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4화 (14/322)

§ 14화 - 진실 상단(2)

아멜리아는 눈을 한 번 끔뻑거렸다.

루벤의 영주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영주란 영지를 다스리는 고귀한 귀족.

그 일대의 제왕이라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영주는 개뿔.

귀족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아멜리아는 손을 내미는 사내의 행색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아니, 특별하기는 커녕 볼품 없었다.

꾀죄죄하다.

그것이 아멜리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었다.

“루, 루벤의 영주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시안 엘란두르라고 합니다.”

아멜리아의 물음에 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되려 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엘란두르?”

엘란두르.

제국에서 엘란두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갖는 무게까지.

그런데 이 어벙한 사내가 엘란두르라고···?

아멜리아는 멍한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그러자 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안 엘란두르입니다.”

“시안···? 아.”

아멜리아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시안 엘란두르.

그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작가의 망나니.

존재해서는 안되었던 사생아.

사실 시안에 대해 알려진 소문은 ‘망나니’가 전부였다.

사생아라는 것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몇몇 이들만 알고 있는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본디 상인이라 함은 귀족가의 정보에도 빠삭해야하는 법.

아멜리아는 시안이 어떤 존재인지.

또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엘란두르가 루벤 영지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

하여 지금.

루벤의 영주라 소개하는 시안의 모습.

‘버려진 건가.’

아멜리아는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아멜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안에게 차분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진실 상단의 상단주, 아멜리아예요.”

그러자 이번에는 시안이 그런 아멜리아를 가만히 바라봤다.

척 보기에도 귀족가의 여식처럼 보이는 아멜리아.

이윽고 아멜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아멜리아라고만 불러주세요.”

그런 아멜리아의 답에 시안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는 모습.

그건 대체로 하나의 경우를 의미하곤 했으니까.

‘몰락한 건가.’

가문이 몰락했을 경우.

귀족의 지위는 가지고 있으나, 그 어떠한 세력도 없는 이들.

그런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성을 밝히지 않는다.

시안 또한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대충 소개는 끝났고···.”

시안은 짝, 박수를 쳐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크게 소리쳤다.

“한스!”

그러자 사람들 틈에서 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륜이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노인.

한스는 터벅터벅, 시안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시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서 해체 작업이 끝난 고블린 사체들 좀 이쪽으로 가져와 달라고 해줘.”

“아직 작업이 끝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가져오라 할까요.”

“음··· 상관없지 않을까?”

시안은 흘깃, 아멜리아를 쳐다봤다.

정확히는 아멜리아와 루카스를 번갈아쳐다봤다.

“어차피 다 가져가지도 못할텐데 뭘.”

“그렇겠군요.”

한스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안의 말.

그 말이 허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멜리아는 루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눈앞에서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블린 무리들을 사냥한 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몇 마리일터.

아무래도 초장에 기세를 잡는답시고, 그걸 과시하고 싶은 모양인데···.

‘이 사람도 다를 바 없구나.’

아멜리아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

“아! 홉고블린도 가져와달라고 해줘!”

시안이 깜빡했다는 듯 소리쳤다.

홉고블린···?

설마 홉고블린을 사냥했다고?

‘그럴리가.’

아멜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홉고블린은 정말이지 말이 안되었다.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홉고블린은 오직 기사만이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오러를 다루는 기사.

아니, 오러 유저의 경지. 그것도 오러 유저 중급의 기사가 있어야 그나마 대적이 가능했다.

그런데 홉고블린을 사냥했다?

‘조금 덩치 큰 고블린을 착각하는 거겠지.’

만일 홉고블린이 등장했다면 이들이 이렇게 살아있을리가 없었다.

‘바보같긴.’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작가의 망나니, 시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아멜리아는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후두두두둑.

미친듯이 쌓이기 시작하는 고블린 사체들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 에?”

아멜리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벙쪄버렸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

“어이! 빨리빨리 움직여!”

“아직 옮길 것이 많다고!”

그곳엔 사람들이 고블린 사체를 짊어지고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읏차! 영주님, 여기다 두면 될까요?”

“어. 거기다 대충 쌓아놔. 어차피 확인은 이쪽이 다시 해야할테니까.”

“넵 알겠습니다!”

후두두둑.

고블린 사체들이 순식간에 산처럼 쌓였다.

그 옆으로 그와 비슷한 산 더미가 몇 개나 더 쌓이고 있었다.

후두두두둑.

그리고 그것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림잡아 수 백의 단위.

아니, 최소 수 백의 단위.

그런데 지금 이게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라고?

“자, 잠깐···!”

바로 그때.

쿠웅!

지축이 울리는 진동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아멜리아의 시야로 보였다.

