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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13화 (13/322)

§ 13화 - 진실 상단(1)

시안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했으나,

현재로서는 사제는 커녕 포션조차 당장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

이를 어찌해야하나 싶었지만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제 딸 아이가 상처를 볼 줄 압니다.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치료는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름 아닌 그레이슨의 딸, 엘리.

그레이슨은 겸양을 보였으나 영지민들의 반응을 보면 엘리의 치료 실력이 상당한 것 같았다.

시안은 곧장 엘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세,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시안의 상태를 확인한 엘리의 첫반응이 바로 저것이었다.

“이 상태인데도 정신을 유지하신다니··· 빠,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시안은 엘리의 호들갑과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휴우··· 응급처치는 해두었어요. 위험해질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처리했으니 여기서 더 덧나지는 않을 거예요.”

엘리의 말에 시안은 몸 상태를 한 번 점검했다.

아까보다 더 편해진 움직임.

과장이 아니라 웬만한 치료사가 치료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솜씨가 상당한데? 따로 배운 적이 있나봐.”

“아뇨. 따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 그럼 이걸 혼자서 터득한거야?”

“터득했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워낙에 많이 다쳐오시거든요. 아버지를 치료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엘리는 쑥쓰러운 듯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응급처치예요. 꼭! 반드시! 사제나 포션의 도움을 받으셔야합니다!”

엘리는 그러면서 치료 물품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시안은 그런 엘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제 막 소녀 티를 벗어난 듯한 엘리.

갓 성인을 넘긴 엘리에게서는 수수한 미(美)가 느껴졌다.

귀족가의 여식들이 지닌 작위적인 세련미가 아니라, 단촐한 차림과 더불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미(美).

그렇기에 그것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날카로운 인상의 그레이슨의 딸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엄마 쪽을 닮은 모양인데···.

엄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대충 어찌된 사정인지 알 수 있었다.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는 흔하디 흔한 사정을 말이다.

그렇기에 시안은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저···.”

갑자기 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는 애써 담담한 척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선만큼은 차마 시안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상당히 망설이는 듯한 모습.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엘리가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아버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담담한 척 물품을 정리하던 손길은 어느덧 멈춰있었다.

시안은 그런 엘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둠의 숲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는 흔하디 흔한 사정.

아마 루벤의 영지민이라면.

누군가를 잃어본 아픔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흔하다고 하여.

다른 이들도 똑같이 겪는 일이라고 하여.

그것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일 그레이슨 마저 잃었다면.

홉고블린에게 짓이겨져 시체조차 수습할 수 없었더라면.

엘리는 과연 어떠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일 수 있었을까.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됐어. 나도 너한테 치료받았잖아. 대가는 확실히 받았으니 썩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런 게 어딨어요···.”

“어딨긴 여기있지.”

시안은 다시 한 번 몸 상태를 점검했다.

농담이 아니라 전문 치료사보다 처치가 더 깔끔했다.

물론 사제보다야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신의 힘을 빌려, 말 그대로 신체를 ‘치유’하니까.

그렇기에 귀족들은 치료사를 쓰지 않는다.

아프고 다치면 그냥 사제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

그러나 사제의 도움을 받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평민들은 쉽사리 사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치거나 아프면 치료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치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신의 힘을 빌리는 사제도 귀한 건 마찬가지이나,

치료사 또한 상당한 전문 지식을 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치료사의 존재 또한 상당히 귀했다.

특히 실력있는 치료사는 더더욱.

‘그런데 독학만으로 이 정도의 수준이라니···.’

일순간 시안의 머리가 팽글팽글 회전했다.

‘영지에 치료원을 운영하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보아하니 실력도 좋은 것 같고···.’

엘리를 바라보는 시안의 두 눈빛이 희번뜩해져있었다.

“왜, 왜 그렇게 보시는···?”

엘리는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하지만 엘리를 바라보는 시안의 눈빛은 여전히 번뜩이고 있었다.

“호오···.”

아니, 아까보다 더욱 희번뜩해져있었다!

그건 마치 탐스러운 먹잇감을 노려보는 그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엘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일순간 엘리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아··· 저··· 저, 저는··· 그··· 아직···.”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허둥지둥거리는 몸짓만이 엘리의 심정을 대변할 뿐이었다.

이윽고 시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때.

“아, 아···앗!”

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거부하면 안된다.

시안은 자신의 아버지를 구해준 은인이었고 또 루벤의 영주였다.

그러니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여야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정을 줄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런 식일거라고는···.

시안의 인기척이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혹시 모바일 영주에 뭐가 있으려나? 영지시설을 뒤적거리면 치료원 같은 것도··· 하씨, 그럼 어쨌거나 또 현질해야하잖아.”

의미심장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저벅저벅, 시안의 인기척이 멀어졌다.

