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4)
순식간에 뒤바뀐 상황.
위타극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던 순간까지 한곳에 모여있던 집행자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건 단 한 순간이었고, 그렇게 거리의 중앙에는 위타극이 자리하게 되었다.
“크윽! 괜찮냐?”
“······위험··· 했습니다.”
“소문대로 최소··· 하이랭커급.”
그 상황을 맞닥트린 집행자들은 빠르게 상처를 억누르며 위타극을 응시하였지만, 위타극은 그들에겐 볼일이 없다는 것처럼 그쪽으론 시선하나 돌리지 않은 채 다시금 거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기이한 적막 속에 옮겨지는 발걸음.
그리고 그 걸음걸이가 향하는 길.
그 끝에는 남궁설아가 서 있었을 뿐.
“남궁의 아이야. 대답을 준비했느냐.”
“······.”
“다시 물어보지. 대답을 준비했더냐.”
“······그 더러운 입에 세가의 이름을 올리지 마라. 이 추악한 노괴.”
의미조차 모를 위타극의 말에 남궁설아의 가슴 깊은 곳.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보았다.
조금 전 위타극이 선보인 움직임.
분명 빠르긴 했지만 속도 자체만 본다면 자신이 대응할 수도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속도만 놓고 보자면 자신이 조금 더 빠르다 봐도 되겠지. 하지만 그 움직임에 담긴 기세.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묘리는 한순간에 집행자들의 공격을 와해시키고 날려 보냈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품고 있었다.
다행히 전장에서 이탈당한 인원은 없었지만 그 한 수만으로도 이런 상황이 된 만큼 전력의 열세는 누가 보더라도 확연한 상황.
그렇기에 솟구치는 분노 속에서도 남궁설아는 천천히 감정을 억눌렀고, 온몸이 저릿해질 정도의 살기를 느끼면서도 빠르게 가속해 기절한 아이의 몸을 한쪽에 내려놓고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 부닥친 이상 아이를 데리고 있기보다는 그러는 쪽이 더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런 남궁설아의 움직임에도, 그리고 주변에 자리한 집행자들의 마력변화에도 위타극은 그저 묵묵히 남궁설아를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이 순간- 그런 위타극을 말없이 응시하며 감각을 곤두세운 남궁설아의 머릿속으로 뜬금없지만 유천하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그날 유천하와의 일이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어떻게 행동했을까.
위타극을 마주한 순간부터 자신의 심장은 뜨겁게 맥동하고 있었고, 머리는 피가 쏠려 터질 것처럼 아려왔다. 그런 만큼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뻔한 노릇.
그렇기에 남궁설아는 끓어오르는 분노 속에서도 차갑게 이성을 가라앉혔다.
또한 그날 침식영역에서 겪었던 유천하의 살기도 이와 비슷했기에 이 순간 위타극의 살기에 조금이나마 적응이 되어가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는 부분. 남궁설아는 마음속으로 유천하에게 작게 감사를 표했을 따름이었다.
‘······.’
하지만. 몸이 얼어붙지 않았을 뿐이지 등천자들 마저 한순간에 압도당한 상황이었기에 긴장마저 늦출 순 없었고, 당연히 그녀의 특성은 이미 상황을 인지한 순간부터 최대로 발현되는 중이었다.
그러자 그런 남궁설아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던 걸까. 냉막한 위타극의 얼굴 위로 약간의 흥미가 서리기 시작했다.
“침착하군. 은원을 잊은 건가.”
“······.”
“그건 아닌가보군. 그럼 남궁의 대답을 보여주거라. 그렇지 못한다면 너는 선조들과 같은 모습이 될 터니.”
“닥쳐라.”
그 순간 남궁설아의 입에서 으르렁거리듯 분노가 새어 나왔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하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세가의 이름이 선조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마저 살해한 마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게 너무 역겨웠기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라도 검을 출수할 수 있게 진신의 내력을 끌어올리면서도 기나긴 세월 동안 쌓여온 증오를 담아 위타극을 노려보았다.
“현조께서 살아계실 땐 아무것도 못 했던 자가 무슨 자격으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하지만 위타극은 그녀의 말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기색으로 담담히 대답하였다.
“남궁연월에게 직접 찾아가고 싶었으나 그는 멋대로 죽어버렸지. 그러니 너희에게 물을 수밖에. 이제는 네가 답할 차례다.”
