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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 빙의를 숨김-194화 (194/205)

이면순례자 (4)

사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야기였다.

내게는 만상의 눈이 존재했고, 비록 사용하기는 조금 까다로울지언정 이 시야는 그 거창해 보이는 명칭만큼이나 뛰어난 권능을 갖추고 있었다. 하니, 차원 단면 너머의 마인을 꿰뚫어 보는 것 또한 어렵진 않았을 뿐.

하물며 기척을 숨긴 채 접근하는 것도, 상대가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제압해내는 것도, 내게는 분명 익숙한 일이었고 말이다.

그런 만큼- 가능성은 분명히 엿보였다.

“음··· 일단 협조를 해드리긴 하는데, 말씀하셨던 제안이 어떻게 들리는진 아시나요?”

그저, 주의해야 할 점도 많았을 뿐이지.

“예. 그러니 일단 확인만 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상대의 능력이 능력인 만큼,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보자면 처음부터 여러 가능성을 대비해두는 게 좋을 테니 말입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예. 그렇네요.”

“그래도 바로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여 나는 라피냐에게 어떠한 제안을 건네었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요청했던 자료가 도착하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물론- 단순히 저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만상의 눈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어지간해선 숨기려고 하는 편이었고, 차원 단면의 너머, 적의 이능까지 꿰뚫고 파악해내는 특성을 보여준다면 분명 라피냐와 집행기관은 큰 관심을 보일 게 분명했다.

단순히 마력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것과 물질적인 시야 너머를 꿰뚫어 보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

하니- 내 능력을 전부 온전하게 드러낼 생각이 아니라면야 나로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었고, 나는 조금 더 여러 관점에서 가능성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또한.

차원 단면 너머에 본체를 숨기고 있다는 그 마인이, 황혼급 주교라는 녀석의 시야와 감각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부분이었으니- 무작정 시도하기에는 조심할 점도 충분히 많았고 말이다.

‘상대의 역량을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애초에 다짜고짜 마인을 찾아 접근하기에는 내 얼굴도 꽤나 알려진 편이지 않은가?

하물며 시야의 사각을 이용하고, 은신하는 것도 결국은 상대의 시야- 즉 상대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가정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그전에 마인에게 먼저 발각당할 가능성도 고려해야만 했을 뿐.

아무리 기척을 죽이더라도 결국 시야에 직접 목격당한다면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결국 기껏 얻어낸 정보는 무용지물이 될 터였고, 우리는 새로운 꼬리를 발견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게 분명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은 인지 왜곡과도 같은 이능이나, 하다못해 만약을 대비해서 인피면구를··· 아니, 여기서는 실리콘 모형 정도로만 얼굴을 위장해도 어찌 속일 수 있을 것 같긴 했으나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는 부분.

기세를 죽이더라도 기본적으로 내 육신에 내재된 기운을 바깥으로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감각이면 모를까 탐지계열의 아티팩트나 이능이 있다면 소용이 없었다.

당장 내 눈 또한 그러한 부류였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확률이 유리해 보일지언정, 단순히 실력과 이능만을 자신해 무작정 시도하기에는 무모해 보이는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서야 암습이 아니라 도박이지.’

애초에 암살이란 결국 상대를 죽여야 암살이었고, 불확실한 요소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그저 도박이었을 뿐.

물론 암살이 아닌 제압을 해야 하는 상대였지만, 상대의 능력이 그러한 부류인 만큼, 이쪽에서도 불확실한 변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연의 영역을 모두 지워나가야만 했다.

이건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지난번의 기습처럼 단순히 마인을 발견하고, 다시 쫓아가 살해하면 그만인 문제라면 솔직히 말해서 귀찮을지언정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어찌어찌 해결될 것 같긴 했다만, 이번 목표는 능력의 범주가 달랐고, 공간계 이능이란 분명 조심해야 할만한 요소였다.

하물며 지금은 무작정 시도해야 할 정도로 조건이 열악하진 않았고, 나는 지금 정식으로 집행기관과 일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러니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겠지- 이건 분명 그러한 생각에서 나온 발로였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뿐만이 아니라, 각 기관에 구금되어 있는 마인 리스트까지 공유해달라니···. 보여준 게 있으니 들어줬지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듣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해합니다. 그래도 제가 찾는 종류의 마인이 있기만 하다면야, 분명히 이번 계획에서도 꽤 여러모로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음···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는 건가요?”

물론 라피냐의 입장에서는 내 제안이 상당히 미심쩍게 들렸던 것 같았지만 말이다.

“말씀드렸듯, 마공의 종류와 경지의 수위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조건이 있습니다.”

“금제라는 게······ 참··· 신기하네요.”

“이래 봬도 오랜 세월 동안 연구된 기술이니까요. 조건이 다소 까다로울 뿐입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준비는 철저할수록 좋았고, 내가 예상한 대로라면 분명 좋은 미끼를 하나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중에 미끼로 쓸만한 놈이 하나쯤은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그러면- 조금 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터.

“게다가 지금은 이게 최선인 것 같군요.”

사실 아리엘 같은 서포터가 있다면야 마인이 먼저 우리를 발견하고 도주한다 한들, 능력의 연계를 통해 현실로 패대기쳐서 비교적 손쉽게 녀석을 생포할 수 있겠지만, 그건 전에도 말했듯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막상 부른다면 신나서 달려오긴 하겠으나, 현장과 체험의 레벨은 분명히 달랐고, 약간의 편의를 위해 그 애를 본격적인 현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미끼로 쓸 마인 하나만 마련돼도, 분명 작전의 난이도가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죽어도 무방한, 말 잘 듣는 미끼였을 뿐.

타천자와 접촉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마인. 또한 다치든 죽든 상관이 없는, 정말 미끼의 역할만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제대로 수행해줄 수 있는 녀석이 필요했다.

그것만으로도 작전의 성공률은 확연히 달라질 터였고, 변수를 줄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므로 처음 라피냐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 본 뒤, 승천제를 지나면서부터 머릿속에서 염두에 두었던 누군가의 행방이 떠올랐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인들의 리스트를 요구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녀석이, 정말 죽어서 사라진 거라면 리스트의 마인들 중에서 적당한 마공을 익힌 놈을 하나 찾아다가 새로 금제를 걸어버리면 그만이었고, 만약 정말 내 생각대로 정규 기관에 붙잡힌 것이라면-

“아, 드디어 도착했네요. 일단 연맹 산하 기관에 잡혀있는 놈들이라면 종류와는 상관없이 전부 이 리스트에 적혀있을 거예요.”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애초에 그러려고 요청한 거면서요 뭘.”

-분명 앞으로의 작전에서 쓸만한 도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라피냐의 손짓을 따라 변화하는 모니터의 화면을 바라보았고, 쫘르륵 펼쳐지는 수많은 글자를 바라보며 빠르게 내가 원하는 단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딸칵- 그리고 그 결과.

“음? 뭐예요. 벌써 찾은 건가요?”

“···예. 딱 맞는 녀석이 있군요.”

나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오란 쟈오 - 블랙리스트 No. 03615]

-소속 : 前 적원회 / 現 적월당

-능력 : 신체재생 / 역혈마공

-특이사항 : 적원회 탈주 / 자유용병 / 정보객원 / 살인·살인교사 31건 / 테러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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