭐, 솔직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정략 결혼의 운명.
어떻게 보면 황녀로서의 의무라 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엘레나의 생각은 꽤나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었다.
아주 정신이 나간 줄 알았더니.
마냥 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냥 사고 방식 자체가 일반인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러니까, 황녀로서의 자각이 너무도 뚜렷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엇나가 있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저와 결혼하자 하신 겁니까?”
“네.”
“죄송하지만 제 엘란두르의 이름 때문이라면, 잘못 짚으셨습니다만.”
“소문은 들었어요. 그래도 엘란두르의 이름이 어디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쪽 오빠가 말을 안한 모양인데.
5개월 안에 어디 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소개시켜준 남자는 처음이거든요.”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세상 물정에 통달했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라고 해야할지.
당최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결혼의 제안은 확실히 거절하겠습니다.”
“음··· 정말 생각이 없으신가요?”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엘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다과에 손을 가져가는 엘레나.
“이게 끝입니까?”
“싫으시다면서요. 설마 그새 마음이 바뀌신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시안은 진짜 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럴 거면 스토리 연계 퀘스트가 왜 반응을 보인 건데?
설마 진짜 카일이 마주한 진실이 이거였다고?
천 년후의 엘레나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그게 카일이 아르나이즈 동료들과 레아를 버리고 홀연이 떠난 이유라고?
그게 뭔 말도 안되는···.
“푸흡.”
그 순간 엘레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바라본 그곳엔 엘레나가 끅끅, 거리며 웃고 있었다.
“죄송해요. 벙찌신 표정에 저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끅끅거리는 엘레나였다.
이윽고 엘레나가 품 속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들었다.
“받으세요.”
“이게 무엇입니까?”
“성녀님께서 영주님께 보내는 편지요.”
“······ 네?”
시안은 뭔가 싶었다.
“이걸 왜 황녀님께서 가지고 계십니까?”
“오라버니께 전달받았거든요.”
“······?”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어떻게 되먹은 게 엘레나와 얽힌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녀님께서 자기 대신 편지를 전달해달라 오라버니께 부탁하셨어요. 저는 오라버니 대신 그걸 전달해드린 것이고요.”
“그 말씀은··· 루벤으로 오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저와 결혼하려고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맞고요.”
그러면서 엘레나가 다과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삭, 다과를 베어물었다.
“음···! 이거 진짜 맛있네요! 이대로 황궁에 돌아가면 입맛만 버릴 것 같은데··· 진짜 저랑 결혼하실 생각 없으세요?”
“없습니다. 그리고 다과가 맛있는 거랑 결혼이 무슨 상관입니까.”
“영주님이랑 결혼하면 여기 눌러 앉을 수 있잖아요.”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엘레나는 어느덧 접시 하나를 전부 비우고는 말했다.
“원래는 편지만 전해드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저 여기 조금 더 있어도 되나요?”
“안됩니다.”
“너무 단호하신데요.”
“얼버무리면 억지로 눌러 앉으실 거 아닙니까.”
엘레나가 들켰다는 듯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그 모습에 시안은 다과를 괜히 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가 여기 영지도 좀 둘러보면서 천천히 오라 하셨는데요. 결혼도 못 했는데, 이대로 가면 저 오라버니한테 혼나요.”
황태자의 명령이라니 또 할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했다.
“그래도 안됩니다.”
“식객비는 낼게요. 듣자하니 돈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엘레나가 품 속에서 한 장의 전표를 꺼내들었다.
시안은 슬쩍, 전표에 적힌 금액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전표는···.
무려 100만 골드.
명성 포인트 1만 포인트와 같은 가치로서.
모바일 영주의 점검이 끝나면 특전을 하나 더 강화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미친.’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황족은 황족인건가.
돈 씀씀이가 차원이 달랐다.
“3일 정도만 있다 가면 안되나요?”
이어진 엘레나의 물음.
“영주성에서 가장 좋은 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엘레나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
엘레나가 영주성에서 나오자.
예일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보아하니 영주성 안에서도 호위를 하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시안과의 대화를 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아무리 호위라 해도 황족의 대화를 엿듣는 건 아니었으니까.
해서 엘레나는 간략하게 예일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3일 정도 이곳에 머물기로 했어요. 괜찮죠?”
“물론입니다. 사실 전하께서도 일주일 정도 잡아두라고 엄명을 놓으신 터라···.”
말을 흐리는 예일.
엘레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확실히 오라버니가 시안이라는 남자를 정말 마음에 들어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붙잡아 결혼이라도 해야했건만.
어째 시안은 정말 결혼 생각이 없어보였다.
