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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 빙의를 숨김-145화 (145/205)

공략의 의미 (2)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흐름이 갈라지고, 다시 갈라진 줄기마저 흩날린다. 흉포한 악의를 머금은 채 쏘아진 마력의 포화는 칠흑의 반월에 맞닿은 즉시 그대로 격류를 토해내며 반으로 찢겨나갔다.

카가가가각-!!! 콰아아앙-!!

물론 그곳에 집속되어있던 마력의 양이 양이었던 만큼 찢겨나간 마력은 그대로 빗줄기가 되어 3학구에 잿빛의 비를 뿌려댔지만, 그 결과를 불쾌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짜릿한 전율 속에 일제히 환호를 터트렸을 뿐.

-됐다···!! 막았어!! 대체 뭔데 시발!!”

-미친! 좋았어! 저 미친놈!! 저걸···! 하!

-아니···! 어딜 갔다 이제 온건데 쟤는!!

그렇게 3학구 곳곳에서 거친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던 만큼 두서없이 쏟아져 나온 목소리 속에는 흥분과 욕설마저 뒤섞여있었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기쁨과 안도하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생도들은 그저 포화를 막아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지 막아내기 싫었던 게 아니었다. 게다가 만약 저게 그대로 1학구를 강타했다면, 그리고 또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던 곳을 강타했다면 어떻게 됐을지야 안 봐도 뻔한 일이었으니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물론.

그건 지상에서 이를 악문 채 올려다 보고 있던 진시우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

진시우는 거친 하울링을 토해내며 울부짖는 마수의 동체를, 그리고 다시 그 앞에서 잿빛의 포화를 베어가르며 마수를 향해 나아가는 유천하의 신형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입가를 비틀곤 작게 헛웃음을 터트려보았다.

정말이지 타이밍 한번 거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등장 한번 요란하기는.”

키이잉-! 진시우의 내면, 그 영혼 깊숙한 곳에서 드디어 다섯 번째의 원이 그려졌고, 증폭된 영혼의 파문은 그의 특성 <광희의 세례>와 만나 마력의 격류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폭증하는 마력의 격류 속에 미처 제어해내지 못한 마력이 사방을 휩쓸며 휘몰아쳤지만, 지금만큼은 아무런 상관없었다.

콰과과과과과과-!!!

붉은 눈동자 속에 서리는 백색의 귀화.

그의 영혼에 새겨져 가는 일념의 원형.

그리고- 그 순간.

--------------------------------------------------!!!

콰아아아앙-!! 지상에서부터 솟구친 빛이 수백 미터의 거리를 격하고 하늘로 뻗어졌고, 한 줄기 빛으로 시작된 수십 다발의 백색의 포화가 순식간에 그림자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유천하를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던 마수의 머리를 두들기고, 허공을 헤엄치는 지느러미를 후려치며, 마력을 토해내면서.

그러자 마수의 입에서 다시 또 분노어린 포효가 터져 나왔지만 진시우는 그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빛의 포화를 쏘아 올렸고, 난데없이 시작된 지원사격에 하늘을 내달리던 유천하 또한 잠시 멈춰 선 채 지상을, 아니 정확히는 그 공격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허공에서 교차하는 서로의 시선.

“······.”

“······.”

비록 수백, 아니 정확히는 킬로미터 단위의 거리가 그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할 수 있었고, 그 순간 진시우의 시야엔 무기질적인 유천하의 눈빛이, 유천하의 시야엔 창백한 낯으로 미간을 찌푸리는 진시우의 모습이 담겨졌다.

그건 분명 마수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마수를 향해 공격을 쏟아내면서 마주친 시선이었지만 그들은 그 잠깐 사이에 빠르게 생각을 회전시켰고, 다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마치 계속해보라는 듯이- 그렇게 저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유천하의 모습에 진시우는 다시 한번 더 헛웃음을 토해냈을 뿐.

“······재수 없기는.”

하지만 그는 입으로는 그리 비아냥거리면서도 손으론 계속해서 마력을 쏘아냈고, 다시금 허공에서 흑색의 궤적을 새겨내기 시작한 유천하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그의 교전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속으로 안도했다.

