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현질을 해보세요!(1)
이번에 승천해버린 시안의 어이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
스마트 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으로 비친 시안의 표정에는 영혼이라는 것이 빠져있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러니까···.”
어이가 돌아온 시안은 화면에 떠오른 알림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영주 전용] - 초보자 성장 지원 패키지 (3,000 G)
구성품: S등급 장비 1종 세트.』
“이게 뭐라는 거지?”
대체 영주 전용은 뭐고.
초보자 성장 지원은 또 무엇이며.
패키지라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이면서 동시에.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이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음···.”
역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시안은 눈앞에 떠올라 있는 알림창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는 알림창.
그 사이로 문득 익숙한 하나의 단어가 비쳐보였다.
정확히는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 하나였다.
(3,000 G)
3천 골드.
저건 아무리 봐도 3천 골드로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3천 골드라 함은 이곳, 제국에서 사용하는 화폐 단위이자 동시에 대륙 전역에서 사용하는 화폐 단위였다.
한 마디로 돈이라는 뜻이었다.
“설마 현질이라는 게··· 돈을 쓰라는 뜻인건가?”
시안은 떠오른 알림창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3천 골드를 지불하면,
S등급 장비 1종 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S등급 장비가 뭐길래 3천 골드씩이나 달라는 거야?”
3천 골드가 한 두푼하는 금액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제국 물가 기준, 4인 가족이 한달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 약 30골드.
3천 골드면 4인 가족이 무려 약 8년 가량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시안이 마부에게 100골드를 주었을 때.
크게 기뻐하던 마부의 반응만 봐도 3천 골드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S등급 장비라는 것의 값이 무려 3천 골드.
“아무리 봐도 사기 같은데?”
시안은 단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말과는 달리 시안은 품 속을 뒤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안은 품 속에 지니고 있던 돈 주머니를 꺼내었다.
그렇게 확인한 금액은 백금화 98개와 금화 100개.
백금화 하나당 금화 100개의 가치와 동일하니···.
“9,900골드네.”
9,900골드가 시안의 수중에 있는 상황이었다.
마부에게 100골드를 준 것을 생각하면 본래 10,000골드가 있었던 격.
당연하게도 시안이 모았다거나 하는 돈은 아니었다.
1만 골드가 얼마라고 시안이 모은 단 말인가.
이 돈은 다름 아닌 시안이 루벤으로 떠나기 전.
가문에서 선심 쓰듯 던져준 돈이었다.
명분은 여행 경비이자 루벤 영지 운영 자금.
그런데 말이 여행 경비이자 영지 운영 자금이었지.
사실상 노잣돈이나 다름 없었다.
“망나니 하나 보내는 것치고는 과한 금액인가?”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봤다.
“살 수는 있긴 한데···.”
굳이 사야할까?
3천 골드의 값어치도 값어치지만,
이건 시안의 노잣돈··· 아니, 영지 운용 자금이었다.
이 소중하고 귀한 돈을 미쳤다고 알지도 못하는 것에 지불한 단 말인가.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도 사기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흐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혹시···?’ 하는 생각도 공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기(?)를 치고 있는 스마트 폰은 평범한 마도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천년 전, 세상을 구원한 6개의 빛.
6인의 아르나이즈가 남긴 아티팩트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시안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그러고보니···.”
그 순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어차피 지금 당장 내 돈을 가져갈 수는 없는 거잖아.”
생각해보면 그러했다.
알림창에는 그저 ‘구매하시겠습니까?’ 라는 글귀만 적혀있었으니까.
시안이 구매 버튼을 누른다고 한들,
지금 당장 시안의 주머니에서 골드를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볼까.”
이 스마트폰의 기능을 한 번 확인할 겸.
시안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화면에 떠오른 알림창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꾹.
《구매하고자 하시는 장비를 선택해주세요!》
그와 동시에 여러 이미지가 화면에 떠올랐다.
검, 활, 창 도끼 등.
무기라 부를 수 있는 종류가 무수히 많이 나열되어 있었다.
시안은 잠깐의 고민 끝에 검을 선택했다.
검술 명가의 엘란두르.
비록 재능이 없었으나 시안이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검이었다.
꾹.
《구매 완료!》
이윽고 구매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창이 기다렸다는 듯이 번쩍, 떠올랐다.
“된 건가?”
그런데 딱히 변화되는 것이···.
바로 그 순간.
들썩.
갑자기 품 안에 있던 돈 주머니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촤라라라락!
주머니에 들어있던 금화가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시안은 크게 당황하며 주머니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골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증발해버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들썩거리던 주머니가 잠잠해졌다.
