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45화 (45/322)

§ 45화 - 다시 루벤으로(2)

스마트 폰을 꺼내든 시안은 곧장 모바일 영주를 실행시켰다.

건국일 행사도 마무리가 된 지금.

황궁으로 돌아가 황태자 콘라드와 인사를 나누면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굳이 황궁으로 돌아가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전당에서 나온 직후.

급하게 나온 터라 콘라드와 제대로 인사를 할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뭐.

대충 겉치레만 하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이제 루벤으로 떠나는 일만 남은 상황.

하지만 루벤으로 가는 시간은 그리 짧지가 않았다.

두둑한 돈 주머니도 있겠다.

미리 현질을 해놓으면 루벤에 도착했을 때, 현질한 것들이 완성되어 있을 터.

‘보자···.’

시안은 모바일 영주의 항목들을 뒤적거렸다.

‘일단은···.’

시안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 끝에 가장 먼저 현질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것.

【아르나이즈의 축복】

①【<샤를롯의 긍지>: 기사들이여! 명예의 검을 들어라!】

[효과 1] - 영지의 병사 성장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효과 2] - 영지의 기사 육성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효과 3] - 끝없는 투지가 솟아 오릅니다! 영지의 병사와 기사들은 모든 정신 공격에 면역이 됩니다!

전설 업적 달성으로 개방된 특전, <샤를롯의 긍지>였다.

성장 효율을 무려 1,000%나 올려주는 개사기 패시브.

처음엔 업적 해방과 동시에 바로 적용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업적을 해방할 당시.

모바일 영주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으니까.

《전설 등급 업적 달성으로 숨겨진 특별 항목이 개방됩니다!》

개방.

얼핏 효과도 개방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엘로디의 연구소 Lv.1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개방만 것이 틀림 없었다.

적용은 따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뜻.

그리고 그 무언가가 현질임을 시안은 모르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그냥 줄리가 없지.’

그래도 충분히 현질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왜냐하면 이건 영지의 기사와 병사들 뿐만 아니라.

시안,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패시브였으니까.

현재 시안이 받고 있는 성장 효율은 병사 훈련소 Lv.1의 효과.

그리고 광고 시청을 통한 성장 버프.

도합 +600%였다.

여기에 +1,000%의 효율을 더하면 무려 +1,600%.

1시간의 수련이 자그마치 17시간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마혼제법(魔魂制法)까지 수련해야하는 시안.

이 효과는 그야말로 필수라고 해도 무방했다.

심지어.

‘병사랑 기사의 효율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서로 다른 건가?’

그리고 시안은 어찌보면 루벤의 병사이자 기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쩌면.

둘 모두를 적용받아 +2,000%가 될 수도 있었다.

50만 골드에 달하는 광고 제거도 탐이 나긴 했지만···.

‘까짓거 광고 좀 보면 되지.’

시안은 망설임 없이 특전 항목을 눌렀다.

꾹.

《<샤를롯의 긍지> 특전을 개방하시겠습니까?》

이윽고 떠오르는 확인 창.

역시나 현질을 해야하는 것 같았다.

시안은 다시 한 번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며 ‘Loading···.’ 이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그렇게 곧 떠오를 구매 완료를 기다리고 있자니.

《Error: 오류로 인해 특전 개방이 불가합니다.》

오류가··· 났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오류?’

뭐지 싶던 찰나.

금방 오류 사유에 대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류 사유: 결제 금액 부족》

뚝.

시안의 사고가 그대로 정지해버렸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샤를롯의 긍지>를 확인.

이윽고 시안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샤를롯의 긍지> 개방 비용 - 500,000 G》

뚝.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시안의 사고가 다시 정지한다.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화면을 확인했다.

하지만 떠오른 화면은 바뀌지 않았다.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시안은 인벤토리에 있는 금액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금액은 45만 골드.

다름 아닌 건국일 행사에서 도박으로···.

아니, 네이슨과의 결투에서 따낸 돈이었다.

물론 여기서 아리아에게 받을 10만 골드.

또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약 100만 골드에 달하는 황가의 유산들.

이것들까지 더하면 무려 155만 골드에 달하는 금화가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아직 현금화 하지 않은 것들.

현재 시안의 수중에 있는 돈은 45만 골드가 전부였다.

그 말은 즉.

시안이 지금 당장 현질할 수 있는 금액은 45만 골드.

특전 개방 비용은 50만 골드.

부족한 금액.

5만 골드.

“······”

내려앉는 정적.

