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마나석 광산(2)
시안의 승천한 어이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시안은 시선을 내려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다음에 소개해드릴 상품은 바로···.》
그런 화면 위로 또 다른 상품들에 관한 광고가 재생되고 있었다.
시안은 그 광고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별 관심 없었지만, 직접 시청하지 않으면 버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온통 방금 전의 물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신기전(神機箭)··· 이라고 했었지?”
얼핏 수레와도 같은 생김새의 무엇.
맹세컨대 시안은 본 적도, 알지도 못하는 병기였다.
무엇보다 주변의 일대를 초토화 시켜버렸던 그 화력.
그 정도의 화력을 지닌 병기라면, 진즉에 제국군에서 병기로 사용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제국군이 사용하는 병기에는 저런 종류의 것은 없었다.
애초에 어떻게 저런 화력이 나올 수 있는 지도 의문이었다.
그저 평범한 화살로 성(城)을 폭행한다니.
“대체 무슨 개량을 하면 저렇게 되는 건데?”
시안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황궁의 수석 마법사와 드워프 족장을 데려다 놓아도 알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거라면···.”
충분히 오크 무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크 부락에 존재하는 오크들은 무려 3천.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금 당장 루벤의 전력으로는 감당이 불가했다.
하지만 저 ‘신기전(神機箭)’이라는 병기만 있다면 충분히 대적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시안이 본 신기전의 화력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했으니까.
“2만 골드라고 했었지?”
시안은 품 속의 돈 주머니 꺼내 그 금액을 확인했다.
촤라라라락.
돈 주머니에서 쏟아진 금화는 순식간에 수북히 쌓이기 시작했다.
그간 고블린들의 씨를 말려버릴 정도로 행한 앵벌이.
무엇보다 이번에 아멜리아가 영지민으로 합류하면서 많은 금화가 모일 수 있었다.
그렇게 확인한 금액은···.
“2만 1천 골드 정도라···.”
2만 1천 골드.
2만 골드인 신기전(神機箭)을 구매하면 1천 골드 가량이 남는 금액이었다.
“음···.”
시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간 시안이 광고 영상을 지켜본 바.
광고에서 파는 물품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박힌 물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제정신이 박히지 않았다뿐.
그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S등급의 검은 물론이고,
영지를 방어한 튼튼한 목책.
심지어 최강의 아르나이즈, 카일의 무공까지.
물론 위의 것들은 광고에서 구매한 물품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광고 또한 모바일 영주에서 파는 물건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구매할 가치는 충분한 것 같네.”
꾹.
시안은 큰 망설임 없이 신기전(神機箭)의 구매 버튼을 눌렀다.
#
루카스는 솔직히 반신반의한 심정이었다.
루벤이라는 영지에 대해.
그리고 시안이라는 존재에 대해.
루카스는 브라헤 가문의 기사가 되고나서부터.
정확히는 아멜리아의 호위기사 되고나서부터.
단 한 번도 아멜리아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멜리아는 현명했고,
그녀가 결정한 일들에 대한 결과는 최고는 아닐지라도 언제나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갔으니까.
하지만 아멜리아가 루벤의 영지민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
더 나아가 루벤의 상단으로서 활동하겠다고 말했을 때.
루카스는 처음으로 아멜리아의 결정을 의심했다.
그렇기에 그런 아멜리아를 말렸었다.
그러나 아멜리아의 생각은 확고했다.
“루카스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우리도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만은 없잖아.”
루카스는 그런 아멜리아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몰락한 브라헤 가문.
루카스 또한 브라헤 가문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브라헤의 가주이자 아멜리아의 아버지.
그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루카스 또한 옆에 있어 알고 있었다.
‘아멜리아, 세상에는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있더구나. 돈을 초월하는 권력. 사람을 믿은 것은 지금도 후회가 없지만···. 권력을, 세력을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도 후회가 되는구나···.’
그는 많은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다.
마치 아멜리아가 알면 안된다는 듯이.
그리고 그의 생각이 옳았던 것일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 이후로 아멜리아는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아멜리아는 스스로의 세력을, 권력을 얻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 현실에 치이고 또 치인 아멜리아였건만.
“이번 루벤의 영주는··· 아니, 시안이라는 사람은 무언가 달라.”
루카스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아멜리아를 볼 수 있었다.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누군가를 향한 믿음을.
“······ 아가씨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루카스는 결국 아멜리아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여전히 반신반의한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아멜리아가 그리 결정했다면 루카스는 따를 뿐이었다.
브라헤의 기사.
아멜리아의 호위기사.
그것이 루카스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오크 부락을··· 습격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루카스는 그 결정이 너무도 후회되고 있었다.
루카스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열을 맞춰 정렬해있는 병사들.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있었다.
루카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병사들이 모인 이유가 그 때문이었습니까?”
“맞아. 곧 마나석 광산으로 선빵···을 치러 간다는데···.”
아멜리아는 선빵이라는 말에서 약간 주춤거렸다.
하지만 루카스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시 물었다.
“설마 마나석 때문입니까?”
