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5화 (15/322)

§ 15화 - 현질, 현질. 또 현질!(1)

시안은 바닥으로 쏟아진 골드를 하나하나 세보았다.

도합 5,600골드.

포션 값, 300골드.

영지민들이 먹을 각종 식료품 및 생활 필수품 값 100골드.

그 모두를 제하고도 남은 돈이었다.

여기에 본래 있던 400골드를 더하면 현재 시안의 수중에 있는 돈은 딱 6,000골드였다.

“엄청 짭짤하잖아?”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났다.

단 한 번의 거래로 6,000골드 가량의 수입이라니.

6,000골드면 4인 가족이 거진 16년을 놀고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런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그리 흔치 않았다.

물론 쉽게 얻은 돈은 아니었다.

고블린 군단과의 치열한 전쟁 끝에 얻은 결과.

목숨을 걸어가며 얻어낸 전리품이긴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한데?”

시안은 묵직한 돈 주머니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모자르네.”

모잘랐다.

『[영주 전용] - 초보자 성장 지원 중급 패키지 (10,000 G)

구성품: 아르나이즈 무공(武功)』

-본 제품은 단 1회만 구매 가능합니다.

-본 제품은 인과 초특가 할인 제품으로 구매 시 환불이 불가합니다.

.

.

초보자 성장 지원 중급 패키지.

그 구성품으로 들어있는 ‘아르나이즈 무공(武功)’을 사기에는 돈이 모잘랐다.

사실 시안은 ‘무공(武功)’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르나이즈가 사용하던 검술 혹은 마법.

그것들을 지칭하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 이게 말이 되나?”

시안은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르나이즈가 사용하던 검술과 마법이라니.

희대의 보물이라는 말로도 그 가치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가격이 고작 1만 골드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진짜 아르나이즈 무공이겠지?”

시안은 저것이 사기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시안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 폰.

모바일 영주가 설치되어있는 스마트 폰.

마도구인지 아티팩트인지 모를 이것은, 과거 아르나이즈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안은 중급 패키지를 현질할 생각이었다.

다만.

“남은 4천 골드를 어디서 구하냐는 거지.”

현질할 돈이 부족했을 뿐.

6천 골드를 한 번에 벌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블린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이었다.

맨 땅에서 4천 골드는 쉽게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루벤에서, 정확히는 루벤이라는 영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다.

지금처럼 마수를 팔아 치워도 되었고,

농산물을 생산해서 팔거나,

혹은 광산을 개척해서 광물들을 팔아도 되었다.

그러려면 비옥한 토지와 광맥이 있어야했지만,

루벤이 위치한 곳은 다름 아닌 어둠의 숲.

지난 수 천년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닿을 수 없었던 땅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루벤에 잠들어있는 자원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그런데 지금 당장 제반 시설이 없다는 거지. 무엇보다 주변에는 아직 마수가 들끓고 있고.”

문제는 그런 자원이 있어도 지금 당장 뭘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폐허나 다름 없는 사령영지, 루벤.

점점 영지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으나 딱 그뿐이었다.

근처에 희대의 광맥이 있다고 한들,

그걸 캘 인력과 시설들이 전무했다.

또한 농사를 지으려면 수 년간 그 땅에 정착하며 가꿔야했다.

그러나 루벤은 시도 때도 없이 마수들이 들이닥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흐음···.”

모바일 영주에 뭐가 있으려나?

다름 아닌 【영지시설】 항목.

영지시설이라 함은 비단 방어시설만을 의미하지 않았으니까.

시안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영지 시설 항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있다!”

다른 시설들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있었다.

영지 시설에 저런 방어 시설만 있을 리가 없었다.

시안은 주르륵, 나열되는 항목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병사 훈련소 Lv.1》 (4,000G)

▶지금 거기 당신!

영지에 방어 시설을 완비했다고 마음 놓고 계신 건 아니겠죠!

아무리 튼튼한 방어 설비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지키는 병사들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자, 여기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것을 한 번 보시죠!

병사 훈련소 Lv.1!

아니이~ 그냥 병사 훈련하는데 무슨 비싼 훈련소까지 짓습니까!

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그건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이 병사 훈련소는 그냥 훈련소가 아니랍니다!

무려 초월자들이 수련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싸그리 모아 녹여낸 훈련소!

