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레아
스마트 폰의 알림창은 계속해서 떠올랐다.
눈을 어지럽힐 정도의 무수한 알림창.
시안은 그 중 달성 업적을 확인했다.
[전설 업적] - 아르나이즈의 유지를 잇는 자.
그간 시안이 달성한 업적은 더럿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업적은 조금 달랐다.
다름 아닌 전설 업적.
그와 동시에 숨겨진 무언가가 해금되었다는 알림창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전설 업적 특전】
있었다.
시안은 곧장 특전을 확인했다.
꾹.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요!》
《전설 업적을 달성하시다니!!》
《어떻게 전설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거죠?》
《그것도 아르나이즈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업적을요!》
《정말 놀랍다 못해 까무러칠 정도의 성과!》
《당신 정말 대답합니다!!》
그러자 모바일 영주의 호들갑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꽤 어려운 업적인 것 같았는데···.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자, 그럼 호들갑은 이쯤 해두고.》
《가장 궁금한 보상을 확인해봐야겠죠?》
《전설 업적은 그에 따른 어마어마한 특전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띠링!
《지금부터 일부 아르나이즈의 축복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용할 수 있는 축복의 목록들이 떠올랐다.
【아르나이즈의 축복】
①【<샤를롯의 긍지>: 기사들이여! 명예의 검을 들어라!】
[효과 1] - 영지의 병사 성장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효과 2] - 영지의 기사 육성 효율이 +1,000% 상승합니다!
[효과 3] - 끝없는 투지가 솟아 오릅니다! 영지의 병사와 기사들은 모든 정신 공격에 면역이 됩니다!
[해금 조건 - 전설 업적, ‘아르나이즈의 유지를 잇는 자’ (달성)]
《다른 아르나이즈 축복을 해금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설 업적 달성이 필요합니다!》
.
.
“와!”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전설 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특전.
그 효과가 그야말로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한 번 적용하면 계속해서 그 효과가 지속되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개사기 패시브!
“미친···!!”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못해 미친 보상이었다!
‘이, 일단은 진정하자.’
시안은 격동하는 심장을 애써 달랬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보상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시안은 다음으로 스토리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시안이 클리어 한 퀘스트의 종류는 3가지였다.
튜토리얼, 영지 그리고 스토리.
그 모두가 놀라울 정도의 보상을 주었지만,
지금 시안이 얻은 보상은 그 모두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스토리 퀘스트는 가장 어렵고 또 중요한 퀘스트인 것 같았다.
거기에 이번에 시안이 클리어 한 ‘히든 스토리 퀘스트’라는 것.
‘히든 퀘스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시안은 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시스템이 있는 지도 몰랐고.
하기사, 그러니까 ‘히든(Hidden) 퀘스트’ 였겠지.
어쨌거나 시안으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아니, 잘된 정도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히든 퀘스트의 보상.
[추가 보상: 샤를롯의 유산]
그 보상이 무려 샤를롯의 유산이었다.
아르나이즈의 리더였던 샤를롯.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필시 무조건!
평범한 것은 아닐 터였다.
카일의 유산에 이어 샤를롯의 유산까지.
이로써 시안은 두 명의 아르나이즈가 남긴 유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안은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그리고는 히든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히든 퀘스트의 보상은 모두 2가지였다.
샤를롯의 유산.
그리고.
[추가 보상: 레아]
‘······ 레아?’
일단 맹세컨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리고 첫 느낌으로 추측하자면.
‘사람 이름 같은데···.’
사람의 이름 같아 보였다.
그렇다는 건 보상이 사람이라는 건데···.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건 말이 안되지 않은가.
사람이 사고 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애초에 시안은 레아라는 사람을 알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시안은 조금의 고민을 이어가다 금방 고개를 털어버렸다.
어차피 고민한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보상을 얻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테니까.
시안은 스마트 폰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퀘스트 클리어 보상.
카일과 샤를롯의 유산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찰나.
“······ 응?”
시안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시야.
그곳엔 원귀(怨鬼)가···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광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생기 하나 느껴지지 않던 짙은 회백색의 두 눈동자.
그곳에서도 어느 정도의 생기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제는 원귀라 부를 수 없었다.
그냥 천 년 묵은 귀신 정도?