보아하니 딱히 연인도 없어보였는데.
아무래도 다른 쪽으로 공략을 해야할 것 같았다.
“이곳 영지를 좀 둘러보고 싶은데···.”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가겠습니다.”
엘레나는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영지를 둘러보다보면 시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을 조건을 내걸면 또 마음이 바뀔지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
정략 결혼이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아까 살짝 보아하니 상당한 수준의 영지였던 것 같았지만···.
그래도 황가는 많은 것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러게 엘레나는 루벤의 거리를 활보했다.
그리고.
“이게 무슨···.”
그런 엘레나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져버렸다.
일단 지금 엘레나의 눈앞으로 보이는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의 풍경.
상업, 농업, 목축업, 주거 등.
각 목적에 걸맞게 구역이 완벽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심지어 루벤을 처음 와보는 엘레나조차 한눈에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알아보기 또한 쉬웠다.
사실 아까 오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거늘.
지금 보이는 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그야말로 환상의 도시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게 어둠의 숲에 위치한 영지라고···?”
수도, 다르칸을 들이밀게 아니었다.
제국 그 어떤 영지, 도시를 들이밀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드워프···?”
거리에 드워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짜리몽땅한 키에 우락부락한 인상.
틀림없는 드워프들이었다.
드워프는 고지식의 대명사였다.
괜히 장인의 종족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예전보다야 많이 유해졌다고는 하나.
이렇게 인간들과 한 지붕 아래 어울려 살 정도는 아니었다.
여전히 그들은 그들만의 부족 안에서 폐쇄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이거. 우리 아빠가 만들어 준 새총이야. 잘만 쓰면 고블린 정도는 잡을 수 있대.”
“오! 이거로 사냥 가보자! 고블린은 그래도 위험하니까··· 동물 마수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드워프와 인간의 아이들.
그들이 거리낌 없이 어울려 지내고 있지 않은가.
“이게 대체···.”
멍해지는 정신.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야.
야?
엘레나는 순간 뭔가 싶었다.
야라니.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게 가능할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엘레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말이었다.
세상 누가 황녀에게 야, 라고 부른단 말인가.
그나마 가능한 건 황제, 황후 그리고 황태자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엘레나를 야,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름으로 부르면 불렀지.
절대로 엘레나를 ‘야’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잘못들었나 보다.
엘레나는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어쭈? 내 말을 무시해?
무언가 엘레나의 시야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그건 어떤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자신을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길게 내려앉은 백은색 머리와 고혹적인 외모
그리고 보이는 회백색의 두 눈동자.
인간이되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또한 몸이 약간 흐릿하게 비쳐보이는.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귀신···?”
······ 이라 표현했다.
#
엘레나가 떠난 직후.
시안은 엘레나에게 받은 편지를 확인했다.
다름 아닌 아리아가 보낸 편지.
대체 왜 황태자를 통해 전달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리고 왜 자꾸 편지를 보내오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일단 보내온 것이니 확인은 해봐야했다.
사락.
“뭐가 이렇게 길어.”
편지의 내용이 상당히 길었다.
그건 자신의 최신 근황부터 시작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써져있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사족.
시안은 모바일 영주의 스크롤을 내리듯.
시선을 쭈욱,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편지 말미 끝에 이 편지의 목적이 써져있었다.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설마 진짜 고장이라도 났나?”
뭐, 천 년도 더 된 물건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엘로디가 만든 마도구라 하나.
시간도 워낙 오래되었고 아리아에게 판 건 실험작이지 않았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
“아니지.”
시안은 순간 멈칫, 거렸다.
그리고 다시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생각보니··· 이상했다.
이 편지의 내용이.
그도 그럴 것이 아리아는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라고 말해서는 안되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시안이 지난 번에 알려준 사용법은 ‘악마가 근처에 있으면 탐지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마나석이라는 거짓말을 약간 보탰지만 어쨌든.
보아하니 아리아가 악마 탐지기를 가져다 댔을 때.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편지를 보내온 것인데···.
문제는 이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 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상이 악마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해야지.
악마 탐지기가 고장났구나. 라고 생각해서는 안되었다.
아리아는 악마 탐지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이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
그건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대상이 악마임을 확신하고 있다···?”
바로 그때.
벌컥!
“도련님. 큰일났습니다!”
갑자기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스가 들어왔다.
노크도 하지 않는 것이 상당히 급한 모양인데···.
“레아님과 황녀님이···. 아니, 레아님이 황녀님을 지금···.”
“젠장.”
시안은 여기까지만 듣고 곧장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거기가 어디야.”
시안은 부디 레아가 아리아 때처럼만 엘레나를 털지 않았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