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6화 (16/322)

§ 16화 - 현질, 현질. 또 현질!(2)

어둠의 숲에 위치한 루벤 영지.

그 안에 신설된 병사 훈련소.

“그것밖에 안되나!”

그곳엔 때 아닌 소란이 일고 있었다.

다름 아닌 훈련의 현장.

훈련소에는 한스의 진두지휘 아래 영지민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아닙니다아!”

“할 수 있습니다아!”

한스는 다 죽어가는 영지민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오늘 흘리는 나의 땀은 내일 흘리는 나의 피다! 마수에게 죽고 싶은 사람은 저기 가서 쉬도록!”

“아닙니다아! 할 수 있습니다아!”

“오늘 흘리는 나의 땀은 내일 흘리는 나의 피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좋아. 모두 휴식!”

들려오는 한스의 외침에 영지민들이 죄다 널브러졌다.

그리고 한스의 훈련이 얼마나 고되었을까.

“으아···!”

“주, 죽을 것 같아···!”

누구 하나 멀쩡히 서있는 자가 없었다.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던 루벤의 영지민들.

기본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체력 또한 어디가서 꿇리지 않는 이들이었있다.

애초에 뒤쳐진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웬만한 훈련으로는 끄덕 없었다.

그러나 한스의 훈련은 달랐다.

사람을 조지는 방법을 잘 안다고 해야할까.

“차라리 주, 죽여줘···!”

“더는 못해··· 난 더 못해···!”

차라리 죽여달라는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시안.

“어때? 한스?”

시안은 한스에게 물었다.

한스는 널브러진 사람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놀랍습니다. 물론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던 이들이라 기본적인 실력이 뛰어납니다만···.”

한스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감안해도 병사들의 성장 속도가 설명이 불가합니다. 엘란두르 가의 정예병도 이 정도는 아닐진대···. 대체 이 훈련소에 뭐가 있는 겁니까?”

한스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좋아, 좋아. 현질한 보람이 있네.’

시안은 흡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이 봐도, 훈련으로 성장하는 영지민들의 실력이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다름 아닌 시안이 현질한 훈련소 Lv.1의 효과.

- (기본 효과) 훈련 효율 +200%

- (추가 효과) “아, 아니?! 어리버리한 신병인 내가 이곳에선 최정예병?!” 병사들의 훈련 효율이 추가로 +100% 상승합니다!

- 뛰어난 교관이 있을 때만요!

기본 효과만 효율이 무려 +200%였다.

쉽게 말해 1시간 훈련하면 1시간 + 2시간.

무려 3시간을 훈련한 효과가 나타나는 격이었다.

능률로만 따지면 자그마치 3배.

여기에 추가 효과 +100%까지 더해지면 무려 4시간의 효율이 되는 셈.

성장이 4배나 빨라지는 격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추가 효과는 뛰어난 교관이 있을 때라는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그건 한스가 충분히 충족할 수 있었다.

한스는 과거, 엘란두르의 기사와도 견줄 정도의 실력자.

지금은 비록 늙었지만 노인이 깨달은 경험과 노하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어둠의 숲에 살아가던 이들의 수준까지.

탄탄한 기본과 수준 높은 교육.

여기에 적절한 현질까지.

영지민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정예병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마수 앵벌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바로 그때.

“저, 저··· 영주님···.”

누군가 시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영지민 하나가 쭈뼛쭈뼛, 시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사내.

시안은 사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그, 그것이···.”

사내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시안은 그런 사내를 말없이 기다렸다.

사내는 고민이 역력한 기색을 보이다 입을 열었다.

“왜··· 저희가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그와 동시에 사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시안은 그런 사내를 잠시 바라봤다.

덜덜, 떨리는 몸이 자신이 누구한테 말을 한건지에 대한 자각은 있는 듯 싶었다.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시야로 영지민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방금 사내가 한 말에 공감하고 있는 듯 해보였다.

무엇보다 영지민들은 이런 훈련소가 언제 생긴지도 몰랐다.

그냥 갑자기 불려와 지옥같은 훈련을 받고 있었을 뿐.

영주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훈련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흐음···.”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스.

‘도련님···.’

한스는 그런 시안을 가만히 지켜봤다.

지난 일로 인해 루벤의 영지민들은 시안을 영주로서 인정했다.

그리하여 시안의 명령이라면 복종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것이 설령 부당함에 기반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

복종과 마음 깊이 따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안의 태도는···.

바로 그 순간.

챙!

