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쿠슬라 산맥(1)
《지금부터 명성 포인트를 쌓으실 수 있습니다!》
《명성 포인트는 명성 포인트 상점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띠링!
《서부 전역에서 당신의 이름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명성 포인트 + 10,000 P》
“명성 포인트라···.”
영지 연계 퀘스트 보상으로 개방된 명성 포인트.
이름만 보면 말 그대로 명성 포인트였다.
즉, 시안의 이름을 떨치면 떨칠수록 그 포인트가 쌓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쌓인 포인트는 명성 포인트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고.
“명성 포인트 상점에서 뭘 팔지?”
시안은 생각난 김에 바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마트 폰 화면 한 쪽 구속.
그곳엔 ‘New!’라는 알림과 함께 【명성 포인트 상점】 이라는 항목이 생겨나 있었다.
시안은 곧장 항목을 눌렀다.
꾹.
《명성 포인트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자 새로운 알림창과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보아하니 별 다른 물품을 파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품이라기 보다는 다른 무엇.
이윽고 알림창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이곳에선 획득하신 명성 포인트를 이용하여 전설 업적 특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전설 업적의 특전을 강화한다고?”
전설 업적 특전이라 함은 <샤를롯의 긍지> 그리고 <모르크루의 불꽃>.
이 두 가지를 가리켰다.
다름 아닌 시안이 전설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얻은 특전들.
아무래도 이 두 특전들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화면이 다시 바뀌며 새로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현재 보유 중인 특전.]
①<샤를롯의 긍지>
-기존 효과 강화 (10,000 P)
-새로운 효과 추가. (10,000 P)
②<모르크루의 불꽃>
-기존 효과 강화 (10,000 P)
-새로운 효과 추가. (10,000 P)
.
.
“오?”
시안은 살짝 놀란 눈을 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기존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
<샤를롯의 긍지>의 효과 1은 영지의 병사 성장 효율이 +1,000% 상승시키는 효과였다.
이 효과를 강화한다 함은 1,000%이상의 버프를 더 받을 수 있다는 뜻.
게다가 <모르쿠르의 불꽃> 효과 2.
그건 영지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장비들이 B등급의 품질을 지니는 것이었다.
만일 이걸 강화한다면···.
“A등급의 장비가 나오는 건가?”
그리고 그걸 한 번 더 강화하면···.
“S등급의 장비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시안이 가지고 있는 SS등급의 검.
이 검을 거진 무한정 강화할 수 있었다!
“거기에 새로운 효과까지 추가할 수 있다고?”
생각보다 괜찮은 명성 포인트 상점이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미친 수준이었다!
현재 시안에게 있는 명성 포인트는 1만 포인트.
“명성 포인트가 잘 모일지는 모르겠네.”
사실 명성이라는 건 상대적인 것에 불과했으니까.
바로 그때.
《어라? 명성 포인트가 부족하신가요?》
《걱정하지마세요! 그런 당신을 위한 교환 시스템도 준비되어있답니다!》
《합당한 인과를 지불하면 명성 포인트로 교환해드립니다!》
《네? 합당한 인과가 무엇이냐고요?》
《에이, 잘 아시면서!》
그리고 떠오른 또 다른 알림창.
[명성 포인트 1P = 100G]
“······ 지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니, 명성 포인트라며?
그런데 뭔 현질로 명성 포인트를 살 수 있단 말인가.
“돈도 명성이라 이건가?”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 맞는 말도 아니었다.
하여간.
모바일 영주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현질’인 모양이었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그럼 명성 1만 포인트를 얻으려면···.”
필요한 골드가 100만 골드.
“응?”
100만 골드?
10만 골드가 아니라?
시안은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명성 1 포인트 당 100골드.
즉, 1만 포인트는 확실한 100만 골드와 가치가 동일했다.
“······”
순간 멍해지는 정신.
그 사이로.
띠링!
《명성 포인트가 부족하시면, 현질을 해보세요!》
.
.
“지랄하지마!”
시안이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이건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말이 안되지 않은가!
