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8화 (28/322)

§ 28화 - 현질하는 영주님(2)

쿠구구구구구궁···!!

루벤에 시작된 대격변.

그 장엄한 광경에 놀란 것은 비단 아멜리아뿐만이 아니었다.

“이 무슨···?”

“세, 세상에···.”

“저게 다 뭐야···?”

루벤의 영지민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같은 곳을 바라봤다.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손은 어느 순간부터 멈춰있었다.

해체 작업을 이어나갈 정신이 없었다.

뚝딱뚝딱, 저 혼자 알아서 건설되는 건물들.

심지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재들을 나르는 인부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러한 광경들이 루벤의 전역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실로 장엄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풍경.

“그레이슨? 자, 자네는 저게 무엇인지 알겠나?”

“나, 나도 모르네···.”

영지민의 물음에 그레이슨은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리고.

“대, 대장님. 저게··· 저게 뭡니까?”

“대체 무슨 일이···?”

병사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병사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병사들 모두가 훈련을 멈추고 루벤의 대격변을 지켜봤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말라며 호통이 들려왔을 상황이었다.

“이게 대체···?”

그러나 이번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루카스는 두 눈을 거의 찢어질듯 부릅, 뜨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바로 옆에서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엔 한스가 경악 어린 표정으로 루벤의 대격변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병사들의 훈련을 전담하는 건 루카스였지만,

아직 인수인계 받을 것이 있었기에 잠시간 루카스를 도와주고 있던 한스였다.

“한스님도 모르시는 겁니까?”

한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영지민들과 병사들.

그레이슨과 한스, 루카스 그리고 아멜리아까지.

말 그대로 루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홀린듯이 한데 나와 모였다.

그리고는 루벤의 대격변을 지켜보다 문득.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

“······”

“······”

그대로 정신이 출타해버렸다.

어이가 승천하는 것은 덤.

오직 단 한 명.

“보자···.”

시안만이 아주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한데 모여있던 영지민과 병사들.

그리고 그레이슨과 한스, 루카스, 아멜리아까지.

루벤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시안에게 향했다.

시안은 차분히 루벤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쿠구구구구궁···!

뚝딱뚝딱.

촤르르르륵.

농지, 대장간, 치료원, 광산, 마수 목장, 배식소 등등.

모바일 영주에서 현질한 시설들이 알아서 착착 건설되고 있었다.

“오. 이제 좀 영지답네.”

얼추 영지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이제 막 발전하려는 마을 정도?

그래도 폐허나 다름 없던 것에서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물론 저 시설들이 모두 건설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그리고 역시나.

[즉시 완료권] - 3,000 G

[즉시 완료권] - 5,000 G

[즉시 완료권] - 1,500 G

[즉시 완료권] - 2,000 G

.

.

.

.

모바일 영주는 수많은 즉시 완료권으로 유혹해왔다.

하지만 시안은 고민도 없이 X버튼을 눌렀다.

즉시 완료권을 말 그대로 급할 때 쓰는 것.

급하지도 않은데 굳이 즉시 완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시설도 있었다.

《살기 좋은 벽돌집 완성!》

“집은 금방 건설되네.”

다름 아닌 영지민들이 거주할 집.

가격은 10채 묶음으로 2천 골드로서 1채 당 200골드 가량이었다.

4인 가족 기준 한달 생활비가 30골드임을 감안할 때.

집 1채에 200골드면 그리 비싸지도, 마냥 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다.

시안은 완성된 집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구조를 살폈다.

“오!”

생각보다 좋았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크기는 30평 정도에 큼지막한 거실과 방3개.

4인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또한 벽돌로 지어져 있어서 포근함과 안정감을 주는 집이었다.

말 그대로 ‘살기 좋은 벽돌집’ 이었다.

“오··· 이게 200골드면 엄청 싸잖아.”

시안은 차분히 집의 구조를 살폈다.

“이건 뭐지?”

그러다 발견한 무언가.

다름 아닌 기둥에 큼지막한 홈이 파여있었는데 무언가를 끼우는 것처럼 보였다.

“이거 설마 마나석을 끼우는 건가?”

그런 것 같았다.

구매 당시에도 그런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시안은 천천히 집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루벤의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죄다 붕, 떠있는 얼굴들이 아직 출타한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승천한 어이는 두 말 할 것도 없었고.

시안은 휙휙, 고개를 돌리다 익숙한 얼굴이 보여 그의 이름을 불렀다.

“두라스!”

영지의 병사, 두라스.

“예, 예? 옛!”

시안의 부름에 두라스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이내 시안이 자신을 부르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두라스는 헐레벌떡, 시안의 앞으로 뛰어왔다.

“저기, 광산 가서 마나석 하나만 주워와줘.”