“······현조께서 타계하시자마자 찾아와서는, 무공 하나 익히지 않은 어린아이까지 죽였던 자가 참으로 떳떳하구나. 아주.”
“그게 무슨 상관일까. 강호의 은원에는 성별도, 나이도, 경지도 중요치 않지. 과거의 일이 억울했더냐. 그럼 네 손으로 내게 은원을 받아내거라.”
-그것이 무림이니까.
담백하게 토해진 위타극의 말속에는 수많은 세월이 담겨있었지만, 남궁설아에게는 그저 구역질 나는 말이었을 뿐.
그렇기에 그녀의 검에선 서서히 군청색의 별무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녀의 세월은 오로지 위타극을 죽이기 위해 벼려진 일념. 그런 만큼 이제껏 흔들려왔던 의념도 이 순간 만큼은 오로지 눈앞의 상대만을 바라보며 영혼의 날을 바로 세웠을 따름이었고, 그리고 그런 위타극과 남궁설아의 주변에는 어느새 수십 개의 마법진이 떠오르고 있었다.
“······대화는 끝났냐?”
“거기 생도 아가씨. 이미 빠지긴 늦었으니 합을 맞춰. 5분. 늦어도 10분만 버텨라.”
5분, 아니 10분. 저들이 말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위타극 수준의 마인에게도 대항할 수단이 있다는 걸까.
집행자들의 말을 들으며 남궁설아는 위타극의 행동을 주시하였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보기에도 속도만큼은 위타극을 따라갈 수 있었지만 공격마저 받아낼 수 있느냐 하면 미묘한 부분이었다. 그나마 혼자 싸워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긴 했다만 위타극의 공세는 저 집행자들마저 한 번에 날려 보낸 수준.
그렇기에 남궁설아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가늠해보았고, 10분이라는 기준이 생각보다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위타극은 주변의 상황 따윈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는 듯 이 순간에도 남궁설아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시선에 남궁설아가 발을 박차기 위해 용천혈에 내력을 흘려보내던 바로 그 순간.
“···하아··· 하아.”
탁-!! 갑작스레 그들이 있던 거리로 한 명의 소녀가 뛰어 들어왔다.
***
조금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얀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흘려보내며, 그렇게 한 소녀가 검을 부여잡은 채 그들이 있던 장소에 나타났다.
정말 난데없는 등장이었기에 점점 고조되어가던 전장의 시선도 일순간 그곳을 향해 이동하였고, 그건 남궁설아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
“······뭐야 저건 또.”
남궁설아는 그 소녀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경악 서린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끝나고 설명해 드릴게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위타극을 응시하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 이하린. 그녀는 남궁설아에게 간략한 대답을 건네면서도 서늘한 의식 속에서 순식간에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였다.
그녀가 강의실에서 뛰쳐나왔던 시각이 대략 지금으로부터 15분 전.
등천회랑에서 위타극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이하린은 곧바로 게이트를 통과해 이곳으로 넘어왔고, 합비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녀의 시야에 펼쳐지기 시작한 건 도심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과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마인의 모습이었을 뿐.
그렇기에.
갑작스레 마주한 광경에 이하린의 이성은 한순간에 곤두섰고, 차갑게 가라앉은 감정 속에 그녀는 마인을 베어 넘기며 전속력으로 남궁설아가 위치한 곳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목격한 상황이 바로 이 순간.
왜 위타극이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다.
왜 유천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까.
왜 집행자가 이렇게 몰려 있는 걸까.
그렇게 무수한 의문 속에서도 이하린은 명정한 정신으로 의념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지잉- 저작권리의 가호가 물리적인 시간 선을 넘어 한순간에 그녀에게 정보를 조달해주었고, 이하린은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한 끝에 시야는 위타극을 향한 채로, 그리고 검은 상반신을 가린 채로. 그렇게 남궁설아를 향해 말을 건네었다.
“천하씨는 어디 있나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물음을.
“지금 그런 게···”
“중요해요.”
“······다른 마인을 토벌하기 위해 헤어졌습니다. 수뇌부를 잡으러 가셨을 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하린은 시야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빠르게 워치를 조작해 유천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행히-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도 위타극은 관심 없다는 듯 남궁설아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집행자들 또한 방금의 대화를 듣고 이하린이 적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다시 위타극을 견제하기 시작했기에 잠깐의 시간이 존재했던 탓.