그 때문인지 긴 백은색의 머리와 고혹적인 외모.
그녀의 미모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성불한 거 아니었어?’
시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귀신을 바라봤다.
그러다 퍼뜩.
‘어··· 라?’
머리가 번쩍이며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시안은 진짜 혹시나.
정말 호오옥시나, 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혹시 말입니다. 성함이 레아··· 이신가요?”
-······ 핫!
그러자 귀신이 화들짝 놀라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어, 어떻게 알았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시안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윽고 귀신의 두 눈동자가 심히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떨리는 두 눈동자가 온전히 시안을 향했다.
그러다 퍼뜩 생각났다는 듯.
아니, 정확히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는 듯.
시안을 향한 레아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아졌다.
어째··· 무언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히든 퀘스트로 얻은 보상, 레아.
그 말은 즉.
-내, 내가 기억이 나···?
저 귀신이 보상이라는 뜻···?
#
설마 그럴 리가.
시안은 당차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어떻게 귀신이 보상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모바일 영주가 오류를 일으킨 것 같았다.
가끔 현질을 과도하게 하면 그렇지 않았는가.
물론 현질을 하지 않았지만.
필시 그와 비슷한 것일 터였다.
시안은 금방 레아가 보상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레아는 역시나.
시안을 카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기사, 앞선 정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안은 카일이 아니었다.
-카일이 아니라고?
“네. 저는 카일이 아닙니다.”
단호한 시안의 답에 레아의 두 눈이 떨려왔다.
문제는 그 눈이 초점없는 회백색이라는 것이었는데···.
광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 섬뜩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아니, 마혼수라검! 너 분명 마혼수라검을 사용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런데도 네가 카일이 아니라고?
레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저는 카일이 아닙니다.”
-그럼 넌 누군데?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안과 카일.
이 둘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애초에 카일은 천 년전의 아르나이즈.
시안과 연관이 있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시안만이 연관이 있었고.
거진 일방적인 관계라 할 수 있었다.
해서 이 관계를 딱히 정의할 말은 없었지만···
“후계자···쯤 되겠네요.”
이 정도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계자?
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일이 후계자를 남겼었구나···.
정확히 말하면 카일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뭐.
그거나 이거나.
‘아니, 그보다.’
이렇게 빨리 수긍한다고?
어째, 레아도 카일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보였다.
‘하긴, 그러니까 카일이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고 오해했겠지.’
약혼한 사이라더니.
카일도 애지간히 무뚝뚝했었나 보다.
-그래서 카일의 진짜 모습을 알아봤던 거구나···.
레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꽈나 실망한 기색도 보였는데.
아무래도 상당히 기대했던 것 같았다.
시안은 그런 레아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전당에 그려진 카일의 모습이 전부 제각각이던데. 이거 왜 그런 겁니까?
그러자 레아가 흠칫, 몸을 떨어보였다.
-그, 그게 말이지···.
이윽고 슬금슬금, 시안의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 내가 다 바꿨어.
“네? 레아님이 다 바꿨다고요?”
레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사정을 고백했다.
카일이 사랑했던 여인 때문이었다고 한다.
레아는 카일이 그 여인 때문에 자신을 떠난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여인이 이 전당에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해서 만일 그 여인이 찾아왔을 때.
전당에 그려진 카일의 모습이 다르다면.
이곳이 카일이 있는 장소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었으니까.
해서 전당에 잠든 레아가 하나 둘, 카일의 모습을 바꿨고.
그럼에도 모든 카일의 모습을 바꿀 수는 없었으며.
해서 딱 한 장면만 남겨두었고.
그걸 시안이 발견했던 것이었으며.
레아는 순간 이성을 잃었던 것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이들은 모두 석상의 모습을 진짜라 생각했거든. 아무도 벽화에 그려진 카일이 진짜 모습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어.
하긴,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다른 아르나이즈들에 비해 카일이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들.
그의 얼굴마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아르나이즈 전당.
이곳은 천 년전.
샤를롯이 직접 만든 유적이었다.
당연히 샤를롯은 카일의 얼굴을 알고 있었을 터.
그럼 이곳 카일의 석상을 참조해 그리면 그만이었다.
물론 전당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현재 대륙에서 카일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던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저를 죽이려드신 거군요?”
