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5화 (25/322)

§ 25화 - 엘로디의 연구소(1)

오크의 사체는 금방 팔 수가 있었다.

애초에 몬스터의 사체는 인기가 많은 품목이었고,

특히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의 사체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아멜리아가 가져간 오크의 사체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팔려버렸다.

솔직히 해체 작업을 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멜리아가 판매한 대금은 마리당 무려 55골드.

마리 당 10골드에 불과했던 고블린의 5배 이상이었으며,

아멜리아가 처음 말했던 50골드보다 10%는 더 받은 금액이었다.

상인으로서의 재목이 뛰어난 아멜리아.

역시나 아멜리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따라서 오크 3천에 대한 대금은 무려 16만 5천 골드.

그러나.

“젠장.”

시안은 그 대금을 온전히 받을 수 없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신기전의 화력이 그렇게 셀 줄 누가 알았냐고.”

신기전이 오크 사체를 모조리 짓뭉개놓았으니까!

신기전은 일대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크의 사체도 같이 초토화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신기전이 쓸어버린 지역에 남은 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짓뭉개진 오크들뿐.

화력이 너무 센 것도 문제였다.

그 때문에 팔 수 있는 오크 사체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나마 루카스가 처리한 오크들은 멀쩡해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팔 수 있는 사체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뭐, 그래도.

폭사해버린 오크의 사체 속에서도 건질 수 있는 건 있었다.

시안은 병사들과 함께 최대한 사체를 수습했고,

그렇게 건지고 건져 번 돈은 7만 골드.

여기에 검은 오크 값인 3천 골드를 더해 현재 시안의 수중에는 7만 3천 골드가 있었다.

거진 절반 이상의 수익, 9만 2천 골드가 날아간 셈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시안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신기전이 아니었다면 오크 부락을 궤멸시킬 수 없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신기전이 아니었다면 영지민들이 다칠 것이 분명했다.

잃어버린 수익은 영지민들의 목숨 값이라 생각하면 매우 싸게 먹힌 격이었다.

현재 루벤에는 영지민들의 수가 매우 적었다.

영지라기보다는 마을이라 봄이 옳았다.

지금 루벤에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인재.

돈보다 더 귀한 값어치가 있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라도.

사람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뭐, 그래도.

“도대체가 신기전에 무슨 개량을 한 건지 원···.”

신기전의 화력이 과하긴 했었다.

사실 신기전의 개량도 개량이었지만,

아마 마나석의 힘 때문에 더 화력이 강해진 것 같기도 했다.

마기(魔氣)를 품은 마나석.

자연의 마나와는 달리 어둠의 마나는 내재된 힘이 월등히 높았다.

같은 양의 마나라도 어둠의 마나가 갖는 힘이 3배 이상 높았다.

그렇기에 수많은 천재 마법사들이 마기를 사용하고자 달려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미치광이가 될 뿐.

일부 천재들은 희대의 악인으로 기록되어 사라질 뿐이었다.

“음···.”

시안은 눈앞에 놓인 마나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거진 수박 크기의 마나석.

다름 아닌 검은 오크에 박혀있던 마나석 이었다.

“이거 어쩌면··· 최상급.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었다.

신기전의 어마어마한 화력에도 살아남았던 검은 오크.

아무리 검은 오크가 돌연변이 마수라지만 말이 안 되었다.

하지만 이 마나석의 힘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최소 천년간 마기를 응축한 마나석.

제국 어딜 뒤져봐도.

아니, 대륙 어디를 뒤져봐도.

천년 묵은 마나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건 그런 마나석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상급 마나석 1개만 하더라도 수천 골드는 족히 찜져먹는다.

100개만 팔아도 수 십만 골드는 가볍게 넘는다.

그런데 광맥에 있는 마나석은 최소 수 만개.

그걸 다 팔면 수 억 골드는 그냥 뚝딱이었다!

“아아···!”

