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57화 (57/322)

§ 57화 - 현질, 현질!(1)

웅웅거리는 먹먹한 귓가.

“······─까?”

“──지도···. 몰라요.”

“말이── 데.”

물 속을 유영하는 듯한 정신에 소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촤라락.

멍한 정신으로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어딘가 정겨우면서도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유하던 시안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게 될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간 영주님의 성향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이윽고 웅웅거리던 소리 또한 제대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이 시간이 지나 돌아온 정신.

시안은 눈을 번쩍, 떠보였다.

-엥?

“어라?”

“어?”

번쩍 떠진 시안의 눈에 보인 것은 세 명의 여인이었다.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레아.

당황하는 엘리.

그리고 무언가를 들고 있는 아멜리아.

셋은 갑자기 눈을 뜬 시안의 모습에 당황한 듯 멍하니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은 환상의 치료원 Lv.2인 것 같았다.

시안은 뭔가 싶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야?”

그러자 아멜리와 엘리가 후다닥, 뒤로 도망쳐버렸다.

“지, 진짜 되네?”

“말도 안돼요! 어떻게 이게···!”

아멜리아와 엘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지, 진짜였다고···?

레아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안은 진짜 뭔가 싶어 레아에게 물었다.

“뭐하고 있었던 겁니까?”

-아, 그게··· 네가 거의 일주일 째 안 일어나서 깨우겠다고 뭐 좀 하고 있었어.

“일주일이요?”

일주일 동안 기절해있었어?

-응. 엘리가 몸에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해 가지고.

아무래도 수라천살(修羅天殺)의 여파가 꽤나 심각했던 모양이었다.

하기사, 온몸의 관절이 끊어지고 근육이 죄다 찢겨졌으니.

오히려 일주일밖에 기절해있지 않은 격이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이 금화 더미들은 뭡니까?”

시안은 가슴께에 쌓여있는 금화 더미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대충 100골드 가량 되어보였는데···.

-쟤가 그랬어!

레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어느 한 쪽을 가리켰다.

“어, 언니!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요!”

그렇게 레아의 손가락을 따라 이동한 시선.

그런 시안의 시야에 보인 것은 흠칫, 당황하는 적발의 미녀, 아멜리아였다.

“아··· 그··· 혹시 금화 소리를 들으면 깨어나실까봐···.”

워낙에 돈을 좋아하시니까.

아멜리아가 멋쩍게 웃음을 흘려보였다.

그러면서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 시작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하··· 아니죠. 설마하니 영주님이 그랬을라고요. 저는 그냥 빨리 깨어나셨으면 하는 마음에···”

아멜리아가 손사래를 쳐보이며 말했다.

그러나 의미심장한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아멜리아 옆에 있던 엘리.

엘리는 또 왜인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아니야.”

“여, 역시 아니시죠?”

시안의 부정에 엘리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엘리 또한 의미심장한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시안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 달여서···.”

“그게··· 될···.요?”

이윽고 서로 숙덕거리기 시작하는 엘리와 아멜리아.

-금화를 한 번 달여서 먹여보자는데?

흠칫!

레아의 말에 아멜리아와 엘리가 몸을 크게 떨어보였다.

그리고 떨리는 시선으로 시안을 바라보더니.

“아, 아! 아직 처리하지 않은 사체가 있었지!”

“기, 긴급 환자가 들어온 것 같아요!”

그렇게 도망치듯 방 밖으로 나갔다.

레아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배시시, 웃어버렸다.

그런 모습들에 시안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이었다.

이렇게 무사히 다시 저 얼굴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금화를 달여서 먹인다니.’

시안은 가슴께에 쌓여있는 금화 더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슬쩍, 금화 더미를 인벤토리에 쟁여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몸 상태를 확인한 결과.

시안은 몸에 큰 무리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혼수라검의 1초식, 수라천살(修羅天殺).

그 닿을 수 없는 경지에 닿고자 한 대가로 온몸이 박살이 난 시안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그 부상들이 모두 회복된 상황.

물론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으나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정말 기적이라 부를 만한 회복 속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것.

최근에 업그레이드 한 환상의 치료원 Lv.2.

그리고 엘리의 놀라운 치료 실력.

그 두 가지가 시너지를 발휘한 효과였다.

왠만한 사제의 치료는 저리가라할 정도.

그렇기에 절대로.

그깟 금화 소리에 깨어난 것이 아니었다.

설마하니 금화 소리 때문에 깨어났을까.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거나.

