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이 빙의를 숨김-132화 (132/205)

거울의 양면 (4)

세차게 떨리기 시작한 하오란의 동공.

녀석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순간적으로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리고는 이내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 듯 뭐라 입을 뻐금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하지만 그 순간.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아?”

서걱-!! 하오란의 입에서 다소 벙찐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다시 한번 더 묵빛의 검광이 번뜩였고, 그 즉시 하오란의 한쪽 손- 그 손가락 한 개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크··· 큽······ 크아악!! 크···!”

쾅-!! 당연히 그 상황에 하오란의 입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소리가 제대로 새어 나오기도 전에 그의 얼굴은 다시 순식간에 바닥에 처박혔고 그를 내려다보며 유천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대답이 늦어지거나, 불필요한 말을 할 때마다 하나씩. 기회는 10번이면 충분하겠지.”

“······!!”

그 말에 하오란의 몸이 크게 떨려왔지만 유천하는 그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저 언제든지 놈을 죽일 수 있게 준비를 하였을 뿐.

물론 이 세계에 아무런 기반이 없던 유천하에게 하오란은 나름대로 쓸만한 녀석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구로서의 위치였다. 애초에 녀석이 했던 짓만 생각해봐도 하오란은 언제든지 죽여도 상관없는 존재였고, 그는 그저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그리고 마공을 익힌 범죄자일지언정 그림자에 침식된 마인은 아니었기에 그를 써먹은 것이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더 물어보마.”

그렇기에.

“왜 네 놈이 침식마인이 되어있는 거지?”

그런 녀석이 타천의 마인이 되어 그림자에 잡아 먹혀버렸다면 그 순간 도구의 쓰임새는 사라진 셈이었고, 그 죄질과 별개로 인간이라면 모를까 근본적인 본질이 그림자로 변해버린 순간부터 녀석은 신뢰를 상실하였다.

그 판단의 이유는 간단했는데- 아무리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고 자아가 존재한다 한들 침식마인의 본질은 그림자였고, 그런 녀석과 타협한다 한들 그건 결국 언젠가는 반드시 파탄이 날 관계에 불과했을 따름.

그것도 분명 상당히 거슬리는 순간에, 무척이나 짜증 나는 형태의 파탄이 될 터였고, 그러므로 유천하는 녀석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물론.

“대답이 느리군.”

“······!!”

서걱-!! 그건 남미에 가 있어야 할 녀석이 왜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왜 타천의 마인이 되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녀석들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듣고 난 뒤의 이야기였다.

“큽··· 크으윽!!”

그런데 유천하는 다시 들어 올려진 하오란의 얼굴을 보며 순간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

왜냐하면- 녀석의 표정이 이상했던 탓.

물론 지금 벌써 손가락이 3개나 잘려나간 만큼 녀석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하오란의 표정은 고통과 경악 속에서도 분명 의아하단 감정을 띠고 있었으니 그로서는 그런 하오란의 반응이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이내 의심으로 변질되었다.

“시발···! 뭐, 뭐야 저 새끼?!”

“어, 어떻게 벌써 우리를···!!”

숲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목소리.

그렇게 유천하가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입을 꾹 다문 채 끙끙거리는 하오란의 뒤통수를 즈려밟고 있자니, 이내 숲 너머에 있던 일련의 무리가 하오란의 비명을 들었는지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물론- 유천하는 이미 진작에 그 접근을 눈치채고 있었고, 오히려 녀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하오란의 비명을 새어 보낸 것이었다. 조금 전 만상의 눈으로 엿보았던 녀석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같이 몰려오든 도망가든 전부 쫒아가 죽일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유천하는 다시 만상의 눈을 전개해보았다.

‘수는 37명. 당연히 모두··· 침식마인.’

하오란과 동료로 추정되는 놈들인 만큼 당연히 일련의 무리는 모두 마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만상과 동화된 눈은 녀석들 내면에 자리한 잿빛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천하는 의아했다.

