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서부의 영웅(1)
와르르르.
리치의 뼈들이 허물어졌다.
붉게 타오르던 안광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다.
그렇게 허물어지는 뼈 무더기 뒤쪽.
콰지직.
쿠우웅!
검게 그슬린 나무의 풍경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양단된 숲의 나무들이 모두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으로 담을 수 있는 풍경 전체가 무너진다.
리치와 함께 세상을 베어버린 듯한 착각.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농담 또한 아니었다.
정말로 리치와 함께 세상이 베어져버렸다.
“마, 말도···.”
“어떻게···.”
그 경이로운 힘에 사람들의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특히 알렉스와 로열 나이츠 기사들이 받는 충격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는 만큼, 올라온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저 힘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그렇기에 이 광경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그들은 알 수 있었으니까.
인간에게 허락된 인지 범위.
그 안에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힘이다.
저게 정녕 인간에게 허락된 것인 걸까?
그렇기에 저것이 검(劍)이라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지금 저걸 검술이라 말할 수 있나?
“······”
“······”
“······”
새어나오지 않는 침묵이 내려앉는다.
알렉스를 비롯한 로열 나이츠.
그리고 루벤의 병사들까지도.
어떤 누구도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입을 열어도 소리를 내뱉는 자가 없었다.
사아아···.
잘려진 풍경 사이로 새하얀 가루가 흩날린다.
무너져버린 리치의 뼈 무더기들이 가루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리치에게 육체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리치가 리치로 생존함에 있어 필요하는 것은 하나.
육체와 혼을 계약한 ‘라이프 포스 베슬(Life Force Vessel)’이었다.
그것만 살아있다면.
리치는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었다.
리치는 말 그대로 존재가 마땅히 받아들여야할 죽음을 부정하며 태어난 악(惡)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쌓여있는 뼈 무더기가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보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리치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가장 안전하고 또 은밀한 곳에 숨겨두니까.
사실상 찾기 불가능하다 보면 되었다.
그렇기에 리치는 완벽한 불사(不死)의 존재라 불린다.
그럼에도 지금.
리치는 재구성을 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와 함께 어둠에서 튀어나온 마물들도 어둠으로 녹아 사라진다.
완벽한 소멸.
죽음을 부정하며 태어났으나.
끝내 죽음을 맞이한 리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바라본 그곳.
“쿨럭···!”
시안이 왈칵, 피를 토했다.
이윽고 시안의 몸이 휘청거렸다.
터질 듯한 두통이 머리를 깨부숴버릴 것만 같았다.
전신의 신경이 통째로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인다.
그러나 그 사이로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차올랐다.
방금 시전한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완벽하지 않았다.
카일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말도 꺼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스스로의 경지에서 펼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카일의 수라천살(修羅天殺)이 아니라.
시안의 수라천살(修羅天殺)이었다.
그 순간.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초급 진행률 67.1%(+21.5%)]
진행률이 올랐다는 알림창과 함께 스마트 폰 화면으로 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신은 부정의 악마(惡魔), 리치(Lich)를 소멸시켰습니다!》
《맙소사! 맙소사!》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다고욧!?!》
띠링!
《그 놀라운 업적에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명성 포인트 +5,000 P》
해냈다.
시안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털썩.
시안의 정신이 툭, 끊어졌다.
#
제국 서부에 드리운 위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몬스터들이 창궐했고.
그 때문에 서부가 마비가 되었던 이번 사태.
자칫 서부 전체가 전복될 수 있는 크나큰 위기였다.
그러나 몬스터들에게 점령된 지역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고.
끊임없이 창궐하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고개를 저었었던 절망적인 상황이었건만.
모두가 서부는 끝이라 생각하던 상황이었건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찬란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휴우··· 몬스터들이 갑자기 습격해와서 간담이 서늘했네. 천만 다행히 루벤의 병사분들이 해결해주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뻔 했어.”
“자네도 그런가? 나도 얼마 전에 큰일을 치를 뻔했다네.”
서부를 점령한 몬스터들은 모두 몰아내었다.
그러나 모든 몬스터들을 처리했던 것은 아니었다.
도망쳐 숨어있는 몬스터들이 조금은 남아있었고.
그런 몬스터들이 기회를 엿보다가 민가를 습격한 것.
그러나.
“루벤 브라헤 상단이라 했었지. 루벤의 병사분 상단과 함께 서부를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정리하는데···. 어째 전보다 서부가 더 안전해진 것 같아.”
아멜리아가 이끄는 루벤 브라헤 상단.
상단은 물건을 팔기 위해 서부를 종횡무진 누볐고.
그때마다 몬스터가 보이는 족족, 처리를 해주었다.