어떻게 1만 포인트에 100만 골드를 뜯어갈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1만 포인트로는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았다.
효과 추가, 혹은 강화 한 번.
그걸로 100만 골드가 날아가는 꼴이었다!
“무슨 이딴 현질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
시안은 억지로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일단.
얻은 명성 포인트는 지금 당장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현재 시안이 얻은 명성 포인트는 1만 포인트.
골드 가치로 무려 100만 골드였다!
그리고 곧 터치 한 번에 사라진 포인트였다!
신중하게, 아주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특전 강화는 루벤으로 돌아가서 한다.
지금은 서부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
정확히는 지금은 명성 1포인트라도 더 쌓아야 할 때였다.
조금 더 정확히는 1포인트당 100골드를 벌어야 할 때였다!
“얘들아! 후딱후딱 밀어버려!!”
슈슈슈슈슈슈슉!!
콰콰콰콰콰콰쾅!!
꾸이이이이이익!!
서부에는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세상에나! 세상에나!》
《당신은 서부를 점령한 모든 몬스터들을 몰아내었습니다!》
《들리시나요? 당신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목소리가요!》
《서부에 당신의 이름이 끊이질 않고 들려오고 있습니다!》
띠링!
《명성 포인트 +5,000 P》
.
.
“5천 포인트가 끝?”
시안은 떠오르는 알림창에 적잖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5천 포인트가 결코 적은 포인트는 아니었다.
골드 가치로 무려 50만 골드에 달했으니까.
하지만 시안은 지금 서부를 점령한 모든 몬스터들을 몰아낸 상황이었다.
그 업적에 따른 명성치고는 적다고 할 수 있었다.
뭐, 굳이 따지고보면···.
서부를 점령한 몬스터들을 밀어냈다뿐.
서부에 드리운 위기 자체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몬스터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끊임없이 창궐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몰아내었다고는 하나.
또 언제 몬스터들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거늘···.
“에이.”
시안은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스마트 폰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덕분에 서부는 꽤 안정을 찾았고.
그에 따라 대다수의 영지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해서 지금.
아멜리아가 서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잠깐 듣자하니 단순히 루벤의 물품을 파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곳 서부 자체에서도 물자를 구매해 각 영지로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막 정상으로 돌아왔다고는 하나.
서부에 상단이라고는 아멜리아가 이끄는 루벤 브라헤 상단이 전부.
그 덕분에 거의 골드를 쓸어담고 있다던데.
하여간 아멜리아는 아멜리아였다.
아무튼.
서부도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겠다.
이제는 서부에 몬스터가 창궐한 이유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해야할 때.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시안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로열 나이츠의 단장, 알렉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시안은 알렉스를 반기며 말했다.
그런데 알렉스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자, 자네···.”
그저 경악 어린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몬스터들에게 점령된 일부 마을들을 탈환하는 것을 넘어.
아예 몬스터들을 서부에서 몰아낸 지금 이 상황을, 알렉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로열 나이츠도 해내지 못한 일이 시안에게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지않았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고.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어, 어떻게···.”
알렉스는 이런 말밖에 내뱉을 수가 없었다.
시안은 그런 알렉스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딱히 별 이야기가 없어 시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그보다 로열 나이츠분들이 전부 오셨네요?”
알렉스 뒤 편으로 도열한 기사단원들.
보아하니 제 7기사단 전원이 온 것 같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부의 상황이 안정된 지금.
이제부터 쿠슬라 산맥을 조사할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인원은 남겨놓을 줄 알았거늘.
그러자 알렉스가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그게 실은···.”
그렇게 이어진 알렉스의 말.
“서부의 귀족들이 나섰다오.”
“서부의 귀족들이 말입니까?”
“본인들의 마을을 보호하겠다 나서더군.”
“아.”
시안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대충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눈치챌 수 있었으니까.
그간 서부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영지에 틀어박혀있었다.
관할의 마을들이 죽어나가도 나몰라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안이 나서면서 서부는 안정이 되었고.
슬슬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걸어 잠근 문을 연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와 그동안 자신들이 행했던 일들에 찔린 모양이겠지.