“야이 시발 새끼! 너 뭐 하는 놈이야!!”

“생도인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것보다 저 새낀 왜 저기 밑에 처박혀 있는 거야? 쟤 이름이 뭐였는지 아는 사람?”

무언가 이질적인 기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그는 분명 순간적으로 미묘한 불쾌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녀석들의 본질이 전부 잿빛의 그림자로 일렁거리고 있는 것도, 그런 놈들이 자신에게 살의를 발해오는 것도 모두 분명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당연한 광경이었음에도 말이다.

“조, 조심해! 이 새끼 실력이······ 크악!”

서걱-!! 그렇기에 유천하는 생각했다.

우선 겨우 한 달 만에 하오란이 타천의 마인이 된 것 정도는 그렇다고 치자. 제 이득을 위해 사람을 죽여온 놈이 침식에 굴복하는 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리고 침식마인이 된 녀석이 이곳에 온 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테러를 벌이기 위해 온 것이라 치자. 무언가 확실한 수단과 도주 방법을 마련했다면 극악의 확률을 뚫고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군. 너······ 나를 모르는 건가?”

“······큭! 시발 갑자기 나타나서 그 뭔···!”

서걱-!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었다. 유천하는 역시 그 사실을 정확히 인지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그저 놀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하오란 녀석은 아예 이 상황과 자신의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애초에 계약으로 묶인 관계였던 만큼 녀석이 돌아섰다면 태도가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적의를 내비치는 것이라면 모를까, 아예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당황하는 것이라면 조금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는 그것이 의아했다.

하물며- 분명 원래대로라면 하오란에겐 그가 가해놓은 금제가 남아 있어야 했을 터.

그런 만큼 침식마인이 되어 금제를 풀어냈다 하더라도 그 흔적과 기억만큼은 녀석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있을 테니 지금 하오란이 보여주는 반응이 의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추측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의태, 아니 변신이나 위장··· 특성인가.’

바로 다른 누군가가 하오란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는 것- 지금 유천하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등천회랑의 테러를 시도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인물로 위장할 이유는 없었고, 하오란 수준의 마인에겐 이름값이라 할 것도 없었으니 잠입이든, 경각심이든 어느 쪽이든 굳이 이따위 녀석으로 위장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실제로 유천하는 지금 만상의 눈을 여러 시야로 돌려보면서 하오란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역시 그의 눈에 비치는 건 하오란의 형상을 한 잿빛의 그림자였을 따름.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니 아무래도 그쪽이 더 말이 안 되었다.

지금 하오란, 아니 하오란으로 추정되는 녀석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는 정말로 자신을 모른다는 느낌이었고, 그렇다면 만약 이 녀석이 정말 하오란 본인이 맞다면 누군가 기억이라도 초기화시켰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어느 쪽이든 합리적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녀석한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세뇌할 이유 따윈 없었고, 이런 조무래기한테 그런 수고를 들일만 한 목적과 역량을 갖춘 마인들의 집단도 그가 알기로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만약- 가능성이 있다면 그림자 교단 정도.

하지만 원작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묘사되었던 만큼 그들의 분위기 정도는 그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고, 그곳에 속한 마인이라면 지금 그의 눈앞에 자리하고 있는 이런 엉성한 분위기의 녀석들이 아닐 터였다.

유천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위험해 보이는 새끼란 말이지.”

“생긴 건 생도인데 분위기가 기묘하군.”

녀석들의 목표는 아무리 봐도 테러- 하지만 제정신인 마인이라면 지금 같은 시기에 등천회랑의 테러를 시도하러 오진 않는다.

차라리 정말 그림자 교단의 마인들이라면 침식 충동에 휘말려 행동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생각해보면 놈들이라 한들 이런 비효율적인 행위를 선택할 리가 없었고, 다시 이렇게 오합지졸을 보냈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엉성한 녀석들에게 무슨 신념이 있다고 제 목숨까지 판돈으로 내걸며 테러를 하러 왔다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유천하는 여러 부분을 검토해보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유천하는 지금 머리가 정말로 지끈거렸다.