고블린과 흡사한,

그러나 본질적으로 다른 무엇.

“호, 호, 홉고블린···?!”

아멜리아의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그런 아찔해진 정신 사이로.

“이것들. 다해서 얼마까지 쳐주실 수 있으시죠?”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대감 가득한 눈빛.

“이, 이 무슨···.”

아멜리아는 이걸 뭐라 답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

엘란두르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본가.

거대한 저택의 위용은 제국에서 엘란두르가 갖는 명성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저택의 안쪽.

그곳에 한 노인이 기나긴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총관 레리트.

엘란두르 가의 내부일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

아니나 다를까 레리트와 마주친 시녀와 시종들이 걸음을 비켜서 고개를 숙여보였다.

레리트는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도달한 문 앞.

레리트는 가볍게 문을 두들겼다.

똑똑.

“이사벨님. 레리트입니다.”

“들어오거라.”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 쪽에서 허락이 들려왔다.

레리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살며시 문을 열었다.

달칵.

드넓은 집무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디자인 된 방에서는 단아하면서도 귀품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집무실의 안쪽.

그곳엔 한 금발의 여성이 앉아이었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표정은 기품을 곁들여 있었고,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세련미가 흘러나왔다.

이사벨 엘란두르.

엘란두르의 안주인이었다.

무덤덤한 이사벨의 눈이 레리트를 향했다.

레리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막내 도련님께서 루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막내 도련님?”

무덤덤한 이사벨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죄송합니다. 실언했습니다.”

레리트는 황급히 자신의 실책을 뉘우쳤다.

내려앉는 침묵.

이윽고 이사벨이 입을 열었다.

“도망칠 줄 알았더니.”

이사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레리트는 그때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죽었나?”

그리고 들려오는 물음.

레리트가 답했다.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

레리트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현재 어둠의 숲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규모 마수 군단들이 영역 밖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아무래도 숲 안 쪽에 강력한 마수가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강력한 마수라면···.’

“최소 마족(魔族)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뚝.

이사벨의 움직임이 뚝, 하고 끊어졌다.

마족(魔族).

말 그대로 어둠의 종족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족은 천년 전,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던 악마(惡魔).

그 악마들에게서 파생된 잔재들이었다.

악마들은 6개의 빛이라 불리던 아르나이즈들에 의해 추방되었다.

그러나 그 잔재가 남아 지금까지 이어진 결과물이 바로 마족(魔族).

다만, 마기(魔氣)가 없는 곳에서는 존재를 유지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마족들은 어둠의 숲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라는 것이 신화로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어디까지나 신화의 이야기인지라 확실하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지어낸 이야기라 이사벨은 여기고 있었다.

그런 신화 속 이야기는 철없는 어린 아이들이나 열광하는 것.

무엇보다 천년도 더 지난 일이다.

이제 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

어쨌거나 마족들은 몬스터와 마수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숲 안 쪽으로 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루벤으로 향하는 마수들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은 터라···.”

이사벨은 차분히 시선을 내려보였다.

레리트의 말은 한 마디로 시안의 감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탁. 탁.

멈추었던 이사벨의 손가락이 다시금 책상을 두들겼다.

이사벨은 차라리 시안이 도망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만일 그러했다면.

가문의 명을 거역했다는 명분으로 죽여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도망치지 않고 루벤으로 갔다라···.’

하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뭐.

크게 상관은 없었다.

마족에 의해 밀려난 마수의 무리들은 루벤을 향할 것은 뻔하고,

그것을 막을 힘이 당연하게도 시안에게는 없었다.

시안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 망나니였으니까.

그러니 설령 지금 시안 살아있다 한들.

그건 결국 죽음을 잠시 체불할 뿐이었다.

“도망치는 기색만 감시하라 전해라. 괜히 깊이 관여했다 귀한 인력을 잃을 순 없으니.”

“알겠습니다.”

레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대로 두어도 시안이 죽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니 이사벨의 말처럼 괜히 귀중한 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건국일 행사에 앞서,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도련님들을 초청하셨습니다.”

“황태자가 직접?”

“예. 엘란두르의 자제들을 보고 싶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황태자가 보고 싶다 말한 엘란두르의 자제들.

그것엔 시안 또한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사벨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선물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군. 황태자와의 친분을 쌓을 기회이니.”

무능력한 망나니.

가만두면 알아서 죽어나갈.

어차피 건국일 행사가 되면.

시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으니까.

#

“아, 아니. 이게 대체···.”

아멜리아는 눈앞의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쌓여있는 수 십의 사체 더미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수 십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이, 이 많은 수의 고블린들을 사냥했다고···?’