시안은 레아마저 내보낸 뒤, 그 동안의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역시 악마의 부활이었다.

천 년전에 사라진 악마가 다시 부활했다.

레아에게 잠시 물어보니 레아 또한 아는 바가 없었다.

하기사, 레아는 지난 천 년간 전당에서만 지내온 사령.

지난 천 년간 대륙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악마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혹시 카일이 마주한 진실이 이거였나?”

다름 아닌 <[스토리 연계 퀘스트] - ‘카일이 마주한 진실’>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누르비아를 마주했음에도 연계 퀘스트가 추가로 떠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카일이 악마가 부활할 것을 알았다면 혼자 홀연히 떠날 이유도 없었다.

다른 아르나이즈들에게도 알렸겠지.

아니면 누르비아가 찾는 무언가와 관련이 있는건가?

“음···.”

깊어지는 고민.

하지만 시안은 금방 고민을 떨쳐버렸다.

지금 당장 고민한다고 해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일단 대비를 확실히 해야할 필요가 있겠어.”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한 번 루벤에 찾아온 이상 언제고 또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악마는 그 강함도 강함이었거니와.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과 기운을 지닌 이들.

시안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을 상황이었다.

그랬다면 정말 끔찍한 상황을 맞이했을 터.

다행히 아르나이즈 전당에서 가져온 악마 탐지기가 있었다.

천년 전, 대마도사 엘로디가 만든 것으로 아리아에게 판 것보다 상위 등급의 악마 탐지기.

“제리에게 그것부터 먼저 연구해달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황태자 전하께 알려야하나.”

악마가 부활했다는 것은 비단 루벤 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적인 문제였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알려야 했건만.

“음···.”

시안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가 부활했다는 증거가 없었으니까.

누르비아는 도망쳤고,

증거라고는 결국 영지민들의 증언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안과 영지민들이, 악마가 부활했습니다! 모두 대비를 하셔야합니다!

이렇게 소리치면 대체 누가 믿어줄까.

그냥 미친놈 취급하겠지.

어둠의 숲에서 마기에 잠식돼서 결국 정신이 나갔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은 보류하자.”

시안은 끝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대충 정리를 마친 뒤.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찾아 꺼내들었다.

“그러고보니 스마트 폰에 알림창이 많이 떠오른 것 같았는데.”

다름 아닌 시안이 기절하기 직전 떠올랐던 수많은 알림창.

하지만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시안은 곧장 모바일 영주를 실행.

그리고는 ‘미확인 알림창’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혼수라검과 마혼제법의 진행률이었다.

[마혼제법(魔魂制法) 진행률 10.2% (+6.1%)]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초급 진행률 37.5% (+37.42%)]

“오.”

마혼제법은 6.1%

마혼수라검은 무려 37.42%가 올라있었다.

지난 드워프 마을에서 0.08%가 올랐던 진행률이었건만.

수라천살(修羅天殺) 단 한 번에 37.42%가 올라있었다.

하지만 오른 진행률과는 달리.

시안은 다시 한 번 수라천살(修羅天殺)을 해보라해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했는지 시안은 알 지 못 했으니까.

그때의 기억이 도려내어진 듯 생각이 나질 않았다.

말 그대로 현재 시안이 닿을 수 없었던 경지.

그러나 시안은 끝내 그것에 닿았고,

몇 번 연습하다보면 다시 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몇 번이 아니라 수 천 번이겠지만···.”

그것도 정확한 자세로.

시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시안은 다시 다음 알림창을 확인했다.

다음은 다름 아닌 전설 업적, ‘악마 사냥꾼’이었다.

아마 누르비아와 대적함으로써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 전설 업적의 보상을 생각하면···.

“역시.”

<샤를롯의 긍지>와 같이 새로운 아르나이즈 특전이 개방되어 있었다.

【아르나이즈의 축복】

②【<모르크루의 불꽃>: 불꽃을 지펴라! 망치를 꺼내 들어라!】

[효과 1] - 영지의 모든 건축물 효과가 +500% 증가합니다!

[효과 2] - 숙련공 이상의 대장장이가 있는 영지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장비들은 B등급의 품질을 지닙니다!

[효과 3] - 모르크루의 대장간 Lv.1 이 개방됩니다!

[해금 조건 - 전설 업적 2개 이상 획득(달성)]

.

.

“오!”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효과가 그야말로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효과 3인 모르크루의 대장간 Lv.1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름부터가 ‘모르크루’의 대장간 아니겠는가.