“너희······ 목적이 무엇이지?”

그건 혹시나 해서 건네본 말이었지만 마인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에 대답했다.

“목적? 멍청한 녀석이군. 보면 모르나?”

“사람들이 몰려있고, 마인이 나타났다. 뭐 물어봐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

“풉··· 하하! 생도라 그런지 귀엽네 아주.”

“왜 테러라고 말하면 혼자 막아 보려고?”

그의 질문이 우스웠는지 낄낄거리며 비아냥대는 마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유천하는 그들에게 따로 반응해주진 않았다.

중요한 건 그저- 그들의 목적이었으니까.

“······테러라.”

솔직히 말해서 유천하로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다지 납득이 안가는 기분이었다.

그는 마인들의 추잡함을 신뢰했고, 녀석들의 한심함을 믿고 있었기에 심지어 타천자도 아닌 저런 조무래기들이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게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분명 마인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다시 1학구의 경계만 넘어가도 시끌벅적한 거리에는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테러의 가능성 따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기에.

“······!!”

퀴잉- 유천하는 우선 발밑에 깔려있던 하오란인지 뭔지 모를 녀석의 목을 베어냈고, 그대로 지난번 일을 교훈 삼아 바로 녀석의 심장과 몸을 7조각으로 베어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카륵··· 퍼어엉-!!

순식간에 흐릿해진 유천하의 손이 잠시 번쩍인 순간 그대로 바닥에 깔려있던 무언가의 형체는 그림자의 파동이 되어 터져나갔다.

적막을 깨트리며 울려 퍼지는 소음.

숲을 내달리는 찐득한 마력의 파문.

그와 동시에.

한순간에 가라앉아버린 숲속의 분위기.

“······.”

“······.”

달빛이 가려진 어두운 밤 아래 시시덕거리던 마인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고, 그들의 눈빛에서 서서히 귀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는 그림자의 결.

하지만 유천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작게나마 웃음을 터트려보았을 따름이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별게 아니었다. 그저 지금도 조금만 자리를 옮겨보면 형형색색의 빛이 가득한 축제의 풍경이 펼쳐질 텐데도, 그는 이렇게 적막한 숲속에서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놈들을 상대하게 되었으니 그 대비가 그에겐 조금 즐겁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

마인이 무엇을 하러 왔을까도,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도 중요한 부분이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은 간단했을 뿐.

그날 밤- 이 순간을 걱정하던 그녀를 다독여주기 위해 했던 말을 지킬 시간이었다.

‘전부 죽이면 그만이니까.’

상황은 복잡했어도 해결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으니, 할 일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침묵이 내려앉은 숲속에선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지만 그 순간 이미 사방에 자리하고 있던 마인들은 유천하를 향해 달려든 뒤였고, 유천하는 그 공세의 가운데에 서서 가만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가 심상의 매듭을 풀어내며 녀석들을 베어내려던 순간- 바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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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백색의 빛이 떨어져 내렸다.

***

마인은 역겨웠다. 마수 또한 역겨웠다- 그것은 그의 영혼에 각인된 전제나 다름없었으니 진시우에게 마인이란 구역질 나는 무언가였고, 태워야 할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인.’

축제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평소처럼 블랙리스트의 갱신을 확인하며 끼니를 때우고 있던 그가 거리를 지나치던 마인을 발견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에 불과했을 뿐.

물론 마인이 왜 이 시기에 이곳에 찾아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머저리 같은 것들에게 상식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진시우는 그저 녀석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기다렸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야 단번에 녀석의 머리를 꿰뚫어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의 전투는 다른 사람들을 휘말리게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으니 피해를 만들지 않으려면 그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기다림이었다.

