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마나석 광산(1)
아멜리아의 두 눈은 찢어질 듯 부릅, 떠져있었다.
경악 어린 표정은 그녀가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마나석(Mana Stone).
이름 그대로 마나를 품은 돌덩이를 의미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마나를 품은 돌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마나’라는 요소로 인해 쓰임새는 정말이지 무궁무진했다.
일단 마법사들이라면 환장을 한다.
마도구를 만들 때는 물론이요,
자신의 마력을 대신해서 각종 실험을 할 수 있고
또 스스로의 마력 총량을 늘리는 데도 쓰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마나석은 마법사 뿐만 아니라 기사들의 오러 수련에도 도움을 준다.
여기에 연금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포션을 만들 때.
각종 금속을 제련할 때.
마나석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쓰인다.
심지어 건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나석이 들어간 건물은 평범한 건물과는 차원이 다른 내구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마나석에 담긴 마나를 이용해 편리한 기능을 작동하게 할 수 있었다.
마나석에 깃든 마력을 기반으로 건물 전체를 따뜻하게 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시원하게 한다거나.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거나.
물을 데우고, 식히는 일 등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저 모든 것을 이용하기엔 마나석을 거의 들이 부어야했고,
그 탓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실제로는 저 모든 것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제국의 명문가, 엘란두르 후작가.
그곳에서 또한 저 모든 기능들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또 건축뿐이랴.
장비 제작에도 마나석이 빠지면 섭섭했다.
그냥 쉽게 말해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보면 되었다.
안 쓰이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마나석은 그 효용 가치가 어마무시했다.
그렇기에 시안이라고 마나석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나석? 이게 마나석이라고?”
지금 그레이슨이 건넨 것은 마나석이라 보기엔 조금 이상했다.
일단 마나석은 푸른 빛을 띤다.
그런데 눈앞의 돌은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 비슷했지만,
시안이 알고 있는 마나석과는 차이가 있었다.
“화, 확실해요. 이건 마나석이에요.”
그럼에도 아멜리아는 마나석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마나석은 푸른 빛을 띠지 않나? 그런데 이건···.”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마나석이 반드시 푸른 빛만 띠는 것은 아니예요.”
브라헤 상단의 여식이자, 제국을 떠돌며 수많은 물품들을 봐온 아멜리아.
모르긴 몰라도 봐온 마나석만 수 만개는 달할 것이 분명했다.
“정확히는 마나석이 품고 있는 마나의 성질. 그 성질이 어떠냐에 따라 띠는 빛이 달라져요.”
마나석이 품고 있는 마나의 성질?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마나석은 말 그대로 마나를 품은 돌이었다.
이런 마나석은 자연에서 특정 지형.
그것도 마나가 충만한 곳에서 수 십년간 응축되어 탄생한다.
그렇기에 마나석에 담긴 마나라 함은 다름 아닌 자연의 마나를 의미한다.
생기와 활기가 흘러 넘치는 자연의 마나.
그 빛이 바로 푸른색이었다.
하지만.
“이 마나석은 자연의 마나가 아닌 다른 마나를 품고 있는 거구나.”
“맞아요.”
아멜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마나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기(魔氣).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들을 광폭화시키는 어둠의 마나였다.
그렇기에 그레이슨이 든 마나석에서 띠는 빛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마나석은 주변에 깃든 마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응축되는 시기가 길면 길어질수록.
마나석의 품질은 상승한다.
그렇게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거래되는 대부분의 마나석들은 '최하급~하급'이 주였다.
중급 이상의 마나석은 좀처럼 없었다.
상급부터는 아예 없다시피 했다.
상급으로 응축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나석이 발견되면 하나도 남김없이 싹다 채굴해가니까.
그리고 최하급 마나석의 시세가 개당 30골드 정도.
최하급 마나석 1개가 4인 가족이 한달간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액에 거래되니, 마나석이 남아날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건··· 상급! 아니. 이, 이 정도면 최상급이에요!”
이 검은빛을 띠는 마나석은 최상급이었다.