“에···?”

엘리는 저도 모르게 벙찐 소리를 내뱉었다.

이윽고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보였다.

언뜻 비친 시야.

시안은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

뭔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뭐하고 있어? 안 따라오고.”

“네, 네···?”

하지만 이어진 시안의 말에 엘리는 다시 몸을 움찔 떨었다.

호, 혹시 장소가 문제였던 건가···?

엘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어, 어디가는데요···!”

“어디가긴.”

그러자 시안이 무슨 당연한 것을 묻냐는 듯 답해왔다.

“돈 벌러가야지.”

#

우거진 풀숲과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후우···!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은데.”

아멜리아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가 어디인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풍경이건만.

그럼에도 아멜리아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이미 수없이 와본 터라 길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었다.

진실 상단의 상단주,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루벤과 거래하는 상단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루벤과 거래하는 ‘유일한’ 상단이었다.

“루카스. 물품을 한 번 확인해보자.”

아멜리아는 살짝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러자 단촐한 차림의 기사, 루카스가 짊어지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여기있습니다. 아가씨.”

“고마워 루카스.”

“제가 마땅히 해야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아가씨가 짊어진 짐도 제가 들겠습니다.”

“루카스만 고생할 수는 없잖아. 지금도 대부분의 짐은 루카스가 들어주고 있는 걸.”

아멜리아는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적발과 어우러진 미소는 칙칙한 숲의 분위기마저 밝게 만들었다.

“보자···.”

아멜리아는 보따리에 짊어진 물품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차가 아닌 보따리.

사실 상단이라하기엔 상당히 초라한 행색이었다.

그렇기에 상단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진실 상단은 상단주인 아멜리아.

그리고 상단원인 루카스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보부상.

조금 더 체계적인 보부상라 부름이 적당했다.

“식료품은 충분하고··· 그레이슨씨가 챙겨달라던 노쇠도··· 여기 있구나.”

아멜리아는 보따리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루벤의 영지민들과 거래하기 위한 물품들.

사실 일반적이라면 이런 식료품들이 아니라 금화를 준비해가는 것이 옳았다.

아멜리아는 루벤에서 마수의 사체를 구입하고자 했으니까.

그것은 보통은 금화로 거래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루벤의 영지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금화가 그닥 쓸모가 없었으니까.

사령영지, 루벤.

그들에겐 금화보단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식량이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금화를 안 챙긴 것은 아니었지만,

아멜리아는 한 번도 루벤에서 금화를 써본 적이 없었다.

“좋아. 전부 있구나.”

아멜리아는 모든 물품이 제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보따리를 여미었다.

“루벤의 영지민들이 이것을 다 살 수 있을까요.”

그 순간 들려오는 루카스의 목소리.

루카스의 표정은 어딘가 미심쩍었다.

“음···.”

아멜리아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멜리아가 루벤을 방문할 적마다 구입하는 마수의 사체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한 두 마리.

가장 많을 때는 여섯 마리가 고작이었다.

물론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의 값어치는 상당했다.

같은 종의 몬스터라도 기본적으로 2배는 쳐준다.

그리고 그것은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3배, 5배, 10배.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하지만 루벤에서 구입하는 마수는 등급이 낮았다.

그리고 그 수 또한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아멜리아가 준비한 물품을 모두 구입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해 푼돈.

어둠의 숲에 찾아오는 위험을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상인이라는 족속들은 돈이 될만한 곳이라면 죽음을 무릅쓰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수지타산이 맞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루벤에 찾아오는 상인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푼돈이라도 벌어야하니까.”

현재 아멜리아는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아니면 누가 이곳에 식료품을 공급해주겠어.”

루벤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아멜리아가 아니면 굶어죽는 이들이 속속들이 나올 터였다.

그러니까.

“조금 밑져서 팔면 되지 뭐.”

“······”

그런 그녀의 모습에 루카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멜리아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본디 상인이라 함은.

약삭빠른 면모가 있어야했다.

손해를 마치 이득인 것 마냥 포장할 줄도 알아야 하고.

반대로 손해가 아닌 것 마냥 포장할 줄도 알아야 했다.

혹자들은 이를 ‘사기’라 말하고는 하지만,

본디 상인이란 그런 면모가 있어야 했다.

이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치들이 바로 상인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상인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놈의 정 때문에.

어리석을 정도로, 멍청할 정도의 정직함 때문에.

아멜리아는 ‘신뢰’라는 상인의 미덕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

그래서 루카스는 어떤 의미로 아멜리아가 답답했다.

루카스가 본 아멜리아는 충분한 재능이 있었으니까.

귀족가의 여식인 아멜리아.

그녀는 어릴 적부터 비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셈이 빠릿빠릿했고, 상황을 파악하는 눈치 또한 훌륭했다.

