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천의 마인 (1)
그 순간 다시 쏘아져 나온 쾌검.
퀴이잉-!
그 모습에 마율령은 바람이 새어 나오는 목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땅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렇게 황급히 바닥을 구른 마율령이 다시 몸을 일으킨 순간. 유천하는 덜렁거리던 녀석의 목이 다시 꾸드득- 거리며 접합되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히팔 진짜!”
그 모습을 보며 유천하는 생각했다.
첫 조우에서 잘려나간 목.
조금 전 교전에서 있었던 검의 융해.
그리고 다시 지금의 상황.
만상의 눈으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유천하는 마율령의 특성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이제까지의 특성 발동조건은 손으로 접촉하는 것. 손과 맞닿은 부분의 물질을 뒤섞는다는 느낌이었다.
발현되는 현상은··· 물질의 변형?
아니 그것보다는 융합이 더 어울린다.
마율령의 도와 자신의 검이 부딪혔을 때. 마율령의 손이 그 둘을 그러쥔 순간 서로의 무기가 함께 섞여들어 갔다. 단순 변형이라면 본인의 무기까지 파괴할 필요는 없었지 않겠는가? 지금도 마율령의 목은 원래대로 회복된다기보다는 살끼리 뒤섞이며 합쳐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미묘하긴 하지만 발현 범위에 따라 충분히 위협적이 될 수도 있는 특성.
“······.”
하지만 유천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을 뿐이었다.
잔뜩 일그러진 검신. 깨져버린 끝 부분.
그 경계에서 떨어져 내리는 쇳조각.
‘······오래 쓰긴 썼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유천하는 기분이 조금씩 불쾌해졌다. 조만간 검을 바꿀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적의 손에 고물이 되어버린 몰골이 거슬렸을 따름.
하물며 이 검은 그가 소교주로 취임했을 당시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던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이 검은 소교주 유천하를 상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이 세계에 떨어진 유천하와 무림을 이어주고 있는 유일한 물건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지만 마율령을 죽이는 것보단 검의 상태가 신경 쓰였을 정도.
그렇기에 이 순간 유천하는 복잡한 불쾌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고, 예리하게 날이 선 정신 속에 마율령을 들여다보았다.
“······큭. 크으 아아. 아.”
녀석의 경지는 절정의 완숙과 극의 사이. 완숙은 넘어섰지만 기본기가 부족해 벽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카룬드나 등천 도시 때의 녀석보다는 조금 더 강한 정도?
하지만 목이 베인 즉시 특성으로 상처를 막아내는 걸로 봐선 어느 정도 재생과 관련된 마공을 익혔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특성이고 뭐고 사용할 겨를도 없이 죽었을 테니 말이다.
“아 새끼··· 꼬라지만 보면 집행자는 아닌듯한데 어디서 기른 놈이야 이건? 살기만 봐선 완전 동종업곈데.”
그렇게 유천하가 마율령의 호흡을 들여다보고 있을 동안 목 부분의 접합이 얼추 끝났는지 마율령이 다시금 입을 놀려왔다.
“······이거 완전. 어? 잠깐만. 너···?!”
하지만 그 순간.
유천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잔뜩 인상을 찌푸리던 마율령은 이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리고는 연이어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누군가 했더니 등천도시의 영웅이시구만? 페르데 새끼를 조진 놈! 타천자를 썰었다더니 소문보다 더 어마어마한 새끼였군. 그런 놈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도대체. 생도 새끼가 수업은 안 듣고 왜 멀쩡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냐?”
“······어이가 없군.”
물론 그런 마율령의 태도가 유천하로선 어처구니없었을 따름.
지금 유천하는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마율령의 실력이 그리 낮아 보이진 않았기에. 단번에, 그리고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그는 만상의 눈으로 마율령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파악이 끝나는 순간. 그때가 바로 본인이 죽는 순간이 될 터인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것도 모른 채 입을 놀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도대체 그런 실력으로 왜 그렇게 사는 거냐 니들은.”
호흡은 들숨이 세 박자. 날숨이 두 박자.
