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이 빙의를 숨김-64화 (64/205)

사냥의 밤 (3)

그렇게 폭발이 터져 나온 바로 그 순간.

하오란은 다시 본능적으로 바깥을 향해 몸을 내던졌고, 마찬가지로 상황을 인지한 남궁설아도 가속을 발현한 채 바깥으로 뛰쳐나갔으며, 폭탄을 베어낸 유천하 또한 충격을 빗겨낸 즉시 바깥을 향해 발을 박찼다.

그렇게 그들이 망설임 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자- 그들을 반겨준 건 일제히 빗발치는 총탄의 세례.

순식간에 강철의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투두두두-!!

그렇게 갑작스럽게 쇄도하는 공격이었지만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그에 대응하였을 뿐.

바깥으로 뛰쳐나오며 이미 최대로 가속됐던 남궁설아의 신형이 한순간에 청색의 잔향으로 늘어지며 총탄을 빗겨 쳤고, 유천하의 전신에서부터 칠흑의 별무리가 솟구치며 탄환을 튕겨냈으며, 하오란은 자연스레 유천하의 뒤로 숨어들었다.

키기깅-!!

“나왔다 저 새끼!! 조······ 어?”

“씨발 뒤···!”

“······뭐야 저건.”

하지만 마인들이 뒤 쫒았던건 오직 하오란 뿐이었기에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적으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건물에 들어간 건 한 명이었는데 그곳에서 뛰쳐나온 사람은 세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 순간 마인들이 일제히 의아함이 뒤섞인 욕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씨발?! 한 놈이 아니잖아!”

“하오란 저 개새끼가 진짜···!”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새끼 같으니.”

그리고- 그렇게 똑같이. 난데없는 상황을 맞닥트리게 된 남궁설아는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유천하는 순식간에 마인들의 수를 확인하였다.

전방에 스물, 후방에 열.

곳곳에 숨어있는 게 다시 열 둘.

그 숫자는 유천하가 도심에 들어올 때 파악했던 숫자와 일치했다. 그 말은 즉- 도시에 있던 마인들이 모두 몰려왔다는 말. 아무래도 단순히 발각되기만 한 건 아닌 모양.

유천하는 그 즉시 자신의 뒤에 숨어있던 하오란을 바라보았다. 그에 하오란이 자동반사적으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단순히 발각된 수준은 아닌 것 같군.”

“죄, 죄송합니다!!”

물론 그들이 그러든 말든 마인들은 하오란을 향해 일제히 욕을 내뱉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실로 기묘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새끼가 뭔 자신감으로 찾아왔나 했더니··· 공략자를 데리고 와?”

“페르데도 뒤진 판국에 따까리 새끼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군. 그렇게 일을 망쳐놓고 무슨 배짱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어. 대단해. 아주 대단해.”

“적원회에서 이 일을 두고 볼 것 같더냐!”

“좆같은 새끼같으니! 네놈의 창자를 끄집어내 마수에게 먹여주마!”

사방에서 쏟아지는 욕설은 모두 특정인물을 지칭하고 있었고, 그 속에 담긴 내용에 유천하는 대략적으로나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하오란이 뒷세계에서 의뢰를 수행했던 일과 조금 얽혀있는 모양.

유천하는 사전에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단 점이 조금 불쾌했기에 하오란을 바라보았고, 그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을 포착한 하오란은 그 순간 호흡이 가빠져 오는 것을 느꼈다.

“······흡!”

물론 지나날 유천하에게 당했던 금제는 이미 완화되어있는 상태였지만 그날부터 며칠 동안 이어졌던 그 고통의 시간은 이미 하오란의 영혼 깊숙한 곳에 각인된 지 오래였을 뿐. 그렇기에 하오란은 이 순간, 자신을 씹어먹겠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마인들보단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유천하가 더 무서워 오금이 저리는 기분이었다.

하오란은 가빠지는 호흡 속에 다급히 변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그게 제 어, 얼굴을 알고 있는 놈들이 있었던 모, 모양입니다. 그, 저, 전··· 보스랑 같이 활동할 때는 그래도 저희가 나름 뒷세계에서 이름있는 용병이었던지라······”

“조용.”

“예, 옛···!”

허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기에 유천하는 하오란의 변명을 흘려들으며 마인들을 응시하였다.

그러자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단 걸 짐작한 마인들도 하오란이 아닌 유천하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하. 저 새끼 뭐야. 이제는 하다 하다 저런 애송이한테까지 굽신거려?”

“하하!! 이 쥐새끼 같은 놈 페르데 따라 적원회를 뛰쳐나갈 땐 언제고 대가리가 뒤지니까 바로 젖비린내나는 애송이한테 붙어먹은 거냐? 하하하!!”

“······어이가 없군. 아무리 그래도 가오가 있어야지 뭔 아직 솜털도 다 안······ 어?”

