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66화 (66/322)

§ 66화 - 두 가지 선택(1)

“이유가 무엇이냐.”

듀라크에 입에서 들려온 것은 하나의 물음이었다.

여타부타한 설명 하나 없는, 단순한 물음.

그러나 시안은 그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시안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가문에 제가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듀라크의 시선이 시안을 향했다.

바라보는 눈빛에선 그 어떤 감정조차 엿볼 수가 없었다.

“너는 엘란두르다.”

“이름뿐인 엘란두르이기도 합니다.”

시안은 다시 살짝 시선을 들어 듀라크를 바라봤다.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무덤덤한 얼굴.

시안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듀라크는 말이 없었고.

다시 적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과하게 집착을 하더군.”

듀라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루벤은 머나먼 선조때부터 엘란두르가 지켜온 땅이었다.”

듀라크는 그런 시안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땅이었거늘, 전대 가주들은 그런 루벤을 지켜왔다. 난 그것에 오랜 의문을 가졌었지. 너무도 이상했으니까. 어둠의 숲에 영지가 있다.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으니.”

듀라크는 루벤에 관련한 짤막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시안조차 알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엘란두르는 루벤을 지켰다. 그러나 아무도, 어느 누구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내가 밝혀낸 것은 하나. 루벤은 엘란두르라는 가문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는 것.”

엘란두르 가문의 시초는 지금으로부터 수 백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시안이 알고 있는 바로는 대략 400년은 더 이전이었다.

그 당시 제국에는 크나큰 멸망의 위기가 닥쳐왔었다.

제국의 황제가 피살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던 때이자.

황가 대대로 전해지던 샤를롯의 검술이 소실된 그 날이었으며.

그리고 엘란두르가 지금의 제국의 명문가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의무를 부여받은 것처럼 전대 가주들은 그저 루벤을 지켜만 왔다. 나는 그런 것에 의문을 품었고, 끝내 루벤을 지키는 대신. 가문을 위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지.”

듀라크는 루벤을 버렸다.

그렇게 루벤은 철저하게 방치되었고 그 끝에 지금의 사령영지가 되었다.

에둘러 말하면 유배지요.

직접적으로 말하면 사형 집행지.

듀라크는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루벤을 사용했다.

그런 의미로 이사벨이 시안을 루벤으로 보낸 것이었고.

“루벤은 그런 땅이다. 아무짝에 쓸모 없는 사령영지. 난 그 땅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영지가 변해있더군.”

듀라크는 시안을 바라봤고.

시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속으로 감정을 감추었다.

알고 있었다.

듀라크는 루벤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시안이 저택에 머물렀던 시간.

그 시간은 이사벨이 듀라크를 설득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또한 듀라크가 시안과 루벤을 조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듀라크가 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문으로 돌아오거라.”

시안은 듀라크의 시선을 마주했다.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

그렇기에 시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사벨의 설득이 실패했다.

그게 아니라면 듀라크가 저 말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듀라크는 반드시 시안을 가문으로 복귀시키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이었을 거다.

시안이 조디악 소드에 선택된 것에 대한 작은 관심.

그리고 천하의 둔재였던 이가 성장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을 것이다.

그러다 루벤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그 루벤이 말도 안되는 발전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시안의 손 안에서 행해진 일.

그로써 듀라크는 시안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한 것 같았다.

해서 더욱더 시안을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

그 폐허나 다름 없던 루벤을 그 정도로 발전시켰다면.

이 짧은 시간안에 어엿한 영지로 만들어놓았다면.

엘란두르의 가문은 그보다 훨씬 부흥시킬 역량이 시안에게 있을 것이니까.

솔직히 의외였다.

듀라크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조사할 것이라고는 시안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듀라크가 관심을 갖는다면.

시안이 가문에 있는 것에 별 다른 제약은 없다봐도 무방했다.

더 이상 이사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고.

또 다른 형제들의 눈치 또한 보지 않아도 될 터였다.

예전과는 정반대의 삶을 가문에서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

그러나 시안은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이제 와 저런 듀라크의 관심 같은 것.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시안은 단 한 번도 엘란두르를 스스로의 가문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엘란두르와 관련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나마 시안이 엘란두르에 미련이 남아 있다면 아마 딱 하나.

시안의 어머니, 세실.

그러나 세실은 오래 전에 죽었다.

그와 함께 엘란두르와 관련한 시안의 가족은 모두 죽었다.

시안에게 가족은 오로지 루벤의 사람들.

그러나 지금 듀라크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결국 시안은 가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

이사벨의 설득은 실패했고.

시안의 노림수도 엇나갔다.

허나.

아직 모든 것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

그 증거가 바로 지금.