승천하는 어이.

바로 그때.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진짜 지랄하지마!!!”

화들짝!

괴성을 내지르는 시안의 외침에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그건 제리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놀란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바라보는 시선들.

“전설 업적 달성 ‘보상’이라며!!!”

그곳엔 시안이 세상 울분이란 울분을 터트리고 있었다.

50만 골드가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현질의 수준도 전설적이라면 대체 어쩌자는 건가!

지랄이다.

진짜 지랄이었다!

이게 지랄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이건 그냥 지랄도 아니고 생지랄이었다!!

물론···.

패시브라 한 번 적용하면 계속 지속되는 효과였다.

심지어 그 효과 또한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개사기 패시브.

그런데 그 가격이 무슨···.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시든가요!》

.

.

뚝.

시안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져버렸다.

울분이 치밀어오르는 깐족거림.

만일 깐족거림에 경지를 논할 수 있다면.

모바일 영주의 경지는 필시 엑시드(Exceed)이리라!

‘하! 지금 내 수중에 45만 골드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오냐. 이렇게 된 거.

어디 한 번 사생결단을 내보자.

시안은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아멜리아!”

“네, 넷?”

아멜리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루벤에 가기 전에, 루치아에 잠깐 들르자!”

“루치아··· 를요?”

제국 최고의 상업 도시 루치아.

“갑자기 왜요?”

“이것들 좀 팔게!”

그러면서 시안이 작은 주머니를 꺼내보였다.

그리고.

후두두두둑.

그 작은 주머니 안에서 어마어마한 보석들이 쏟아져나왔다!

“······!!”

아멜리아는 눈을 부릅, 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머니에서 쏟아져 나온 보석들.

저건 절대로 주머니에 담길 수 없는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공간 주머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물음.

아멜리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런 아멜리아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이것들 다 팔면 얼마쯤 나올까?”

시안은 대수롭지 않게 물어왔다.

아멜리아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정말이지···.

상식이란 범주가 통하지 않는 사람.

아멜리아는 얼떨떨한 심정으로 쏟아진 보석들을 확인했다.

척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보석들.

누가 세공했는지 모르겠지만.

품질도 최상품 중의 최상품이었다.

다 팔면 100만 골드는 훌쩍, 넘길 것 같았다.

100만 골드.

이게 말이 되는 금액인걸까.

그런데.

“이거··· 몇 개는 황가의 문장이 새겨져있는데요?”

일부 보석들에는 황가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있었다.

전체 보석들 중 대략 10% 정도.

그렇게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그 일부라도 있는 것이 상당한 문제였다.

황가의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황가의 일원들 뿐.

즉, 이 보석들은 황가의 일원이 가지고 있던 보석이라는 뜻이 되었다.

“이것들이 왜 여기에···?”

아멜리아는 시안에게 물었고.

시안은 뭘 당연한 것을 묻냐는 듯 답했다.

“그야 황궁에서 가져온 거니까.”

“······ 네?”

아멜리아는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저게···.

저게 대체 무슨 말이지?

“황가의 문장이 찍혀있는 건 팔기 좀 그런가? 하나하나가 아까운데···.”

시안은 꽤나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아멜리아, 혹시 장물도 취급할 줄 알아?”

“와!”

진짜 저게 무슨 말이람!

저번에는 황궁에서 도박하더니.

이제는 아주 도둑질까지 해온 모양인 걸까?

아무래도 조만간.

로열 나이츠한테 끌려가 모가지가 잘려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득해지는 정신.

털썩.

아멜리아의 정신이 툭, 끊어졌다.

#

일주일간 진행되었던 행사는 끝내 막을 내렸다.

그러나 행사가 남긴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제이기도 했거니와.

이번에는 딱 천 년이 되는 해의 행사.

그 때문에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축제의 여운을 즐겼다.

광장, 거리, 술집, 식당.

수도 다르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으며.

사람들은 안주거리를 삼듯.

이번 건국일 행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던 건국일 행사.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녀님이 이 세상 미모가 아니라는데. 그게 정말이오?”

“하하! 그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했나 보군!”

“참석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기다리기는 커녕 행사장 구경도 못 했소이다.”

일단 신성 제국의 성녀(聖女).

뮤리엘의 환생이라 불리는 그녀는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문으로만 성녀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건국일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당연히 관심은 폭발했다.

“어떠오? 정말 소문대로 그렇게나 예쁘오?”

