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2)
평온한 미소와 함께 건네진 인사.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예. 좋은 아침입니다.”
맑은 울림으로 흘러나온 그녀의 목소리에 나도 마주 인사를 돌려주었고, 그에 남궁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이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은공도 이곳에서 시험을 보시나요?”
“······예. 이곳으로 배정받았습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호칭- 분명 회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에게 당부했던 것 같은데 그새 까먹은 모양. 무림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테지만 이곳에 적응하고 있는 와중이라 그런지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이렇게라도 얼굴을 뵐 수 있어서 안심이 되는 기분입니다. 무탈해 보이시니 정말 다행이에요.”
“······저희 같이 퇴원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래도 받은 은혜가 있으니 은인의 안부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며칠을 못뵈었으니까요. 물론 제가 걱정할 만큼 어수룩한 분이 아니실 테니, 그저 소소한 염려라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남궁설아는 그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도 근심 하나 없이 매우 청량해 보이는 미소를 말이다.
“······.”
사실 이건 지난 며칠 동안 병원에서 같이 생활하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남궁설아는 위타극전 이후로 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단순히 나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이제까지의 그녀가 항상 차갑고 무감정한 얼굴만을 하고 있었다면, 그날 이후의 남궁설아의 얼굴 속에는 뭔가 항상 여유가 깃들어있다는 느낌이었다. 웃는 일 자체가 많아지기도 했고 말이다.
“염려해주신 점은 감사하나······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호칭은 조금 부담스럽군요.”
“아. 죄송합니다. 깜빡했네요.”
그래서일까- 말과는 다르게 전혀 죄송하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남궁설아를 보고 있자니 순간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뭔가 미묘한 감상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이전의 그녀는 한때의 나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여유도 없고, 조급함에 쫒기기만 하던 어수룩한 아이.
그런데 위타극과의 교전 이후 무언가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위타극이 토벌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의 무언가를 바꿔놓았는지, 지금의 남궁설아의 마음속엔 여유가 가득 들어차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
남궁설아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레 다시 며칠 전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이하린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
다시 아리엘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
그 일상 속에서 느꼈던 기분.
그리고 그건 다시 이번에 얻었던 깨달음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날의 나는 여유를 버리고, 평온을 버리고, 다시 의무와 조급함 마저 버려 모든 것을 비워냈을 때 다시 무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비워냈기에 무無
그곳에서 다시 검을 들어 올렸기에 무武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비워냄으로써 무에 다가갔으니, 이제는 다시 ‘나’를 채워냄으로써 앞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었다. 그날 밤. 미몽 속에서 마주했던 아버지의 말씀처럼 말이다.
-비워냈으면 다시 채워야 하는 게 순리지. 그러니 너는 너의 길을 찾아내거라.
그런 만큼 어린 날의 저와 같았던 남궁설아의 변화가 내게는 마치,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모습처럼 느껴졌기에 이런 그녀의 변화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을 따름이었다.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 해야 할까.
앞으로 이런 여유를 받아들이고자 마음먹었을지언정 그렇다고 반대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이게 맞는 걸까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하지만- 낯설다고 피하기만 해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릇.
아버지의 말씀은 분명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을 테지만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었고, 다시 허상과 현실을 가늠하는 건 나 자신의 마음이었으니 나는 채워냄으로써 나의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기에 오온이었고, 그렇기에 식.
그것이 내가 얻어낸 나의 깨달음이었다.
그러므로 다시.
“아니요. 그냥 딴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나는 어색한 미소, 그러니까 다소 쓴웃음에 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대답을 돌려주었고, 그런 내 태도가 분명 그녀에겐 미묘하게 느껴졌을 텐데도 남궁설아는 내 사정을 존중해주고 싶었는지 아무런 대꾸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이었다.
“······.”
“······.”
그렇게 우리에게 찾아온 잠깐의 침묵.
사실 굳이 따지자면 그녀와 나는 무학적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원래부터 따로 사적인 대화를 나눌만한 사이는 아니긴 했다.
그래서인지 한번 흐름이 끊긴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심란함이 낳은 어색함 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내 남궁설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건네왔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도 그녀는 이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연맹이나 무련 측으로부터 따로 연락 같은걸 받으셨나요?”
“······연락 말입니까?”
허나 그녀가 건네온 건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에 나는 의아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남궁설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반응을 보니 아직 안 오셨나 봅니다.”
“무슨 말씀이······”
[안내 드립니다.]
그 순간- 입구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
[오전 10시 30분부- 실전 전투역량평가 시험이 예정된 1학년 생도분들께선 지금 바로 백색탑 입구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확성기를 통해 들려온 소리에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았고, 이내 탑의 입구에서 인원을 체크하기 시작한 회랑의 직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요. 아. 방금 말씀드린 건 제가 착각한 걸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알아본 뒤 말씀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예. 상관없습니다.”