이곳, 루벤이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어둠의 숲.
천년이 넘어가는 세월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정확히는 닿을 수 없었던 금기의 지역.
한 마디로 이 마나석은 최소 천년동안 주변의 마나를 응축시킨 것이나 다름 없었다.
잠깐, 그렇다는건 혹시···?
“그레이슨. 혹시 이 돌을 발견할 때, 주변에도 이와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어?”
시안의 물음에 그레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주변으로 이런 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마나석 광맥···.”
그레이슨의 답에 아멜리아가 중얼거렸다.
마나석 광맥.
최상급의 마나석 1개의 가격으로 수 천골드는 족히 찜쪄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마나석이 무더기로 있다?
‘돈 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 문제!!!’
시안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그럼 영지가 발전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모바일 영주의 【영지시설】 항목.
그 모든 시설들을 싸그리 현질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저···.”
어째, 그레이슨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난처한 기색의 그레이슨.
“무슨 문제가 있어?
시안이 묻자 그레이슨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이 돌을 발견한 건 루벤의 동태를 살피던 도중이었습니다.”
그레이슨은 시안의 명령으로 루벤 주변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시안과 병사들이 고블린 무리들의 씨를 말려준 덕분에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오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했죠.”
“그건 알고 있어.”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대해 그레이슨이 보고를 했었으니까.
그레이슨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이후로 저는 오크의 동태를 계속해서 살폈습니다. 그리고··· 이 돌을 발견한 것이죠.”
그레이슨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아.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오크가···?”
그레이슨은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마나석 광맥에 오크 부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
시안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수가 자리잡고 있는 지는 확인해봤어?”
“자세히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정컨대 수 천은 족히 되어보였습니다.”
그레이슨은 3천 정도가 되지않을까, 조심스럽게 첨언했다.
3천의 오크.
이건 쉬이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연히 앵벌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지도 못했다.
애초에 오크는 고블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라면야.
현 루벤의 전력으로는 3천의 오크를 처리할 수 없었다.
처리는 커녕, 되려 루벤을 습격하면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한 마디로 마나석은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데 이 마나석. 아마 생각처럼 상품 가치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품 가치가 없다고?”
“네.”
아멜리아는 그레이슨이 들고 있는 마나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마나석은 마기를 품고 있어서요.”
어둠의 숲에서 족히 천년간 마기(魔氣)를 응축한 마나석.
그리고 마기(魔氣)라 함은, 바로 어둠의 마나를 지칭했다.
어둠의 마나는 존재의 마음을 제물로 삼는다.
흔히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慾).
이 7가지의 감정을 태워 성장한다.
마음이 격하게 끓어오를수록 어둠의 마나는 빨리 쌓이고,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에 따라 마음은 더 빠르게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렇게 어둠의 마나는 존재를 집어 삼킨다.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들이 갖는 특징, 광폭화(OverDrive).
그 광폭화로 인해 마수가 어떻게 되는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둠의 마나에 잠식된 이는 마음이 사라지는 미치광이가 된다.
“그런 마나를 품은 마나석은··· 아무래도 사용가치가 많이 떨어지죠.”
아멜리아는 아쉽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마기를 정제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겠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마도학자들.
그리고 내로라하는 천재 마법사들이 이를 연구하고자 달려들었지만.
“아쉽게도 마기를 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어요.”
어느 누구도 그 비밀을 밝혀낸 자는 없었다.
“정말 아쉽지만, 아무래도 이건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기사, 아무리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어둠의 숲이라고 한들.
최상급 마나석이 있는데 그 누구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이곳 루벤은 엘란두르 후작가의 직할령.
아마 오래 전, 엘란두르에서 발견을 했었지만 쓸모가 없다 생각해 방치해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저건 빛좋은 개살구도 아니었다.
그냥 색바랜 개살구일 뿐.
정확히는.
띠링!
시안의 품 속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지 퀘스트] - ‘손자병법도 감탄을 금치 못한 필승 전략, 선빵!’