“진짜 말도 마시오! 딱 보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이는데···. 소문이 과장이 아니라 축소가 된 게 아닐까 싶었지! 진짜 행사 시작 전부터 죽치고 기다리던 보람이 있었소이다!”

“허어···.”

그리고 역시.

성녀는 성녀였다.

“특히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으실 때는 정말···  저게 여신인가 싶었다오!”

또한 그녀가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는 것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되었다.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은 성녀.

그 말은 즉.

카이 엘란두르.

파나트 로르실트.

이 두 제국의 별을 꺾고.

성녀가 당대 최고의 인재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듣자하니 시안 엘란두르도 선택을 받았다고 하던데. 이것도 정말이오?”

“말도 마시오. 그때 황제 폐하께서도 어찌나 놀라시던지 행사장이 거진 아수라장이 되었다오.”

“어찌 그런 일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시안에게 집중되었다.

아니, 사실 이번 건국일 행사에서 화제의 중심이라 함은.

카이도, 로르실트도.

그렇다고 성녀도 아닌.

당연 시안이었다.

시안 엘란두르.

엘란두르 가(家)의 막내 아들로서 망나니로 유명한 이였다.

사생아라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

어쨌거나 ‘볼 품 없다’ 라는 사람의 전형적인 표상이었다.

헌데 그런 시안이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받았다.

시안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었으며.

시안의 존재는 삽시간에 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런 시안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그것은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소문이 믿을 것이 못 됨을 알고 있었지만··· 시안이라는 자. 직접 만나보니 생각 이상이었네. 듣자하니 루벤의 영주라고 하던데···.”

“사람을 보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아니네. 내 따로 알아보도록 하지.”

누군가는 호기심을.

“망나니라고 하지 않았나?”

“과연··· 엘란두르는 엘란두르라는 것인가.”

누군가는 의외라는 심정을.

“하! 그딴 망나니 새끼가 대체 어떻게. 난 인정할 수 없어!”

“보나마나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렸겠지. 누가 망나니 아니랄까봐.”

“건방진 새끼. 꼴에 영주랍시고 나대는 모양인데. 루벤이라고 했었나? 그 폐허 같은 영지. 조만간 박살을 내줘야겠어.”

누군가는 눈 먼 시기와 질투를.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시안님께서 빈민촌의 아이를 구한 이야기 말일세!”

“시안님이라면··· 이번 행사에서 떠들썩 한 그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

“그래! 그 시안 엘란두르님 말이네!”

“예끼, 이 사람!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귀족이 무슨 빈민촌의 아이를 구해?”

“아니,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세상에나, 시안님은 다르다니까 글쎄?”

또 누군가는 존경과 선망을.

그리고···.

엘란두르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대저택.

그리고 그런 대저택 한 쪽에 있는 연무장.

훅! 후웅!

그곳에서 한 사내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냉기가 흐를 것 같은 차가운 느낌의 미남자.

설원에 서있는 한 마리의 고고한 늑대와도 같은 그.

그는 다름 아닌 카이 엘란두르였다.

엘란두르 가문의 장자이자.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천재 중의 천재.

카이는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쌔액!

허공을 수놓는 카이의 검은 매서웠다.

마스터(Master) 초급의 카이가 휘두르는 검이 어떻게 매섭지 않겠냐마는.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카이의 검은 상당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화아악!

검이 지나갈때마다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듯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그 순간.

뚝.

카이의 검이 일순간 멈추었다.

이윽고 카이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표정.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기품.

다름 아닌 엘란두르 후작가의 안주인이자.

카이의 어머니, 이사벨이었다.

“괜히 방해를 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카이는 자세를 바로하며 답했다.

“이제 막 마무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카이는 휘두르던 검을 갈무리 해보였다.

딱딱할 정도의 무덤덤함.

평소 카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사벨은 그 안에서 사뭇 다른 카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사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괘념치 말거라.”

이사벨의 말에 카이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런 카이의 모습에 이사벨은 살짝 시선을 내려보였다.

조디악 소드의 선택.

그것은 건국일 행사에서 초유의 관심사였다.

선택된 자는 당대 최고의 인재라는 명예와 함께 제국 전역에 이름을 떨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카이가 마땅히 가져가야만 했던 영광이었다.

사람들은 파나트와 카이를 비교하곤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카이를 짐작하고 있었다.

마스터 초급의 경지라 알려진 카이.

그러나 진실은 카이는 벌써 마스터 중급의 문을 두들기고 있었으니까.