어벙한 관심 병사가 걱정이시라고요?

병사들을 언제 키워 써먹겠냐고요?

이 병사 훈련소만 있다면 걱정 뚝!

지금 바로 설치해보세요!』

- (기본 효과) 훈련 효율 +200%

- (추가 효과) “아, 아니?! 어리버리한 신병인 내가 이곳에선 최정예병?!” 병사들의 훈련 효율이 추가로 +100% 상승합니다!

- 물론 뛰어난 교관을 배치했을 때만요!

.

.

“흐음···.”

시안은 스마트 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병사 훈련소 Lv.1》

병사를 훈련시키는 훈련소.

목책만큼이나 영지 방어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시설이었다.

어둠의 숲에 걸쳐 마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루벤.

고블린 군단을 넘어 앞으로 싸워야할 마수들을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었다.

시안이 아르나이즈 무공을 배운다 한들.

영지를 방어할 전력 또한 키워야함은 마찬가지였다.

“흐음···.”

시안은 고민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사 훈련소 Lv.1의 가격은 4,000 골드.

목책의 효용을 생각하면 싼 가격이라 생각할 수 있었으나, 지금 당장 시안에게 가진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것도 볼까.”

시안은 계속해서 확인했다.

『《배식소 Lv.1》 (3,000G)

▶혹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뛰어난 전략과 전술?

적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

아니면 잘 훈련된 병사?

땡땡!

전부 틀렸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바로~!

식! 량!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상할 머리에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적을 압도하는 힘은 어디서 나옵니까!

잘 훈련된 병사는 어떻게 잘 훈련되었겠습니까!

전부 밥심아니겠슴미까!

이 배식소와 함께라면 훈련 받는 병사들의 사기가 쭉쭉!

영지민들의 충성도는 두근두근!

여러분!

밥 먹고 합시데이!』

- (기본 효과) 병사 훈련 효율 +150%

- (기본 효과) 영지 식량 효율 +150%

- (추가 효과) “아, 아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매일같이 제공된다고?!” 병사들의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추가 효과) “아, 아니! 우리 영지에 이렇게나 엄청난 맛집이?!” 영지민들의 만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물론 실력 있는 조리사가 있을 경우예요!

.

.

“이 뭔···.”

무슨 강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영지를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띠링!

갑자기 화면 위로 알림창이 멋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옥한 농지 Lv.1》 (4,000G)

▶배식소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슨 조상님이 주신 답니까?

자급자족이야말로 영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죠!』

- (기본 효과) 농작물 생산량 +300%

- (추가 효과) “아, 아니! 나같은 농작물에게 이런 비옥한 땅이?!” 농작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 물론 적절한 농법을 적용했을 경우에요!

.

.

“······ 뭔데?”

왜 갑자기 지 멋대로 알림창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띠링!

『《대장간 Lv.1》 (9,000G)

▶자, 밥 따숫하게 먹었겠다!

훈련 빡세게 받았겠다!

그럼 이제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뭐긴요!

장비 아니겠습니까!』

- (기본 효과) 대장장이 능률 +400%

- (기본 효과) 병사 전투력 +250%

- (추가 효과) “아, 아니! 우리 같은 한낱 병사에게 이렇게 품질 좋은 장비가 제공된다고?!” 병사들의 충성도가 미친듯이 상승합니다!

- (추가 효과) “아, 아니! 우리 영지에 이렇게 훌륭한 대장간이?!” 영지민들의 삶 만족도가 크게 증대합니다!

- 물론··· 실력있는 대장장이가 있어야겠죠?

띠링!

『《광산 Lv.1》 (7,000G)

▶그쵸? 이제 눈치 채셨죠?

대장간에 들어가는 재료는 뭐 조상님이 주신 답니까?

당연히 직접 수급해야죠!』

- (기본 효과) 광산 채굴량 +300%

- (추가 효과) “아, 아니! 이렇게 쾌적한 광산이 존재한다고?!” 인부들의 안전도와 능률이 최대로 상승합니다!

- 물론··· 영지에 광산이 있어야하겠지요?

띠링!

『《광맥 탐지 시설 Lv.1》 (2,000 G)

▶그런 의미로 광맥을 탐지할 수 있는···.』

.

.

.

꾹.

시안은 망설임 없이 X버튼을 눌렀다.

