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의 마인 (2)
시발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마율령은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분명 목숨이 중요하긴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중요한 것. 누군가의 개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도 못하고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한다면 그게 죽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마율령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아니, 마율령은 애초부터 그런 사내였기에 적원회도, 연맹도, 집행자도, 위타극도, 그리고 이 좆같은 세상도 모두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현실과 타협하던 순간마다 그의 가슴속에 쌓여가던 답답함은 점점 분노가 되어 타올랐고, 그건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던 고아가 적원회의 회주가 된 이후로도 그대로였을 뿐.
그런 만큼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답답함이 터져 나온 계기에 불과했을지도 몰랐다.
지긋지긋한 규율도, 연맹의 눈치나 보는 조직도, 가진 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연맹도. 마율령은 평소에도 자신의 행동을 틀어버리는 모든 걸 부숴버리고 싶어 했었으니까.
그래서 마율령은 모두 죽일 생각이었다.
위타극은 집행자를 통해서, 집행자는 다시 위타극을 통해서, 살아남으면 부하들을 통해 죽이고, 앞으로의 방침을 거부하면 부하들 또한 다시 죽여서라도 조금 더 적원회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고 싶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눈치나 보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애초에 그에게 중요한 건 적원회가 아니었다. 다시 또, 접경지의 질서도 아니었다.
그저 마율령- 바로 자신이었을 뿐이지.
그렇기에 목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
마율령은 그제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회의 원로들이 괜히 연맹의 눈치를 본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들이 최상위권 공략자를 왜 그리 두려워했는지를 정말 순식간에 깨닫게 된 것이었다.
나이도 어린놈의 새끼가 뭐 저리 강하단 말인가? 정말 세상은 불공평했다.
이래서 부모님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물론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지만- 그게 마율령이 생의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고, 그건 물론 인간으로서의 삶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마율령이 목숨을 위해 삶을 포기한 순간.
체념과 함께 터져 나온 마력 속에서 마율령은 가슴속 근원석에서 시작된 침식을 받아들였다. 정화조차 하지 않은 근원석의 역할은 오직 그것이었을 뿐.
정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들고온 물건이었지만 정말 이렇게 쓰게 될 줄은 그도 몰랐다. 하지만 남은 방법은 없었기에, 그렇기에 근원석 내부에 자리하고 있던 그림자를 받아들인 건 단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염원- 그와 동시에 꿈틀거리는 그림자.
근원석 내부에 고이 잠들어있던 마력은 마율령의 의념과 맞닿아 침식을 토해냈고, 그 즉시 마율령은 침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람의 육체를 벗어던지게 된 그가 처음으로 한일은 다시 심장 어림의 근원석을 그대로 특성 <합일>를 통해 꾸드득- 집어삼키는 것.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했을 편법.
하지만 사람의 한계를 벗어던졌기에 육체에서 벗어난 특성은 손이 닿지 않았어도 그대로 발동되었고, 마율령의 육체는 그렇게 모든 걸 집어삼켰다. 그건 모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마율령이 침식을 받아들인 순간 이미 유천하의 검은 마율령의 목을 베어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허공을 부유하는 마율령의 얼굴 위로 떠오른 건 미소였을 뿐.
머리가 허공에 부유하는 느낌도 겪어보니 꽤 시원하지 않은가? 순간 그런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로 마율령은 이 순간 모든 것을 벗어던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타천을 완료했으니까!
그렇게 마율령의 몸이 터져나가며 그림자로 화한 마력이 사방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
한순간에 토해지는 부정 사념!
생명을 물들이는 잿빛의 색채가 마율령의 심장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그 몸은 물질의 경계를 넘어 그림자의 세계에 접어들었다.
사람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육체의 구조를 벗어던지고 이 순간 마율령은 그림자가 되었다. 하지만 마율령은 평범한 타천자가 아니었다. 침식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근원석과 융합된 본질은 그의 존재를 다시 새로운 무언가로 우화 시켰을 뿐.
심장에 근원석을 품고,
그림자를 토해내는 자.
침식에 물든 게 아니라,
그림자 그 자체와 하나가 되어버린 자.
그렇기에 유천하는 마율령의 타천을 바라보며 기이한 감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런 식의 타천도 가능했단 말인가?
그것이 이 순간 유천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고, 만상의 눈으로 현상을 직시하고 있었기에 유천하에겐 이 현상이 더 신기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도 아니고, 침식 마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마수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럼 저자를 뭐라 불러야 하는 걸까.
