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이 빙의를 숨김-73화 (73/205)

동상이몽 (2)

단 3분- 그것이 평화로웠던 도시가 아비규환에 휩싸이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도심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소리. 그리고 총탄을 쏟아부으며 사람을 살해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마인들.

콰아아앙-!!

근래 있었던 테러행위라 해봤자 제대로 터지기도 전에 제압당한 등천도시의 테러뿐이었고, 이 정도의 대규모 테러 행각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발생한 상황이었기에 평범한 도시의 방비로 대응하기에는 버거웠을 따름. 그렇기에 이건 실로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테러 행각을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 적원회주 마율령은 한가롭게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는 중이었다.

“커피 맛 한번 좆같군.”

그렇게 그는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음미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음 속에서도 그들이 앉아있는 곳만큼 고요한 분위기 속에 휩싸여 가고 있었다.

“······하.”

“참나.”

그리고 그 고요함의 이유.

그것은 방금 마율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충격적인 소리 때문이었으니, 그렇기에 이 순간 마율령의 태평스러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적원회 원로들의 마음속에는 어처구니없는 기분과 함께 눈앞의 녀석을 찢어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천천히 감정을 다스리며 마율령에게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이보게 회주. 지금 한 말이 사실인가?”

“그럼 거짓말을 했을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그게 지금 원로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들은 조금 전 마율령이 한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겨보았고, 그리고 다시 이 도시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타천자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특히 그날. 위타극이 쳐들어와 회의 마인들을 한순간에 찢어발겼던 순간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나?”

“얼마든지.”

“회주. 미친겐가?”

“오··· 설마 그럴 리가.”

그 능청스러운 대답에 질문했던 노인의 이마 위로 핏줄이 올라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마율령은 피식- 코웃음을 한번 흘리고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그대로 목구멍에 쏟아부었다.

“크··· 시발 존나 맛없네.”

그리고 당연히, 그 태연자약한 태도에 간신히 화를 참아내고 있던 원로들은 일제히 격한 외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지금 그게 목구멍으로 들어가나 자네!!”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고 있는 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딴 짓을···!!”

“······대체! 대체 왜 그런 건가?”

그리고 그런 원로들의 다그침에도 마율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대꾸했다.

“왜 그러긴. 다 뒤져버리라고 그랬지.”

“······회를 다 날려 먹을 생각이냐?”

“아··· 노인네들 겁대가리 한번 많네. 거 헛소리 좀 그만하고 생각을 해보자고 우리.”

아니, 오히려 자신을 향해 분을 삭히고 있는 원로들을 바라보며 따지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우리가 위타극 따까린가? 그 새끼가 뒤지면 우리한테 좋은 거지 왜 이렇게 다들 발작을 일으키는 거야?”

“이 미친 작자야!! 테러를 일으키러온 새끼가 이면순례자를 불러놓고 그게 할 말이더냐 이 모자란 녀석아!!”

“······회주한테 녀석은 쯧. 이러니까 우리가 근본 없다고 무시당하지 이 노인네들아. 녀석들은 어차피 우리보단 위타극을 잡으려 할 테니까 쫄지 좀 말자고. 걔네 목표는 우리가 아니야. 내가 정보를 흘리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한 줄 알아?”

“하! 이 미친 새끼 같으니. 위타극을 상대하려면 집행자가 몇 명이나 왔을까. 아니, 정말 위타극을 상대할 거라면 하이랭커도 왔을 텐데 우리라고 무사할 것 같아? 이렇게 도시를 테러해놓고? 도대체···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거냐!!”

“미리 말했으면? 뭐 위타극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내 목이나 날렸겠지.”

“이 새끼가 진짜···!”

쾅-!! 마율령의 말에 한 남자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당장에라도 마율령의 머리를 부술 것처럼 권기가 일렁거리는 주먹을 치켜들었지만, 마율령은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능청을 떨었을 따름이었다.