[31°51'11.4"N 117°12'11.7"E]
그렇게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순식간에 메시지를 보낸 그녀는 위타극을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저도 가세할게요.”
“······.”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백색의 별빛.
그녀로서는 왜 위타극이 여기 있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로는 위타극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였기에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순간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그리고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람에게 희망을 걸어볼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앞으로 시작될 격전을 짐작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을 뿐.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
사방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 마력 속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검신은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고, 그 순간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한 이하린의 손등- 그곳에는 짙은 형상을 드러낸 일륜의 획이 새져겨 있었다.
***
아직 남궁설아가 위타극과 조우하기도 전.
이하린이 이제 막 합비에 발을 들인 순간.
바로 그 시각.
“시, 시ㅂ···”
서걱-! 유천하의 검은 이미 36개째의 목을 베어내는 중이었다.
단말마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저 혼자 별격의 시간 선에서 몸을 놀리며 그어지는 칠흑의 궤적은 이 순간 마인들의 눈 속엔 사신의 명부처럼 느껴졌을 정도.
“씨발! 씨발!!”
“저, 저 새끼 뭐야 도대체···?! 뭐냐고!!”
“미친!! 저런 새끼를 도대체 어떻게 상대하라는 건데 이 개 같은 새···”
퀴이잉-! 흑색의 선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툭- 데구르르. 그들의 시야에 유천하의 모습이 담긴 순간. 그대로 마인들의 세상은 회전하였고, 하늘과 땅이 뒤집힌 광경 속에 그들의 의식은 짙은 어둠 너머로 침잠되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을 어떻게 끌라고!!!”
“저 미친 괴물새끼!”
“마율령!! 회주 어디 갔어 이 씹새끼!!”
그렇게 난데없이 시작된 살육극에 마인들이 일제히 경악 서린 비명을 토해냈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한 번의 호흡이 회전할 때마다 마인들의 목도 한 개씩 허공을 부유했을 뿐.
그리고 이 상황을 초래한 자.
적원회주 마율령은 지금 건물 속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큭. 아직 덜 붙었다 이 새끼들아.”
반쯤 달랑거리는 목을 부여잡은 채 그대로 재빨리 살을 반죽해 뒤섞는다. 꾸룩- 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서없이 뒤섞이는 신경이 그에게 아주 좆같은 기분을 선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기에 마율령은 온 힘을 다해 ‘특성’을 발휘했을 뿐.
“씨발···! 존나 안 붙네 진짜.”
그렇게 유천하의 일격에 한순간에 목이 달아났던 마율령은 목을 치료하면서도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전장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광경.
조금 전까지 그가 앉아있던 테라스는 이미 사방이 피로 뒤덮여 있었고, 그곳에는 다섯 명의 노인이 마치 축구공처럼 얼굴만을 바닥에 굴린 채 의자에 쓰러지듯 앉아있었다.
“······씨발 진짜 뭐야 저 괴물새낀!!”
마율령은 조금 전의 상황을 되새겨보았다.
-너희만 죽이면 적원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인가. 참으로 반가운 말이야.
갑작스레 들려왔던 목소리.
그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건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빛마저 흡수한 채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별게 아니었다.
인식저해 마법이 펼쳐진 곳이었음에도 그들을 인식했다는 점에 대한 경악도, 그렇게 가까이 다가올 동안에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두려움도, 그 어떤 것도 아닌 단 하나의 감정.
그 순간 상대가 지어 보인 미소를 목도하자마자 떠오른 장면.
그것은 죽음.
오직 그것뿐이었다.
서걱-! 그런 감정 속에 마율령이 온전히 상황을 인지했을 땐 이미 그의 목은 반이 달아난 뒤였고, 다급히 그가 목을 뒤로 빼낸 순간에는 이미 원로들의 목이 한순간에 허공에 나뒹굴고 있었을 따름.
그나마 한순간에 몸을 뺀 그는 목이 반쯤 달랑거리는 와중에도 특성을 통해 삶을 연명할 수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회피에 성공한 건 오직 그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마율령은 그 즉시 인식저해를 깨트리며 대기 중이던 부하들을 불러 모았지만 이어진 결과는 간단했을 뿐이었다.