물론 그 사체를 해체해 팔기 위함이었지만···.
뭐, 아무튼.
“그런데 브라헤라면··· 예전에 서부의 대상단으로 유명한 그 브라헤 아닌가?”
“어라? 그러게. 몇 년전에 몰락했을텐데···? 정말 브라헤 상단인건가?”
“설마. 그때 완전히 몰락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이름만 같은 것이겠지.”
그와 동시에 브라헤에 대한 이름도 조금씩 알려졌다.
물론 아직 시작에 불과했지만.
“또 그뿐인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서슴없이 나눠주시지 않았는가! 그거 아니었으면 우린 전부 굶어 죽었어!”
“그건 맞네. 시안님이 주신 식량이 아니었으면, 몬스터들에게 목숨은 부지했어도 아마 금방 굶어죽었을거야.”
이것도 나중에 서부의 귀족들에게 뜯어낼 것이었지만···.
뭐, 어쨌든.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이야··· 참말로.”
“서부의 영웅이셔 영웅!”
하하하하하하핫!
서부의 영웅.
그것이 서부에서 시안을 칭하는 별명이었다.
그렇게 도시 곳곳. 거리 곳곳.
그 어디 하나 시안과 루벤의 이름이 끊이질 않고 들려왔다.
상황이 이쯤되니.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딜 가나 시안, 루벤. 시안, 루벤. 이 두 이름만 들려오는데 대체 저게 뭔데 그러나?”
“응? 서부에서 시안님과 루벤을 모른다고? 자네 설마 외지인인가?”
“서부가 안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온 참이긴 하다만···.”
“그렇다면 모를 수 있지. 그러니까 말이네···.”
그렇게 서부를 찾아온 다른 이들 또한 시안에 관련한 소문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비단 서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시안과 루벤의 이름이 들려왔다.
또한.
“듣자하니 이번 사태의 원인은 로열 나이츠 분들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 일을 시안님이 해결했다고 하던데?”
“예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로열 나이츠와 비교한단 말인가!”
로열 나이츠는 제국 제 1기사단.
제국의 심장을 수호하는 긍지 높은 기사들이었다.
아무리 시안이 대단하다고 한들.
로열 나이츠와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만은··· 역시 소문이 전부 사실일리는 없지.”
그렇기에 사람들이 시안과 관련된 모든 소문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무언가는 있지 않겠나? 괜히 그런 소문이 난 것이 아닐 거라 생각되는데.”
“음···.”
소문이 나는 이유는 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렇게 서부 전역이 시안의 이름으로 들썩이는 가운데.
서부 중심지에 위치한 게른 영지.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막사 안.
물 속을 유영하는 듯한 정신이 이어졌다.
웅웅거리는 먹먹한 귓가.
늪에 빠진 것처럼 몸이 축, 쳐졌다.
그 순간, 이마 끝으로 차가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감촉에 부유하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건져올려진 의식은 금방 선명하게 떠올랐다.
번쩍.
이윽고 시안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눈에 보인 긴 적발의 미녀.
“여, 영주님? 정신이 드세요?”
다름 아닌 아멜리아였다.
아멜리아가 놀란 눈을 떠보이며 시안에게 다가왔다.
그런 아멜리아의 손에는 물에 젖은 깨끗한 천이 들려있었다.
보아하니 아멜리아가 간호를 해주고 있었던 모양.
그리고 방금 차가웠던 감촉은 저 물에 젖은 천이었던 것 같았다.
“······ 골드가 아니었네?”
“네? 골드요?”
시안의 말에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시안은 대답 대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윽···!”
그러자 전신으로 통증이 일었다.
의식만 돌아왔다 뿐, 몸 상태는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더 누워계시지 않고요.”
아멜리아가 걱정스럽게 물어왔지만.
시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어느 정도 기절해있었어?”
한가로이 누워있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한··· 일주일 정도요?”
일주일.
다행히 그리 오래 기절해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난 누르비아와의 전투에서도 1주일 간 기절했었던 시안이었다.
그렇기에 그때와 비슷한 부상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건 또 아닌 것이 지금 이곳은 ‘환상의 치료원 Lv.2’가 아니었다.
조금 깔끔한 막사 안.
회복 버프는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당연히 엘리도 없었다.
고맙게도 아멜리아가 간호해준 것 같았지만
아멜리아는 의학적인 지식이 그닥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간호.
그런데도 시안은 일주일만에 깨어났다.
아무래도 지난 날의 수라천살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안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로써 닿을 수 없는 경지의 부작용이 없었던 것.
확실히 그때보다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영주님.”
몸상태를 확인하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물어왔다.
아멜리아는 어쩐지 두려운 기색의 눈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악마가 나타났었다는 게··· 정말 사실이에요?”