시안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며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시안은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직 마나석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로디의 연구소에 마기를 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

정확히는 엘로디는 그 방법을 알고 있었냐. 가 관건이었다.

만일 알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낭패 중의 낭패였다.

꿀꺽.

시안은 괜시리 긴장되는 심정으로 ‘엘로디의 연구소Lv.1’ 구매 버튼을 눌렀다.

꾹.

《구매 완료!》

촤라라라락!

그러자 떠오르는 알림창과 함께 어김없이 돈 주머니에서 금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려 5만 골드에 달하는 금화가 허공으로 날아가 사라지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하지만 시안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간의 경험상,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질 것을 알았으니까!

“젠장.”

그렇게 순식간에 5만 골드가 사라지고.

돈 주머니에는 2만 골드만이 남았을 때.

화아아아악!

시안의 시야 앞으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빛무리가 사라질 때쯤.

자동으로 알아서 건설되는 연구소를 볼 수 있었다.

띠링!

《엘로디의 연구소 Lv.1을 건설 중입니다.》

《건설 완료까지 D - 60》

“60일?”

시안은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연구소가 지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60일.

거진 두 달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두 달 동안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고?”

그건 좀··· 답답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띠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새로운 창 하나가 떠올랐다.

[즉시 완료권 - 20,000G]

《진행을 하다 답답할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 지랄.”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2만 골드.

이게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말이 되는 가격이냔 말이다.

아무래도 건설하는 어떤 건물이냐에 따라.

또 얼마나 단축시키냐에 따라 즉시 완료권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2만 골드는 아니잖아.”

시안은 망설임 없이 X버튼을 눌렀다.

물론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건 답답하긴 했다.

그러나 2만 골드를 지불하면서까지 단축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급할 것이 없었으니까.

목책이나 병사 훈련소를 지을 때야 당장의 안전이 시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급할 것이 없었다.

마나석 광산이 발이라도 달려 사라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루벤을 위협하던 오크 부락을 궤멸시킨 지금.

당분간 루벤의 안전도 크게 걱정이 없었다.

“차라리 2만 골드로 다른 제반 시설을 건설해서 두 달 동안 돈을 버는 게 낫지.”

굳이 즉시 완료권을 쓸 필요는 없었다.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영지에 엘로디의 연구소 Lv.1이 건설 중입니다.》

《엘로디의 지식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식 열람?”

연구소가 건설되지 않았는데?

혹시 연구소가 건설되지 않아도 열람할 수 있는 건가?

그런 시안의 생각에 답이라도 하듯.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 위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 연산식 증명.】

【시간 정지 마법에 대한 고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현상 세계의 법칙, 인과율(因果律).】

【기만과 설득. 마력과 오러의 근원.】

【써클(Circle)과 단전(丹田)의 차이.】

.

.

.

.

정말 무수한 항목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스크롤을 계속 내리는데도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항목만 보이는데도 그 수준이 어떤 지 알 수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현존하는 마법사들과 마도학자 그리고 연금술사까지.

그들이 이 일지들을 본다면 눈을 까뒤집으면서 달려들 터였다.

아니, 그런데 잠깐.

이건 그렇다 치자.

“왜 이걸 먼저 보여주지 않은 건데?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연구소가 완성되지 않아도 엘로디의 지식을 열람할 수 있다면, 굳이 즉시 완료권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 놈의 모바일 영주는 그 사실보다 2만 골드나 하는 즉시 완료권을 먼저 보여주었다.

만일 시안이 곧바로 즉시 완료권을 샀다면···.

“이 놈의 현질 유도는 진짜···.”

시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쨌든.

“하나 봐볼까.”

시안은 엘로디의 지식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그나마 시선이 갔던 항목 하나를 골랐다.

【시간 정지 마법에 대한 고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바로 시간 정지 마법에 관한 지식.

“이게 가능한 거였나···?”

시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항목을 눌렀다.

꾹.