안 그래도 등천의 구도자 건도 그렇고, 아직은 복잡했던 깨달음도 그렇고 생각할 거리는 많았기에 나는 그리 대답했다.
갑자기 연맹이나 무련이 언급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딱히 내게 해가 될만한 일도 없어 보였고, 남궁설아의 태도를 보면 좋은 쪽에 가까워 보였기에 굳이 신경 쓰고 싶진 않았던 탓이었다.
그러므로 우리 또한 그 즉시 입구를 향해 걸어갔고, 그러면서도 나는 입구로 모여들고 있는 생도들의 수를 확인해보았다.
물론- 그걸 확인해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치르는 시험이 개인전인 만큼 다 같이 입장하더라도 백색탑 내부에선 차원 분화현상이 일어날 텐데, 그렇다면 회랑 측에서 한꺼번에 몇 명을 입장시키느냐에 따라 탑 내부에서 출몰할 마수의 한계치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말 동안 아리엘에게 내내 붙들려 있던 것도 다 실제로 차원이론학을 써먹기 위해 그런 거였으니 이럴 때라도 틈틈이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잠시 계산을 해보았다.
-시험 잘 봐라. 실수하지 말고.
-걱정 안 해도 평소 실력대로 볼거야.
-뭐? 망치겠다고?
-너 때려도 되냐?
현재 입구로 모여든 아이들의 숫자는 대략 30여 명. 근처에는 더 많은 생도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친구를 응원하러 와준 모양이었다.
[백색탑 내부로 입장 시 바로 시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출몰하는 마수를 각자 역량에 맞게 처리하시면 되고, 마수를 처리할수록 점점 더 강한 마수가 출몰할 예정입니다. 만약 포기를 원하신다면 탑 내부에서 ‘포기’를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최대 입장 인원은 30명으로.
다시 여명급의 최대 마력량은 10,000 AC.
거기에 직원이 들고온 마석의 양을 고려해보자면 사이클을 몇 번은 돌릴만한 마력량이 준비되어 있었고, 거기에 만상의 눈으로 바라본 생도들의 마력량을 국제단위로 치환하여 대입. 그걸 통해 대략적으로 트리거 값을 산출해본다면······
‘최대치는 수호자급. 작정했네.’
역산 결과는 빠르게 도출되었다.
배치고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다른 생도들에겐 아무리 잘해봤자 A급 마수가 최대치일 테지만, 회랑 측에서 준비한 마석의 마력량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저건 수호자급 마수까지 출몰시킬 생각으로 준비한 모양.
그리고 당연히- 이 자리에서 수호자급 마수를 상대로 시험을 칠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은 단 둘뿐이었다.
‘······뭐 상관없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이 세계에 막 왔을 때처럼 다친 몸으로 상대하란 것도 아니고, 7성에 도달한 만전의 상태의 내겐 이제 여명급 마수 정도는 너무나 손쉬운 상대였다. 6성에 막 도달했을 때도 호흡을 노려 일격으로 죽일 수 있었으니 지금으로선 정말 순식간에 참살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배치고사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난이도였기에 나는 실기보다는 필기의 난이도가 어떻게 변했을지 걱정되었을 뿐이었다.
물론······ 이제 와서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고, 실기에서 만점만 받는다면 필기는 500점만 넘겨도 어떻게든 될 터니 지금으로선 그저 실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 입장해주세요.]
그렇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일제히 탑에 손을 올려놓았고, 이내 머릿속에 만상세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걸 들을 수 있었다. 탑에 입장하겠냐는 세계의 물음.
그 목소리에 응답하려던 순간- 옆에 있던 남궁설아가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럼 시험 잘 보시길 바랍니다.”
“예. 설아씨도 잘 보시길 바랍니다.”
간단히 주고받은 인사. 그렇게 간략히 인사를 나눈 뒤 나는 마음속으로 만상세계의 목소리에 응답을 보내었고, 그와 동시에 내 몸은 서서히 빛에 휩싸이며 탑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오색 빛의 너머를 향해서.
세계에서 떨어져 나간 차원단면 속으로.
그렇게 나는 백색탑에 입장하였다.
***
[등천자 유천하가 시험장에 입장합니다.]
시험장- 역시 여명급 백색탑이라 그런지 특별한 기능은 없이 일반적인 백색탑으로 활용하는 모양. 빛무리에 휘감겨 차원 단면을 넘어서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는 내부에 온전히 진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수가 생성됩니다. 등급 F. 5, 4, 3······]
그 순간 귓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와 더불어, 내 시야에 들어온 건 광활하게 펼쳐진 백색의 공간. 천장도, 벽도 없이 끝없이 펼쳐진 백야의 세계는 다소 비현실적인 느낌 속에 이질감을 선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탁-! 그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마력의 흐름을 바라보며 나는 순식간에 발을 박찼을 뿐이었다. 허공을 향해 쏘아져 나간 신형.