▶루벤을 위협하는 고블린 무리들의 씨를 뽑아버린 당신!
돈도 제법 짭짤하게 벌었겠다.
이제 루벤의 앞날에는 광명만이 가득하리라!
······ 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시죠?
설마요.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잖아요?
여기는 사령영지, 루벤!
마수가 넘치다 못해 들끓는 어둠의 숲!
고블린들은 ‘따위’로 취급해버릴 마수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루벤을 향한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루벤 영지 근처에 오크 부락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 수만 무려··· 3천?!??!
어떡하죠! Auto 하죠!!
뭘 어떡합니까!
당연히 오크 부락을 몰아내야죠!
가만히 내버려두었다간 루벤을 습격할텐데요?
설마 그냥 맞기만 하실 건 아니시죠?
선빵필승!
손자병법을 집필하신 손자 선생님께서도 이 선빵 전략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답니다!
‘자고로 천하의 주인들은 모두 선빵을 쳤다.’
아직도 망설이시나요!
대체 무얼 망설이시는 거죠!
지금 당장 선빵을 쳐서 오크 부락을 격퇴하세요!』
<보상 - ‘엘로디의 연구소 Lv.1’ 개방.>
<이제부터 영지 발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상위 등급의 시설들이 개방됩니다!>
.
.
“······”
시안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여간.’
이 놈의 퀘스트는 적응이 안된다.
“갑자기 뭘 보시는 거예요?”
“아, 별 거 아니야.”
아멜리아가 물어왔지만 시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퀘스트의 내용을 차분히 확인했다.
골자는 간단했다.
루벤을 위협하는 오크 부락을 몰아내라는 내용.
하지만 시안은 퀘스트의 내용보다는 그 보상에 눈길이 더 갔다.
<엘로디의 연구소 Lv.1>
연구소라는 말에 어떤 용도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앞에 붙어있는 ‘엘로디의’.
‘엘로디라면···.’
시안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륙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대마도사 엘로디.
그녀는 천년 전, 세상을 구원한 6인의 아르나이즈 중 한 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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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시안은 아멜리아와 그레이슨을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홀로 남아 생각에 잠겼다.
손에 든 검은 빛을 띠는 마나석.
수 천년간 마기를 머금어 최상급의 품질을 자랑하는 마나석이었다.
팔 수만 있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음···.”
시안은 다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퀘스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확히는 퀘스트의 보상인 <엘로디의 연구소 Lv.1>.
바보가 아닌 이상.
저것이 대마도사 엘로디의 연구소임을 모르지 않았다.
엘로디는 대마도사라는 별호답게 모든 마법에 통달한 마법사였다.
그리하여 마법사의 경지를 넘어, 마도사라는 별호를 받은 이였다.
신화에 따르면 마법의 주종, 드래곤.
그 드래곤들조차 엘로디에게는 한 수 접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엘로디가 통달한 ‘모든 마법’에는 당연 흑마법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어둠의 마나를 근간으로 하는 흑마법.
그녀의 흑마법 수준은 마왕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라고 알려져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치광이가 되지 않았고,
대륙 역사에 아르나이즈로서 이름을 남겼다.
혹자들은 말하길.
엘로디는 어둠의 마나를 통제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엘로디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수명이 다해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가진 지식들은 수명이 없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그녀의 지식을 탐냈으나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너무도 오래되어 소실되었으니까.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지식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
아르나이즈가 남긴 아티팩트, 스마트 폰.
여기에는 엘로디가 남긴 지식들이 기록되어 있을 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기록되어있을 터였다.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시안은 곧바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시안은 스마트 폰의 퀘스트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 참. 선빵필승이라니. 그리고 손자는 또 누군데?”
시안은 저도 모르게 피식,웃음을 터트렸다.
아르나이즈가 남긴 아티팩트지만 참··· 경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박하다할 뿐.
퀘스트의 내용은 무시할 수 없었다.
루벤에 드리운 3천의 오크 군단.