《해당 지식은 연구소 Lv.5부터 열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열람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든 지식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어쩐지.”

시안은 괜시리 아쉬운 마음을 삼켰다.

뭐, 어쨌든.

이러면 굳이 연구소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지금 시안이 궁금한 것은, 알고 싶은 것은 마기(魔氣)를 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 없냐였으니까.

“그런데 이 많은 항목에서 어떻게 그걸···.”

이라고 중얼거리던 찰나.

화면 상단 위로 돋보기 모양이 시안의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검색 기능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선 편리하네.”

설마 이것도 현질은 아니겠지?

시안은 설마설마하며 돋보기 모양을 눌렀다.

다행히 현질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심은 있네.”

시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마기(魔氣)’ 와 ‘어둠의 마나’.

이렇게 두 가지 키워드로 검색했다.

그리고.

[검색 결과 1개] - 【어둠의 마나에 관한 진실.】

“있다!”

있었다.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것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

정확히는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어둠의 마나에 관한 진실일 뿐.

엄밀히 따지면 어둠의 마나를 다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엘로디는 흑마법을 구사하던 대마도사였다.

어둠의 마나를 사용함에도 마음이 먹히지 않았던 아르나이즈.

필시 저곳에 어둠의 마나를 통제하는 방법이 있을 터였다.

시안은 떨리는 손으로 항목을 클릭했다.

혹시 Lv.1으로는 열람할 수 없나 싶은 심정과 함께.

꾹.

천만 다행히도 화면이 바뀌며 기나긴 내용의 글이 떠올랐다.

.

.

『어둠의 마나. 그것은 자연의 마나에 반하는 성질을 가진 마나를 뜻한다.

이런 어둠의 마나는 존재의 마음을 제물로 삼는다.

마음이 격하게 끓어오를수록 어둠의 마나는 빨리 쌓이고,

그렇게 어둠의 마나는 존재를 집어 삼킨다.

그렇기에 나는 어둠의 마나를 멀리했다.』

서두의 내용은 어둠의 마나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건 시안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확히는 세상에 알려진 어둠의 마나에 관한 지식들이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다른 사람이 밝혀낸 건줄 알았는데··· 엘로디가 연구한 지식들이 전해져온 것에 불과했던 거구나.”

무려, 천년 전의 지식이었건만.

어쩌면 엘로디 이후로 마법은 큰 발전이 없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허나, 나는 한 가지 의문만은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 소실되어버린 엘로디의 지식.

그것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악마(惡魔)들은 왜 광기에 미치지 않는 것일까.

어둠의 마나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존재의 마음을 제물로 삼는다.

어떤 존재든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면 광기에 잠식되어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나 악마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끔찍한 어둠의 마나를 다루면서도 냉철한 이성이 버젓이 존재했다.』

“악마들이 어둠의 마나를 사용했었구나.”

뭐, 얼추 짐작 가능한 부분이었다.

악마는 천년 전, 대륙을 혼란에 빠뜨렸던 존재들.

이름부터가 악(惡)의 존재들이었다

시안은 당연히 악마를 본 적이 없었다.

비단 시안뿐만 아니라 대륙의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악마들은 천년 전.

6인의 아르나이즈들에 의해 사라졌으니까.

현재는 악마의 잔재인 마족(魔族)만이 이곳 어둠의 숲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족이 지닌 소름끼치는 강함.

그것이 단순히 ‘잔재’라면 실제 악마들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이 작은 물음에서 시작된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여, 나는 어둠의 마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비밀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그것을 우리들의 힘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악마들을 대적하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었으니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어둠의 마나를 연구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놀랍게도 너무나 가까이에 있었다.』

이어진 엘로디의 기록.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 응?”

시안은 저도 모르게 의문을 내뱉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마혼수라검.

저건··· 현재 시안이 배우고 있는 검술이지 않은가.

멍한 정신.

『카일은 이미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스마트 폰 화면 위로 엘로디의 기록이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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