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수비대 (2)
세계 연맹 대 회의, 속칭- 평화의 원탁.
그 회의는 보통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정기 총회와 중요한 안건이 발생했을 경우에 소집되는 특별 총회로 구분되었는데, 어느 쪽의 회의가 되었든 그곳에는 분명 수많은 주요 기관들이 참여하는 편이었다.
초인들의 바탕을 이루는 3개의 연합기관부터 시작해, 등천의 구도자나 구호의 숨결 같은 특수 목적 기관에, 다시 이면순례자나 등천회랑 같은 집행기관과 육성 기관까지도.
모두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수많은 기관과 인원이 모여 안건을 주고받고 의결을 하는 만큼, 그곳에서는 보통 한 기관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안건들이 다뤄지고는 했으니-
[그럼 식별번호 20710STS- 변이 마수 안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그 회의에서는, 크게는 언젠가 찾아올 3차 세계 침식에 대한 대비에서부터 시작해, 또는 멸화급의 토벌 및 심연 지대에 관한 안건을, 작게는 각 기관과 국가별 협력 체계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다뤄지는 편이었다.
아니면 혹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발생한, 그러면서도 인류에게 중요한 안건이 있기만 한다면야 일부 권한자의 요청에 한해서는 그 즉시 화상으로 개회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바로 지금처럼.
[······안건··· 위험하지만 백해무익······ 세계는 지금보다 조금 더······ 가결된 일······.]
[동의합니다. 그 부분은······ 좌시할 수 없는 변화······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물론 연맹에는 수많은 기관들이 소속되어 있고, 다시 저마다의 역할을 갖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회의가 소집된다고 해도 모든 기관이 참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총회의 안건에 따라서는 참여만으로도 높은 레벨의 보안인가가 필요한 때도 있었고, 그러한 레벨을 부여받은 인사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기에, 이 인력난에 시달려가는 세계에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뿐.
특히나 상위권 공략자의 평균 활동량을 고려한다면야, 더욱더 그러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특별 총회의 소집 알림은 각 기관의 중진, 혹은 설령 별도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특별한’ 취급을 받는 각성자들에겐 즉각적으로 날아가는 편이었고, 화상을 통해서라도 그에 응할 수 있었기에 안건에 따라선 많은 이들이 참여하기도 하였으니-
그리고 그렇게.
[이상으로 특별 총회를 마치겠습니다.]
-라피냐로부터 발의되어 갑작스럽게 열렸던 특별 총회의 안건이 오랜 시간 끝에 모두 끝이 나고, 회의에 참여했던 각 기관의 인원들이 점차 하나둘씩 연결을 끊어가던 순간.
바로 그 순간, 그 시점에서.
[······누가··· 찾아왔다고?]
그 특별한 각성자 중 한 명의 입에서는 얼떨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따름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누구긴요. 그쪽 따님이요.]
[······.]
그리고 물론- 라피냐는 그 얼떨떨한 물음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을 돌려주었으니, 그에 화상 너머의 남자, 루타텔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입은 다물었을지언정 화면 너머로 내비치는 루타텔의 표정 속엔 분명 누가 봐도 확연한 당혹스러움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대체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이, 숨길 수 없는 감정을 그대로 그 얼굴 위로 드러내면서, 그렇게 말이다.
그렇기에- 그 모습에 실소를 지어 보인 라피냐는 이내 가볍게 말을 덧붙여보았다.
아무리 회의가 끝난 직후라 해도 아직 회선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남아있을 텐데, 그런 것 따윈 중요치 않다는 듯 저리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저 지고한 승천자의 동요가 느껴지고 있지 않은가?
라피냐로서는 그 점이 웃겼던 탓이었다.
[그것도 제가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게, 그쪽에서 정식 편제로 넣어서 보냈던데요?]
[아니··· 대체, 그 아이가 거길 어떻게?]
그리고 물론.
[어떻게는요.]