일순간 시안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검으로 앞선 사내를 겨누며 물었다.

“너. 이름이 무엇이지?”

“네, 네? 저, 저 말씀이십니까?”

시안의 질문을 받은 사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명령 불복종으로 죽이려는···?

그러게 왜 나서서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사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두, 두라스··· 라고 합니다.”

“그래, 두라스.”

시안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 검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나?”

두라스는 떨리는 시선으로 시안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봤다.

세상 그 무엇도 가를 듯, 빛나는 새하얀 검신.

지난 날 홉고블린을 대적했던.

불가능에 맞서싸웠던.

그리하여.

“수, 수 백의 고블린들을 몰아내신 영주님의 거, 검입니다.”

두라스는 행여 책이 잡힐까, 고개를 황급히 숙여보였다.

“이 검이 고블린들을 몰아내었다?”

“그, 그렇습니다···!”

두라스의 답에 사람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홉고블린과 대적하던 모습을 지켜봤으니까.

그리하여 고블린 군단을 몰아내던 시안의 모습을 모두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그럼 너희들은 무얼 했지?”

이어진 시안의 말이 심상치가 않았다.

“내가 이 검으로 고블린들을 몰아낼 동안 너희들은 무얼 했지?”

시안이 두라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말해보라. 두라스, 너는 그때 무얼 하고 있었지?”

“그, 그것이···!”

두라스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는 기분이었다.

물론 당시의 두라스는 목숨을 걸고 밀려오는 고블린 무리들을 막고 있었다.

시안이 홉고블린을 대적할 동안,

다른 고블린들은 여전히 목책을 공격해왔으니까.

그러나 그 말을 할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았다.

그 순간 시안이 성큼, 두라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시안은 한 쪽 손으로 S등급의 검을.

다른 한 쪽 손으로는 두라스를 움켜잡았다.

“다시 묻겠다.”

그리고 말했다.

“내 손에 들린 무엇이 고블린들을 몰아내었지?”

시안의 표정은 더없이 차분했다.

S등급의 검.

그리고 맞잡은 두라스의 손.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듯.

“누가 루벤을 지켰지?”

시안은 말했다.

“루벤을 지킨 건 바로 너희들이다.”

나의 검이 아니라.

“루벤의 검인 너희들이 루벤을 지켰다.”

“아···.”

두라스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시안은 그런 두라스를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놔주었다.

그리고는 뒤편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 바라봤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루벤에 미래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 닥치는 마수.

뭐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영지.

사령영지, 루벤.

“지금처럼 도망치는 삶에서 루벤은 똑같은 삶만을 반복할 것이다. 그런 삶을 바라는 자가 있나? 있다면 지금 말하라.”

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그저 떨리는 시선으로 시안을 바라볼 뿐.

처음··· 이었으니까.

터전이라는 것을 가져본 것은.

고된 하루를 끝내고 몸을 뉘일 곳이 있다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오늘 하루 살아남음에 기뻐하는,

그러나 내일 하루는 또 어떻게 살아야 걱정하는 그런 거렁뱅이와도 같은 삶이 아닌.

이제, 이제 막···.

그런 꿈을 가져보려던 찰나였으니까.

시안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시안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홉고블린과 대적하던.

불가능에 맞서 싸우던.

‘루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어떤 한 영주가.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지.”

시안이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손에 쥐어진 한 자루의 검.

그것은 그 어떠한 것이라도 가를 듯 빛나고 있었다.

명검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검.

하지만 시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두라스, 네 말대로 이 검은 나의 검이다. 그러나 이 검은, 고블린 군단을 몰아내지 않았다. 홉고블린을 처단했을 뿐이지. 고블린 군단을 몰아낸 건 바로 너희들이다.”

시안이 말을 잇는다.

“루벤에서 가장 강력한 검과 방패가 고블린 군단으로부터 루벤을 지켜냈다.”

루벤의 가장 강력한 검이자 방패.

두라스의 두 눈이 떨려왔다.

꽈득!

이윽고 두라스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바라본 두라스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의문을 품던 두라스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지킨다.

지켜낸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몸 편히 뉘일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의 터전을.

두라스의 가슴 속에서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영지민들의 가슴 속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스.

‘앵벌이 시킬려고 병사들을 육성하신다고 않으셨나?’

한스는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 시안을 보라.

“너희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루벤의 검!”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

한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변해버리신건지···.

그런데.

피식.

저게 썩 싫지가 않다.

저도 모르게 이끌린다.

“너희들이 누구라고!”