이렇게 시안을 따로 불렀다는 것이었다.

이사벨의 설득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무시되지 않았다.

만일 듀라크가 이사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면.

시안을 따로 부를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는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한 번 더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시안에게 일을 맡기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시안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한다는 것.

아직.

모든 것이 틀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지금.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1년.”

시안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1년의 시간을 주십시오.”

듀라크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1년 이후에는 아무말 없이 가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듀라크가 아무말 없이 시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래야하지?”

이어진 듀라크의 한 마디.

시안은 곧장 말했다.

“저에게 가문의 일을 맡기시려는 것 아니셨습니까.”

“그렇다.”

“그럼 1년의 시간을 주십시오.”

듀라크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의 의미가 무엇인지 시안은 모르지 않았다.

거절.

애초에 듀라크가 시안에게 1년이란 시간을 줄 이유가 없었으니까.

시안은 계속 말했다.

“그렇지 않으시면 가문의 일을 맡지 않겠습니다.”

듀라크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명백한 분노의 감정이 깃든다.

‘커헉···!’

상상하기 힘든 살의가 덮쳐온다.

전신을 옥죄어오는 끔찍한 억제력이 느껴진다.

“네게 선택권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냐.”

목소리에 감각이 짓눌린다.

그리고 듀라크의 말마따나 시안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엘란두르에서 듀라크의 명령은 절대적.

듀라크가 그렇게 하겠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시안에게 남아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승부수를 던진다.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한 가지는···!  제가 선택할 수···! 있겠지요···!”

시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리고 듀라크를 똑바로 마주하며.

“제 요구를 들어주실 수 없으시다면···!”

시안이 꾸역꾸역, 입을 열었다.

“지금 저의 목을 치십시오···!”

기운이 더욱 거세지며 시안을 옥죄어왔다.

전신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듀라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안이 던진 승부수.

그것은 듀라크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여기서 시안의 목을 쳐 가문을 부흥시킬 도구를 잃느냐.

아니면 1년을 기다림으로써 그런 도구를 얻느냐.

듀라크는 섬뜩한 침묵만을 일관했다.

시안은 그 침묵 속에서 정신을 붙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느낌 상으로는 수 십년의 시간이 지난 것만 같았다.

일순간 시안을 옥죄던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그와 동시에.

“반 년.”

듀라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한 시선.

“나가보거라.”

듀라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시안에게서 등을 돌렸다.

#

달칵.

집무실을 나온 시안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집무실에서 멀어졌다 싶었을 때.

“후우···.”

참았던 긴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듀라크와의 독대.

단순히 대화를 하는 것임에도 상당한 심력이 소모되었다.

행여나 일이 잘못될까 조마조마한 심정도 있었다.

특히 기운으로 억눌릴 때는 진짜···.

괜히 제국 제 1의 검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괴물.

뭐, 그래도.

다행히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문에 붙잡혔으면 야반도주라도 했어할 판이었거늘.

천만 다행히 반 년의 시간을 벌었다.

그렇기에.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야.”

일이 끝났어도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일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반 년이었다.

반 년 뒤에 시안은 다시 엘란두르로 돌아와야 한다.

여전히 칼자루는 듀라크가 쥐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반 년이었지.

언제고 또 다시 그 칼자루가 다시 휘둘러질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엘란두르에서 듀라크의 명령은 절대적.

그걸 듀라크라고 모르지 않았기에 지금 시안에게 반 년이란 시간을 준 것이겠지.

마음만 먹으면 이 판을 다시 엎어버릴 수 있으니까.

지금 상황은 어떻게든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듀라크의 손바닥 위였다.

“음···.”

시안의 머릿속이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들어찼다.

바로 그때.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느냐.”

누군가 그런 시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

시안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가 시안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고고한 늑대와도 같은 남자.

카이 엘란두르.

엘란두르 후작가의 첫째이자.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시안의 맏형이었다.

뭐, 엘란두르 저택에 카이가 있는 것이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마주 대화를 한 적이 있었던가?

일단 시안의 기억 속에는 거의 없었다.

아니,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카이는 동생들에게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으니까.

이름만 다르다뿐이지 주니어 듀라크나 다름 없었다.

‘주니어 듀라크도 틀린 말은 아니지?’

뭐, 아무튼.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이 형님.”

시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카이 또한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이윽고 카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가문으로 돌아온다고 들었다.”

듀라크와 이사벨.

그리고 시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건만.

카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사벨이 말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안이 거진 2주가 넘게 저택에 머물고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저택의 사람들도 다들 쉬쉬하며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은 알지도, 알 수도 없었다.