학살극.
그 단어 말고 다른 말로 눈앞의 광경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불가능했다.
지금 마율령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광경은 마치 괴물의 입가로 제물을 털어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이었고, 그렇기에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마율령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꾸루룩- 하지만 순간의 대가는 크나컸기에 마율령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숨겼을 뿐.
‘이래서야 계획이고 뭐고 병신 짓이었어.’
그렇기에 마율령은 식은땀을 흘리며 바깥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은 위타극도, 집행자도, 원로들의 행동도 상정한 상태였지만 저런 괴물새끼마저 고려하진 못했다. 도대체 뭐하는 새끼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닌 밤 홍두깨비처럼 나타난 녀석은 말도 안 되는 검격으로 한순간에 적원회를 토막 내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저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절정의 극의? 하이랭커?
정확하진 않지만 마율령은 유천하의 실력이 그에 가까울 거라 짐작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정확한 비교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확실했으니 말이다.
애초에 마율령 본인도 어지간한 중상위권 등천 자쯤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유천하의 접근도, 그리고 첫 검격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했다.
그런 만큼 그보다 나약했던 원로들이 눈 깜빡할 순간에 내세로 여행을 떠나게 된 건 실로 당연한 결과.
그렇기에 마율령은 이를 악물었다.
“저건 진짜 어디서 튀어나온 괴···”
쾅-!! 그 순간 마지막으로 거리에 남아있던 마인에게 칼을 휘두르던 유천하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마율령의 눈앞에 나타났다.
“···물!”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속도!
다급하게 도를 뽑아낸 마율령은 핏빛의 강기를 쏟아부으며 유천하의 검을 막아섰다. 적색과 흑색이 맞부딪히며 막대한 기파를 터트린다.
콰과가가가-!!!
기의 파랑이 흩날리며 검붉은 빛이 산란하였지만 그 광경을 인식하기도 전에 마율령은 본능적으로 다시 도를 내리쳤다.
카가각-!!
교차한 검신에서 토해지는 붉은 불씨.
“아이 씨발···! 너 이 새끼 집행자냐?”
“······.”
유천하의 검을 받아낸 마율령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그에 돌아온 건 번뜩이는 묵빛의 섬광이었고, 큉-! 한순간에 뻗어진 궤적에 마율령은 다급하게 목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붙여놨던 접합부에서 다시금 피가 터져 나왔다.
푸슉-!
목 부분의 신경이 꼬이면서 유발하는 거지 같은 통증에 마율령은 인상을 찌푸렸고, 다시금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유천하의 검극에 황급히 자신의 도를 갖다 박았다.
콰아앙-!!
카가가각-!!
그렇게 다시 한 번 터져 나온 굉음. 그 속에서 마율령은 그대로 도를 받치고 있던 손으로 유천하와 자신의 검을 움켜쥐었다.
“말 좀···!”
쿠룩- 그러자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검신.
“······하자고 이 새끼야!!”
쿠루룩-!! 물론 유천하는 그 즉시 검을 뒤로 빼냈지만 이미 그의 검신은 마율령의 도와 애매하게 뒤섞인 채로 떨어져 나온 뒤.
그 광경에 드디어 유천하의 입에서도 짧은 목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성이군.”
“그래 시발. 그럼 특성이지 뭐겠냐. 어? 말 좀 하자고, 말 좀. 뭐가 그리 급해 이 친구··· 야칵!!”
쾅-!! 그렇게 무기를 망가트렸다 여긴 마율령이 다소 방심한 순간, 아무렇지 않게 날아온 발차기에 명치를 얻어맞은 마율령이 그대로 허공을 부유했다.
그러면서도 유천하는 일그러진 검극에 그대로 검강을 씌운 채 다시금 마율령의 목을 베어왔고, 마율령은 다급히 목에 강기를 둘러 그것을 막아냈을 따름.
퍼걱-!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온전한 살의 속에 벼려진 검강과 다급하게 뽑아낸 불완전한 호신강기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깨달음마저 부족한 강기공이었기에 마율령은 다시 한 번 유천하의 검에 목을 헌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히파 해키··· 카트니···!”
물론 이번에도 반은 살려냈다는게 그로서는 다행인 부분이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