“아 꼬리 자르기라고 생각하자고 꼬리 자르기. 어? 위타극 저 작자와 얽힐 때마다 몇 번씩 했던 짓 아닌가? 이제껏 수없이 해와 놓고 왜들 그러시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하하하!!”

아니, 오히려 그들을 향해 웃음까지 터트리며 마율령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주 겁나서 죽겠다는 표정들이군. 하하! 자자 케케묵은 이야기는 다 집어치우자고. 어? 우리도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겠어?”

“······다음?”

“그래 다음! 언제까지 여기저기 눈치나 보고 살 거지? 구시대의 유물이 찾아왔다고 조직이 반 토막 나고, 뒤처리하다 반 토막 나고, 그런 걸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이 인간들아.”

“······.”

“마도련에서 갈라져 나와서 다시 사혈문으로. 그리고 흑사련, 혈귀방, 적원회. 도대체 몇 번을 갈아엎어야 만족할까.”

“······.”

그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에 마율령은 당당히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야. 도시의 테러가 성공하든 말든, 테러로 애들이 얼마나 뒤지던 관심 없어. 위타극을 죽인다. 그게 우선이야. 그 과정에서 집행자가 뒤지든 말든, 연맹에 찍히든 말든 신경 끄자고. 언제까지 타천자 눈치, 연맹 눈치나 보면서 빌빌거리고 있을 생각이지?”

물론 마율령이 하는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었다. 그들- 적원회의 역사는 위타극과 연맹의 사이에 껴 이래저래 수난을 겪어왔고, 그들 중 나이를 좀 먹은 자들은 조직이 반 토막 나는걸 2~3번씩은 지켜봤을 정도.

하지만 그렇기에 원로들은 마율령의 말에서 심각한 오류를 느낄 수 있었고, 이내 한 원로는 침음성을 흘리며 그 말에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좋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위타극은 이면순례자가 죽인다칩시다. 그러면 연맹은? 여기서 위타극한테 떠넘긴다 쳐도 연맹의 눈치를 안 본다고? 그게 가능할 것 같소 회주? 이미 테러를 저지른 이상 집행자가 뜨는 건 신경 써야 할 문제요.”

“쯧쯧. 그래서 안되는 거야. 언제까지 그렇게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을 거야 응?”

“······허. 자네는 아직 진짜 괴물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거야. 이 세상에 저 위타극 같은 존재들이 없을 것 같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침식의 시대야. 승천자? 하이랭커? 그 양반들은 열심히 공략이나 뛰러 가라 하라고! 침식속도도 못 따라가서 세상 망한다 찡찡대는 양반들이 뭔 시간이 있다고 술래잡기를 하러 올까.”

계속되는 마율령의 주장에 원로들은 골치가 아파졌다. 안그래도 적원회주가 된 이후부터 점점 작금의 시스템에 불만을 드러내는 듯 싶더니 왜 그게 하필 이런 날에 이런 모습으로 터져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위타극도, 연맹의 제재도 걱정되는 그들로선 마율령의 말에 동의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회주로서 멋대로 이런 일을 벌인 마율령을 그대로 용인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기에 그들의 대화는 점점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몸에서부터 점점 살벌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일렁거리는 마기와 살의 속에 마인들 사이에는 혼란스런 기류가 자리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우리를 잡으러 하이랭커 한 명 보낼 정도는 충분하겠지 이 어리석은 녀석아!! 우리만 죽이면 되는 걸 그 시간 하나를 못 낼 것 같더냐! 아니, 도대체 이럴 거면 근원석은 또 왜 챙겨온 거지?”

“아 다 계획이 있으니까 닥치고 가서 모가지나 따셔들. 응? 여기서 이러고 있어 봤자 뭐가 달라진다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지금이라도 말해준 걸 감사히 여기라고. 가만히 있다가 다 뒤지고 싶어?”

“우리 목숨보단 회주 목숨부터 걱정하게나.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하하하! 그래 집행자고 나발이고 우리끼리 서로 반 토막부터 내고 보자고. 누가 이기든 모가지는 날라가는 셈이니 적원회는 오늘로 끝나겠군. 안 그래?”