-네가 어떤 식으로든 그 년··· 아니, 그 사람과 관련이 있는 줄 알았었어. 미안···! 그땐 나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레아는 마지막 말을 거의 기어들어갈 듯이 내뱉었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저기···.
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조심스러운 모습.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기다리고 있자니.
레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아까 그랬잖아. 카일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없었다고.
“네.”
시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카일이 그리워하던 건 뭐였을까. 그리고 또···.
레아는 살짝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카일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
시안은 이번에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일에게 사랑하는 여인은 없었다.
그리고 그 여인 때문에 레아를 떠난 것이 아니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답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일이 레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시안은 알 수가 없었다.
시안은 카일이 아니었으니까.
당시 카일이 마주한 모종의 진실이 무엇인지.
또 무슨 생각으로 레아를 떠났는지.
그리고 카일이 무엇을 그리워했는지.
시안은 알지 못했고.
그렇기에 이걸 뭐라 대답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야! 너 괜찮아?”
한 켠에서 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아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안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시안 앞에 서보인 아리아가 흘깃, 레아를 바라봤다.
레아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
아까 당한 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생각했는지 아리아가 다시 시안을 바라봤다.
“너 다쳤잖아···?”
그리고는 시안의 상처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떠보였다.
시안은 그때서야 등쪽으로 흐르는 피를 인지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레아와 싸울 때 생긴 상처 같았다.
“기다려봐. 내가 치료해줄게.”
그러면서 아리아가 신성력을 끌어내었다.
시안은 황급히 그런 아리아를 막았다.
“야, 잠깐···!”
하지만.
화아아아악!
한 박자 늦어버렸다.
아리아의 신성력이 시안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마기가 그야말로 좋아서 미쳐날뛰기 시작했다!
내부를 진탕시키는 마기!
“우웨엑!”
시안은 치미는 역겨움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욱···!
어디선가 비슷한 처지의 소리가 들려왔다.
응?
시안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그곳.
-우엑···!
그곳엔 레아도 똑같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
생각해보면 레아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원귀였다.
비록 광기는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 마기(魔氣)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결국은 마기를 사용하는 존재.
그 말은 즉.
-우욱···! 야! 너 저리 안 꺼져? 어디서 그 역겨운 신성력을···!
레아 또한 시안과 마찬가지로 신성력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야! 너 지금 누구한테 신성력을 쓰는거야! 우웁···! 아니, 넌 뭐하는 년인데 신성력이 이렇게 넘쳐흘러?
레아는 씩씩 거리며 아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우뚝.
-어? 잠깐. 아니지.
레아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가 고작 저런 신성력 따위에 속이 들끓을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천 년의 원귀, 레아.
천 년이란 세월은 아득하고도 까마득한 세월이었다.
그리고 그 까마득한 세월이라 함은.
지극히 멀쩡했던 한 사람의 정신이.
-이거 설마, 입덧?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레아가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당황, 떨림, 그리고···.
자기를 책임지라는 눈빛이었다.
“······ 뭡니까?”
시안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저희 방금 만났습니다.”
-아니 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천 년이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그게 대체 무슨 방법인데?
“······”
시안은 진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그래 입덧이라 치자.
그런데 왜 그 대상자가 나인데?
시안은 정말이지 방금 레아를 만났고.
이렇다 할 것을 행할 시간조차 없었다.
시안이 레아에게 한 것이라고는 마혼수라검을 펼쳐보인 것뿐.
설마 하니 마혼수라검에 그런 기능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그보다 샤를롯의 여동생이라며?
그럼 황족이잖아.
기품이나 품격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부끄러움도 좀 갖고···.
아니, 아니다.
천 년 묵은 귀신한테 부끄러움은 무슨.
있다 하더라도.
대략 910년 전에 내다 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시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혀요. 천 년전이나 지금이나. 생명 탄생의 방식은 변함 없습니다.”
-하하··· 그, 그렇지?
레아가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아까부터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야?”
시안의 뒤에서 아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리고 목소리에도 짙은 신성력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레아가 무서워 신성력을 끌어올린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게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지만.
-우웁···! 너는 진짜 안되겠다.
레아가 순식간에 아리아의 옆으로 다가갔다.