거기에는 그녀가 회의에 들어오기 바로 직전까지 느끼고 있었던 기분을 루타텔도 똑같이 느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아직 연결이 끊어지지 않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도 있었으니-
[말했잖아요. 그쪽 후배님이 넣었다고요.]
[······.]
-그렇게 라피냐는 화면 한구석에 불이 들어와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덧붙였고, 그에 그 대상- 티르유 또한 이내 화상을 띄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약간은 찜찜한 기분으로 말이다.
물론, 당연히 티르유로서도 아이들의 참여를 허락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니었으나, 저 두 사람은 그녀로서도 무시하기 힘들었던 터.
왜냐하면- 한쪽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녀가 오래전 처음 기관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런저런 참견 속에 신경을 써줬던 짓궂은 선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오해하실까 말씀드리자면, 공문에도 적었듯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띠링- 회의에서 나가려 했던 티르유는 그대로 정식으로 회선에 제 화면을 연결하였고, 그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평소답지 않게 굉장히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승천자 루타텔과 굉장히 불만 어린 눈빛을 보내오는 집행자 라피냐의 얼굴을 그 화면 너머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물론- 그런 티르유의 대답에 라피냐 또한 이내 가볍게 말을 덧붙여주었을 뿐.
[어쩔 수 없기는요. 무조건 돌려보냈어야지요. 사안의 위험성이 크잖아요. 이 건은.]
[······.]
[세 명 다 생도잖아요. 예? 그것도 이제 막 회랑에 들어간 1학년짜리 새내기들이요.]
그 말을 하고 있는 라피냐의 미간이 어느새 점차 찡그려지기 시작했으나, 사실 그건 그녀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안 그래도 난데없는 타천자의 마수화에, 이제껏 사례도 없었던 이능을 쓰는 마수에, 거기에 끼어 들어왔다는 병아리들까지, 라피냐는 지금 꽤나 피로를 느끼고 있는 상황.
물론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인 피로였으나 라피냐로서는 오히려 그쪽이 더 불편했다.
애초에 새로 목격한 사실이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였고, 위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마수를 임시 본부로 옮기는 작업이 끝난 즉시- 아이들을 저들끼리 잠시 대화하게 놔두고선 곧바로 특별 총회를 요청해 회의에 들어왔더니, 그런 상황에서 라피냐는 그 피곤함에 일조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좋은 말이 나오겠는가?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허나, 티르유 또한 그런 라피냐의 성정을 알고 있던지라 이런 상황은 이미 상정했던 바였기에, 그녀는 담담하게 대꾸해주었다.
그러니까.
[공략자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
그것도 상당히 원론적인, 그러면서도 티르유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듯이, 그렇게 무척이나 올곧은 대답을 돌려줌으로써 말이다.
[그 애들은 공략자예요 선배. 나이는 어릴지라도, 스스로 하고자 했으면 그걸 제가 말릴 이유는 없고, 말려서도 안 되는 거예요.]
[······.]
[애초에 그 아이들이 찾아온 곳은 등천의 구도자였고, 제가 있는 곳도 등천의 구도자였으니, 그래서 만류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게 저희의 의무니까요- 그렇게 티르유는 차분한 목소리로 제 의견을 피력했으니, 그에 라피냐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러한 태도가 참 어울리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그와 별개로- 라피냐로서는 저 착실하고도, 한결같은 후배님의 말엔 영 공감이 안 갔던 탓이었다.
그리고 물론.
[······으음.]
특별 총회의 안건이 심상치 않았기에 마수를 불태우던 와중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던 루타텔로서도, 난데없이 들려온 제 딸아이의 행적과 그 배경에는 차마 뭐라 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꼈을 뿐이었고 말이다.
아니, 사실 아직 티르유에게 별말은 안 했지만, 그 또한 심적으로는 라피냐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고, 그러면서도 반대로는 티르유의 의견에도 동의하는 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소 곤란하다는 느낌.