“그렇군.”

“뭐가 그렇군이란 말······! 아?”

“······음?”

그 순간- 대화의 중간에 끼어든 목소리.

세월이 느껴지기엔 너무 앳된, 하지만 그러면서도 끈적한 살의를 휘감고 있는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로 들려왔다.

그렇기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자신들이 잘못 들은 건가 제 감각을 의심했을 정도.

“그것참 마음에 드는 소리구나.”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한 현실이었고, 인지 왜곡장을 펼쳐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들에게는 그렇기에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적막을 비집고 끼어들어 온 낯선 목소리에 그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을 때.

“너희만 죽이면 적원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인가. 참으로 반가운 말이야.”

그곳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5m, 아니 6m. 그들의 간극사이로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서 있었던 것 마냥 소리소문없이 나타난 한 남자는 그렇게 그들의 한가운데에서 무기질적인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소름 끼치는 눈빛으로, 그러면서도 빛 한점 없는 무저갱같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성인인지 소년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남자는 그렇게 온몸에 심연과도 같은 살의를 품고서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서걱-

칠흑의 반월이 세계를 가로질렀다.

***

쾅-! 흐릿한 잔향이 허공에 늘어진다.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도심을 가로지르는 군청색의 색채. 남궁설아는 지금 도심을 내달리고 있었고, 음속에 가깝게 가속된 그녀의 신형은 마인의 냄새를 찾아다니며 섬전과도 같은 기세로 마인의 목을 베어내는 중이었다.

“전부 죽···”

서걱-!

푸슉-! 다행히 도시를 테러하는 마인들의 대부분은 어설픈 실력으로 화기를 난사하는 녀석들이었고, 그런 녀석들이 특성까지 발현된 남궁설아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을 따름.

그렇기에 남궁설아는 후각을 통해 매캐한 화약 냄새와 혈향이 뒤섞여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순식간에 마인들의 목을 베어나갔고, 그리고 다시 그녀의 시야로 마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숫자는 여덟.’

우웅-!

그 순간 발현되는 <변속제어>의 권능.

한순간이지만 음속을 넘나드는 움직임.

“뭐, 뭐야 저···”

콰각-! 시야에 마인이 포착된 순간 탄환처럼 쏘아져 나간 남궁설아의 검은 한순간에 마인의 심장을 꿰뚫고 그 육체를 그대로 튕겨냈다.

퀴이잉-!

그리고 연이어서 맑은 검명음이 울려 퍼졌을 땐 이미 청색의 궤적이 마인의 목을 가르고 지나간 뒤.

“!”

“?!”

그렇게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마인의 머리는 포도처럼 바닥을 굴러갔고, 시민들을 향해 총탄을 쏘아내던 마인들은 순식간에 3명이 살해당한 뒤에야 남궁설아의 접근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들의 한가운데로 난입할 때까지, 그리고 네 번의 검이 휘둘러질 때까지 그녀의 접근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마인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일제히 그녀를 향해 총탄만을 쏟아붓기 시작했을 뿐.

“···이 새끼가!!”

“뒤져라 씨발!”

드르르륵- 그녀를 향해 갈겨지는 연사.

반동과 조준 따윈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허리춤에서 터져 나온 연발의 탄환이 그대로 남궁설아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마인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간 순간. 그리고 총구에서 총탄이 뿜어져 나오기도 전.

훅- 그 순간 이미 남궁설아는 그들의 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본능적으로 뻗어 나가는 극한의 쾌격.

하지만 며칠간의 수련으로 패검의 검식과 섞인 그 움직임은 패와 쾌의 묘리가 뒤섞여 어중간한 모양새를 자아내고 있었다.

물론.

“···!”

“···씨.”

카샥-! 이 정도 수준의 마인들을 상대로는 그걸로 충분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그어진 반원의 궤적은 그 경로 안에 있던 마인들의 목을 동시에 스치고 지나갔고, 그 사이에 놓여 있던 화기까지 한순간에 부수듯 베어내며 마인들의 목숨을 빼앗아 버렸다.