“아마 그러지 않을까?”
“그건 마기를 품고 있어 쓸모가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대체 왜···?”
“나도 말을 하긴 했는데···.”
어째, 아멜리아의 말을 듣지 않은 것 같았다.
“루카스가 보기엔 어떨 것 같아?”
이어진 아멜리아의 물음.
루카스는 저걸 뭐라 대답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답이 안 좋은 쪽으로 정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루벤의 병사들.
그들의 수준은 웬만한 정예병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웬만한 정예병이 아니라 어느 영지를 찾아봐도 저 정도 수준의 병사들은 찾기 힘들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스라는 노인이 저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것 같았는데···.
루카스가 본 한스는 상당히 뛰어난 실력자였다.
비록 지금은 늙어 쇠퇴했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때는 루카스 본인도 승부를 쉬이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런 한스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어둠의 숲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실전 훈련.
그 두 가지가 겸비되어 루벤의 병사들은 뛰어난 정예병이 되어있었다.
‘아니. 그걸 감안해도 저들의 수준은 너무도 뛰어나다.’
설명 불가능할 정도의 성장.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이들이 상대해야하는 것은 다름 아닌 3천의 오크.
그것도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였다.
한낱 고블린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진 트롤과도 맞붙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오크들.
전력의 차이가 심해도 너무도 심했다.
“혹시 영주가 따로 준비한 것이 있습니까?”
“화살들과 마나석 몇 개를 구해달라길래 내가 구해주긴 했는데··· 1천 골드로 살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어.”
그런데 준비라고는 화살과 마나석이 고작이었다.
설마 오크의 가죽이 화살로 뚫릴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평범한 오크라면 모를까.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에겐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마나석은 왜···?”
“나도 모르겠어. 얼핏 듣기로는 신기전의 동력원이 마나석이라는데? 루카스, 혹시 신기전이 뭔지 알아?”
루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루카스도 처음 듣는다고?”
아멜리아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설마하니 루카스도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아멜리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루카스. 루카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아? 이 선빵··· 이 통할 것 같아?”
“불가능입니다.”
루카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차라리 오크들이 습격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최소한, 수성의 이점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루벤을 둘러싸고 있는 목책.
루카스가 보기에 그 목책들은 목책이라 부를 수 없는 강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 목책을 기반으로 방어를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럼에도 열세인 것은 변함없었지만, 그나마 가능성이라도 있는 판단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시안의 선택은 어리석어도 한참이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이건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입니다.”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었다.
당연히 시안이라고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였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지금 선빵을 감행한다는 것.
‘돈에 미쳤군.’
이건 돈에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정확히는 마나석 광산에 눈이 돌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것도 마기에 점칠된 쓸모도 없는 마나석에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다름 아닌 영지민들.
결국 시안도 다를 바 없었다.
탐욕스러운 영주였고,
자신밖에 모르는 귀족이었다.
그렇기에.
“말려야합니다.”
이번만큼은 아멜리아가 틀렸다.
루카스는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아멜리아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영주님을 한 번 믿어보고 싶다는 말이야.”
바라본 아멜리아는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루카스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제가 그간 아멜리아님의 의견에 격하게 반대한 적은 없습니다만, 이건 아닙니다. 시안, 그 자는···.”
“알아. 우리 영주님은···. 그러니까 시안이라는 남자는 정말이지 돈에 환장한 사람이더라고. 그런데 말이야···.”
아멜리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적어도 영지민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돈에 눈이 먼 것 같지는 않아. 아니, 되려 그 돈에 집착하는 이유가 모두 영지민들을 위해서인 것 같아.”
아멜리아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허공을 바라보는 아멜리아의 두 눈.
그런 아멜리아의 시야로 누군가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여기에 천박한 사람은 없습니다.’
영지민들을 위해 분노하던 한 영주가.
그리고.
“그레이슨씨가 말해줬거든. 시안이라는 사람이 처음, 이곳 루벤에 와서 무얼했는지를.”
영지민들을 위해 희생하던 한 남자가.
“솔직히 나도 어리둥절하지만··· 그래도 한 번 믿어보고 싶은 사람이야.”
“······”
루카스는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아멜리아가 누군가를 이토록 믿는 모습을 본 것은.
그것도 귀족이라는 자를.
영주라는 자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한 생각이었다.
지금 이 선빵의 전략은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멍청하고도 또 어리석은 생각이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루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그러나.
“······ 아가씨는 어떻게든 제가 지키겠습니다.”
루카스는 아멜리아의 의견을 끝내 거스를 수는 없었다.
#
시안은 차분히 물자들을 점검했다.
“그레이슨. 화살들은 잘 챙겼지?”
“네.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챙겼습니다.”
정확히는 잘 챙겼는지 확인한 것이었지만··· 뭐 아무튼.
“한스, 병사들은?”
“영지 앞에서 대기 중입니다.”
“좋아.”
시안은 흡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병사들이 기다리는 영지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와중.
시안은 품 속에서 5개의 돌덩이 꺼내보였다.
검은 빛을 띠는 마나석 한 개.