[······.]
애초에 루타텔은 티르유와 마찬가지로 등천의 구도자에 소속되어 있는 공략자였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기원학회 소속이겠지만, 등천의 구도자로서 활약을 더 하고 있는 만큼 그는 공략자로서의 의무와 마음가짐을 무척이나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버지로서의 그는 자연스레 딸의 안위를 염려하였으나, 반대로 승천자로서의 루타텔은 분명 위험한 일임에도 아리엘이 그걸 자처해 뜻을 표해왔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여 루타텔은 우선 티르유가 공유해준 내용을 상세히 읽어볼 수밖에 없었고, 이내 무언가를 보고선 천천히 입을 열어보았다.
[일단···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루타텔의 입장에선 왠지 모르게 승천제가 떠오르는 듯한 순간.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허상임을 몰랐음에도 다른 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아리엘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러면서도 병실에서 울음을 터트리던 딸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그 무엇보다도.
[다만, 참여 이유는··· 조금 거슬리는군.]
[맞아요. 구체적으로 이유는 이야기 안 했지만, 솔직히 희망 사항을 적어놓은 것만 봐도 누가 봐도 친구 따라온 거잖아요 이거.]
유천하를 구하겠다고 뛰어들어서는, 그 애와 함께 이면 세계에 갇혀서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던 순간까지도 떠올랐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래서야 또··· 유천하 그 아이인가.’
루타텔은 공유된 서류를 읽고선 저도 모르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은 심경이 다소 복잡해지는 기분.
아니, 물론 루타텔로서도 유천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맞았다. 다만, 왠지 모르게 아리엘이 관련되니까 괜히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할까?
만약 작전 도중에 그 아이와 만나게 된다면 한번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정도였으니- 아리엘이 알았다면 기겁할만한 일이었다.
[이유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이니까요.]
[정말··· 한결같은 후배님이에요. 아주.]
어쨌든, 그렇게 루타텔이 아리엘이 벙쪄할 생각을 떠올리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으며, 그렇게 티르유는 아무렇지 않은 눈으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당당한 목소리로써.
뜻을 굽힐 생각은 없다는 듯. 그렇게.
[그리고, 가장 처음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 애들이 마인을 사냥하고자 하는 의지는 진짜였고,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걸 직접 증명해온 바입니다.]
[······여명급 주교 생포 말인가요?]
[예. 저는 분명 그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서 바로 편성에 추가했습니다. 안 그래도 인력은 항상 부족했으니까요.]
그러자 이내 라피냐와 입에서 신음인지 뭔지 모를 미묘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으나, 티르유는 그걸 보고서도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냐하면- 티르유의 입장에선 이 정도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물론.
[애초에 저도 생도 시절, 타천자를 잡고 다녔었으니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다른 누군가도 아니고 티르유가 저렇게 나와버린다면야,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더는 뭐라 돌려줄 수 있는 대답이 없었고 말이다.
설령 라피냐의 지위가, 루타텔의 위치가 특별하다고 해도, 공략자의 발언권은 분명 저 스스로가 보인 행적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며, 티르유는 분명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존중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략자였다.
어찌 보면 등천의 구도자라는 이름에 그 누구보다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
하물며 그들의 관계는 상하관계가 아니었고, 설령 같은 기관의 속한 루타텔이라 해도 등천의 구도자는 그러한 기관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저러한 생각과 가치관은 등천의 구도자에 소속된 이라면 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으나, 그저 근래에 들어 딸아이에 대해 더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루타텔로서는 그저 괜스레 걱정이 되어 이러는 것이었다.
하지만 승천제를 지나면서 자식의 마음가짐을 더욱더 잘 알게 되었기에, 그걸 마냥 부모라는 이유로 만류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기에.
[그럼··· 오늘 추가된 정보를 고려하더라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건 그대로인가?]
루타텔은 이내 그 부분을 짚어보았다.