번뜩이는 기세.
아리아가 황급히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대항했다.
“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그래봤자 독기 빠진 귀신 주제에! 가만히 당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어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대들어?
끼야아아아아악!!
터져나오는 귀곡성(鬼哭聲).
어둠이 밀려오며 아리아의 신성력이 맥을 못추고 사그라 들었다.
당황하는 아리아.
“아, 아··· 그···.”
아리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그런 둘의 모습에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카일이 레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천 년전.
카일이 어떠한 생각이었는지 시안은 알지 못했고.
또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물음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이 요망한 년은 얼굴은 또 왜 이렇게 예쁜거야? 응? 잠깐, 뮤리엘? 너 뮤리엘을 닮았는데? 어쩐지 재수 없더라니!
카일이 레아를 싫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아리아는 레아에게 그야말로 탈탈, 털려버렸다.
무려 천 년의 세월을 원귀로 살아온 레아.
신성 제국 역사상 가장 강한 신성력이라 한들.
레아의 힘 앞에서는 쪽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털려버린 아리아는 구석에 저 혼자 찌그러져 있었다.
-날 이기려면 500년은 더 살고 오렴!
의기양양한 레아의 목소리.
아리아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나이 많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뭐 이년아?
아리아가 움찔거리며 다시 찌그러졌다.
‘아니, 근데 쟤는 그래도 개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가?’
시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천 년의 원귀, 레아.
개겨봤자 뻔히 털릴 걸 모르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도 저렇게 개기는 이유가 뭘까.
성녀랍시고 마(魔)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라도 있는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적어도 뻗댈 자리는 알고 뻗대야하지 않겠는가.
하여간, 정말이지 구제불능 성녀였다.
뭐, 어쨌든.
“그보다 레아님. 혹시 카일의 유산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시안은 레아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기다려도 모바일 영주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본래라면 환한 빛을 터트리며 보상을 주어야 하건만.
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레아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알지. 그거 오빠가 챙겨준 거랑 같이 쟁여놨어.
역시.
레아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레아가 말하는 오빠란 다름 아닌 샤를롯.
바로 아르나이즈의 리더였던 샤를롯 대제였다.
그런데 오빠가 아르나이즈의 리더라···.
느낌이 참 이상했다.
아니,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거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넌 다름 아닌 카일의 후계자인 걸.
레아는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답했다.
심지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빠가 나 챙겨준 거랑, 여기 전당에 있는 거. 싹 다 털어줄게. 오빠가 전당 만들면서 후손 위한답시고 이것저것 남겨놨거든.
“어··· 그래도 됩니까?”
시안은 이번엔 조금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샤를롯의 유산말고도 전당에 남겨둔 유산.
그건 어찌보면 황가의 유산이었으니까.
그런 유산을 털어간다는 건 사실상 도굴(?)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레아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어때. 내가 주겠다는데. 혹시 현 황제가 뭐라 할까 봐? 만일 뭐라 하면 내 앞에 데려 와. 까마득한 후손 놈팽이가 내가 좀 쓰겠다는데, 어딜 감히 토를 달아?
“와.”
황제보고 놈팽이란다.
제국의 1인자이자, 사실상 대륙의 1인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존재.
그런 황제한테 놈팽이란다.
시안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또 못할 말은 아니었다.
레아는 무려 샤를롯의 여동생.
족보를 따져도 황제의 조상 수준이 아니라 시조(始祖)였다.
‘레아가 보상이라는 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이로써 카일의 유산과 샤를롯의 유산.
그리고 전당의 유산까지.
시안은 그야말로 탈탈, 털어갈 수 있었다.
‘어떤 유산일까.’
둘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필시 평범한 것은 아닐 터.
어쩌면··· 천문학적인 돈일 수도 있었다!
‘그럼 그 돈으로 현질을···!’
아···!
벌써부터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한시라도 빨리 루벤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자니.
-대신 조건이 있어!
레아가 소리치듯 말을 이었다.
-나도 너랑 같이 갈래! 여기서 데려가 줘!
“······ 네?”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러운 레아의 조건.
바로 그때.
띠링!
『[스토리 연계 퀘스트] - ‘카일이 마주한 진실’』
스마트 폰 화면 위로 새로운 스토리 퀘스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