“우리는 루벤의 방패!”

저 기세에, 어떤 기대감에.

그 순간.

“영주님! 도망친 고블린 군단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병사 훈련소 밖으로 그레이슨의 외침이 들려왔다.

시안은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가자! 루벤의 검들이여! 앵벌이를 할 때가··· 아니, 우리들의 저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와아아아아아아!!!”

터져나오는 함성.

그 함성에 그레이슨의 표정이 얼떨떨하게 떠버렸다.

“왜, 왜들 저러는 겁니까···?”

그레이슨은 한스에게 물었지만,

“아무것도 아니네.”

한스는 작은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

루벤 영지와 인접한 어둠의 숲.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과 우거진 풀숲 사이로.

“케륵.”

“케흐르륵.”

수 백에 달하는 고블린들이 모여있었다.

아니, 거진 1천에 달하는 수.

고블린들은 한데 모여 지난 인간 놈들과의 전쟁을 떠올렸다.

솔직히 말하면 고블린들은 도망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인간 놈들은 허약했고,

수적인 우세도 이쪽이 있었으니까.

이상할 정도로 튼튼한 목책이 거슬리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은 이쪽이었다.

하지만 홉고블린을 쓰러뜨렸던 그 인간 놈.

그 한 놈 때문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

솔직히 홉고블린을 쓰러뜨린 건 놀라웠다.

자신들의 변형종인 홉고블린.

그 강대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 인간 놈은 절대로 홉고블린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홉고블린은 끝내 쓰러졌고,

고블린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쓰러진 홉고블린도 하나.

쓰러뜨린 인간 놈도 하나.

전쟁의 양상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고블린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칼을 겨누며 외치던 그 기세.

그것은 본능에 기반한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했다.

분명 약해빠진 인간에 불과했으나,

그 안에 깃든 기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던가.

어둠의 숲에 자리잡은 동굴.

그리고 그 동굴 안에서 느꼈던 소름끼치는 위압감.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당시엔 그것에 짓눌려 도망쳤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케륵. 케르륵.”

“케흐르륵.”

고블린들은 흩어진 동족들을 모았다.

즐기지 못한 살육의 파티를 다시금 즐기기 위하여.

그렇게 모인 수만 무려 1천.

다시금 군단을 이룬 고블린들은 다시 인간들과 싸우고자 모여있었다.

“킥킥!”

“케케켁!”

진정한 만찬의 시간.

고블린들은 곧 다가올 포식의 기쁨에 환희를 터트렸─.

“어이! 여기에 있었냐!”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

“키엑?”

“케륵?”

모여있던 고블린들의 고개가 일시에 돌아갔다.

그렇게 바라본 그곳.

그곳엔 웬 인간 놈 하나가 서 있었다.

잠깐. 인간 놈?

고블린들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졌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시야.

어째, 상당히 낯익은 인간이었다.

“또 보니 반갑지?”

그 인간 놈이었다!

“키에에에엑!!”

“케르르르륵!!”

고블린들이 시안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진득한 살의가 피어오른다.

왜 혼자 있는걸까.

여기에 모여있는 건 또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몬스터 축에도 못 끼는 이 잡몹들. 키는 땅딸보만해서는 여전히 다른 곳도 땅딸보만하겠지?”

아무렴.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캬흐르르르그륵!

저 사지를 찢어버릴 수만 있다면!

분노와 증오.

그 부정에 뿌리를 둔 광기가 고블린들의 이성을 도려낸다.

광폭화(OverDrive).

흉측한 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1천의 붉은 광채가 번뜩이며 숲을 뒤덮어간다.

“어···.”

저 말이 좀 심한가?

“아무렴.”

시안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키엑?”

“케륵?”

그런 시안의 모습에 일순간 고블린들이 당황했다.

도망치지 않는다고?

고작 혼자인데?

저 인간이 홉고블린을 대적한 저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고작해야 혼자다.

반면에 자신의 동족들은 거진 1천.

바로 그때였다.

촤촤착!

일순간 우거진 풀숲에서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튀어나왔다.

그들은 저마다 무기를 움켜쥔 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설마··· 지금 싸우겠다는 건가?

여기서?

“키킥.”

“케켁.”

고블린들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목책을 껴서 싸워도 모자를 판인데 여기서 싸운다?

그건 정말이지 멍청한 생각이었다.

먹잇감에 불과한 나약한 인간놈들.

그냥 나 잡아줍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키킥.”

“키키킥.”

비릿하게 걸리는 웃음.

바로 그때였다.