물론 그로서도 티르유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 아이들, 그러니까 아리엘의 의지를 존중해주고자 하였으나- 아무리 그래도 티르유가 그 아이들을 편성에 추가했을 때와 오늘 생포했다는 마수, 이능을 사용한다는 변이된 마수에 관한 정보가 추가된 지금은 분명 잠재적인 위험성부터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 딸- 아리엘의 실력은 그로서도 알고 있었으나, 다른 아이들의 실력까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자신하긴 힘들었고, 작전에 새로운 변수까지 나타나 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고, 티르유는 그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돌려주었다.
[예. 그렇다 해도 문제없습니다.]
[판단의 근거는···?]
[여명급 주교를 생포할 때의 기록과 그 이후에 간단히 치렀던 대련의 결과, 그리고 각각의 특성과 상성을 고려한 판단입니다.]
티르유는 차분히 그날을 되새겨보았고, 다시 이번 작전에 동원되는 인력과 지금 저곳에 있다는 유천하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사실, 애초에 유천하와 이하린에 대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건 분명 그녀였고, 남은 두 사람도 유망주였던 만큼 그 아이들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지난 주중에 대련까지 해봄으로써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일단 그 3명만으로도 황혼급 마수나 어지간한 타천자까진 문제없을 겁니다. 굳이 말하자면 멸화급 마수나 멸화급 주교 오스벨런이 문제이지만······ 확률은 미미하지요.]
[확률은 들어맞는 순간 의미가 없어져.]
[예. 선배 말대로예요. 하지만 그건 다른 집행자들이나 공략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저 또한 예외는 아니고요.]
티르유로서는 이건 단순히 핑계를 대기 위한 게 아니라, 분명 객관적으로 저 자신과 아이들의 실력을 판단하고선 하는 말이었다.
이하린과 아이들의 실력은 황혼급 까지의 레벨이라면 문제가 없을 터였고, 반대로 그 이상의 레벨이라면 자신이라 해도 크게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최소한 하이랭커나 승천자가 끼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물론 티르유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상위권 랭커로만 팀이 구성된다면 또 모르겠으나, 실질적인 인력의 한계를 생각해보자면 그렇게까지 공략자들에게 여유가 있진 않았다.
그러니-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일 뿐.
[애초에 만약의 만약을 고려하기엔, 저번 대 회의에서 결정이 되었듯이 추가로 인력을 빼기는 힘듭니다. 침식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중이고, 유의미한 전력의 숫자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래서 유의미한 전력이라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조합이라면 상위권 랭킹에는 못 미쳐도, 일반적인 등천자의 효율은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건 단순히 지레짐작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티르유는 그 말과 함께 각각의 문서들을 띄어 올렸고, 라피냐와 루타텔은 제각기 그걸 연동해 받아들였다.
그러자 떠오르는 아이들의 세부사항.
[······이건?]
그곳에는 세 아이의 특성과 실력에 대한 평가가 기록되어 있었고, 다시 그와 함께 떠오른 문서에는 유천하와 진시우에 관한 정보까지 같이 떠올라 연결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하린이 제게 찾아왔을 때부터 여러 방안을 고려 두었던 티르유는 그에 제 생각을 덧붙여서 설명을 해주었고 말이다.
[아슬아슬한 부분도 많지만, 각자가 하나씩은 어지간한 등천자보단 특출난 장점을 갖고 있고, 이 세 사람의 조합만으로도 동일한 조건에서라면 분명 다른 사람들의 팀과 비슷한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저 두 사람이 붙으면요?]
[기본에 정해진 대로 5인 편제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분명 여러 한 부분에서 특수한 별동대로까지 운영이 가능해지겠지요.]
[생도들만으로 그게······ 아.]
라피냐는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어보려 하였으나, 이내 유심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티르유도 1급 비취 인가증을 갖고 있는 이었으니 진시우의 비밀을 알고 있을 터였고, 다시 유천하의 후원자인 데다가 그녀 또한 유천하와 같이 토벌에 나섰던 적이 있는 만큼 그 실력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었을 뿐.