시안은 황급히 주머니 안의 돈을 확인했다.
“어, 없다···!”
백금화 30개.
정확히 3,000 골드가 빠져나가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바로 그때.
화아아아아악!
시안의 시야 앞으로 환한 빛무리가 터져나왔다.
마치 작은 태양과도 같은 빛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빛이 잠잠해질 때쯤.
“응?”
시안은 눈앞에 덩그러니 놓인 검과 갑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였다고?”
그렇기에 시안은 지금 상황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시안은 조심스레 검을 들어보였다.
매끈하게 빠진 검신은 그 무엇이라도 가를 듯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갑옷 또한 가벼우면서도 상당히 튼튼해보였다.
“상태는 좋아보이는데···.”
솔직히 좋은 정도가 아니라 그 어느 것보다 훌륭했다.
장비의 품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시안이었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검과 갑옷은 평범한 것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문에서도 이 정도의 장비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물론 성능은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이 스마트 폰이라는 것.
대체 뭐하는 물건이지?
시안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
시안은 S등급 장비를 착용한 뒤, 천천히 자리를 이동했다.
이러나 저러나 일단은 동굴을 빠져나가야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시간을 상당히 지체한 상황이었다.
시안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을 비추며 동굴 밖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 간 이동했을까.
시안은 저 멀리 빛나는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동굴의 입구이자 출구였다.
“아직도 고블린들이 밖에 남아있으려나···.”
웬만하면 최대한 피해갔으면 좋겠는데.
S등급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아직 성능을 확인하기 전이었다.
단순히 겉만 번지르르한, 빛좋은 개살구일 가능성도 있었다.
만일 정말 그러하다면 시안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여기서는 고블린 무리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장비의 성능은 그 뒤에 한스와 만나 테스트하면 되었다.
가장 최선책은 그것.
시안은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며 살며시 밖을 살폈다.
그리고 비친 시야로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잠잠한 숲의 풍경이었다.
“없다.”
고블린 무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굴 밖에서 시안을 기다리다 지쳐 돌아간듯 싶었다.
하기사 시안이 기절하고,
또 스마트 폰의 효능을 확인한답시고,
동굴에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낸 상황이었다.
고블린들이 지쳐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행이지 뭐.”
시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동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한스는 괜찮으려나.”
그렇게 한스를 찾아 나서려는 바로 그때였다.
“케륵?”
뒤쪽에서 고막을 자극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본 뒤쪽.
“케흐르륵!”
“케르륵!”
그곳엔 고블린 무리들이 우거진 풀숲에서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계속해서 늘어만가는 붉은 광채.
그것은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번뜩이고 있었다.
“매복···?”
시안은 당황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폭화 된 마수들은 이성의 영역이 도려내어진다.
오로지 본능의 광기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고블린들이 매복을 할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케흐르륵!”
아무래도 사냥의 본능을 너무 얕잡아본 모양이었다.
고블린들은 시안이라는 먹잇감을 사냥하듯 천천히 옥죄어왔다.
동굴로 돌아가야한다.
시안은 굳어버린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런 시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고블린 무리들은 동굴로 돌아가는 시안의 길목을 진즉에 차단한 후였다.
사방으로 포위된 상황.
“젠장.”
방법이 없었다.
도망칠 방법도, 살아남을 방법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서 죽는다.
그저 이 생각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킥킥킥.”
들려오는 고블린들의 웃음소리.
꽈득.
시안은 곧장 검을 움켜쥐었다.
할 수 있을까?
무의미한 발악일텐데.
두려움에 물든 망설임이 시안을 붙잡고 늘어진다.
덜덜, 떨리는 손.
“케르륵!”
그 사이로 고블린 한 마리가 시안에게 달려들었다.
시안은 다가오는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쉬익!
검이 공기를 가르며 파공음을 흩뿌렸다.
그러나 체계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마구잡이로, 본능적으로 휘두른 것에 불과했다.
“킥킥.”
그렇기에 그것은 딱히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블린의 입가로 비릿한 웃음이 지어진다.
정말 멍청하기 짝이없었다.
저 엉성한 자세하며, 무기를 휘두르는 방법을 보라.
저걸 공격이라고 하는 걸까?
완력으로나 기세로나.
저 멍청한 인간은 절대로 자신을 이길 수 없다.
고블린은 망설임없이 들고 있던 무기를 마주 휘둘렀다.
시안과 고블린의 무기가 빠르게 가까워져갔다.
“킥킥.”
고블린은 다시 한 번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이.
서걱.
고블린이 내뱉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스륵, 쿵!
깔끔한 절삭음과 함께 고블린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내려다 본 시야.