띠링.

그럼에도 알림창은 계속해서 떠올랐다.

꾹, 꾹, 꾹, 꾹.

그리고 시안은 떠오르는 알림창의 X버튼을 계속 눌렀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

띠링! 띠링! 띠링!

알림창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런 미친!”

쾅!

시안은 스마트 폰을 집어던지다시피 바닥에 내려놓았다.

지랄이다.

지랄이었다.

그것도 생지랄!

“이것도 현질! 저것도 현질!”

어떻게 되먹은 게 죄다 현질이었다!

“하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것들이 전부! 죄다!

루벤에 필요한 시설이었으니까!

시안은 슬쩍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띠링! 띠링! 띠링!

스마트 폰은 여전히 알림창을 토해내고 있었다.

루벤이 영지다워질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그에 따른 가격들이 비쳐보였다.

4천 골드. 6천 골드. 8천 골드.

9천 골드. 4천 골드. 1만 골드.

그리고 시안에게 있는 돈은 6,000 골드.

죽을 고생을 해가며 겨우겨우 번.

저 많은 돈을 대체 어디서 번 단 말인가.

또 1만 골드는 언제 벌어 아르나이즈 무공을 익힌단 말인가.

물론.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쾅!

“한스! 그레이슨! 어디에 있어!”

시안이 크게 소리쳤다.

#

“생각보다··· 잘하시는군요.”

그레이슨은 한스의 해체 작업을 보며 살짝 놀라보였다.

거의 완벽하다시피한 작업.

농담이 아니라 그레이슨, 본인보다 사체를 더 잘 다루었다.

“젊었을 적, 용병으로 떠돌아 다녔으니까. 용병은 돈이 되는 일은 놓치지 않거든.”

한스는 능숙한 손길로 고블린 사체 작업하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과 함께하고서는 무뎌졌지만, 노인의 경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

이윽고 한스는 해체한 고블린 사체를 조심스럽게 쌓아두었다.

역시나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작업.

그것만 보더라도 젊을 적, 한스의 실력이 어떠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뭐, 사실.

한스의 실력이야 지난 고블린 군단과의 전투를 봐서 알고 있었다.

당시 한스가 아니었다면 방어선은 진즉에 뚫려 무너졌을 터.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은 시안이었지만,

희생자가 없는 것은 한스의 덕분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그레이슨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한스가 왜 시안과 같이 다니는지.

한스라면 엘란두르에서도 꽤나 중하게 쓰일 인재일텐데.

그레이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주님은··· 어떤 사람입니까.”

한스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새로운 고블린 사체를 해체하며 답했다.

“소문처럼 망나니 같은 분은 아니시지.”

그레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조금 망나니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특히, 얼마 전에 있었던 아멜리아와의 거래.

솔직히 그레이슨은 이게 맞는건가··· 싶기도 했다.

“그게 전부입니까?”

“무얼 묻고 싶은 겐가?”

이어진 한스의 반문에 그레이슨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스의 말처럼 무얼 묻고 싶은 건지 스스로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레이슨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네.”

한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도련님과 함께한 세월은 길지. 도련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으니 말이네.”

그 순간 한스의 작업하던 손이 멈추었다.

허공을 응시하는 한스의 눈.

“그렇기에 도련님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한스의 시야로 어린 시절 시안의 모습이 잔상처럼 아른거려왔다.

‘한스. 강은 말이야. 자신을 위해 물을 마시지 않아.’

어린 시절의 시안은 참으로 웃음이 많았다.

본인의 처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의 사정 따위는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흔히 갖는 천진난만함.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고, 태양은 스스로를 위해 비추지 않고, 또!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아.’

시안에게도.

‘한스! 나는 이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이처럼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안의 어머니, 세실의 죽음과 함께 그 웃음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스는 차분히 시선을 내렸다.

‘루벤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그 사이로 얼마 전 보였던 시안이 모습이 다시금 아른거린다.

‘앞으로 마주하는 모든 불가능에 맞서 싸울지니!’

‘나는 시안 엘란두르! 루벤의 영주다!’

어째서일까.

“어쩌면··· 나도 그간 도련님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한스의 주름 진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예?”

“아무 것도 아니네.”

한스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다시 고블린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저···.”

누군가 한스와 그레이슨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

“엘리?”