애초에 그녀 또한 유천하와 진시우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에 조금 거리낄지언정 그들을 합류시켰던 거 아니던가?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관심이 덜하기도 했고, 아직은 생도라 여겨 신경 쓰지 않았던 건데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나쁘지는 않은 구성이었다.
라피냐는 천천히 생각을 읊조려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아리엘··· 이 아이, 승천제의 영상을 봤을 땐, 멸화급을 떨어트렸던 건 분명 조건이 겹쳐진 결과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상당히 쓸만했어요.]
[언령의 힘이 상당히 강하더군요. 저도 언령 자체를 무시할 순 없었으니, 분명 누가 되었든 최소한의 딜레이는 발생할 겁니다.]
[근데, 그건 정말 짧은 시간일 텐데요?]
티르유가 한 손으로 누군가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 애- 유천하와 팀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아리엘의 특성은 어느 방면에서든 쓸만하겠지만, 유천하 이 아이 만큼 그걸 효율적으로 쓸 사람은 없으니까요.]
[확실히··· 비대칭 전력이긴 하지요.]
[예. 최소한 대인전에 한해선 실력도 특성도, 승천자 분들을 제외하고선 찰나의 시간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공격수입니다.]
그리고- 티르유는 다시 손을 옮겨보았다.
[유천하의 취약점은 무인의 특성상 마력 보유량 자체에서 나타나는 화력 차이인데, 그건 이 아이, 진시우가 해결할 수 있지요.]
[항상 아리엘을 제치고 1위를 하던 아이로군. 특성이··· 아니, 가호가 특이한 건가?]
아리엘의 칭찬이 들려오자 미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루타텔의 표정이 차분해진다.
[가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상한 능력을 더 갖고 있긴 해요. 그 아이는.]
[예. 리스크는 있어 보이지만, 아마 단순한 화력만으로 보자면 어지간한 상위권 랭커보다는 뛰어날 거라는 계산이 나오더군요.]
진시우의 문서에는 그가 이제껏 측정했던 시험들에 관한 결과와 그에 대한 분석값이 적혀져 있었는데, 그 중간중간에 나와 있는 화력값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루타텔의 눈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들어왔으니, 그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기에 그 부분에 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리스크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예. 주변에 있으면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범위 내에서 알아서 회피가 가능할 테고, 아리엘은 다른 아이들이 신경 써주면 됩니다.]
[다른 아이들이요?]
라피냐가 덧붙였고, 티르유는 대답했다.
[남궁설아, 이 아이의 순간 속도는 그 유천하보다도 빠르니까요. 사실상 또래에 유천하 같은 이레귤러가 있어서 그렇지, 직접 제대로 확인해보니 이 아이도 어지간한 공략대에서 활약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이 조합에선 보조가 좋겠군.]
[예. 메인 공격수는 대인전이든 마수전이든 있으니, 속도를 살리는 방향이 되겠지요.]
라피냐와 루타텔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물론 두 사람의 입장에선, 개개인이라면 사실상 유천하를 제외하곤 큰 의미가 없다 느껴지는 수준이었으나- 확실히 상황에 따라서는 꽤 효율이 좋아 보이는 조합이었다.
각각의 장점을 살려 다른 팀에 넣어도 되기야 하겠지만, 반대로 취약한 부분 또한 갖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팀을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장점을 살리긴 힘들 수도 있을 터.
그런 의미에서 같은 생도로만 구성했다기엔 생각보다도 상성이 좋은 구성이긴 했다.
[하린이의 경우는··· 사실 볼 때마다 실력이 달라져서 정확하게 감이 안 잡히지만, 우선 전체적으로 밸런스 자체가 좋았습니다.]
[아. 맞아요. 나쁘지는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방어에 더 능한 느낌이 있어서, 서포터 전담 지킴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아리엘 전담이라, 괜찮겠군.]