“마나석···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직 광산 건설 다 안 되었을테니까. 대충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거 아무거나 주워 와.”

“아, 알겠습니다.”

두라스는 다시 헐레벌떡,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두라스가 마나석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검은빛을 띠는 마나석.

마기(魔氣)를 품은 마나석은 주위로 사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 탓에 두라스의 인상 또한 썩, 좋지는 않았다.

시안은 두라스에게서 마나석을 넘겨받았다.

그리고는 마나석 위에 손을 얹고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스와 루카스 그리고 아멜리아.

“······?”

“······?”

“······?”

그들은 시안이 뭐하는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마나석은 다름 아닌 마기(魔氣)를 품은 마나석이었으니까.

괜히 건드렸다가는 마기에 휩싸여 정신만 미쳐버릴─.

스으으읍···!

일순간 마나석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짙은 칠흑의 빛이 일렁이더니.

곧 시안의 손을 타고 흡수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빛을 띠던 마나석이 푸른색을 머금기 시작했다.

“······!!!!!”

“······!!!!!”

“······!!!!!”

한스와 루카스 그리고 아멜리아의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방금 마나석에 깃든 마기(魔氣)를 흡수한건가···?

그렇다는 건 시안은 곧 마기에 휩싸여 미쳐버린다는 뜻이었다.

한스와 루카스의 얼굴이 일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데.

“후우···! 어째,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지네.”

시안은 고개를 한 번 털어보일 뿐이었다.

그러더니 쏙,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내려앉는 정적.

“뭐, 뭐죠?”

“저, 저게 뭔···.”

“아니, 저게 무슨···”

잠깐 돌아왔던 그들의 정신은, 다시금 출타해버렸다.

그런 그들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집 안으로 들어온 시안은 마나석을 홈에 맞춰 끼워넣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우우우웅···! 집안으로 마력의 힘이 퍼져나갔다.

마나석에 있는 마나를 끌어다 쓰는 모양.

만일 마기가 깃든 마나석을 사용했다면.

집 전체가 마기에 잠식되었을 터였다.

그러나 시안이 마기를 정제한 덕분에 마기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나석을 끼워넣은 공간에는 어느덧 기다란 그래프가 생성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손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시안은 그래프를 손가락으로 위로 쭉, 올렸다.

그러자 집 안 전체가 후끈! 달아올랐다.

반대로 아래로 쭉, 내리자.

순식간에 집안이 서늘해졌다.

“오. 이렇게 온도 조절도 할 수 있구나.”

심지어 습도 조절까지 가능했다.

이것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 편의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었다.

“엘란두르의 저택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좋은데?”

물론 이 모든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마나를 필요로 했다.

정확히는 품질 좋은 마나석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급 마나석만 하더라도 개당 200골드나 하는 거금이 필요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능.

하지만.

“이거 하나면 10년은 문제 없겠는데?”

시안이 꽂은 마나석은 무려 최상급.

최소 천년간 마나를 응축한 마나석으로 어쩌면 최상급, 그 이상일 수도 있는 마나석 이었다.

대충 10년에 한 번씩 갈아 끼워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10년에 한 번.

광산으로 가서 마나석 하나 주워오면 될 것 같았다.

“이러면 집에 관련한 유지 관리비는 크지 않겠네.”

시안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바일 영주에서 현질한 각종 제반 시설들.

그 시설들은 짓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모든 시설에는 유지 및 관리가 필요했고,

다행히 이 또한 모바일 영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다시피 그 또한 현질이었다.

[병사 훈련소 Lv.1 유지 관리 비용] - 40 G (매달).

병사 훈련소 Lv.1의 가격이 4천 골드임을 생각하면,

평균적으로 구매가의 약 1%가 매달 관리 비용으로 지출되었다.

단일적으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루벤을 갈아엎다시피 현질한 시설들.

그 무수한 시설들의 관리 비용을 모두 합친다면···.

또 그것이 매달 나간다고 생각하면···.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려나···.”

아직 건설 중이라 그런지 총 관리 유지 비용은 합산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리 만만치 않은 금액임은 분명할 터.

“에이 뭐, 또 벌면 되니까.”

그러나 시안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말마따나 또 그만큼 벌면 되니까.

이제 마나석 광산도 있었고,

솔직히 유지 관리 비용이야 해당 시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초기 투자인 거지.”

시안은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붕, 떠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금 시안에게로 향했다.

시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멜리아의 모습을 찾았다.

이윽고 찾은 아멜리아는 눈에 초점이 없었다.

어디 정신이라도 출타한 듯한 모습.

“아멜리아? 훈련소에 가보면 내가 연습삼아 정제한 마나석이 몇 개 있거든? 좀 서툴러서 마력이 소실되었는지 상급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 그거 좀 팔아줘.”