지금 루벤의 전력으로는 저 군단을 막을 수가 없었다.
방어 설비를 증축한다한들 이번에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엘로디의 연구소 때문이 아니더라도.
오크가 습격해오기 전, 선빵을··· 그러니까, 저 부락을 먼저 처리할 필요는 있었다.
문제는.
“오크 부락을 어떻게 소탕하냐는 거지.”
딱히 방법이 없었다.
“모바일 영주의 영지 시설에 뭐가 있으려나.”
마침 돈도 두둑히 있겠다.
시안은 【영지시설】 항목을 뒤적거렸다.
하지만.
“없네···.”
마땅한 시설이 없었다.
죄다 방어 시설 혹은 제반 시설에 관련된 것들뿐.
연구소를 통해 영지 발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할 수 있다는 말.
아무래도 발전을 해야 다른 시설들이 또 열리는 것 같았다.
“흠···.”
시안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일일 과제가 초기화 되었습니다.》
《성장 버프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일순간 알림음이 들려오며 과제가 초기화 되었다는 창이 떠올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 어둑해져있었다.
고민이 생각보다 길어졌던 모양이었다.
“일단 광고를 미리 시청해야겠다.”
다름 아닌 성장 버프를 받을 수 있는 광고.
1시간짜리 광고인지라 미리 시청해두면 편했다.
물론 지금 당장 수련할 것이 아니라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 버프는 과제를 위한 버프였다.
그리고 과제는 어차피 하루 안에 수행해야하는 것.
하루가 지나면 버프가 남아있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한 마디로 그냥 시간 될 때 시청해두면 편했다.
시안은 큰 망설임 없이 ‘▷’ 버튼을 눌렀다.
꾹.
.
.
《당신, 혹시 성폭행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뭐, 뭐라는 거야?”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를 재생하자마자 나오는 목소리.
저게 정녕 제정신이 박힌 소리란 말인가.
그리고 저 내용을 보아하니,
어떤 물품을 광고할지 뻔히 예상이 되었다.
성인용 광고도 있는 것인가?
“아니, 성인 광고라도 그렇지···.”
저건 성인 광고가 아니라 범죄 광고이지 않은가.
혹시 아티팩트가 미쳐버린건가?
시안은 순간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광고는 저 할 말을 계속 지껄였다.
《그렇죠? 맞죠? 지금 당장 성폭행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거리시죠?》
《하핫! 당신도 어쩔 수 없다니까요!》
《자, 그런 당신을 위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바뀐 화면으로 보이는 물품.
짜잔!
《신기전(神機箭)!》
그건 거대한 수레···? 같은 무엇이었다.
“응?”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걸로 성폭행을 한다고···?
역시나 광고는 계속 저 할 말을 지껄였다.
《적의 구조물과 밀집한 타겟을 화끈하게 조져버리는 화공 테러 병기!》
《초월자 장인들이 보고서 무릎을 똭! 치지 않을 수 없었던 엄청난 병기죠!》
《이 영롱한 병기를 보고 그들의 장인 정신이 발휘되었던 걸까요.》
《초월자 장인들이 한데 모여 개량을 했고, 그 편리성과 파괴력은 극대화 되었죠!》
《200발씩 다연발로 슈슈슈슝 발사!》
《그럼 적들은 퍼퍼퍼펑!》
《그야말로 ‘성(城)’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성(城)폭행 병기랍니다!》
그러면서 신기전에 불꽃이 튀더니,
화면 너머로 무수한 화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콰콰콰콰쾅!!!
“미친.”
초토화.
그 일대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버렸다.
《엄청난 수적인 열세에 있으시다고요?》
《난공불락의 성을 공략해야 하신다고요?》
《단돈 2만 골드면 충분합니다!》
《이 어마무시한 화력으로 무자비하게 성(城)을 폭행해보세요!》
.
.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
정말 오랜 만에 어이가 승천한다.
“······ 성폭행이 그 성폭행이었냐.”
시안은 이게 정녕 아르나이즈가 남긴 아티팩트가 맞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