6인의 아르나이즈 중 한 명인 신장(神匠) 모르크루.

필시 평범한 것은 아닐 터였다.

무엇보다 효과 2의 내용.

B등급의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시안이 현재 사용하는 S등급의 장비를 생각하면 B등급의 품질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숙련공 이상의 대장장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루벤에는 이제 드워프들이 있지 않은가!

숙련공은 커녕 장인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 적용하면 영구히 지속되는 효과이니.

이 역시 개사기 패시브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역시나.

《<모르크루의 불꽃> 개방 비용 - 500,000 G》

어디까지나 ‘개방’이었다.

“······ 젠장.”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살짝 확인한 인벤토리의 금화는 17만 골드.

택도 없이 모잘랐다.

“이 놈의 현질은 진짜···.”

그래도 뭐.

드워프들이 영지민으로 들어오면서 인구도 늘었겠다.

그 동안 작업한 트롤들을 팔고,

또 마나석들을 팔면 충분히 모을 수 있을 터였다.

“아멜리아가 조금 고생하겠지만.”

시안은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그리고 확인한 알림창의 마지막.

[추가 보상: 모르크루의 유산.]

영지 퀘스트를 초과 달성 하면서 얻은 추가 보상.

그런데 이건 알림창만 떠올라있을 뿐.

이에 관해 별 다른 설명이 없었다.

“뭐지?”

싶은 바로 그 순간.

-영주께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일순간 문 밖에서 노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다름 아닌 망치모루 부족의 족장, 세미르였다.

-아, 네. 잠시만요.

뒤를 이어 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똑똑,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엘리가 들어왔다.

“영주님. 세미르 족장님께서 찾아오셨어요.”

무슨 일일까.

“들어오라고 해줘.”

시안은 잠시 스마트 폰을 한 쪽으로 치워두었다.

시안의 말에 엘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미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몸은 괜찮으시오?”

세미르가 시안에게 다가오며 물어왔다.

시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엘리가 치료는 정말 잘하거든요.”

“확실히··· 부족원들을 치료하는 솜씨가 경이롭더군.”

세미르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무래도 시안이 기절해있는 동안, 드워프들도 살펴준 것 같았다.

잠깐 내려앉는 정적.

이윽고 세미르가 시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일단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소.”

시안은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헬렌은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세미르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시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소만···.”

세미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주를 믿소이다.”

세미르는 시안을 향해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인간을 그렇게나 믿지 않았던 세미르였건만···.

시안은 괜시리 멋쩍은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씀을 하시려고 찾아오신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사실은 이것 때문에 찾아왔다오.”

시안의 물음에 세미르가 보자기에 싼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다름 아닌 시안의 검.

모바일 영주에서 현질한 S등급의 검이었다.

어째, 시안이 기절하면서 세미르가 가지고 있었던 모양.

“허락없이 살펴서 미안하오.”

“뭐 괜찮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세미르가 사과를 해왔지만 시안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안이 아닌 이상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제 검은 왜···?”

시안의 물음에 세미르가 다시 한 번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세미르가 꺼낸 것은 검은색의 돌이었다.

마기를 품은 마나석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마기의 기운이 일절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저렇게까지 새까맣지도 않았다.

“이것의 이름은 흑석(黑石)이라 하오.”

“흑석이요?”

세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카일이라는 아르나이즈를 아시오?”

“······?”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세미르의 입에서 카일이라는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 시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부족에는··· 아니, 나의 조상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소.”

세미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래 전, 선조께서는 본인의 무구와 더불어 다른 아르나이즈들의 무구들을 제작하셨소.”

여기서 세미르가 말하는 선조는 다름 아닌 신장(神匠) 모르크루.

6인의 아르나이즈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카일이 사용하는 무구만큼은 만들 수 없었다고 하오. 정확히는 그 당시 카일이 사용하는 검이 있었는데 그 자체로도 이미 완벽했다고 하오. 선조께서 만든 무구들도 범접할 수가 없었다고.”

“선조께서는 그 검을 뛰어넘고자 수많은 역작들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넘을 수 없었다고 하오. 해서 선조께서는 그 검을 개량하는 것에 만족을 할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그 개량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오. 말했다시피 이미 완벽한 검이었으니 말이오.”

“하지만 선조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셨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끝내 다른 아르나이즈 엘로디와 상의한 끝에 방법을 찾게 되었다오. 그리고 그것이···.”

세미르가 손에 든 새까만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이 흑석이오.”