‘이러면······ 일단은 보류해도 되겠어.’

지금 자신의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최악의 상황이 오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고민할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는 사실에.

바로-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마음속에선 저울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니, 그러한 양자택일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했던 진시우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다행으로 느껴졌을 따름이었다.

애초에 진시우는 멸화급의 역류를 목도한 순간부터 계속해서 고민에 휩싸인 상태였다.

난데없이 터져 나온 멸화급의 역류는 그에게도 의아함을 선사해주었지만, 진시우는 세계에 불가능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생각하며 살아왔고,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나버린 이상 그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오직 저 좆같은 괴물을 어떻게 죽일지.

과연 어떻게 해야만 피해가 줄어들지.

그에게 중요한 건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진시우는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는 멸화급 마수를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증원을 기다리며 저걸 내버려 두기엔 멸화급 마수가 어떤 짓을 벌일 수 있는지 그는 이미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진시우는 계속해서 고민해볼 수밖에 없었다.

단 30분- 저 괴물이 수만 명의 생명을 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게 전부였다.

그러니 어찌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진시우에겐 분명히 두 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했다. 당장에라도 일념혼을 전력으로 개방해 저 마수를 3학구와 함께 불태우는 것과 생도들을 믿고 간만 보다가 아까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상황을 지켜보게 되는 것.

차라리 이곳에 아무도 없었더라면.

생도들이 3학구로 오지 않았더라면.

등천회랑에 시민들이 없었더라면.

그랬다면 진시우는 뒷일 따윈 생각지도 않고 이곳과 함께 마수를 향해 마력의 포화를 쏟아내었을 것이다. 전생 동안 쌓여온 인과의 업을 제 육체가 감당해내지 못해 죽는다 하더라도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게 아니었고, 그의 영혼이 쌓아온 인과는 그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스스로의 제어를 벗어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므로 기껏해야 여명급이나 하위권 타천자 정도가 상대라면 어느 정도 마력을 조절해낼 수 있겠지만, 저런 괴물 같은 규격의 마수를 상대로는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피해를 주는 게 불가능했으니- 그걸 위해선 어린 시절의 과오를 되풀이해야만 했을 뿐.

그러니 진시우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했다.

만약 멸화급 마수가 생도들을 무시하고 등천도시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면 그는 수백 명의 생도가 휘말리더라도 다른 수천, 아니 수만 명의 목숨을 생각해서라도 제 목숨을 불태워 십륜을 개방해야만 할 테니까.

하지만 이성은 그걸 긍정하고 있음에도, 정작 조금 전의 그는 그걸 선택할 수 없었다.

당장 다섯개의 원만으로는 마수의 포화를 막아낼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그 이상을 개방해내기엔 혹시라도 제어에 실패해 그대로 다른 사람들까지 죽이게 될까 봐. 혹시라도 그리 될까 봐 그는 얼어붙고야 말았다.

“······.”

그렇기에 진시우는 유천하의 등장에 안도했고, 다시 당장은 그런 선택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다시 안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유천하가 저 위에서 직접 시선을 끌고, 자신이 보조한다면 아까처럼 마수가 다른 곳을 노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덕분에 다시금 고민할 시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동시에 미약하지만 변수 또한 늘어났다.

‘토벌이 가능한가···? 아니, 무리인가···?’

아무리 유천하의 기량이 대인전에 더 기울어져 있다 한들, 그는 분명 멸화급 마수의 심장 또한 충분히 베어낼 수 있는 칼이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선 전제되어야만 하는 조건이 몇 가지 더 필요했고, 이런 상황에서 그러한 조건을 달성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만약 유천하의 마력과 체력이 다하기 전까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승천자의 증원이 오지 않는다면 진시우 자신은 다시금 마음속에서 저울을 기울여야만 하게 될 터.

그렇게 진시우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다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었기에 일단 미약한 가능성을 믿고 계속해서 빛을 쏘아냈다.

고작 오륜으로는 의미가 없겠지만, 적어도 유천하의 체력소모라도 줄여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

“······?”

후웅-!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력의 결집에, 그러니까 지상을 향해 낙하하던 아리엘이 쏘아낸 마력에 잠시 손을 멈칫했다.