“······ 핫!”

이어진 시안의 말에 아멜리아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방금 들려온 시안의 말을 한 번 곱씹었다.

마나석을 팔아달라는 시안의 말.

가져다 파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최상급이라면 조금 문제가 되겠지만,

듣자하니 상급의 마나석인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에 10만 골드 가량을 가져다주지 않았는다.

아니, 얼마 전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했다.

방금 전이었다.

진짜 바로 방금 전에 아멜리아는 시안에 10만 골드 가량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시안 혼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

그걸 지켜보다가 방금 나오던 참이지 않았는가.

10만 골드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

그런데 왜 또 돈을··· 잠깐!

‘서, 설마···!’

순간 아멜리아의 머릿속으로 말도 안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건 정말, 정말로 말이 안되었다.

아니, 말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설마설마하는 눈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그런 아멜리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시안이 살짝,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그거··· 다 썼어.”

아.

작은 탄성과 함께 아멜리아의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진짜 뭐하는 새···.

아니, 사람일까.

털썩.

아멜리아의 기억이 잠시 끊어졌다.

#

루벤에 시작된 대격변.

루벤은 정말 순식간에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3일간 이 약을 드셔보시고, 그래도 안 나으면 꼭 찾아와주세요.”

“엘리가 처방해준 약인데 반드시 낫겠지! 아무튼 고마워!”

다치고 아픈 이들은 치료원에서 금방 회복되었고.

“핫 뜨뜨! 망치질 하다가 갑자기 불꽃이 확 튀었네.”

“조심하라고. 다행히 대장간에 안전 장치가 있어서 망정이지. 자네 큰일 날 뻔했어.

대장간에는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으며.

“후우···! 그런데 여기 마기로 가득찬 거 맞아?”

“그러니까 말이야. 심지어 광물을 캐는데 먼지도 안 나.”

광산에서는 마나석을 캐기 시작했고.

“음··· 이 작물도 먹을 수 있지 않나?”

“뭐, 뭐야? 그거 방금 심지 않았어? 그런데 벌써 새싹이 나왔다고?”

비옥한 농지에서 작물도 재배했으며.

“요상타··· 숲에서 마주치면 죽일듯이 달려들더니. 여기서는 희한하게 얌전하네.”

“이놈들 제대로 길들이면 꽤나 쓸만하겠는데?”

마수 목장에는 일부 마수들이 길들여지고 있었고.

“여러분! 밥 먹고 하세요!”

“자자, 모두 밥 먹읍시다!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배식소에서는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폐허에서 마을의 모습으로 발전하는 루벤.

“이야! 이거 맛있구만!”

“그제? 내가 요즘 이 밥 한끼 먹으려고 산다니까!”

“하하하하하핫!!”

영지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폐허나 다름 없었던 사령(死靈)영지, 루벤.

그런 루벤에 생기(生氣)라는 것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문일까.

《영지민들의 만족도가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모바일 영주가 호들갑을 떨지 않는 날이 없었다.

특히 살기 좋은 벽돌집.

“예···? 이 집들을 저, 저희들에게 나눠주신다고요···?”

그 살기 좋은 벽돌집을 영지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했을 때.

영지민들은 그야말로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 어째서···?”

“이런 집을 저희들에게···?”

어둠의 숲에서 생존만을 갈구하던 사람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집이 생긴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허름한 판잣집도 아니고,

웬만한 귀족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더 좋은 집을 말이다.

“서, 설마 그동안 돈에 집착하셨던 이유가···.”

“모두 우리를 위해서?”

“다른 영주들은 자기들 배를 불리기에 바쁜데···.”

결국 영지민들이 진짜로 울기 시작했다.

“히끅···! 난 이제 영주님을 절대 의심하지 않아. 절대로! 흐끅···!”

“나, 난! 영주님이 악마여도 상관없어! 악마 숭배자 할래!”

“영주님···!!!”

띠링!

《영지민들의 만족도가 대폭! 초대폭! 초초대폭! 증가합니다!》

《영지민들의 만족도가 Max치를 뚫어버렸습니다!》

그러더니.

띠링!

《업적: ‘우리 영주님은 정말 최고야!!!’ 달성!》

웬 기상천외한 업적이 덜컥, 달성되어버렸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거죠?!》

《당신을 향한 영지민들의 충성도가 인과(因果)의 측정치를 초과해버렸습니다!!》

《이, 이건 도대체가 어떻게···!》

띠링!

《업적 달성 보상 - ‘우리 영주님은 우주 최강!’》

《영지민들은 이제 당신을 거의 신처럼 섬길 것입니다!》

《당신의 명령이라면 그들은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입니다!》

《영지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영지민들은 당신이 무슨 행동을 하든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 뭔데?”

시안은 정말이지 이게 뭔가 싶었다.