성녀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카이가 선택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재상께 말씀드려 비공식적으로나마 조디악 소드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폐하를 설득하고있다.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나, 한 번 예외를 허용했으니─.”

“어머니.”

카이가 이사벨의 말을 끊어보였다.

바라보는 시선.

카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상께 다시 말씀드려 일을 무르시지요.”

“······”

“저는 괜찮습니다.”

이사벨은 가만히 카이를 바라봤다.

그 순간.

“카이 도련님.”

한쪽에서 카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총관, 레리트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어진 레리트의 말.

“가주님께서 도련님을 찾으십니다.”

카이는 레리트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다시 이사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카이는 홀연히 자리를 떠나갔다.

이사벨은 떠나가는 카이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한 얼굴.

“시안···.”

꽈득!

쥐어지는 주먹과 함께 이사벨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

루벤으로 향하는 마차 안.

시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 폰의 화면을 터치했다.

꾹.

《특전 구매 완료!!》

《기사들이여! 명예의 검을 들어라!》

《영지에 샤를롯의 긍지가 내려앉습니다!》

띠링!

《영지의 병사 성장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영지의 기사 육성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끝없는 투지가 솟아 오릅니다! 영지의 병사와 기사들은 모든 정신 공격에 면역이 됩니다!》

한 번의 터치와 함께 화면으로 수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촤르르륵.

허공으로 무수한 금화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 금액만 무려 50만 골드.

4인 가족이 자그마치 1,388년을 놀고 먹을 수 있는···.

‘······ 지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게···.

이게 정말 말이 되는 걸까?

1,388년이었다.

1,388 ‘일’도 아니고,1,388 ‘개월’도 아니고.

자그마치 1,388 년.

그 어마어마한 금액이 고작 원터치에 증발한다는 것이 당최 말이나 된단 말인가!

정말이지.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은 기분이었다.

언제쯤이면 이 기분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 하아.”

아마 평생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안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혼제법을 습득한 지금.

마나석의 정제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 그럼 남아있는 금액이···.’

시안은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금화를 차분히 세어보았다.

결투 도박에서 딴 45만 골드에서.

아리아에게서 받은 10만 골드를 더하고.

루치아에서 황가의 보물들을 팔아치워 얻은 100만골드를 더한 뒤,

그리고 방금 현질한 <샤를롯의 긍지> 50만 골드를 제하면.

‘105만 골드.’

무려 105만 골드였다.

그동안 시안이 루벤에서 벌었던 모든 금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

사실 이보다 더 많아야했지만.

아쉽게도 황가의 인장이 찍힌 보물들은 팔 수가 없었다.

아멜리아가 장물을 취급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황가의 보물은 장물··· 이라는 개념을 초월했으니까.

그럼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

그리고 루벤은 예전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룩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들이야 얼추 있다지만.

그야 말로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들만 있었다.

도로와 같은 교통 시설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무엇보다 어둠의 숲에 위치한 루벤의 특성상.

매일매일 마수의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지난 번에 오크 부락을 궤멸시키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지만.

그 이후로 트롤, 오우거 등.

오크는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마수들은 여전히 많았다.

특히 어둠의 숲에 자리잡았다던 강대한 마수.

그 강대한 마수가 언제고 루벤을 향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아직 목책에 불과한 방어 시설을 업그레이드 해야했고.

신기전과 같은 병기도 구매해야했으며.

샤를롯의 긍지도 현질했겠다.

슬슬 기사 양성소를 비롯한 각종 레인저 및 특수 병과들을 육성해야했다.

여기에 제리의 영입으로 인한 추가적인 연구 시설까지.

할 것이 많아도 너무도 많았다.

이 말은 즉슨.

‘2라운드 시작이다.’

시안은 【영지 시설】 항목에 들어갔다.

그간 잘도 깐족거렸겠다.

이번에야말로 돈쭐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

바로 그때.

띠링!

《과, 과도한 게임 이용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

.

‘하! 웃기고 있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애초에 이 모바일 영주 자체가 정상이 아니거늘.

‘어디서 개수작이야.’

꾹.

시안은 코웃음을 치며 X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시【영지 시설】항목에 들어가려던 그때.

“영중님. 이젱 공 어둠의 숲 영영에 도창해요.”

옆에서 웅얼거리는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입안 가득, 뭘 우물우물 먹고 있었는데···.

아무튼 루벤에 거의 도착한 모양.

“후우, 루벤에 들어가서 보자.”

시안은 아쉬움을 삼키며 스마트 폰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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