그리고 그렇게.
[토벌 완료.]
[마수가 생성됩니다. 등급 E. 5, 4, 3······]
퍼어엉-! 생성과 동시에 베어져 나간 마수의 몸체는 그대로 물속에 녹아든 물감처럼 허공에 퍼져나갔고, 귓가로 들려오는 안내음을 들으며 나는 한순간에 시험의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전의 공지에선 단순히 강한 마수가 출몰한다고 했지만 아마도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F급부터 차례대로 단계가 올라가는 듯싶었다. 그것도 단 한 번만 토벌하면 되는 조건인 걸까? 아무래도 전교생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선택한 시험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아마 출현 마수의 맥시멈은 들어 오기 전 계산한 대로 여명급까지일 터.
하지만.
-크르······!
서걱-! 역시나 내게 이 정도는 별로 문제 될게 없는 난이도였다.
퍼어엉-!!
[토벌 완료.]
[마수가 생성됩니다. 등급 D. 5, 4, 3······]
애초에 지금의 내가 애먹을 정도의 난이도를 제공하려면 최소한 황혼급 마수 정도는 데리고 와야 할 터. 하지만- 당연히 백색탑 내부에 마수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마력량을 생각하면 생도의 시험에 그 정도까지 소비하는 건 회랑으로선 불필요한 낭비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생도 중 여명급이나마 상대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이 시험이 개인전인 만큼 대부분은 잘해야 A급 마수까지, 그나마 유망주들이 A급 마수를 토벌하고 여명급까지 도전해 볼 수 있을 터였다. 당연히 토벌까지 성공할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테고 말이다.
-크라아······
서걱-!! 게다가 마수가 출몰하는 위치 역시 무작위로 주변에 생성되는 듯싶었지만, 만상의 눈으로 마력의 격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게는 사전에 위치를 특정해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토벌 완료.]
[마수가 생성됩니다. 등급 C 5, 4, 3······]
그냥 최대한 빨리 끝내야겠다.
이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
전투 중에 업륜을 회복시킬 방법은 따로 없는 걸까- 텅 빈 손등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드는 생각.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까닭은 간단했다.
시험이 끝난 지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륜이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물론- 보통 업륜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나절이 걸리는 편. 연공을 하면 더 빠르게 회복시킬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자연회복은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고, 그런 만큼 당연히 한번 소모한 이상 벌써 마력이 회복될만한 시간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2획의 업륜이 주는 마력의 안정감을 한번 느꼈더니 지금처럼 마력이 텅비어있는 상황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졌을 뿐.
그렇기에 만약- 연공을 할 시간조차 없이 계속해서 전투를 지속해야 한다면 업륜의 마력은 전력으로 가정하기보단, 회복속도를 고려해 적당히 끌어다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따름이었다.
괜히 불확실한 전력을 과신하는 건 실수하기 딱 좋은 멍청한 짓이었으니 말이다.
“······.”
그래도 확실히 2획의 업륜을 모조리 공격에 쏟아부었더니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절초······ 라고 말하기엔 미묘하지만, 이 정도면 적어도 대형종의 마수를 상대할 무기가 하나 생겼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일격은 처음 시도해보는 짓이었지만 원래대로라면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 현저히 흐트러졌을 의념은 그 예리함을 잃지 않고 끝내 수호자급 마수의 마력방벽마저 베어 가르고 근원석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이런 내력과 의념의 응용에 더 익숙해질 수만 있다면 조만간 어검이나 격공도 조금씩 연습을 시작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역시 수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렇듯 F급부터 시작돼 기어코 여명급 마수까지 이어진 내 실기시험은 졸지에 타임어택으로 변질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이곳을 찾아왔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
“······.”
아까부터 나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이 무척이나 기묘하게 느껴지는 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스터디를 약속한 시각이었기에 수련하던 것도 멈추고 달려왔건만, 어째 하라는 스터디는 안 하고 아까부터 아리엘과 이하린은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만 있었을 뿐.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잠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리엘은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너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그리고는 내게 화면을 내밀어 왔다. 내 눈앞으로 다가온 아리엘의 손목. 그곳에 걸쳐진 스마트 워치속에 떠있는 한가지 화면.
그리고- 그것은 바로.
[등천회랑 2020년 상반기 평가고사]
[1학년 – 실전 전투 역량평가]
[1위 – 유천하 1000점]
-최종기록 여명급 마수 00:48초
[2위 – 진시우 1000점]
-최종기록 여명급 마수 04:19초
[3위 – 남궁설아 990점]
-최종기록 여명급 마수 09:59초
[4위 – 아리엘 화이트 970점]
-최종기록 여명급 마수 16:28초
[5위 – 이솔라 프라엔 930점]
-최종기록 A급 마수 03:12초
역시나 오늘 본 실기시험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