오직 유천하에게만 신경을 기울이고 있던 터라 아리엘에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던 그는 저를 향해 날아오는 마력, 아니 정확히는 빛으로 이루어진 형상을 발견하고는 그 상황에 순간 의아함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펑-!! 그 앞에서 터져나간 마력은 다채로운 빛을 자아내며 어떠한 내용을 허공에 써내려가기 시작했으니, 그 빛의 문자가 담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게 된 진시우로서는 순간적으로 멍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처럼 느껴졌지만, 다시금 그 내용을 되새겨보니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는 사실에 얼떨떨한 충격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제정신인가?”

그 입에서 흘러나온 말과는 별개로, 이 순간 그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만이 떠올랐다.

***

하늘에서 뛰어내렸던 아리엘은 두둥실 거리는 상태에서, 지상으로 도달하기 전까지 몇몇 사람에게 마력의 문자를 쏘아 보냈다. 물론 유천하면 모를까 다른 이들은 평범한 마력만 보내선 읽기 힘들어할 테니, 일부로 알록달록한 빛까지 곁들여 가면서 말이다.

당연히 밑준비를 해놔야 하는 건 그녀겠지만 클리어해야 할 조건이 많은 만큼, 공략을 위해선 필요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탁- 아리엘이 유천하의 등 뒤에서 파악해두었던 위치, 그러니까 제 친구들과 이하린이 자리하고 있던 곳에 발을 내디딘 순간.

바로 그 순간.

“아리엘 씨···!!”

“하린이 안녕?”

아리엘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저를 향해 와락 달려드는 이하린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상황도 잊고선 잠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 걱정하고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제 예상과 똑같은 반응을 보여주니 그게 참 귀엽고도 고마웠던 탓이었다.

“괜, 괜찮으세요? 다친 데, 다친 데는 없으신 거에요? 아까, 아까··· 못 지켜드려서···”

“진정해 진정해. 자자. 괜찮으니까. 뚝!”

“천하 씨, 천하 씨도 지금 괜찮으신 거죠?”

“응. 안 괜찮으면 저기서 저러고 있겠어? 나도 천하도 다 멀쩡하구,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아리엘은 제 품에 안긴 이하린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여주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시선을 보내오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대규모 의식을 준비하며 마력을 제어해내고 있던 티나 아라하를.

“그것보다······ 역시 예상대로 이 상황에선 동조를 준비하고 있구나? 다행이야 정말.”

“······다짜고짜 나타선 뭐라는 걸까 얘는? 나 지금 집중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빨리 어떻게 된 건지 설명부터 좀 해봐.”

“대체··· 아리 너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우리가 하린이한테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런데 네가 왜 저기서 나와?”

그러자 당연스럽게도 갑작스러운 아리엘의 등장에 그녀의 친구들은 일제히 마법을 준비하면서도 한명씩 말을 쏘아내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도 담담히 대답했다.

“응응. 잠깐만. 우선 뭐 좀 확인해보고.”

그렇게 아리엘은 대답과 함께 이하린을 잠시 떼어두고는 자연스레 다시 그녀의 손에 검을 쥐여주었고, 그리고는 그대로 무릎을 굽히더니 바닥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었다.

땅에 맞닿은 작은 손- 그와 동시에.

“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지면을 타고 내달리는 마력의 파문!

우우웅-!! 그렇게 아리엘의 손에서 시작된 마력이 그대로 대지에 스며들어 퍼져나갔고, 사전에 봐두었던 위치와 지금의 위치.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마력의 흐름을 간파해낸 뒤에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리야···? 설명 좀 해줄래?”

“잠깐만 기다려보라니까 그러네?”

그리고는- 들려온 물음에 가볍게 대꾸해준 뒤 이번엔 저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녀들. 그러니까 제 친구들이 준비 중인 마법의 구조를 빠르게 해석해보았다.

‘우선은 의식 동화부터··· 일체화를 위해서 중간 술식을 끼워 넣었고, 거기서 다시······.’

‘모아놓은 마력의 양은······ 음 이건 생각보단 적네. 하긴···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거기에 마력 방벽값이 3만 AC이고······’

순식간에 머릿속에 짜맞춰지는 정보들.