이 순간 마율령의 본질은 생명도, 그림자 마수도 아니었으며, 기괴하게 뒤섞인 침식의 조형물에 가까워져 가는 중이었다. 실로 세상의 인과에서 벗어난 듯한 변화.
그렇기에 유천하는 상황의 심각성조차 잊고 순간 신기한 기분 속에 휩싸였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유천하의 몸은 마율령을 향해 검을 그어내는 중이었지만 말이다.
퀴이이잉-!
하지만 휘몰아치는 마력 속에서 마율령의 본질은 세계 너머에 맞닿아 있었고, 그렇게 유천하의 검격은 허공을 베어 갈랐을 뿐.
“······.”
고오오오-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속에서 휘몰아치던 마력은 이내 점점 가라앉았고, 그렇게 한순간에 거리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목소리.
[뭐야··· 별거 아니었네.]
다소 웅웅거리는, 마치 마수가 토해내는 듯한 파장의 음성은 또렷한 발음과 함께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잖아?]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마율령은 끊임없이 일렁거리는 자신의 형체를 내려다보며 기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이렇게 타천을. 하하하하!!!]
그 순간 터져 나온 광소.
마율령의 의념. 아니 더 이상 의념이라 부르기도 힘든 부정사념은 오로지 기쁨만을 주변에 퍼트리며 구역질 나는 마력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하지만- 유천하는 그 와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검을 휘둘렀다.
물론 유천하 또한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했다 받아들였을 따름이었고, 애초에 이하린의 메시지를 받은 순간 이런 곳에서 뭉그적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정말 최악의 가능성이지만 이하린이 위타극과 조우한게 맞았다면 1분 1초가 다급했으니까.
그러니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눈앞의 마수를 베어버리는 것. 그렇기에 허공을 격하고 쏘아져 나간 칠흑의 반월은 그대로 잿빛의 형상을 베어낸다.
[하하하하!! 소용없······]
서걱-! 살벌하게 울려 퍼지는 절삭음.
방금 전까진 공격이 모두 투과되고 있었기에 방심하고 있던 마율령은 그 즉시 몸을 회피하였지만, 이미 그 순간 돋아나던 마율령의 팔은 다시 잘려나간 뒤였을 뿐.
[······시발?!]
“멍청한 녀석.”
퀴이이잉-!! 그 순간 다시 한 번 이어진 유천하의 검격에 마율령의 몸이 또 베어져 나갔고, 그 상황에 마율령은 황급히 몸을 변형시키며 검을 피해 몸을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를 쫒아 발을 박차는 유천하의 심상에선 여섯 갈래의 매듭이 모조리 풀려 나왔고, 업륜이 그대로 현상을 직조하며 그의 몸에 초속을 부여했다.
일그러진 검신을 감싸는 칠흑의 별무리.
바람의 결을 따라 터져 나오는 기세.
퀴이이잉-!!
순식간에 갈라지는 마력의 흐름 속에, 바람을 머금고 뻗어 나간 칠흑의 선율은 그대로 마율령의 몸을 베어냈다.
[······씨, 씨발!! 뭔데 이건?!]
“현상이 고정됐으면 당연히 공격도 통하겠지. 스스로의 상태도 모르는 건가?”
애초에 조금 전 유천하의 공격이 투과된 건 마율령의 본질이 ‘무언가’에 맞닿으면서 한순간이지만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찰나였을 뿐.
만상의 눈으로 그 현상을 목격했던 유천하였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른 것이었지만, 타천하자마자 검격에 얻어맞게 된 마율령으로선 심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 씨발! 원래 변신하고 3초는 안 때리는 거다 이 개 같은 새끼야!]
그렇기에 마율령은 그 순간 팔을 거대한 도의 형태로 변화시키며 유천하를 향해 휘둘렀고, 그에 마주해 유천하 또한 즉시 패검을 통해 공세에 대응하였다.
일천검결 一天劍結
파천패력 罷天覇力
쾅-!! 허나 망설임 없이 휘둘러진 검은 그림자와 맞닿은 순간에도 거리낌 없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본질을 끊어냈다.
서걱-! 마력을 베어가르는 칠흑의 검극!
만상의 눈으로 본질을 꿰뚫은 궤적은 구체화되지 않은 마력의 흐름마저 베어버렸고, 그 순간 마율령은 유천하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적응 한번 좆같이 어렵네···!]