그리고 희미한 푸른 빛을 띠는 마나석 4개.
그레이슨이 가져온 마기를 품은 마나석과 아멜리아에게 부탁해서 구한 마나석들이었다.
이것들은 모두 신기전(神機箭)의 동력원으로 쓰일 것들이었다.
‘동력원으로 마나석이 쓰일 줄은 몰랐네.’
하기사, 그런 폭발적인 화력이 그냥 나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동력원으로 마나석을 쓴다 한들.
그 화력이 정상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화살로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어마무시한 신기전의 화력.
그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화력이라 할 수 있었다.
고작 마나석 따위로 어떻게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다.
여전히 황궁 수석 마법사와 드워프 족장은 이게 말이 되냐며 경악할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그런 화력을 뽐내려면 시안에게 최상급의 마나석이 있다 한들
그 마력이 부족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안은 혹시나.
아멜리아에게 하급 마나석 4개를 구해달라 부탁했다.
그렇게 1개당 200골드나 하는 하급 마나석.
그리고 100발당 10골드나 하는 적당한 품질의 화살.
시안은 마나석 4개와 2,000발의 화살을 구매하면서 남은 1천 골드마저 탈탈, 털어버렸다.
이로써 모든 준비는 마친 셈.
“그건 그런데···.”
시안은 마나석을 다시금 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까서부터 느껴지는 께름칙한 시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먼 시야.
그곳엔 한 사내가 시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단단한 느낌을 주는 인상의 사내.
‘루카스··· 라고 했었나?’
다름 아닌 아멜리아의 호위기사 루카스였다.
‘엑스퍼트 초급의 기사라고도 했었지.’
그 때문이지 눈빛에도 상당한 기세가 담겨있었다.
시안이 바라보자 루카스가 슬쩍,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멜리아가 루벤의 영지민이 되면서 자연스레 같이 영지민이 된 루카스.
루카스도 당연 이번 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아멜리아가 따라오니까 그런 거겠지만.’
뭐, 그게 그거이지 않은가.
어쨌든 엑스퍼트 초급의 기사를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출발하자.”
시안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정지.”
시안은 한 쪽 손을 들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시안을 따르던 병사들이 일시에 멈추었다.
그러자 그레이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영주님, 아직 오크 부락에 다가가려면···.”
“쉿.”
시안은 손가락을 들어 입을 막아보였다.
그리고는 살며시 시야를 가린 풀숲을 조심스럽게 젖혀보였다.
살짝 헤친 풀숲 사이.
그 사이 너머로 무수한 오크들이 즐비해있엇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흉악한 돼지의 얼굴.
일반적인 1m 크기의 오크와는 다르게 2m는 넘는 거구는 그야말로 광포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취익.
취이익.
그제서야 오크 특유의 콧바람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 언제 여기까지···?”
그레이슨이 크게 당황해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스.
‘저 기척을 감지하셨다라···.’
한스 또한 내심 놀란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스는 슬쩍 시선을 돌아봤다.
그리고 역시나.
루카스라는 기사도 꽤나 놀라고 있었다.
“더 이상 다가가는 것은 안되겠네.”
이윽고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안은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끌고 왔다.
수레처럼 바퀴가 달린 무언가.
무수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이것의 이름은 신기전(神機箭)이었다.
당연히 한스를 비롯한 그레이슨 그리고 병사들은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병사들은 신기전을 시안의 앞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는 준비해둔 화살들을 신기전의 구멍에다 장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합 200발의 화살이 모두 장전되고.
시안은 마나석을 꺼내 신기전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달칵. 달칵.
홈에 끼워맞는 소리가 들려오며 우우웅···!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기를 머금은 마나석을 끼운 바로 그때.
키이이이이잉···!
돌연 신기전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터져나왔다.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푸슈슈슈슈슉!!
신기전에서 불꽃이 터져나오며 장전된 화살을 모조리 하늘로 쏘아보냈다.
하늘을 뒤덮는 화살의 소나기.
그것은 저 멀리, 오크 무리가 있는 곳으로 쏟아지더니.
콰콰콰콰콰쾅!!!!
꽈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숲 전체가 떨려왔다.
진한 먼지 구름이 일며 시야를 가렸다.
그렇게 피어난 먼지 구름은 한참의 시간동안 흩어지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인 풍경.
부러져 산산히 조각나버린 나무들.
대지를 통째로 뒤엎은 듯한 잔해들.
아작이 나버린 오크 부락의 모습들.
“······”
“······”
저건 정말이지··· 쑥대밭이나 다름 없었다.
화살 소나기가 빗발친 곳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오크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기는 했다.
오크 ‘였던’ 것들이 숲의 잔해들과 함께 섞여있는 광경이 말이다.
“······!!!”
“······!!!”
“······!!!”
어느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는 자가 없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입을 쩌억, 벌린 채 아작이 나버린 광경을 바라봤다.
이윽고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의 시선이 이 일의 원흉, 시안에게로 향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 신기전에 무슨 짓을 해놓은거야···.”
시안의 표정도 붕, 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