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밤 (2)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남궁설아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속도는 자신이 빨랐을 텐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분명 생각보다 유천하의 속도가 빠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자신보다 빠른 건 아니었다.
차이를 생각하자면 대략 1.5배 정도.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그건 절대 작은 차이가 아니었다. 또한 그녀가 그 속도를 살리지도 못할 만큼 멍청이도 아니었고 말이다.
페이크를 넣은 게 실수였던 걸까?
아니, 유천하는 처음부터 그녀의 움직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목표로 하는 곳을 향해 한 발짝 먼저 출발했고, 그녀가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에 한 발짝 먼저 당도했다.
그것도 그녀보다 더 느린 속도로 말이다.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그 움직임에 순간 사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정도였지만, 지금 벌어진 일은 분명 현실이었기에 남궁설아는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게 순응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목에 들이밀어 진 검극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쾅-!! 일순간 소리보다 빨라진 그녀의 신형이 유천하의 간극에서 벗어나 자리를 박찼고, 굉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녀는 벽을 박차고 고속의 회피기동을 펼쳐보았다. 남궁설아의 몸이 다시 한 번 가속하며 주변의 건물로 뛰어들었다.
이 상황에 확신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유천하가 보여주는 태도는 이상했다.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았다면, 자신이 오해한 게 아니라면 이 상황은 무척이나 위험한 순간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도주조차 불가능하다는 건···
즉. 지금 자신은 죽을 위기라는 것.
쾅-!!
하지만 남궁설아는 그 사실을 잠자코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특성은 최대로 발현되며 그녀의 몸을 음속의 영역에 들여놓았고, 한순간에 벽을 박찬 그녀의 몸이 반대편에 도달. 동시에 다시 발을 박찬 그녀의 몸이 천장에 튕기며 건물 속을 한순간에 헤집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극한의 쾌속.
하지만 안타까웠던 점은 단순히 속도만으로는 유천하가 직시하는 오온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유천하가 남궁설아의 움직임을 목격한 건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그렇기에 이 순간 유천하는 그녀의 움직임을 모두 들여다 보고 있었다. 단순히 근육의 움직임, 호흡의 흐름, 내력의 유동성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남궁설아가 발하는 의념의 잔향. 특성의 전조, 생각의 방향성.
유천하는 그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수.”
그렇기에 내벽을 박차며 회피하던 그녀의 앞엔 어느새 다시 유천하가 나타났고, 그녀가 허공을 박차고 쏘아진 그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그의 손이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 그대로 바닥으로 내던져진 뒤.
그 순간 그녀의 세상이 뒤집혔다.
“상황을 잘못 파악하였습니다.”
“!”
쾅-!! 둔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남궁설아 신형이 지면에 내리꽂혔다.
그렇게 바닥에 등을 부딪친 그녀가 빠르게 몸을 일으켜보려 했을 땐 이미 유천하의 다리가 그녀의 몸을 내리누르고 있었고, 그녀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유천하의 손바닥이었을 뿐.
흡-! 그 순간 유천하의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고, 동시에 남궁설아는 호흡을 빼앗겼다.
“큽! 끄읍!!”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설아씨의 실력으로는 연맹에 연락을 넣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도망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당신은 처음 위화감을 느낀 그 순간. 그때 바로 도주를 시도해야 했던 겁니다.”
한순간에 목을 죄어오는 압력에 남궁설아는 다급히 손을 휘저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을 움켜쥔 유천하의 손바닥을 떼어놓으려 힘을 주었지만, 칠흑으로 물든 그의 손은 이미 하나의 단단한 바위와도 같이 그곳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상황에서, 그녀의 위에 올라탄 유천하의 손에 목을 죄인 상태에서 그녀는 가빠져 오는 호흡 속에 유천하의 시선을 마주하였다.
빛 한 점 없이 흑색으로 가라앉아있는 눈.
이 상황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눈빛에 남궁설아의 온 감각이 쭈뼛거리며 달아올랐다. 그 순간 소름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농밀한 살기가 그녀를 휘감기 시작했다.
오로지 죽인다는 마음만으로 벼려진 의념의 칼날. 유천하의 살의가 그녀의 피부를 저밀었고, 압도적인 살기 속에 그녀는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상황에서, 한순간에 극한으로 몰아치는 살의 속에서 남궁설아의 시계가 극도로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태풍이 휘몰아쳤다.
“끕···! 끄윽! 큭! 크읍!”
설마 지금 죽는 걸까?
정말로? 이렇게 갑자기 죽는다고?
그것도 이 남자의 손에?
이 순간, 남궁설아의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자신이 내렸던 판단에서부터 점점 거슬러 올라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 그걸 원했던 이유, 자신의 삶을 이끌어왔던 사건.
그리고.
그 어린 날의 증오스러운 기억까지도···!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렇게 수많은 후회와 분노가 한순간에 그녀의 세상을 뒤덮었고, 그녀는 이 순간 다가오는 죽음을 똑똑히 마주하였다.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남자.
끊어질 것만 같은 목.
무기질적인 눈빛.
그렇게 그녀는 이 순간을 뇌리에 똑똑히 각인시켰다. 특성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한없이 느려지는 세계 속에서 그녀는 영원 같은 찰나에 유천하를 마주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애초에 저는 마인이 아닙니다.”