그곳엔 그레이슨의 딸인 엘리가 뻘쭘하게 서있었다.

엘리는 멋쩍게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 영주님이 두 분을 찾으세요.”

“도련님께서 말인가?”

엘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알겠네. 바로 가보도록 하지.”

한스와 그레이슨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

“도련님. 저희를 찾으셨··· 응?”

“······ 응?”

한스와 그레이슨의 표정이 동시에 벙쪄버렸다.

못 보던··· 건물이 있었으니까.

“······?”

“······?”

한스와 그레이슨은 정말이지 뭐지 싶었다.

하루 아침에, 아니, 하루 아침도 아니었다.

거진 반나절 만에 건물이 생겨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치 목책이 생겨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

바로 그때.

“아, 왔어?”

건물 안 쪽에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시안.

한스와 그레이슨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도, 도련님? 이게 대체···?”

“이, 이게 무엇입니까···?”

“아, 이거.”

시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병사 훈련소.”

병사 훈련소···?

한스와 그레이슨의 고개가 동시에 기울어졌다.

그 사이로 시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한스. 여기서 당분간 사람들을 훈련시켜줄 수 있을까?”

“제가··· 말입니까?”

시안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한스는 과거, 엘란두르의 기사와 견줄 정도의 뛰어난 실력자였다.

비록 지금은 늙었지만 노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한스가 제일 적격인 것 같아서. 계속은 아니고. 체계가 잡힐 때까지만.”

“그거야 어렵진 않습니다만···.”

시안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레이슨.”

이윽고 시안은 그레이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번에 도망친 고블린 무리들 있지. 그 놈들 혹시 어디로 도망쳤는지 추적 가능해?”

그레이슨은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는 사냥꾼 중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사냥꾼.

마수의 흔적을 쫒는 일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네. 그거야 어렵진 않습니다만···.”

시안은 아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부탁할게.”

하지만 한스와 그레이슨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한스와 그레이슨이 동시에 물었다.

시안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당당히 소리쳤다.

“이제부터 우리는 앵벌이에 나선다!”

앵벌이?

“······ 예?”

“······ 예?”

한스와 그레이슨의 표정이 동시에 떠버렸다.

시안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골드 앵벌이에 나선다! 가장 첫 번째는 바로 고블린 사냥!”

골드 앵벌이? 고블린 사냥?

“고블린 사냥이라 하심은···?”

“서, 설마 저번에 도망친 고블린 군단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시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리고 그런 시안의 모습에 한스와 그레이슨의 표정이 다시 떠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고블린 군단의 습격.

루벤은 지난 고블린 군단의 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아내었다 뿐.

고블린 군단을 전멸시킨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쓰러뜨린 놈들보다 도망친 놈들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막아내었다’ 라고 하기보다는 ‘몰아내었다’ 라고 표현함이 바람직했다.

그렇게 애써 쫓아낸 고블린 군단을 찾아가 사냥한다고?

모르긴 몰라도 무리에 합류하지 않은 고블린들도 상당할 터였다.

어쩌면 지난 번보다 더 많은 수를 이루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런데 대체 왜 사지를 찾아서 간다는 거지?

“왜··· 왜 그러시는건지···?”

그러자 시안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당차게 답했다.

“왜긴 왜야. 당연히 돈 때문이지.”

돈?

“돈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돈이라면 얼마 전에 많이 버셨···?”

서, 설마!

일순간 한스와 그레이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그 사이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다 썼어.”

그러면서 시안은 품 속의 돈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병사 훈련소 Lv.1의 가격이 4천 골드.

그리고 즉시 완료권이 1,500 골드.

도합 5,500골드.

그리하여 시안에게 남은 돈.

짤랑.

백금화 5개.

500골드.

“······”

“······”

한스와 그레이슨의 어이가 출타해버렸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안.

시안도 어처구니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루 아침에··· 아니, 하루 아침도 아니었다.

고작 클릭 두 번에 6천 골드 가량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1만 골드로부터 멀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마수 사냥을 통한 앵벌이가 유일했으니까.

그러니까··· 투자.

그래, 투자였다.

“그러니 진실 상단이 다시 오기 전까지 최대한 앵벌이를 해놓는다! 다들 모이라고 해!”

바라본 시안의 눈빛은 희번뜩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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