아리엘은 이면 세계에서 관찰했던 내용과 지금 파악해낸 조건. 거기에 더해 공략에 필요한 요소들을 빠르게 계산해보면서 뼈대를 잡아놨던 계획에 살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저 살아 움직이는 재앙을 잡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저 괴물 같은 물고기를 과연 어떻게 해야 땅에 떨어트릴 수 있을지를.

그리고 그렇게.

“······됐다.”

아리엘은 끝내 희망의 값을 도출해내었다.

그에게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걸 위해 필요한 마력의 값이 얼마인지, 마지막으로 그걸 어떻게 보충해내야 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뭐가 된 건지, 뭐 하는 건지, 어쩌다가 휘말려서, 어쩌다가 쩌어기 하늘에서 툭 튀어나와선 그렇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줄래?”

당연히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난데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아리엘의 태도에 다른 아이들로서는 그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 반응에 아리엘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응? 아. 어떻게 된 거기는··· 바보처럼 굴다가 마인의 발버둥에 휘말려버린 거지 뭐.”

“하린이한테 얼추 듣긴 했는데··· 그니까 균열에 휘말리고 나서 어떻게 된 거였는데?”

“나오는 거 봤으면 대충 짐작 가지 않아?”

그리고는 이내- 그렇게 아리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을 돌려주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고, 그런 그녀의 태도에 티나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을 따름이었다.

난데없이 제 친구가 하이랭커급의 타천자와 싸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놀랐지만, 그러다 마지막에 이상한 공격에 휘말려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아니, 놀랐던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눈을 글썽거리며 말해주던 이하린도, 자신과 같이 수호자급 마수를 토벌하고 멸화급 마수의 준동에 대비 중이던 다른 친구들 또한 모두 그 이야기에 충격을 금치 못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야기의 당사자는 저 괴물 같은 마수의 코앞에서 튀어나오더니, 그녀를 걱정하던 자신들에게 저런 태도나 내비치고 있었으니 이걸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하지만 우선은 걱정되기도 했고,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티나는 다시금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꾹 참아 본 뒤, 담담히 대답했다.

“······이면 세계였던 거야? 공간의 틈새라도 들어갔다 나왔어? 다친 곳은 없는 거고?”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 또한 담담했을 뿐.

“응. 공간의 틈새···? 비슷한 이상한 곳이긴 했는데 문제없었어. 알잖아? 나 똑똑한 거.”

“······.”

정확히 말하자면 그 내부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탈출 또한 유천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뭐 그런 게 중요하겠는가?

그렇기에 아리엘은 저를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장난스레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티나는 물론, 그녀들은 일제히 인상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저마다 한마디씩 아리엘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 헛똑똑이야! 잘했다 아주!”

“얘가 사람 걱정시켜놓고. 뭐라는 거야?”

“진짜··· 우리가 얼마나 널 애지중지 키워놨는데 남자한테 정신이 팔려서 응? 응?”

“저저. 유천하가 그렇게 중요했어? 아주 몸을 날렸다며? 네가 얼마나 튼튼하다고!”

“그렇게 똑똑한 애가 참 잘도 그랬지 응?”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잠자코 웃어넘기려고 했던 아리엘은 제 생각과는 다소 다른 힐난에 황급히 다시 입을 열어보았다.

“뭐, 뭐라는 거야 도대체? 아니,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그건 그냥 어쩌다가······”

“어쩌다가는 무슨. 그게 어쩌다로 될 일이야?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아리 이 멍청아!”

“애가 어쩌다가 이렇게 바보가 됐을까···.”

“······아니, 진짜 그런 거 아닌 데에······.”

그렇게 쏟아지는 잔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 아리엘은 잠시 두 눈을 깜박거리곤 도와달라는 듯 옆에 있던 이하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순간.

“······.”

“······.”

아리엘은 이하린이 손에 검을 쥐여준 시점부터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고, 이렇게 주변이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이하린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건 마수가 아니라, 마수와 싸우고 있는 유천하였을 따름.

“······.”