그 순간 하오란을 비아냥거리던 마인 중 한 명이 덜컥-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과 눈 앞에 펼쳐진 광경. 그러니까 유천하의 얼굴을 응시하고는 경악스런 외침을 토해냈다.

“···스, 슬레이어?!”

그 말에 마인들은 순간 뭔 개소리냔 표정으로 그 말을 외친 마인을 바라보았고, 그러다 이내 그 말을 이해하고는 일제히 아연한 기색으로 유천하를 노려보았다.

“···뭐? 뭔 개소리야 갑자기 슬레이······ 자, 잠깐만 저··· 저 새끼 그 새끼야!”

“슬레이어라고···?! 집행자? 이면순례자?”

“아니 아니!! 병신새끼들아! 저 새끼 그거잖아!! 뉴스뜬 새끼!!”

“······타천자 살해자!!”

약 3주 전- 전 세계에 울려 퍼졌던 소식.

등천회랑과 등천도시가 테러당했다는 희대의 사건은 당연스레 공략자와 일반인, 그리고 마인들의 관심마저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건 등천회랑의 위상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기에 마인들은 이 순간 유천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등천회랑에 침입한 타천자.

그리고 그런 타천자를 토벌한 생도.

즉··· 등천자급의 초인!

하물며 그들은 적원회를 뛰쳐나갔던 기린아- 페르데 카사 또한 그 사건이 터진 날 사망했다는 소식을 이미 접한 뒤였고, 녀석을 죽인 자 또한 눈앞의 남자와 동일인물이란 건 알고 있었다. 등천도시의 테러를 저지한 이가 회랑에 침입한 타천자까지 토벌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간단했을 뿐이었다.

“시발! 등천도시를 테러한 새끼가 왜 슬레이어랑 붙어먹은 거야?! 말이 돼 이게?!”

“어이가 없군. 저 새낀 왜 안 죽은 거지?”

“테러범과 토벌자? 뭐 저딴 조합이···!”

그렇게 마인들은 일제히 두려움과 경계심 그리고 경악이 담긴 표정으로 유천하를 노려보았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대화 속에 담겨있는 내용에 옆에 있던 남궁설아 또한 눈을 부릅뜨며 하오란과 유천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물론 유천하는 그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하오란을 향해 말을 건네었을 따름.

“슬레이어가 무엇을 말하는 거지?”

“그······ 타천자를 죽인 이를 부르는 저희만의 은어 같은 겁니다.”

“쓸데없군.”

“그, 그렇습니까?”

그렇게 사방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마당에도 태연자약한 그들의 모습에 마인들은 이내 경악하던 걸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강한 초인이라 한들 이 숫자와, 이 포화망에서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그들은 저들을 향해 수많은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그들이 주로 거래하는 화기들은 모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마인들은 유천하의 정체를 알면서도 점차 분이 뻗치는 걸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이없네 시발. 저 새끼들 뭐하냐?”

“······미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뒤질라고 환장을했나 이 자식들이 진짜!”

그렇게 화기를 겨누면서도 분노의 찬 그들의 몸은 점점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천하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개나 소나 다 혈마공이군.”

물론 그건 그에게만 어이없었을 뿐, 이 상황을 같이 마주하고 있는 하오란은 그저 눈앞의 상황이 걱정되었을 따름이었다.

“······그, 그것보다 저희 지금 좀 위험한 거 같지 않습니까?”

“42명.”

“······예?”

“42명이다. 이 상황을 야기한게 네놈이니만큼 저 중에서 한 명이라도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아서 생각하거라.”

“······.”

허나- 나지막하게 읊조려진 유천하의 말.

그 말을 들은 즉시, 하오란의 몸에서부터 폭발하듯이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

콰과가가-! 끈적거리는 마기가 넘실거리며 그의 피부가 검푸른 빛깔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겉면에는 혈관이 도드라져 울긋불긋 솟아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얌전히 안전한 곳에서 구경이나 했을 테지만 유천하가 저리 말한 이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오란에겐 총탄보단 유천하가 더 무서웠으니 말이다.

대가리에 총탄이 안 박히게는 노력할 수 있지만, 유천하의 금제에서 벗어날 자신은 추호도 없었기에 하오란은 전신에 잠재된 내력을 폭발시키며 임전 태세에 접어들었을 뿐이었다.

“······.”

그렇게 한쪽에서는 검붉게, 그리고 한쪽에서는 검푸르게 색색들이 변해가는 마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천하는 마지막으로 남궁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궁설아 또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며 유천하와 시선을 마주했고, 유천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조금씩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하오란의 행적이 드러나서 혼란스러운 게 아닐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든 유천하였고, 이내 그는 납득했다. 그가 마인 사냥을 하러 온 것도 맞아 보일 테고, 반대로 하오란 또한 등천도시를 테러한 범죄자는 맞았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렇기에 순식간에 고조돼가는 전장의 공기를 피부로 체감하며 유천하는 그녀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전, 오해였다면 제 부탁이 무엇이든 들어주신다 하셨습니까?”