그 어떠한 빛조차 흡수해버린 듯한 칠흑 같은 어둠의 색.

“선조께서는 이 흑석의 힘을 이용하여 카일의 검을 개량해주었다고 하오. 그리고 이 흑석이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지금 내 손에 있게 된 것이지.”

“하지만 그저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오. 왜냐하면 이야기와는 달리 이 흑석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거든. 딱히 연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해서 그냥 쳐박아둔 물건이었는데···.”

세미르의 시선이 살며시 한 쪽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S등급의 검.

세미르가 말했다.

“영주께서 사용하시는 검은 어째서인지 이 흑석과 반응했소이다.”

“제 검이 말입니까?”

세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일순간 스마트 폰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어··· 잠시만요.”

시안은 잠시 세미르에게 양해를 구한 뒤 스마트 폰을 살폈다.

그런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모르크루의 유산 ‘흑석(黑石)’을 획득하셨습니다!》

《【강화】 항목이 해금되었습니다!》

‘······ 강화?’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윽고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무수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보유한 장비들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같은 등급의 장비를 사용하여 현재 장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장비 - [S등급 검], [S등급 갑옷]》

[강화 비용 50,000G]

[현재 강화 확률 100%]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강화를 해보세요!》

.

.

‘······ 뭔데?’

시안은 뭔가 싶었다.

보아하니 시안의 장비를 강화할 수 있는 항목이 개방된 것 같은데···.

‘그런데 확률이 있어?’

다행히 현재 확률은 100%였다.

그런데 저 ‘현재’ 라는 말이 너무도 불안했다.

그러니까 다음 등급에서는 강화 확률이 100%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강화 재료가 같은 등급의 장비라는 건···.’

강화 재료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쉽게 말해 S등급의 검을 강화하려면 S등급의 검이 있어야 한다는 뜻.

말도 안되는 방식인 것도 그렇거니와.

문제는 S등급의 검을 어디서 구하냐는 것이었다.

지금 사용하는 S등급의 검은 성장 지원 초급 패키지에서 구매한 장비였다.

혹시 또 구매할 수 있나 싶었지만 더 이상 구매가 불가한 상품이었다.

그런데 저걸 대체 어디서···.

바로 그때.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 흑석을 이용하면 아마··· 내가 영주께서 사용하시는 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소.”

세미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시안은 순간 말 문이 막혀버렸다.

S등급의 검을 만들 수 있다는 세미르의 말.

신장(神匠) 모르크루의 후손은 후손인 것일까.

세미르 실력이 시안의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물론 쉽게는 안 될 것이오. 필요한 재료도 상당하고. 보아하니···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서 필요한 재료들을 대충 읊었는데 시안은 금방 귀를 닫아바렸다.

굳이 들을 필요 없었다.

한 마디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었으니까.

대충 계산하기로 한 자루 만드는데 30만 골드 정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초급 패키지에서 현질할 때는 검이랑 갑옷 세트로 3천 골드였는데.

초특가 인과 할인이라고 하더니, 그렇긴 한 모양이었다.

‘······ 젠장.’

특전을 현질하고 강화까지 하려면 그야말로 금화가 남아나질 않는 상황.

그 순간.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꾹.

시안은 볼 것도 없이 X버튼을 눌러버렸다.

새어나오는 한숨.

바로 그때였다.

-도련님이 깨어나셨다고.

-아, 한스님. 네. 지금 세미르 족장님과 대화 중이세요.

-음··· 조금 급한 건이니 어쩔 수 없지.

똑똑.

“도련님. 한스입니다. 대화 중에 죄송하지만 급한 건이 있어서···.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밖에서 한스와 엘리의 짤막한 대화가 들려오더니 금방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시안은 세미르를 살짝 바라봤고,

고개를 끄덕이는 세미르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

“들어와.”

달칵.

방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한스.

그런데 어째, 한스의 얼굴이 폭삭 늙어있었다.

“어떻게 몸은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괜찮아. 그런데 나보다는 한스, 네가 더 안 좋아보이는데?”

“그것이··· 도련님께서 기절해있으신 동안 쌓인 일을 처리하느라···.”

영지의 행정관을 맡고 있는 한스.

시안이 없는 동안 각종 일을 처리하느라 밤잠을 설친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시안이 마음 편히 기절해있을 수 있었지만···.

“특히 이번에는 새로 편입된 드워프 분들도 있어서 말입니다. 다행히 잘 적응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드워프 분들이 생활하실 곳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루벤은 각종 시설과 더불어 영지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들어차있었지만 딱히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행해진 각종 현질과 영주관의 설립까지.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건만.