그곳엔 고블린이 휘두르던 무기와 함께 반으로 갈라져 널브러져있었다.
“케륵···?”
“케르륵···?”
일순간 다른 고블린 무리들의 표정이 일순간 벙찌기 시작했다.
“응?”
그리고 그건 시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치 두부 썰리듯 갈라져버린 고블린.
“뭐, 뭐지···?”
시안은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블린이 단 일격에 갈라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딱히 큰 힘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휘두른 것이 전부.
그런데 그것만으로 이게 가능하다고···?
심지어 저건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라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고블린이었다.
오러의 힘이 있다면 모를까.
단순한 완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시안은 천천히 들고 있던 검을 내려다봤다.
S등급의 검.
새하얀 검신은 고블린의 피로 물들어있었다.
“뭔데?”
바로 그때.
“키에에에에에엑!!”
고블린 한 마리가 포효를 내지르며 시안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죽은 고블린과 인연이 있었던 걸까.
달려드는 고블린의 기세에는 섬뜩한 분노가 담겨있었다.
“크윽!”
시안은 황급히 몸을 틀었다.
하지만 당황하던 찰나에 이루어진 습격이라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쐐애액!
다가오는 일격.
피할 수 없다.
시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텅!
들려온 것은 끔찍한 파육음이 아니었다.
절규에 가까운 시안의 비명소리 또한 아니었다.
그저 텅! 하는 둔탁한 굉음이었다.
“응?”
“케륵?”
시안과 고블린의 표정이 동시에 벙쪄버렸다.
특히 고블린의 표정은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라는 표정이었다.
“케륵!!”
고블린이 시안을 향해 재차 무기를 휘둘렀다.
텅! 텅!
그러나 여전히 둔탁한 소리만 들려올 뿐.
시안의 갑옷을 뚫어낼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뭔데?”
그 때문에 시안은 아무런 타격조차 입지 않고 있었다!
“케륵···!”
당황하는 고블린.
시안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깔끔한 절삭음이 다시금 들려왔다.
그 사이로 쿵! 고블린이 반으로 갈라져 허물어졌다.
“······ 뭔데?”
시안은 착용한 갑옷을 멍하니 내려다 봤다.
고블린의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흠집조차 나있지 않았다.
물론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조잡한 영향도 있었다.
고블린이 괜히 최하급 몬스터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이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았다.
S등급의 검과 갑옷.
어째··· 시안의 생각보다 훨씬 더 엄청난 장비인 것 같았다.
“케, 케륵···?”
“키에에엑···.”
시안을 둘러싼 고블린 무리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두려워하는 고블린들.
그것은 본능의 영역에 걸친 죽음의 공포였다.
시안은 씨익.
“너넨 다 뒤졌다.”
도망치는 고블린 무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한스는 마지막 고블린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케흐륵!”
쿵!
그러자 가래끓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더 이상 살아있는 고블린은 보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헐떡이는 숨.
‘생각보다 너무 늦었다.’
한스는 곧장 몸을 움직였다.
생각보다 고블린들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었다.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고블린들이 예상보다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그 탓에 시안이 어디로 가는지를 놓쳐버렸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한 시안.
덕분에 이렇게 모든 고블린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아니, 어쩌면 시안은 벌써···.
‘도련님.’
막았어야했다.
안된다고 끝까지 만류했어야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시안을 지켰어야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희망을 품었던 걸까.
대체 어떤 기적을 바랐던 걸까.
현실은 더없이 냉혹하다는 것을.
이 빌어먹을 세상에 기적 따위는 없다는 것을.
젊었을 적에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는가.
그런데 나는 대체···.
‘한시라도 빨리 도련님을 찾아야한다.’
한스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자책은 그 다음의 문제다.
지금은 빨리 시안을 찾아야 한다.
비록 시안의 방향을 놓쳤지만 다행히 시안이 어디로 갔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마부가 말했던 동굴.’
명석한 시안이라면 그 말을 놓쳤을리가 없었다.
정확히는 살기위한 발악이겠지만.
‘제발··· 제발 살아만 계십시오 도련님!’
한스는 모든 힘을 쥐어짜내며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동굴 근처.
한스는 짙은 피 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
한스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피 비린내가 나서는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시안은 고블린을 상대할 무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 비린내가 난다는 것.
그 피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끔찍하게 짓뭉개진 시안의 시체가 아른거린다.
“도련님!!!”
한스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리고 풀숲을 헤치며 시안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한스는 볼 수 있었다.
“어? 한스? 이제 온 거야?”
시체가 말하는 모습을.
“······!!!”
한스의 주름진 두 눈이 부릅,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