진시우에겐 마인과 마수를 죽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인의 뒤를 따라 3학구의 숲속에 방문한 진시우가 수십 마리의 머저리들을 발견했을 때- 그는 속으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의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을 따름.

-크··· 큽······ 크아악!! 크···!

저 멀리서 들려온 미약한 비명. 그 소리에 모여있던 머저리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옮겼고, 녀석들이 향한 곳에는 다시 근래의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유천하의 행동 양상을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딱히 유천하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건 조금이지만 긍정적인 시야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천하. 특이 주시 대상.’

유천하가 그간 세 마리의 타천자를 처치했다 한들, 그리고 순례자의 칭호를 얻은 이라 한들, 등천의 업을 달성해 차세대 승천자 후보라 칭해지는 이라 한들- 그래도 분명 그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상당히 많은 녀석이었다.

당연히 그 의문에는 이유 또한 존재했다.

아무리 마인이라 한들 사람이었던 존재를,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사람처럼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람’으로 취급받는 형상을 죽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수만을 상대해온 대부분의 각성자는 마인을 상대하는 법을 몰랐고, 생도들이라 한들 마인과 조우했을 땐 제대로 제 기량을 펼쳐내는 이가 드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 조심해! 이 새끼 실력이······ 크악!

그간의 행적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역시 유천하는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합비에서의 일만 봐도 저 녀석은 타천의 마인이 아닌 일반 범죄자라 한들 거리낌 없이 죽여나갔고, 당장 오늘 있었던 협력전 시합에서만 해도 허상이라지만 생도들을 베어내는데 아무런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천하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나이에 맞지 않는 실력. 대인전에 특히 능숙하고, 사람을 베어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살기가 짙고, 거기에 주기적으로 마인 사냥을 나서면서 결국에는 타천자까지 잡아낸다.

만약 그가 이면순례자에 소속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면 그는 유천하를 집행기관의 집행자로 키워진 사람이나, 혹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마인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랐을 정도.

특히 학기 초의 밤- 게이트 앞에서 마주쳤던 녀석에게선 사념의 잔재가 잔뜩 묻어나왔던 터라 특히 더 신경 쓰이는 녀석이었다.

순례자라는 칭호만 아니었다면, 그간의 행적이 아니었다면 의심이 갔을 만큼 말이다.

“······.”

그런 사유로 유천하는 현재 이면순례자 내부에서도 특이 주시 대상으로 선정된 상태였고, 다시 스카우트 물망에 올라와 있었다.

물론 그 사실에는 전혀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진시우였지만 유천하란 사람 자체에는 그 또한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유천하의 전투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설마 위타극을 잡아낸 실력자가 저런 머저리들에게 당할 리는 추호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상해.”

진시우는 시야에 목격된 광경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그는 즉시 마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우웅-! 한순간에 일어나는 영혼의 공명.

그 순간- 그로부터 시작된 마력의 파장이 빛의 개념으로 화해 터져 나왔고, 가시화된 마력의 기둥은 그대로 그의 손을 따라 하늘에서부터 쭉- 그어지며 지면을 강타했다.

그것도-

------------------------------------------!!

무척이나 강렬한 빛을 뿜어내면서!

콰과가가가-!! 그렇게 순식간에 내리 찍힌 빛의 기둥이 마인들을 강타함과 동시에 제어가 풀린 마력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유천하를 향해 뛰어 들어가던 마인들이 모두 중심으로부터 튕겨 나갔다.

실수로 죽여서 터져나가지는 않도록.

그러면서도 움직이지는 못할 정도로.

그리고- 당연히 그런 마인들을 베어내려고 했던 유천하는 그대로 검을 든 채 멈춰섰고, 이내 순식간에 마력의 시작점을 찾아내고는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뿐이었다.

대략 백미터 가량 떨어져 있던 진시우의 위치를 곧바로 파악해낸 채, 그렇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

“······.”

그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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