이어진 아멜리아의 물음.
아무래도 그 간의 사정을 들은 것 같았다.
“맞아.”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는 루벤에서 나태의 누르비아를 본 적이 있었다.
악마 부활에 대하여 별 다른 설명이 필요없었다.
아멜리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고양이를 닮은 아멜리아의 눈 사이로 복잡한 감정을 스쳐지나갔다.
“그럼 영주님이 악마를 물리치셨다는 사실도요?”
“뭐···.”
시안은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시안이 리치를 소멸시킨 것은 맞았다.
그러나 알렉스와 로열 나이츠.
그리고 루벤의 병사들이 없었다면 글쎄···.
솔직히 1:1로 리치와 마주했더라면 시안은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반드시라고 할 만큼 죽었을 터였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리치가 소환한 마물들.
그 끊임없는 마물들을 시안은 홀로 감당할 수가 없었으니까.
“나 혼자 한 게 아니야.”
시안은 끝내 이렇게 답해보였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답을 들은 아멜리아.
“하여간···.”
아멜리아는 새침한 얼굴로 시안을 바라봤다.
알고 있었으니까.
시안이 어떠했는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난 루벤에서 누르비아와의 전투 당시 아멜리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시안이 그 끔찍한 악마와의 전투에서 무얼 했는지.
어떤 힘을 보였는지 아멜리아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시안의 역할이 컸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공적을 치켜세우기 바쁘건만.
설령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어깨를 으쓱해보여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건만.
“나 혼자였으면 죽었을 거야.”
그럼에도 시안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정말이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믿고 또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영주님.”
아멜리아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왜 그래 갑자기.”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에 시안이 손을 휘휘, 내저어 보였다.
“됐고. 너는? 상행은 잘 끝냈어?”
“그럼요! 제가 얼마를 벌었는지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아멜리아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소리쳤다.
저렇게까지 자신 있어 하는 것을 보니 정말 많이 번 모양이었다.
“심지어 서부의 귀족들에게 뜯어낼 돈도 남아있잖아요?”
아멜리아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보아하니 전표인 것 같았는데···.
바로 그때.
-안 된다고 하지 않았소!
갑자기 막사 바깥으로 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익숙한 목소리인 것이 아니나 다를까.
로열 나이츠의 단장, 알렉스의 목소리였다.
“아···.”
그 성난 목소리에 아멜리아가 조금 당황해보였다.
“밖에 무슨 일이 있어?”
“그게 말이에요···.”
아멜리아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난 분명 말했소이다 시메린 자작. 루벤의 영주께서는 현재 안정을 취해야한다고.”
알렉스는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말했다.
그러나 시메린 자작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아니, 글쎄. 얼굴만 살짝 보고 온다고 하지 않았소. 얼굴만.”
“우리 백성들을 지켜준 것이 고마워서 누군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그러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막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니요!”
시메린 자작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알렉스는 이를 까득, 깨물었다.
저렇게 소리 높이는 이들은 다름 아닌 서부의 귀족들.
그것도 백성들이 죽어갈 때 나몰라라 했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저들이 이러는 이유는 단순했다.
서부에 드리운 위기는 해결되었고.
그동안 자신들이 행한 일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경을 칠 것은 자명한 일.
그리고 현재 서부의 영웅이라 불리는 시안.
그런 시안을 이용해 어떻게 세탁 해보려는 수작이었다.
“에이! 비키시오!”
끝내 시메린 자작이 알렉스를 지나쳐 갔다.
그 순간.
챙!
그런 시메린 자작의 목 위로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경고한다.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베겠다.”
그리고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
그곳엔 어느새 알렉스가 검을 뽑아들어 시메린 자작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꿀꺽.
시메린 자작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알렉스는 로열 나이츠의 단장.
그 실력도 엑스퍼트 최상급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 모인 귀족들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살기를 보아 진심으로 죽이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시메린 자작의 목이 붙어있는 건 ‘귀족’이기 때문.
바로 그때.
“기사가 감히 귀족에게 검을 들이밀었다라.”
한 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일련의 귀족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알렉스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저들이 누군지 모르지 않았으니까.
서부의 패권을 장악한 이들.
서부의 제후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엘리츠 백작.
“아무리 로열 나이츠의 단장이라고 한들. 선을 넘은 것 같다만.”
엘리츠 백작이 알렉스 앞에 서 보였다.
알렉스는 가만히 엘리츠 백작을 바라보았다.
마주치는 시선.
까드득.
끝내 알렉스는 시메린 자작을 겨누었던 검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알렉스라도 서부의 제후인 엘리츠 백작에게는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선가 어벙하면서도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