혼란스러운 남궁설아의 표정을 바라보며 유천하는 그리 말했고, 그 말에 그녀는 더 큰 혼란에 빠졌을 뿐이었다.

“예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예. 조금 미묘하긴 한 것 같군요. 그래도 오해하신 것도 맞으니 내용은 들어보고 결정해보시겠습니까?”

“······말씀해보세요.”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유천하가 자신의 편이라는 걸, 그리고 자신이 오해했다는걸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똑똑히 인지한 남궁설아는 그리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 그런 일을 겪어놓고도 다시 위험을 자초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일 테니 말이다. 남궁설아는 그렇게 판단을 끝 맞췄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유천하가 건넨 말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알아서 살아남으세요.”

다시금 그들을 향해 사방에서 총탄의 세례가 쏟아져 내렸고, 유천하를 중심으로부터 강렬한 바람이 터져 나왔다.

***

파아앙-!! 지근거리에서 울려 퍼진 굉음.

한순간에 풍결의 가호로 총탄의 궤적을 흐트러트린 유천하가 바닥을 박차고 전방의 마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즉각적으로 상황을 이해한 남궁설아가 후방의 마인들을 향해 쇄도했고, 하오란은 골목에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울려 퍼지는 굉음.

쾅-!! 그것을 시작으로 일제히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 속에서 유천하의 시계는 찰나의 세계 속으로 접어들었고, 순식간에 쏟아지는 탄환의 빗방울을 응시하며 그는 최적의 경로로 검을 뒤틀었다.

투퉁-! 검으로 총알을 튕겨낸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반탄력을 체감하여 유천하는 화력을 가늠해보았다. 화기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역시 생각보다 까다로운 기분. 물론 쏘는 모습을 응시하고 총구의 방향을 보며 대응하면 그만이었지만, 사각에서 날아오는 총탄은 어지간한 무인이라도 상대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유천하는 이 순간 그 사실을 체감했다.

하지만 그도, 남궁설아도 개인화기에 애먹을 정도로 어수룩한 무인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그의 손등에서 토해진 업륜의 마력은 일순간 법칙을 비틀었을 뿐.

우웅-!

1차로 가속되는 세계 속에 내달린 유천하의 몸은 그대로 총알을 빗겨내는 순간 한 차례 더 가속했고, 동시에 마인들 사이에 당도한 순간 이미 검극은 칠흑의 궤적을 그려내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속된 세계 속에서 유천하는 만상의 눈으로 마인들의 형상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선 마인들은 그저 잿빛의 허수아비였을 뿐- 그렇게 칠흑의 검극은 그림자를 베어 갈랐다.

일천검결 一天劍結

일섬 一閃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뻗어진 궤적.

“!”

벼락처럼 뻗어 나간 검신은 그대로 대기를 강타하며 마인들의 몸을 찢어발겼고, 칠흑은 찰나를 유린했다.

카륵- 콰아앙!!! 쾅!! 쾅!!

귓가가 얼얼해질 정도의 폭음이 도심 속에 울려 퍼졌다. 그건 마인들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가는 소리였고, 동시에 유천하를 향해 폭탄이 쏘아지는 소리였다.

콰-앙!!

가까운 거리에서 쏘아진 로켓의 발포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폭탄이 터지는듯한 소리를 자아냈다. 그리고 그 소리만큼이나 실제의 위력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로켓의 탄두를 바라보며 유천하는 그대로 총알을 튕겨냈다.

그러자 검신을 타고 튕겨 나간 금속의 탄환이 그 순간 로켓에 부딪혔고···

쾅-!!!

다시 한 번 터져 나오는 폭력적인 소음 속에 유천하는 그대로 상대를 향해 뛰어들어갔다. 그 사실을 마인이 깨달았을 땐 이미 그가 마인의 눈앞에 도착한 뒤.

허공에 선이 그어진다.

카륵- 콰아앙!! 그렇게 다시 한 번 잿빛의 그림자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총성이 겹쳐졌고, 그 순간 드르륵- 연달아 쏘아진 3점사가 엉뚱한 외벽을 살해하며 허공을 할퀴고 지나갔다.

하지만 유천하는 이미 그 총을 지나쳐 다시 다른 마인을 향해 발을 박찬 상태.

서걱-!! 그렇게 로켓을 쏘아냈던 마인의 목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옆에 있던 마인이 발차기에 얻어맞고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툭- 데구루루···

그렇게 바닥을 구르는 마인의 머리를 뒤로 한 채 유천하는 다시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서 그림자로 화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륵··· 콰앙!!!

그때 마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져라!!”