간극은 대략 삼 장. 하지만 유효는 일 장.
오른손잡이. 도객. 내력의 비례는 절반.
“어? 재미없지 않아? 남들보다 강한 힘으로 왜 좆같은 새끼들이나 지키면서 살아야 하는지 짜증 나지 않냐? 난 말이지 그렇게 좆같이 사는 건 성미가 안 맞거든···?”
첫 부상과 방금 공격 시의 모습.
지금 녀석이 보이는 움직임의 행태.
그걸 종합해보면 녀석의 특성은 손과의 접합만 조심하면 될 터.
검병이 닳아있는 모양새를 봐선 강검을 애용하는 모양이었고, 근육의 꿈틀거림을 봐선 녀석은 기습을 준비하고 있는듯싶었다. 녀석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의념의 잔향은 추악한 살의를 품고 일렁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녀석의 품속엔 무슨 용도인지 근원석이 존재했다.
하지만 따로 가공된 흔적도 없었고, 정화되지도 않은 순수한 근원석이었기에 딱히 위험요소는 아니었다. 아니, 녀석을 죽이고 챙긴다면 전리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을 따름.
그렇게 그 모든 건 만상의 눈을 통해 유천하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고, 마율령은 그것도 모른 채 은밀히. 그러니까 제 딴에는 기습을 위해 내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걸리적거리는 새끼들은 다 뒤지면 되는 거라고!!”
퀴이잉-! 그렇게 뻗어진 마율령의 검. 핏빛의 강기를 휘감은 악의가 유천하를 향해 뻗어졌다.
하지만 당연히 무의미한 기습.
그 순간-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유천하의 검은 이미 마율령의 검을 튕겨내곤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
쾅-!! 마율령은 다급하게 강기를 끌어올렸지만 역시나 그의 호신강기로는 유천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굉음 속에 터져 나오는 핏줄기를 바라보며 마율령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크윽···!!”
그리고 연이어 마율령의 간극을 파고들어 오는 유천하의 검. 서걱-! 팔이 갈라짐과 동시에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혈우를 무시하며 마율령은 다시금 유천하를 향해 마주 도를 내질렀다.
극한으로 쥐어짜인 힘.
핏줄마저 곤두선 팔이 자아내는 강격.
분명 위력적인 기세의 도초.
하지만 만상과 동화된 눈은 이미 도식의 빈틈을 찾아내었을 따름이었다.
내력이 이어지는 흐름. 호흡과 호흡이 연결되는 사이. 힘의 극점이 시작되는 부분을 튕겨내고, 다시 이어진 공격의 상단을 틀어막아 흘려내며, 그대로 마율령의 도를 쳐낸 유천하의 검이 한순간에 가속하며 패력을 그 끝에 싣고서 마율령을 향해 쏘아졌다.
훙-! 살벌한 소리 속에 휘둘러진 궤적.
그것을 바라보며 마율령은 다급히 팔을 꺾어댔다. 우득- 억지로 뒤틀어낸 팔에서 소리가 들여왔지만 이 정도 부상은 상관없는 수준. 그렇기에 마율령은 온 힘을 다해 도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 검에 대해 유천하가 취한 대응은 마율령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치- 꽃이 흩날리듯이.
패검으로 뻗어져 나오던 검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 한순간에 그 움직임을 변형시키더니 유검으로 화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마율령의 도를 휘감아 그 기세를 허공으로 흘려버린다.
태극을 그리듯이 돌아가는 검.
그렇게 허공에 떠오른 꽃잎처럼 흔들린 극점은 맞부딪힌 타점에서부터 마율령의 팔을 그대로 벽으로 튕겨 나가게 만들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마율령의 가슴이 텅 비게 되었다는 것.
“시.”
발- 그와 동시에 칠흑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
푸슉-! 검붉은 핏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나는 그대로 검을 뽑아내며 녀석의 육체를 그대로 발로 걷어찼고, 그러자 우지끈- 소리와 함께 마인의 육체는 그대로 거리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갔다.
쿵-! 적막 속에 울려 퍼진 둔중한 소음.