이대로 일이 순탄하게 해결되면.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이 그대로 황가에 보고가 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는 불보듯 뻔한 일.
간단히 말해 지금이라도 숟가락을 얹겠다는 것이었다.
“양심도 없는 작자들이지. 그 동안 백성들이 죽어나갈 때는 나몰라라 하더니. 이제 와서···!”
알렉스가 이를 뿌드득, 갈며 말을 이었다.
“일단 쿠슬라 산맥을 조사해야했기에 받아들였소만, 자네가 거절한다면 귀족들을 전부 쫓아내겠소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것들은 자네의 공이지 않소.”
알렉스는 시안에게 정말 미안한 기색을 비쳐보였다.
그리고 시안이 말만 하면 곧바로 해줄 기세였다.
“아뇨. 그냥 두시죠.”
하지만 시안은 그런 알렉스를 말렸다.
솔직히 서부도 안정화가 된 지금.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명성도 쌓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와 숟가락을 얹는다 한들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안전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이러면 뒤쪽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심 쿠슬라 산맥을 조사하다 몬스터들이 새어나갈까 걱정했건만.
이러면 걱정없이 쿠슬라 산맥만 조사할 수 있었다.
설마하니 저렇게 말해놓고 또 나몰라라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리고 뭐···.
‘곧 어마어마한 골드 폭탄을 맞을 테니까.’
상업으로 발달된 지역이라 돈도 많을 터.
게다가 하는 꼬라지들을 보아하니 뒷돈으로 챙긴 것도 상당히 많을 것이 분명했다.
일이 잘 해결되고 콘라드와 함께 홀라당, 벗겨먹으면 되었다.
여러모로 적당히 이용할 수 있는 상황.
그러니 그냥 두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자, 자네는 대체···.”
알렉스가 떨리는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자신의 공보다 백성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다니···.’
그야 말로 참된 귀족이지 않은가.
이런 귀족을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일단 알렉스의 기억으로는 없었다.
황태자 콘라드도 귀족이라 한다면 1명 정도.
알렉스가 만나본 귀족들은 모두 제 안위만 챙기기 바빴다.
제 이득만 추구하며 백성들을 도구로 취급하는 작자들이었다.
그러나 시안은 달랐다.
이득은 커녕 손해만 봄에도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상행으로 팔려고 온 물품들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 모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백성들을 보호하려든다.
그간 이룩한 공적이 허사가 될 수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다.
크다.
사람이 너무 크다.
로열 나이츠의 단장인 알렉스였으나.
알렉스는 시안이라는 사람을 감히 재단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알렉스는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황태자 콘라드가 왜 시안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왜 다른 로열 나이츠가 아닌 시안을 서부로 보냈는지.
알렉스는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시안을 바라보는 알렉스의 눈빛이 심하게 떨려왔다.
‘왜 이래?’
뭔가 싶은 것도 잠시.
띠링!
《로열 나이츠 제 7기사단의 단장, 알렉스가 당신을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명성 포인트 +100P》
.
.
갑자기 수중으로 들어온 1만 골드.
아니, 명성 100 포인트.
‘······ 뭐야?’
진짜 뭔가 싶었다.
시안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뭐, 어쨌든.
“이제 쿠슬라 산맥을 조사하러 가시죠.”
시안은 여전히 떨리는 눈빛을 짓고 있는 알렉스에게 말했다.
서부에 갑작스럽게 몬스터가 창궐한 이유.
알렉스는 그 이유가 쿠슬라 산맥에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해서 알렉스를 비롯한 로열 나이츠 제 7기사단 전원.
그리고 시안과 루벤의 일부 병사들이 함께 그곳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다른 루벤의 병사들은 아멜리아와 같이 있었다.
비록 서부가 안정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불안한 상황.
해서 시안은 대부분의 병사들을 아멜리아의 호위로 붙여두었다.
어쨌든 이제 쿠슬라 산맥을 조사하는 일만 남은 상황.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소.”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문제 말입니까?”
“문제라기보다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야겠군.”
알렉스가 상당히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