말이, 말이 안 되었다.

지금 쌓여있는 고블린들은 평범한 고블린들이 아니었다.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고블린.

오우거마저 사냥한 기록이 있는 마수였다.

그런 고블린들이 대략 200여 마리.

이게 절반도 채 되지 않다고 했으니 대략 500마리 가량이 있는 것이었다.

정말··· 이것들을 전부 사냥했다고?

만일 정말 그러했다면.

그건 사냥이 아니라 전쟁 혹은 학살이라 표현함이 옳았다.

그런데 루벤에 그런 저력이 있었던가?

무엇보다 떡하니 보이는 홉고블린.

‘대체 어, 어떻게···?’

아멜리아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마, 말도 안돼···.”

옆에 있던 루카스 또한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루카스라고 아멜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쌓여있는 사체의 상태를 확인했다.

대충 쌓여있었지만 그 상태는 더없이 깔끔했다.

해체 작업의 품질만 따지면 최상품.

물론 아멜리아는 그 동안의 거래를 통해 루벤에서 파는 마수들의 품질이 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지금 쌓여있는 사체는 최상품이었다.

“얼마쯤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시안의 물음이 다시 들려왔다.

아멜리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모, 못해도 마리당 10골드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홉고블린은···.”

아멜리아는 홉고블린의 사체를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역시나 최상품이었다.

“대략 500골드 정도···?”

“마리당 10골에 500골드라···.”

시안은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두들겼다.

보통 일반적인 고블린 사체 가격이 3~4골드 정도였다.

마리당 10골드면 2배가 넘는 가격.

상당히 잘 쳐준 금액이었다.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고블린임을 감안해도 꽤나 잘 쳐준 금액이었다.

고블린은 하급 중의 하급 마수로서 그렇게까지 뛰어난 가치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속이는 것 하나없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쳐줬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솔직히 조금 후려칠 줄 알았던 시안으로서는 의외였다.

‘그레이슨이 믿을 수 있는 상인이라 하더니.’

시안은 그레이슨이 했던 말을 잠시 되뇌였다.

‘저희는 그동안 아멜리아님께 알게 모르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었습니다. 아멜리아님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진즉에 굶어 죽거나 했을 겁니다.’

‘영주님. 제가 감히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지만··· 아멜리아님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상인입니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었다.

믿을 사람이 없어서 상인이란 작자들을 믿는단 말인가.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은 지니고 있었다.

시안이 처음 그레이슨을 만날 당시.

그레이슨은 쉽사리 누군가를 믿을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레이슨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전부 처리해주세요.”

시안은 큰 고민없이 사체의 처리를 아멜리아에게 맡겼다.

“저, 정말 제가 처리··· 해도 되나요?”

“당연하죠. 그럴려고 오신 거 아니셨나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아멜리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이렇게 많은 마수들을 처리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저 영지민들에게 식료품과 마수 몇 마리를 교환할 생각이었다.

말 그대로 푼돈을 벌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많은 수의 마수들을 의심없이 넘긴다고?

대체 왜···?

그 순간.

“그런데··· 어떻게 다 가져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시안이 물어왔다.

그리고 아멜리아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영세한 상단.

아니, 영세하는 커녕 상단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마차도 없어 보따리에 상품을 짊어지고 다니는 꼴이었다.

그나마 루카스가 있었기에 다행이었지.

아멜리아 혼자였다면 진짜 보부상이나 다름 없었다.

고블린들을 매입할 돈은 있었지만,

정작 그것을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

바로 그때.

“그 제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정말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니까 귀담아 듣지 마세요.”

시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지금 고블린 해체 작업을 안하는 영지민들이 꽤 있습니다.”

“······?”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씀은···?”

그러자.

씨익.

시안의 입가가 좌우로 찢어졌다.

마치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는 듯.

꼭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지어진 미소에는 일말의 사악함마저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시안의 말.

“아니 뭐. 혹시나. 인건비를 ‘따.로.’ 지불하시면 영지민들을 짐꾼으로 고용할 수 있긴 한데···.”

“······”

아멜리아는 순간 말 문이 막혀버렸다.

보이는 시안의 모습은 어색하게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후작가의 망나니라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고?

거짓말하지 말라지!

아멜리아는 장담할 수 있었다.

시안은 소문과는 전혀 다르게.

“그냥 혹시나. 저엉말 혹시나 해서 말씀드린 거니까 흘려들으세요. 하하.”

절대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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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협상(?) 끝에 아멜리아에게 모든 고블린을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의 사체 값.

그리고 영지민들의 인건비.

그리하여.

촤라라라라락.

돈 주머니에서 쏟아지는 골드들!

“미친···!”

시안은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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