“···크릅. 쿨럭.”
그리고 그 순간.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은 특성으로 꿰뚫린 심장을 접합해보려는 듯 손을 움직였지만 내가 그걸 두고 볼 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을 뿐.
서걱- 한순간에 그어진 쾌검이 마인의 양팔을 베어냈다.
“아이··· 씨발 새······”
그 결과 마인은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허물어졌지만,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독기어린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을 따름이었다.
“왜 지랄이야······ 이 개새끼야···”
그렇다. 녀석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심장이 뚫린 채로도 즉사하지 않는 마인의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그의 흐름을 들여다보았다. 특성보다는 무공이 그 생명력의 기반인 것 같았으나 내가 아는 무공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활성화되는듯싶었기 때문이었다.
‘불괴기공? 아니 강신마공?’
진원진기를 통해 생명력을 활성화 시킨다든가, 미리 타인에게서 갈취해온 정혈을 기반으로 미흡하지만 불사를 재현시키는 마공은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천마신교내에 존재하는 마공이란 마공은 모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본 상태.
그렇기에 내가 모르는 무공을 목격하게 된 상황에 조금 흥미가 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왜 지랄이냐고 이 개··· 크악!”
서걱-!
방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의 다리마저 추가로 베어버린 채 마인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사지가 잘려나간 채로 피를 쏟아내기 시작한 녀석은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여보겠다는 것 마냥 나를 노려보았고, 그러면서도 그는 이를 으드득 거리며 숨 가쁜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네놈을···! 반드시 씹어먹어 주마···!!”
“······.”
“죽어서도 원혼이 되어 네 새끼를 쫒아다녀주마! 찢어 죽일 새끼 같으니···!! 무고한 사람을 이리 괴롭혀? 이 씨발새끼!!”
그리고 그런 녀석의 태도에 나는 순간 헛웃음이 나올뻔했다.
이미 근방에 있던 마인들의 목은 모조리 베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선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은 적원회주라는 이 녀석으로부터 비롯된 일일 터.
그런데 무고한 사람이라···?
나는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내가 씨발 진······ 크륵!!”
어디까지나 녀석의 무공을 들여다보기 위해 잠시 살려두고 있는 것 뿐이지 저런 헛소리를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어진 궤적은 그대로 마인의 목젖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끄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 새는 소리가 쉬쉬거리며 흘러나왔지만 그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
놈을 침묵시킨 나는 다시금 만상의 눈으로 녀석의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운의 종류. 밀도. 내력의 흐름. 사용되는 혈도. 그리고 다시 내가 아는 마공과 유사한 구석이 존재하는가까지.
잠시 살펴보고 있자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론 내가 아는 마공중에선 불괴기공과 흡사했지만 거기에 혈마공이 혼합돼있다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타인에게 갈취한 정혈을 혈도 곳곳에 녹여내는 구조. 그것을 기반으로 진원진기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만 타인의 정혈을 본인의 진원진기 속으로 녹여낸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에선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이건 녀석의 특성을 통해 변용된 무공이라 짐작할 따름.
그리고- 그렇게 내가 들여다보는 와중에도 마율령은 여전히 독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몸에서부터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적시고 피부마저 파랗게 채색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흐······ 히······”
“······.”
뭐라 웅얼거리는 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질긴 생명력이었다. 녀석이 익힌 마공도 그 생명력의 근원 중 하나겠지만 아무래도 삶에 대한 집착도 꽤 크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 없는 일이겠지.
얼추 파악이 끝난 만큼 슬슬 녀석을 심문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한 번 검을 들어 올렸고, 그 순간 녀석의 얼굴 위로 체념의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게 엿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웅-
손목에서부터 울려 퍼진 작은 진동음.
바람 새는 소리를 제외하곤 적막만이 감돌고 있던 거리에 울려 퍼진 그 소리는 일순간 내게 기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근 며칠 동안 남궁설아와 수련에 몰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워치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순간만큼은 나는 그 메시지를 확인해야 될 것 같다는 직감을 느꼈던 것이었다.
이유 모를 불길함이 엄습한 탓.