발전하는 루벤과 더불어 영지민들의 충성도와 의욕까지.

“현질하니까 어째 일이 쭉쭉 진행되는데.”

그야말로 현질 만능이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서투르고 부족했다.

치료원에는 필요한 약재가 턱없이 부족했고.

대장간의 대장장이들은 미숙했으며,

마수들은 목장을 벗어나면 미쳐날뛰었고,

광산, 농지, 배식소에는 인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여기에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마수들을 막아낼 병사들까지.

한 마디로 루벤에 필요한 인재와 인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영지란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루벤의 인구는 규모가 큰 마을 정도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슬슬 루벤에도 새로운 영지민들을 받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어둠의 숲에 위치한 루벤에 누가 오려고 할 것이며,

무엇보다 그 영지민들이 믿을 만한 이들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필요하다고 무작정 받는 건, 안 받느니만 못했다.

그리고 이는 모바일 영주의 현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

시안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아직도 한참 멀었네.’

그렇기에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루벤이었지만.

“영주님! 영주님도 어여 와서 드세요!”

지금 이 순간만큼.

루벤에는 따스한 온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리고 그런 다르칸에 위치한 황궁.

“전하. 건국일 행사에 앞서 초대장을 모두 작성하였습니다.”

콘라드는 시종장이 내미는 초대장을 받아들었다.

콘라드 폰 샤를롯.

그는 ‘샤를롯’ 이라는 성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제국 황가의 일원이었다.

대륙에서 샤를롯이라는 성을 쓸 수 있는 존재는 샤를롯 제국 황가의 일원뿐이었다.

그리고 콘라드는 단순한 황가의 일원이 아니었다.

황가의 일원이라는 것부터가 단순하지 않았지만,

콘라드는 그 중에서도 또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제국의 황태자.

황제, 다음으로 가는 존재로서 다음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고귀한 존재였다.

콘라드는 초대장을 하나하나 살폈다.

초대장 위에는 수신인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었다.

레히나르, 몰트케, 베르크, 뵐로···.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명문 가문들이었다.

그 밑으로는 해당 가문의 자제를 건국일 행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앞으로 제국을 이끌어갈 인재들.

그리고 앞으로 제국을 책임질 콘라드.

그들 뿐만 아니라 인접한 왕국 및 신성 제국에 보내는 초대장도 있었다.

콘라드는 초대장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러다 문득.

콘라드의 손길이 멈칫, 거렸다.

“음?”

이윽고 콘라드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콘라드는 몇 번이나 초대장을 확인하고는 시종장에 물었다.

“초대장이 한 장이 부족한 것 같은데?”

그러자 시종장이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제가 잠시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콘라드의 허락에 시종장은 차분히 초대장을 살폈다.

무수히 많은 가문들로 보내는 초대장.

그러나 시종장의 머릿속에는 모든 가문들의 정보가 들어있었다.

“빠짐없이 전부 있습니다만···.”

역시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콘라드는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윽고 콘라드가 3장의 초대장을 집어들었다.

다름 아닌 엘란두르로 보내는 초대장.

콘라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란두르의 자제는 모두 4명이 아니었나?”

그런데 콘라드에 손에 들린 초대장은 3장.

1장이 부족했다.

“······”

시종장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엘란두르로 보내는 초대장은 일부러 3장만 만들었으니까.

시종장 또한 엘란두르의 자제가 4명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엘란두르의 초대장은 3장만을 만들었다.

“그건···.”

시종장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콘라드는 그런 시종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콘라드라고 모르지 않을 터였다.

제국에서 엘란두르는 너무도 유명한 가문이었으니까.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엘란두르의 자제가 아닌가? 난 분명 엘란두르의 자제들을 보고 싶다고 했을텐데.”

그럼에도 저런 말을 하는 의미는 하나.

“······ 초대장을 하나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아니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직접 하나 작성하도록 하지.”

그런 콘라드의 모습에 시종장은 살짝, 놀란 눈을 치켜떠보였다.

콘라드가 직접 작성하는 친필 초대장.

그건 일반적인 초대장과는 달리 갖는 무게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시종장은 우려가 들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안 부르는 것만 못하실 텐데···.'

건국일 행사는 제국 전역의 인재들은 물론이고,

대륙의 수많은 왕국과 신성 제국의 귀빈들이 모이는 화합의 장이었다.

그리고 엘란두르의 막내, 시안 엘란두르.

그는 이 자리에 낄만한 인재가 아니었다.

성만 엘란두르일 뿐.

정말 상상 이상으로 무능력하기 때문이었다.

그와 관련한 소문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망신살만 뻗치고 돌아갈 것이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초대하지 않는 편이 좋으련만.

그런 시종장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콘라드는 천천히 깃펜을 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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