그렇기에 마율령은 다시 한 번 헛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변화시켰고, 유천하를 향해 팔을 내질렀다. 하지만 유천하는 가볍게 그 공격을 흘려내며 공세를 이어나갔고,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마율령의 본질을 들여다 보는 중이었다.
분명 타천자급의 마인 이라면 핵을 제대로 갈라야 죽일 수 있을 터.
하지만 근원석과 융합해 마인과 마수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된 녀석의 재생력은 사실상 마인보단 수호자급 마수에 가까웠다.
그것도 이지를 지니고 있는 마수.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율령은 막 타천한 직후여서 그런지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는 것이고, 원래대로라면 분명 위협적이었을 적이었지만 녀석은 저 스스로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겉으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천하는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그에 마율령은 그대로 검을 움켜쥐겠다는 듯 손을 뻗어왔고, 그 모습에 유천하는 손목을 흔들며 검극의 극점을 흐트러트렸다. 그러자 허공을 가르며 휘청거리는 잿빛의 팔.
휘릭- 유천하의 검극은 그대로 마율령의 팔을 휘감으며 작은 원을 그려냈고, 회전속에 마율령의 힘을 허공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다시.
서걱-!
그와 동시에 마율령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마력이 아닌 육체가 베여나가는 소리 속에 유천하는 다시 연이어 검을 휘둘렀고, 마율령이 으르렁거리는 신음성을 토해내며 그대로 잿빛의 강기를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잿빛 기류 속에 휩싸인 그림자의 도검.
칠흑의 별무리를 머금은 일그러진 칼날.
허공에서 부딪히는 무채색의 공세!
콰아아앙-!!
그 순간 폭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서로의 몸이 동시에 밀려났지만 결과는 상이했다. 유천하는 그대로 밀려남으로써 반탄력을 모두 흘려냈지만, 변형이 늦었던 마율령은 그대로 내부가 진탕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크륵!]
그렇기에 그 즉시 유천하는 다시 한 번 노도와 같은 기세로 검극을 쏟아냈고, 그에 마율령은 다급히 마력의 파동을 터트리며 사방의 벽을 부숴대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대기의 물결이 밀려나온다.
콰가가가-!! 유천하는 그 흐름을 베어냄과 동시에 풍결의 가호로 육체를 지탱하였지만, 그렇다 한들 마력 자체의 출력이 높았기 때문에 공세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기껏 이런 몰골이 됐는데 괴물 새끼를 상대로 지랄하다 뒤지면 나만 손해지! 잘 있어라 시발!!]
카드득-!! 다리를 기괴한 몰골로 변형시킨 마율령이 구역질 나는 형상과 함께 땅을 박찼다. 그러자 그의 몸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벽을 뚫고 도심 너머로 쏘아졌고, 자리를 박차면서 외친 마율령의 목소리는 마지막 욕설만을 자리에 남긴 채 엿가락처럼 늘어졌을 따름.
그에 유천하 또한 순식간에 가속을 발현시키며 대지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우웅- 마력을 토해내는 업륜의 공명.
순식간에 초속의 세계에 발을 들인 유천하는 천마신공을 최대로 활성화시키며 녀석의 뒤를 쫒아갔고,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메시지를 수신하고부터 지금까지 대략 30초가 지난 상황.
이하린이 정말 이곳에 와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위타극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은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었다.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이하린은 과연 위타극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유천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려보았다.
위타극의 무위를 절정의 초극으로 가정하고, 남궁설아와 대련했을 때의 이하린의 수준을 가정한다면······ 길게 잡아야 7분. 아니 솔직히 5분이나마 버티면 다행일 수준일 터.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유천하는 바로 마율령의 목을 베고 바로 이하린이 보낸 좌표로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율령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타천자가 되어버렸다.
아니 저걸 타천자라 불러야 하는지도 의심스러울 만큼 녀석은 불가해 한 방법으로 본질을 변형시켰다.
[속도 한번 존나 빠르네 이 새끼! 그만 쫒아오고 위타극한테나 가봐라!! 동료들의 시체라도 건지려면 말이야··· 하하하!!]
물론 그에게 중요한 건 이하린.
그런 만큼 녀석이 말한 대로 이 상황을 무시하고 바로 달려나가는 게 분명 유천하에겐 더 합리적인 선택일 터였다.