한순간에 수확된 목이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털썩- 그렇게 쓰러지는 것조차 느렸던 마인들의 몸이 그제서야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을 때.

쾅-!

남궁설아는 이미 그 모습을 뒤로한 채 바닥을 박차고 뛰쳐나간 뒤였을 따름.

그렇게 다시 또 화약 냄새를 찾아다니며 거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한 남궁설아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면서도 조금 전 일격을 되새겨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검을 내지르던 순간의 이질감을 말이다.

역시 아직은 어설퍼- 그게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당연히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쾌검만을 익히며 살아온 만큼 이미 남궁설아의 온몸에는 쾌검의 습관이 배어있었다. 오로지 빠르기만을 위해, 검의 위력과 무게를 뒤로한 채 검격을 쏟아내던 세월이 세월이었던 만큼 역시 쉽게 고치는 건 힘들지 않겠는가?

그나마 남궁설아가 처음 익혔던 검은 패검이었고, 지난 며칠간 유천하의 도움을 통해 빠르게 이제까지의 습관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

남궁설아는 마인을 베어 넘기며 요 며칠간 있었던 일을 되새겨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입장에선 유천하와 함께 보냈던 하루하루가 경악의 연속이었다. 유천하의 경지가 경지였던 만큼 천재일 거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단 반나절 만에 제왕검형의 검식을 완전히 체득해낼 줄 상상도 못 했던 것.

하루도 안 가서 검식을 모두 이해해버린 그는 남궁설아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들여다보며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지적을 해왔고, 그런 유천하의 역량에 그녀는 정말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정말이지 괴물 같은 통찰력과 식견.

그리고 소름 끼치는 재능이었다.

원래도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해서 자신의 예상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니 도대체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조차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물론 그만큼 무학에 있어선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지난 며칠동안의 기억을 되새기며 검식에 대해 고민해보던 남궁설아의 귓가로 이내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

다소 뭉툭하게 늘어지는 발음. 높은 톤. 그리고 아직은 앳된 목소리는 분명 어린아이가 내지른 비명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체없이 발을 박찼다.

팟-! 최대속도로 가속된 그녀의 몸은 한순간에 수백 미터를 박차고 뛰쳐나갔고, 벽을 박차고 소리의 근원지에 도달하였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건 한쪽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어린아이와 그런 아이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한 마인!

“사, 살, 살려···”

겁먹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씨익- 올라가는 마인의 입꼬리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우웅-!

쾅-!! 머리에 피가 쏠리는 기분과 함께 빠르게 발을 박차고 뛰쳐나가면서도 남궁설아는 이 순간 참담한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인과의 거리는 대략 80m.

그녀의 속도로는 단 1초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마인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한 상황. 분명 녀석은 자신의 접근을 눈치채지도 못했기에 마인의 목을 베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아이를 구할 수 있을까?

온 힘을 다해 달려나가면서도 그녀는 그 부분을 확신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이를 악문 그녀가 빠르게 검을 빼 든 순간.

쉬이이잉-!

바로 그 순간- 허공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한순간에 형상화된 마력이 마인의 온몸을 휘감았다.

“어?”

한순간에 대기 중에 떠오른 마법진.

그곳에서부터 튀어나온 마력의 사슬.

그건 정말이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고, 상당한 마력이 담긴 사슬은 그대로 마인의 온몸. 특히 손을 휘감아 총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쾅!!

“···!!”

한순간에 마력 파동으로 화한 사슬은 오로지 마인만을 휘감싸며 터져나갔고, 그렇게 마인을 향해 달려나갔던 남궁설아가 아이의 앞에 도착한 순간.

털썩- 바닥을 향해 허물어지는 마인.

눈앞에서 벌어진 난데없는 상황에 남궁설아는 우선 아이를 감싸며 주변을 경계했고, 그러자 그녀의 눈에 길 건너편의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