“방금 가주님께 거절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시안의 말에 카이가 살짝 눈을 치켜 떠보였다.

그 사실을 처음 듣는 것은 물론 꽤나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카이가 시안에게 물었다.

“거절을 했다는 건···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이냐.”

“그렇습니다.”

물론 반 년 뒤에 다시 돌아와야했지만···.

굳이 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안의 대답에 카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카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주께서 직접 제안하신 사항이라 들었다. 그러니 가문으로 돌아오면 예전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카이가 꽤나 의외의 말을 꺼냈다.

시안에게 아예 관심조차 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또한 가문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터. 그럼에도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

“가문엔 형님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루벤의 영주면 충분합니다.”

시안의 말에 카이의 눈빛이 바뀌었다.

어째,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데 진짜 별 뜻 없었다.

시안은 정말 루벤의 영주면 충분했으니까.

“어머니 때문이더냐.”

“뭐···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시안은 멋쩍게 대답했다.

이사벨의 이유도 없지는 않았으니까.

카이는 가만히 시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네 뜻이 그러하다면.”

카이는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시안은 그런 카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

카이는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에이, 모르겠다.”

시안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

카이와 헤어진 시안은 곧장 저택 밖으로 나왔다.

저택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따로 챙긴 짐도 없었을 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죄다 인벤토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딱히 인사를 나눌 만한 상대도 없었다.

“괜히 로즈웰과 마주치면 또 앵겨붙을지도 모르고.”

되려 귀찮고, 골치 아파질 사람들만 잔뜩 있었지.

해서 시안은 카이와 헤어진 그 길로 저택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시안.

고작 몇 걸음 떨어진 것에 불과했건만.

어째서인지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셨을까.”

아마 더 했을 터였다.

시안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밀려오는 상념을 털어버렸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미리 챙겨둔 종이를 꺼내들었다.

또한 펜도 같이 꺼내 한스에게 한 장의 편지를 작성했다.

다름 아닌 루벤으로의 복귀가 조금 늦어질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지금도 예상보다 늦어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추가로 편지까지 작성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시안은 곧장 루벤으로 바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이유 또한 단순했다.

“반 년이면 조금 빠듯할지도 모르겠네.”

다름 아닌 듀라크가 쥐고 있는 칼자루.

언제고 또 다시 휘둘러질지 모르는 그 칼자루를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사실 시안은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시안은 엘란두르였고.

루벤 또한 엘란두르의 영지였으니까.

해서 차분히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기에 미루었던 일이었다.

조금 더 루벤을 발전시키고 자리를 잡은 뒤에 하려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시간은 반 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생각해둔 계획을 실행해야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듀라크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계획을.

물론 이 제국에서, 대륙에서.

엘란두르의 이름에 대적할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기에 듀라크의 손에 쥔 칼자루를 가져올 방법은 없었다.

듀라크의 손에 쥔 칼자루.

그것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은 이 제국에서 오로지 딱 두 가문만이 가능했다.

엘란두르와 같이 제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 로르실트.

제국의 심장, 황가.

그리고 이 중 오직 한 가문만이 엘란두르를 ‘억압’할 수 있었다.

제국의 심장, 황가.

아무리 엘란두르라도 제국의 주인인 황가 앞에서는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여 지금.

시안은 루벤이 아닌 제국의 수도, 다르칸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황태자, 콘라드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난 날.

황태자가 시안에게 해주었던 하나의 약속 때문이었다.

‘특별히 소원을 들어주지. 어떤 것이든 상관 없으니 무엇이든 말하게. 이는 황가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는 바이네.’

건국일 행사 당시, 최상급 마나석의 선물로 받아낸 콘라드의 약속이자 빚.

아무래도 그 빚을 지금 받으러 가야할 것 같았다.

듀라크가 쥔 칼자루가 시안과 루벤을 향해 휘둘러질 수 없게끔.

물론 아무리 황태자라 한들 어려운 부탁일 것이다.

그래도 한 말이 있으니 마냥 거절하지는 못할 터.

그러니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든 비벼봐야지.

그렇기에 시안은 루벤이 아닌.

황궁이 위치한 수도, 다르칸으로 향했다.

그 전에.

“아, 참. 전표 바꿔야지.”

150만 골드짜리 전표를 현금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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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롯 제국의 수도, 다르칸.

드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샤를롯 제국의 중심이자,

제국의 모든 중대사가 결정되는 심장부.

그리고 그 심장부 중에서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이곳.

“황궁은 언제봐도 경이롭단 말이지.”

시안은 드넓은 황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안이 거주하는 루벤의 영주관은 물론 엘란두르의 저택 또한 황궁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연한 건가?”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황궁의 입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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