사실 티르유가 생각하기에 이하린의 가장 큰 장점은 그게 아닌 그 사기적인 정보탐색의 가호였으나, 그건 비밀로 하고 있는 편이기에 그녀는 따로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또한 어느 정도 납득을 하고 넘어간 모양이었고 말이다.
물론 라피냐는 낮에 있었던 마수 생포 작전에서 아리엘을 지켜내던 이하린이 보여준 수를 나름대로 감명 깊게 보았기에, 루타텔로서는 근접에 취약한 아리엘이 걱정되었기에 사적인 느낌으로 넘어간 것이긴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째 그들 또한 티르유의 말에 점점 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냥 다짜고짜 아이들의 응석을 받아줬다고 생각했건만, 확실히 티르유는 공략자였고,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것은 아니었던 모양.
라피냐는 차분히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음··· 유천하 그 아이는 탐지도 되고, 심문도 되고, 추적도 꽤 하는 것 같은데, 대신 화력전이나 이능전에선 취약해지는걸···.]
[아리엘이나 진시우가 받쳐주고, 그 두 사람에 대한 리스크를 다시 다른 둘이 받쳐준다라··· 나쁘지는 않은데 이래서야 마치···.]
[예. 사실상 어지간해서는 유천하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게 판을 만든 조합이지요.]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다른 아이들의 입장에선 어찌 들릴지 모르는 말이었으나, 라피냐의 입장에선 솔직히 말해서 무척 흥미로운 방안이었다.
이러한 종류의 팀 구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고, 실질적으로 그 정체 모를 천재 꼬맹이를 가장 알맞게 써먹으려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지는 그녀 또한 고민하던 바였으니 말이다.
하물며 루타텔과 티르유는 진시우의 마력을 제대로 모를 테지만, 진시우가 붙고 그 아이가 진심으로 활약한다면 사실상 다수의 수호자급 무리라도 상대가 가능한 팀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조건이 필요하겠으나, 이 구성이면 생각보다 문제가 없어 보였을 뿐.
게다가- 원래부터 아리엘을 말릴 자신이 없었던 루타텔로서도 나름대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어때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음··· 잠시만요. 생각 좀 해볼게요.]
라피냐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느끼는 양심과 집행기관 부단장의 입장에서 드는 욕심을 잠시 저울질해볼 수밖에 없었을 뿐.
하지만 이 신경 쓰이는 병아리들로 이루어진 조합은 분명 어지간한 집행자들로 이루어진 팀보다 좋은 효율을 보일 만한 구성이었고, 유천하의 실력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타천자 전담 토벌 팀으로 맡겨도 걱정이 안 되겠다 싶을 정도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었다.
물론 오늘 새롭게 추가된 변수도 있고, 그리 쉽게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유천하와 진시우의 조합에 아리엘이 서포트하고, 다른 아이들이 받쳐준다 생각하면······ 확실히 그냥 내버려두기엔 아까웠다.
하여, 라피냐는 여전히 담담한 티르유의 얼굴을 한 번, 미묘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루타텔의 얼굴을 화면 너머로 바라보았으니.
그리고는 이내.
[······팀 이름 좀 정해주실래요?]
그녀는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였다.
***
나는 잠시 감각을 점검해보았다.
“······.”
물론, 그건 다른 이유가 아닌, 지금 귓가에 들려온 소리가 다소 이해가 안 갔기에 그런 것이었으니- 나는 아무리 감각을 가다듬어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제대로 들었다는 판단만이 들었기에 이내 입을 열어보았다.
그러니까.
“뭔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헛소리라니요···? 꾸러기 수비대랑 떡잎 방범대. 둘 중 하나만 골라보라는 거예요.”
“······.”
난데없이 회의하러 간다고 해놓고 휙- 사라져서는, 갑자기 돌아와서는 저런 말을 해오는 라피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