이번에 받아들인 드워프들과 그들의 수많은 아이들까지 수용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우리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세미르는 그렇게 말했지만 시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까지 땅바닥에서 자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바로 그때.

띠링!

스마트 폰의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영지의 인구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영지 확장】 항목이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영지의 부지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단, 확장하려는 부지의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

.

‘······ 영지 확장?’

보아하니 영지의 부지를 확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가격이 무슨···.

[1구역 확장] - 1,000,000 G

100만 골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지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또.

“게다가 저번 전투에서 부서지고 망가진 시설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드워프들이 수리를 해주었지만 몇 가지는 손조차 못 대겠다고 하더군요.”

“아···.”

그도 그럴 것이 누르비아는 루벤의 영지 안 쪽에 들어왔던 상황이었다.

전투 또한 루벤 안 쪽에서 행해졌으며.

그 탓에 부서지고 망가진 시설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 신기전 6대의 화력을 쏟기도 했으니까.

다행히 드워프들이 수리를 한 모양인지만.

모바일 영주만이 수리할 수 있는 시설들도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시든가요~♩》

.

.

리듬까지 타면서 떠오르는 모바일 영주의 깐족거림.

‘지랄···.’

지랄이었다.

진짜 지랄이었다!

“하아···.”

시안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현재 시안이 보유한 금화는 꼴랑 17만 골드.

그런데 당장 현질해야하는 금액은 대충 수 백만 골드.

이 놈의 현질은 어떻게 끝이 보이질 않는 걸까.

시안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찾아온거야?”

“그것도 그런 것이지만···.”

이윽고 한스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다름이 아니고 도련님 앞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

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2장의 편지를 시안에게 건넸다.

“2장이나 왔어?”

“그렇습니다.”

시안은 한스가 건네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렇게 확인한 첫 번째 발신인.

“아리아···?”

다름 아닌 성녀 아리아였다.

얘는 아는 척 하지 말라니까 왜 편지까지 보내온 거야?

시안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다음 발신인을 확인했다.

“이건 왜 이렇게 무거워?”

이건 어째서인지 굉장히 두툼했다.

아무래도 종이 뭉텅이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았는데···.

시안은 발신인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두 번째 발신인.

그건 다름 아닌.

“그림자 달?”

암흑가를 지배하는 그림자 달 길드.

그것도 길드장, 다이애나가 보내온 편지였다.

#

암흑 도시, 베네르.

다이애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싶었다.

정확히는 지금 다이애나에 들린 한 장의 답장.

“······ 300만 골드?”

“그렇습니다.”

다이애나의 말에 흐레스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지난 날, 시안과 화해의 표시로 편지를 보낸 다이애나.

그와 함께 다이애나는 시안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하나 들어주겠다 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원하는 것이 300만 골드란다.

“······”

다이애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싶었다.

보통 그림자 달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하면 대개 돈 말고 다른 것들을 요구해왔다.

의뢰인의 정보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그림자 달의 정보력을 이용한다든지 등등.

딱히 돈을 요구해온 적은 없었다.

물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300만 골드를 요구해온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300만 골드가 뉘집 개이름이란 말인가!!

뭐··· 그렇다고 그림자 달이 지출하지 못하는 금액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아니, 상당한 재정난에 시달릴 뿐.

“어떻게 할까요.”

흐레스의 말에 다이애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것도 심각한 고민을.

하지만 결국.

“······ 들어준다.”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듀라크의 보호를 받고 있는 시안 엘란두르.

만일 그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300만 골드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암흑가를 지배하는 그림자 달이라고는 하나.

엘란두르 앞에서는 한낱 길드일 뿐이었다.

다이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적당한 의뢰를 몇 개 선별해와라.”

“직접 움직이실 생각입니까?”

“돈 벌어야지. 그리고 흐레스. 너라고 예외일거 같아?”

“······”

흐레스는 그대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달빛이 내리쬐는 베네르의 밤.

“······ 의뢰 한 번 잘못받아서 이게 뭔 고생인지.”

다이애나는 자꾸만 한숨이 새어나왔다.

#

시안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다이애나가 보낸 편지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300만 골드 전표.

“······ 진짜로 줬다고?”

시안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설마하니 진짜 300만 골드를 줄지는 몰랐으니까.

내려앉는 정적.

그 사이로.

띠링!

《지, 지, 지, 지나친 현질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모바일 영주가 당황한 듯 오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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