콰과과과-!!

허공에서부터 터져 나온 백열의 불꽃. 한순간에 유천하를 향해 폭염이 휘몰아쳤고, 그는 그곳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저었다.

퀴잉-!! 현상의 발현으로 이어지는 마력의 흐름을 그대로 베어냄과 동시에 유천하의 신형이 마인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곤 일순간에 갈라져 나가는 업화의 해일을 지나치며 유천하는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마인의 얼굴을 응시했다.

동시에 검극은 푹-! 그 미간을 꿰뚫었다.

카륵- 퍼엉-!! 다시 한 번 마인의 몸이 그림자가 되어 터져나갔다.

“씨··· 씨발!!”

그렇게 순식간에 그림자로 화해 터져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에 마인들이 일제히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지근거리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발포음이 불협화음을 토해냈지만 총알이 터져 나오기도 전, 아직 방아쇠를 당기던 시점에서 이미 유천하는 그곳에서 사라진 상태.

“씨발!! 뭐야?!”

“···어, 어디 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텅 비어 버린 거리를 바라보며 마인들은 순간적으로 뇌가 멈추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상황을 인지가 따라가지 못하던 순간.

후웅-! 미약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감지한 마인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땐, 퀴이잉-!! 밤하늘을 가르고 칠흑의 반월이 날아오고 있었을 뿐.

“이런···!”

시발- 미처 내뱉지 못한 말을 목구멍에 간직한 채 이등분으로 잘려나간 마인의 상체가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을 향해 굴러갔고, 허공을 즈려 밟고 쏘아진 유천하의 신형이 다시금 마인을 향해 쏘아졌다.

후웅-! 다시 한 번 풍결의 가호가 유천하의 발을 휘감았다. 우웅- 다시 한 번 가속의 특성이 유천하의 몸에서 발현된다.

그 순간.

“뭐, 뭐야 저 괴······”

일순간에 가속된 칠흑의 검극은 그대로 한줄기 섬광이 되어 마인을 베고 지나갔다.

업륜으로 자아낸 가속의 발현.

가호로 갈라낸 대기의 틈새.

한순간에 터져나온 패도적인 내력.

만상의 눈으로 마인들의 호흡마저 꿰뚫고 대기를 가로지른 신형은 그대로 공간을 격하며 그림자를 살해했다.

“······물은.”

서걱-! 섬뜩한 절삭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 경계에 서 있던 마인들의 목이 일제히 떨어져 나갔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바닥을 뒹굴었던 이만이 간신히 그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건 아주 잠깐이었고, 현실의 나려타곤은 그저 죽기 좋은 자세였을 뿐이었다.

서걱-! 그렇게 바닥을 굴러가던 자세 그대로 잘려나간 마인의 몸이 구르는 걸 멈춘 순간. 그 몸은 삼등분이 되어 터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유천하의 손등이 우웅-! 거칠게 마력을 토해냈다.

한순간에 터져 나온 업륜의 마력은 칠흑의 형상으로 주조되어 한순간에 허공으로 펼쳐지기 시작했고, 그의 손등에서 시작된 검은 형상은 거미줄처럼 뻗어져 나가 시가지에 펼쳐졌다.

그렇게 고탄성의 실타래는 그대로 날아오던 로켓을 붙들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동시에 허공에서 터져 나오는 폭력적인 소음에 마인들마저 순간 인상을 찌푸렸고, 터져 나온 폭염이 잠시 그들의 눈을 가렸을 때- 유천하는 어느새 그들의 사이로 뛰어든 뒤였다.

한순간에 마인들 사이로 내려앉은 그.

우웅-!

다시 한 번 칠흑이 검극을 불태웠다.

“이 괴물같···”

“뒤져라 이 씨···”

“개좆같···”

찰나의 간극.

그 초속의 세계를 이어 그은 흑색의 선율.

그렇게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 단 한 순간. 유천하를 향해 핏빛으로 물든 팔을 쏘아보내던 마인들의 목이 일제히 떨어져 나갔다.

후두두 떨어지는 얼굴들은 마치 가면이라도 된 것 마냥 한가지 표정을 그곳에 새긴 채 바닥을 굴러갔고, 그 입속으론 미처 새어 나오지 못한 말이 바람 새는 소리로서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카륵··· 퍼엉!! 펑!!!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지는 마인들의 단말마를 흘려들으며 유천하는 다시 다른 마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매캐한 냄새만이 남아있는 텅 빈 거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고, 그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전방에 자리하고 있던 마인들을 모두 죽여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콰아아앙-!!

그렇기에 유천하는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골목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결국 다시 검을 들어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남궁설아는 죽으면 곤란했고, 하오란도 아직은 쓸모가 있었으니 말이다.

“······.”

그렇게 난무하는 소음을 흘려들으며 유천하는 그대로 다른곳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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