아무래도 아리엘 자신의 무사는 직접 눈으로 확인했지만, 유천하는 지금도 계속 마수와 싸우고 있자니 걱정되는 게 아니었을까? 그녀는 이하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검을 굳에 움켜쥐고 있는 이하린의 손과 표정을 바라본 아리엘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잔소리들을 빠르게 털어내었고, 그리고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선 입을 열어보았다.

“······자자. 알았으니까.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지금은 그런 얘기 할떄가 아니잖아? 우선은 저것부터 어떻게 할지 얘기해보자고.”

그리고 물론.

“······저것부터?”

“어떻게 할지?”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뉘앙스에 그녀를 노려보고 있던 아이들도,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이하린도 순간 의아한 기색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리엘은 그 시선을 마주하며 빠르게 자신이 파악한 바를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이면 세계에서 탈출할때 파악한 바로는 저 녀석의 표층마력량의 수치는 38,321 AC. 심층마력값은 121,817 AC 였어. 오차율은 0.5% 정도? 그래도 얼추 맞긴 할거야.”

“······12만? 표층이 3만? 미쳤네 진짜.”

“그쯤이라 싶긴했는데 12만이었다고···?”

“그 정도면 마력 방벽의 값은······ 하.”

그러자 막연히 짐작만 해보다가 실질적인 수치를 듣게 된 아이들은 저마다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지만 아리엘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수치지. 그러니까 저걸 공략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아.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아서 빨리빨리 움직여야 해.”

“빨리빨리···? 저걸 공략한다고 어떡해?”

“무슨 소리야? 그럼 공략해야지 당연히.”

애초에 그녀들이 생각한 계획은, 그리고 대부분의 생도들이 상정한 계획은 그저 최대한 멸화급 마수가 3학구를 벗어나지 못하게 시선을 끌면서 죽지않고 버텨내는 것이었다.

저걸 공략하기에는 얼핏 봐도 느껴지는 마력의 양과 하늘을 유영하는 거대한 체구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능해. 가능성이··· 높다고는 말 못 하겠고 위험하기는 하지만. 방법은 충분히 있어.”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어떡해?”

“녀석을 떨어트리고, 마력방벽을 부셔서 재생을 막고, 그대로 심장에 칼을 꽂아서.”

이 순간- 아리엘은 난데없이 나타나선, 난데없이 그게 가능하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떨어트리기 위해선 먼저 마력 방벽을 부셔야 하고, 마력 값을 생각하면 방벽을 부시기 위해서는 다시 생도들이 적어도 수백 명은 한곳에 모여서 마수를 두들겨야 할 거야. 그러니 원래라면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생각해보니까 편법이 생각나는 거 있지?”

“순서를 뒤집으면 방법은 분명히 있어.”

“떨어트리는 건 내가. 하지만 당연히 나 혼자서는 못해. 너희가 도와줘야 하고, 다른 과정에선 진시우도, 이솔라도, 다른 애들도 필요해. 우리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아리엘의 말이 빠르게 이어졌을 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티나는 조용히 되물었다. 저 말에선 근원석을 파악하고, 녀석의 재생력을 가로질러서 그걸 깨부수는 과정이 생략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기회를? 도대체 누구한테···?”

애초에 그 조건도 같이 해결되지 않으면 생도들이 기회를 만들어봤자 결국에는 소용이 없었고, 그렇다면 아리엘의 말은 그 누군가가 그걸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말. 하지만 티나는 물어보면서도 그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그라도 가능할까 싶었지만, 머릿속에는 한사람만이 떠올랐으니까.

그리고 물론- 그 물음에 아리엘은 대답했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유천하.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지만, 실력도 다른 요소도, 천하는 기회만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근원석을 찾아서 부술 수 있어.”

그렇게 아이들이 아리엘이 했던 말을 되짚어보면서 빠르게 가능성을 점쳐보고, 다시 이하린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법과 일치하는 그녀의 계획에 구체적인 요소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 순간 다시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회를 만들 수 있어.”

그러니까- 아리엘은 그 말과 함께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하늘 위에서 마수의 시선을 끌기 위해 흑색의 궤적을 그어내는 유천하의 모습을. 그 눈에 담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시작하자. 공략.”

이 순간- 아리엘은 공략을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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