하지만.
[하하하··· 근데 시발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지? 죽이고 싶다. 사람을 죽이고 싶어. 사지를 뜯고, 목을 찢어서, 배를 가르고, 전부··· 죽이고 싶다고 시발!!]
타천의 부작용인지 광증마저 토해내는 녀석의 모습이 유천하로선 솔직히 말해서 무척이나 거슬렸을 따름이었다.
-저, 저건 뭐···
-꺄, 꺄아아아···
콰르극-!
지금 이 순간- 단순히 달려나가고 있는 녀석의 행위만으로도 대피하던 시민들의 육체는 갈려 나가는 중이었고, 특성의 고삐마저 풀려버린 녀석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가 신경 쓰였던 탓.
그렇기에 유천하는 생각했다.
분명 자신에겐 수백 명의 목숨보단 이하린 한 명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으니까.
복수해야 할 상대. 돌아가야 할 목적.
그리고 다시 이하린의 목숨.
분명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최악을 상정해야 한다는 걸 카룬드때의 일로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천하의 본능은 지금 지면을 박차는 중이었고,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 유천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저 녀석을 이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
마력의 양만 보자면 최소 황혼급 마수. 그것도 이지를 가진 마수가 도심 속에 자유롭게 풀려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그것도 막 타천한 상태로 광증마저 드러내고 있는 녀석이 말이다. 그 물음의 결과는 유천하의 시야에 똑똑히 들어오고 있었다.
“으, 으아아···!”
[닥쳐.]
콰직-! 달려나가는 중간에 시민을 낚아챈 마율령의 손에서 피가 튀어 오름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그림자 속에 흡수되는 사람.
[하하하!! 사람까지?! 좋아!! 그래 이래야지! 이제야 손맛이 좀 나네. 아주 좋아!!]
사람의 몸을 버렸기 때문일까? 육체의 부상조차 붙이는 데 시간이 걸렸던 순간과 비교하면 특성의 범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폭으로 변화한듯싶었다. 유천하는 마율령의 변화를 간파할 수 있었다.
‘···역시 위험해.’
유천하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른 즉시- 손등의 업륜이 마력을 토해냈다.
최대치까지 구현된 가속은 그대로 그의 몸을 휘감쌌고, 동시에 후웅-! 순식간에 휘몰아친 바람이 유천하의 발밑.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다시. 유천하가 만상의 눈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파악한 순간···
콰아앙-!!
그 즉시- 막대한 내력이 터져 나오며 유천하의 몸이 찰나를 가르고 마율령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특성, 가호, 업륜 그리고 다시 무공.
모든 게 얽혀들어 자아낸 걸음은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 유천하의 몸을 한순간에 원하는 곳에 내려놓았을 뿐이었다.
한순간에 바람을 가르고 나타난 유천하.
휘몰아치는 바람을 흘려내며 쏘아진 신형.
그 상황을 마율령이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그림자로 이루어진 팔이 도망치던 시민의 팔을 낚아채기도 전에, 유천하는 그 앞을 막아설 수 있었다.
그리고 공명하는 여섯 갈래의 매듭.
천마신공 天魔神功
일천검결 一天劍結
제마검형 際魔劍形
섬혼마검 殲魂魔劍
그 순간- 패도적인 내력이 전신을 내달림과 동시에 온몸에 근육이 꿈틀거렸고, 거력을 그 팔에 머금은 채 유천하의 검은 그림자를 살해하며 칠흑의 궤적을 그려냈다.
그리고 다시.
콰아아아앙-!!!
마율령이 휘두른 팔이 잿빛의 검강을 머금은 채 그와 격돌하였고, 그 순간 근방에 숨어있던 사람들에게서부터 억눌린 비명마저 흘러나오며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건물들의 창문이 일제히 깨져나갔다.
[크으윽···!!]
콰가가가가-!!
그렇게 첫 격돌의 여파가 사라지기도 전에 뻗어진 이격은 그대로 마율령의 팔을 베어냈고, 그림자로 화해 터져나가기도 전에 마율령은 그대로 자신의 팔을 낚아채 다시 흡수하더니 반대쪽에서 두 개의 팔을 피워냈다. 그야말로 마수에 가까운 재생력이었지만 유천하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순간.
[······제발 좀 꺼지라고 이 새끼야!]
“네가 죽으면 꺼져주마.”
다시금 허공에서 공격이 교차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