돈의 흐름을 읽는 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 재능 정도가 아니라 대상인이 될 재목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터였다.

가문이 몰락했을 시점에서,

그 이후로 들이닥친 온갖 고난과 핍박 속에서 진즉에 무너졌을 터였다.

아멜리아는 악착같이 그 모든 것들을 이겨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받기 일 수 였고.

간혹 기회가 주어져도 실상을 까보면.

죄다 아멜리아의 미모를 목적으로 접근한 놈들 뿐이었다.

만일 아멜리아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아멜리아를 여자가 아닌, 상단주로 봐주는 이가 있었다면.

아니면 아멜리아가 여자가 아닌, 남자로만 태어났더라면.

그것도 아니면 아멜리아의 성향이 조금만 더 매몰찼었더라면.

이 중 한 가지 조건만 만족했더라면.

아멜리아는 지금쯤 제국을 주름잡는 대상단의 주인이 되어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

그게 가능했다면 진즉에 가능했을 터였다.

“가자. 루카스.”

“······ 알겠습니다 아가씨.”

루카스는 씁쓸한 표정을 숨기며 아멜리아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 간 걸었을까.

슬슬, 숲이 끝나가며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도착한 루벤.

아멜리아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어디쯤 숨어있을까.”

“글쎄요. 저번에 그레이슨이 요즘 어둠의 숲이 흉흉하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루벤의 사람들은 영지에 살지 않았다.

정확히는 살 수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마수 무리들로 인해 항상 도망치고 숨어지냈다.

그렇기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했다.

“제가 가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아니야. 같이 가자.”

아멜리아와 루카스의 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이윽고 루벤의 영역에 발을 디뎠을 때.

“······ 응?”

“······ 응?”

아멜리아와 루카스의 표정이 일시에 벙쪄버렸다.

마치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맞는건가···?’ 싶은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두 사람이 보고 있는 광경.

“읏차! 여기, 해체 작업 완료한 고블린들이야.”

“거진 절반 정도 작업했나?”

그건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정확히는 고블린의 사체들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잠깐.

고블린이라고?

콰직.

퍽.

“이봐, 가죽 상하지 않게 조심히 작업하라고!”

“걱정 마! 그 동안 어둠의 숲에서 살아남은 짬밥이 있지.”

어딘가 그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했다.

“뭐, 뭐, 뭐죠···?

“이, 이게···  이게 대체 어찌된···?”

아멜리아는 지금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이거 이렇게 하는거 맞아?”

어디선가 어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웬 사내가 고블린 사체를 해체하고 있었다.

귀족···?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털어내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행색이 너무도 초라했으니까.

무엇보다 귀족이 왜 고블린 사체를 해체하고 있단 말인가.

심지어 그 작업이 상당히 어설펐다.

거진 사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수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여성이 기겁을 하며 뛰어왔다.

“영주님!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사체가 상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그냥 저기서 쉬고 계세요. 이런 잡일은 저희가 할테니까.”

그러면서 사내가 들고 있는 고블린 사체를 빼앗았다.

하지만 사내는 다시 사체를 빼앗으며 소리쳤다.

“에이 시끄러! 저번부터 자꾸 그 소리네. 엘리, 너 수당 더 받으려는 꼼수인거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런 게 아니라고요! 가뜩이나 몸도 성치 않으시면서··· 그리고 수당을 주지도 않으시면서 무슨 말씀이세요?”

“그··· 나중에 말이야 나중에! 지금은 어? 영지에 쓸 돈이 많으니까 영지민들 모두가 힘을 모아야지. 됐어, 한 사람분이라도 인건비 줄여야되니까 잔말말고 제대로 가르쳐 봐.”

엘리라 불린 여성은 못 말리겠다는 듯, 짙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는 사내의 옆에 붙어 무언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여기, 여기 보시면 근골 보이시죠? 여기가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부위라 귀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해체하시면···.”

“대체 이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마수라고 해도 신체의 구조만 파악하면 거기서 거기라서요. 아, 그 부분은 연골이라 특히 조심히 다루셔야···.”

“어? 부러졌다.”

“그러게 그냥 저기서 쉬시라니까요!!”

바로 그때.

“도련님. 누군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만.”

“응? 찾아와? 우리 루벤에 찾아올 사람이 누가···.”

옆에 있던 노인의 말에 사내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멜리아와 마주치는 시선.

“아!”

사내는 손바닥을 짝, 마주쳐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는 이때다 싶었는지.

사내가 작업하던 고블린 사체를 들고 어디론가 도망쳤다.

사내는 성큼, 아멜리아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혹시 진실 상단의 상단주이십니까?”

“아··· 네···.”

아멜리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루벤의 영주, 시안 엘란두르입니다.”

“······ 영주?”

루벤에 영주가 있었던가···?

아멜리아는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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