터벅.

일순간 시안이 한 걸음 앞에 나서보였다.

이윽고 검을 치켜들고 소리친다.

“전원 착검!”

차착!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열을 갖추며 무기를 들었다.

“이제 물러서지 않아!”

“루벤은 우리가 지킨다!”

“우리는 루벤의 검이다!!”

이글거리는 눈빛.

그 안에 깃든 투지가 들끓는다.

이윽고.

“루벤을 위협하는 간악한 고블린들을 척살하라!”

시안의 외침과 함께.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름끼치는 기세가 터져나왔다.

그 기세에 고블린 무리들은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르르르륵!”

“케흐르륵!”

고블린들 또한 살기를 피어올렸다.

수 적인 우세는 물론이고 전력 또한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지금 저건 허세만 가득한 기세다.

홉고블린을 쓰러뜨렸던 그때처럼.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은 만찬의 시간뿐!

분명···.

서─걱!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가장 먼저 달려드는 고블린의 몸이 반으로 주륵, 갈라졌다.

그 사이로 보이는 시안의 모습.

그것이 시작이었다.

콰직!

서걱!

일선과 충돌한 고블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떤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쓸려나가고 있었다.

쓸려나가다니?

“키, 키에엑···?”

고블린들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전의를 불태웠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수 적으로나 전력으로나 여전히 압도적인 것은 변함 없었다.

“키에에에엑!”

“케르르륵!”

고블린들은 미쳐 날뛰듯 전장을 가로질렀다.

그런데.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마라!”

“훈련한 내용을 기억해라!”

뚫리지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아무리 발악을 해도 저 대열을 끊어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텅! 콰직!

서걱!

가장 앞에서 날뛰는 시안과 한스.

저 둘을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안.

대체 어찌된 일인 것인지.

텅!

시안에게는 아무런 공격조차 통하지 않았다!

서─걱!

다르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인간들이 아니다.

한낱 사냥감으로 여겼던 인간들이 아니었다.

“키, 키엑···!”

“케, 케륵···!”

고블린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좋아! 기분이다! 고블린 10마리 이상 잡은 자는 하루 훈련 면제권을 주겠다!”

시안이 크게 소리쳤다.

뚝.

그와 동시에 인간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움직임이 뚝, 멈추었다.

“후, 훈련 면제권···?”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떨리는 목소리.

“당연하지! 대신 10마리 이상 잡아야 된다! 9마리는 얄짤없이 컷!”

이어진 시안의 말에 사람들이 꽈득, 검을 움켜쥐었다.

솔직히 말하면···.

루벤의 검이고, 나발이고.

훈련이 힘든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비켜! 방해하지 말고 다 비켜!!”

“저 놈은 내가 잡는다!! 내가 찜했어!”

“으아아아아아아!!!”

광폭화(OverDrive).

사람들이 광기에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고블린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이건 사냥이 아니었다.

만찬의 시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콰직!

사냥을 당하는 건 되려 자신들이었다.

어둠의 숲에 통용되는 절대적인 법칙, 약육강식.

그러나 약자는 언제까지고 약자가 아니었고,

강자는 언제까지나 강자가 아니었다.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그리고 피식자에서 포식자로.

인간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먹잇감이 아니었다.

“키, 키에엑···!”

“케르륵···!”

죽음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본능에 뿌리를 둔 공포.

“어어! 저 새끼들 튄다!”

“뭐해! 가서 잡아!!”

어둠의 숲에는 때 아닌 추격전이 행해졌다.

#

촤라라라락.

바닥에 수북히 쌓이는 금화들.

돈 주머니는 한참을 털어내고 나서야 홀쭉해졌다.

“보자···.”

시안은 바닥에 쌓인 금액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금액은···.

“1만 골드··· 정도 되려나.”

도합 1만 골드.

정확히는 1만 골드 하고도 몇 골드가 더 있었지만 자잘한 것은 제했다.

“역시!”

이번 앵벌이로··· 아니.

이번 거래로 벌어들인 수익은 1만 골드라 할 수 있었다.

“진짜 엄청나잖아?”

시안은 어딘가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골드를 다시 돈 주머니에 담았다.

물론 쉽게 번 돈은 아니었다.

무려 +300%의 효율을 발휘하는 병사 훈련소 Lv.1에서 영지민들을 미친듯이 굴렸고,

그렇게 독기가 차오른 영지민들과 함께 고블린들을 사냥했다.

한 마디로 무수한 앵벌이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드디어···!”

시안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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