그렇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손목을 들어 올려 내용을 확인하였고, 그러자 시야에 들어오는 건 발신자의 이름. 이하린이라는 세 글자와 그리고······
[31°51'11.4"N 117°12'11.7"E]
그 밑에 적혀있는 알 수 없는 좌표.
하지만 워치의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시스템과 연동하여 그 좌표의 지도를 화면에 띄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그 위치가 어딘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도가 가리키고 있는 곳.
그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합비?’
그 즉시 사고가 가속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착한 메시지.
그리고 그곳에 담긴 내용.
게다가 발신자가 이하린이라는 사실까지.
도대체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하린이 이곳에 와있다는 걸까?
아니면 저곳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발생해 나를 저곳에 보내려는 걸까?
그리고 왜··· 아무런 설명이 없는 걸까?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가능성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첫 폭발음이 들려오고 나서 대략 10분 정도가 지난 상황.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갔다면 이하린이 SNS나 뉴스 등에서 이 소식을 접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그렇다면 만약. 이 사실을 접한 이하린이 가호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냈다면. 혹은 바로 게이트를 타고 이곳으로 달려왔다면? 그리고 미처 설명할 틈도 없이 무언가와 조우한것 이라면···?
갑작스레 일어난 적원회의 테러행위.
그리고 녀석들이 떠들고 있던 내용.
적원회. 혈마공. 이하린. 그리고 남궁설아.
합치되지 않던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한순간에 하나의 흐름 속에 짜여지며 각각의 요소들은 이내 한가지 결과에 도달하였다.
“······이곳에 누가 와있는 거지.”
갑작스레 튀어나온 말.
하지만 그 말에 담긴 내용에 안 그래도 적막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녀석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수축되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인의 눈빛은 순간 흔들리더니.
“······프흐···”
이내 광기어린 열망과 함께 터져 나왔다.
“프··· 하하하!! 왜? 드디어 그 양반이 동료라도 죽이고 있나 보지? 도와달라고 연락이라도 온 거냐? 하하하하!!”
“······.”
“쓸모라곤 없는 새낀 줄 알았더니 집행자 사냥은 잘 하고 있나 보는군. 하하! 그래. 죽여라! 위타극은 집행자를 죽이고, 너는 나를 죽이고, 다시 위타극이 너를 죽이고, 사람들을 죽이고, 다 죽이면 되는 거지! 아주 속 시원한 소리지 않아? 하하하!!”
“위타극···? 설마 했······”
그리고 그 순간.
내 손에서 검극이 뻗어져 나갔다.
극한으로 가속된 쾌검- 업륜으로 발현된 가속까지 휘감은 채 나는 섬전과도 같은 일검을 자아냈다.
이것은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고, 내가 즉각적으로 반응한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심장과 목에 구멍이 뚫린 녀석이 멀쩡하게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는 것도, 녀석으로부터 흘러나오던 피가 한순간에 멎었다는 것도.
그리고.
녀석의 품속에 존재하던 근원석이 한순간에 그 몸속으로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는 것도 모두 갑작스레 일어난 현상이었지만 만상의 눈은 즉각적으로 상황을 인지했다.
육안으론 평범하게만 비치는 광경. 하지만 만상의 눈 속으로 들어온 세계는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율령의 온몸은 그림자에 휩싸였고, 그렇게 녀석의 본질은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은 단 한 순간에 일어난 일.
그렇기에 그걸 인지함과 동시에 나는 본능적으로 먼저 검을 뽑아낸 것이었고, 그렇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다시 쪼갠 찰나의 틈새. 그 사이에서 칠흑빛 벼락이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서걱- 그렇게 허공에 부유하는 목.
하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허공에 나부끼는 녀석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입 모양을 뻐끔거리는 순간을. 잔잔한 미소와 함께 그 얼굴이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녀석의 입 모양이 그리는 모습을.
-이미 늦었어.
그렇게 내가 그 내용을 인식함과 동시에.
콰가가가가-!!
그 순간 마율령의 몸이 터져나가며 그곳에서부터 그림자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