그녀의 목을 옥죄던 압력이 풀려나갔다.
흡- 차가운 공기가 폐부에 발을 들이자 그녀는 호흡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그녀를 난도질하던 살의가 씻은듯이 사라져버린 것을 체감했다. 그렇게 남궁설아는 파랗게 변해버린 대기를 들이마셨다.
“끄읍··· 하! 하아··· 하아······”
한순간에 급변해버린 분위기.
거칠게 호흡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며 유천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오히려 그는 방금까지 깔고 뭉개고 있던 그녀의 몸을 그대로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주었다.
하지만 한계까지 내몰렸던 그녀의 육체는 힘이 풀린 상태였고,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에 남궁설아가 이내 몸을 비틀거렸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시 바닥에 몸을 뉘었을 뿐.
그 순간 유천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받쳐주었고, 동시에 서로의 시선이 다시금 교차했다.
아까와 비슷한 자세.
하지만 달라진 상황.
“······.”
“······.”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였기에 그녀는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암전되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육체도, 죽음을 체감하고 있던 정신도 이 상황에 따라가진 못했고, 그렇기에 이 순간, 그녀는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기분을 체감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육체는 본능적으로 떨려왔고, 그렇게 온몸을 떨어대며 굳어버린 남궁설아를 바라보며 유천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갔을 뿐이었다.
“우선 지금의 행동은 사과드리겠습니다.”
“······.”
“또한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타천의 마인도 아니며, 딱히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기준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요.”
이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미 조금 전의 기억이 온몸에 새겨졌던 그녀로서는 지금 유천하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방금 전의 상황은 뭐였단 말인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 일을 벌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가는 유천하의 모습이 마치 광인처럼 느껴졌기에 남궁설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유천하는 태연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게,
그렇기에 더욱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방금 전 무슨 기분을 느끼셨습니까?”
“······.”
“두려우셨습니까? 아니면 숨겨둔 한 수가 있었습니까? 죽음을 체감하셨습니까?”
“······다··· 당신은.”
“방금 전의 일은 모두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입니다. 함부로 저를 미행한 것. 부적절한 판단을 통해 스스로 위험에 발을 들인 것.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역량을 과신한 것. 만약 오해가 오해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 설아씨가 어떻게 되셨을 것 같습니까?”
당연히 죽었겠지요-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유천하의 말에 남궁설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저는 방금 그걸 조금 더 직접적으로 체감시켜드리고자 했습니다.”
남궁설아의 이성은 더 이상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평소 지켜봐 왔던 유천하의 모습과 지금 그가 한 말을 생각하면 분명히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전 겪었던 소름 끼치는 살기와 지금의 부드러운 태도는 분명 불과 얼음보다도 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에 그녀는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고, 이 순간 그녀에게만큼은 시야에 비치는 유천하의 모습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이질적인 형상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허나 제 행동이 다소 과했던 건 맞으니 다시 한 번 사과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도대체······”
조금씩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순간 회복된 감각 속으로 자신의 의복이 식은땀으로 푹 젖어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남궁설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유천하를 바라보았다.
유천하는 담담히 그 시선을 마주하였다.
“이전에 제게 가르침을 달라 하셨지요.”
“······.”
“제가 느끼기엔 설아씨의 행동에서는 항상 조급함이 느껴집니다. 조금 더 침착하게 판단해도 될 것을 항상 더 다급하게 판단을 내립니다. 대련을 할 때도, 실전을 겪을 때도,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말입니다.”
유천하 또한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그녀를 응시하였을 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을 똑똑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 본능의 영역에 각인될 만큼 분명히 기억하셔야 할 것입니다.”
“······.”
“한순간의 판단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장의 신념과 판단을 감당할 실력이 없다면 그건 결국 만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의 역량을 과신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겪게 될 테니까요.”
나직하게 흘러나온 그 말은 싸늘한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에 박혔고, 그렇기에 그녀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말의 인과를 방금 전 그녀 스스로 뼈저리게 체감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 사이에서 서로의 시선이 오갔고, 그녀는 이내 입술을 굳게 깨물고선 유천하를 노려보았다. 아직도 떨려오는 몸을 억누르며, 그녀는 굳은 의지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마인들만이 존재하고 있는. 이곳에···! 무슨 일로 오신 건지 제대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이어나가는 게 힘든 모양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뚝뚝 끊겨왔지만, 유천하로선 그 목소리의 상태보단 그 말의 내용이 신경 쓰였을 따름이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는지 신기하군요. 탐지 계열의 가호라도 있으셨습니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에 유천하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해주기 싫은 모양인데 억지도 캐물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이런 오해를 남겨둘 이유는 없었기에 유천하는 설명을 시작하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이대로 설명하면 그녀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유천하는 그렇게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됐을 것이다.
“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조금 미묘하지만 천천히 이해······”
“크, 큰일 났습니다!!!”
쾅-!! 그 순간 갑자기 하오란이 창문을 박살 내며 안으로 뛰어들어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한순간에 건물로 난입한 남자- 하오란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인지한 즉시, 조금 전까지의 다급함도 잊고 순간적으로 얼어붙고 말았다.
“지금 바······ 아?”
바닥에 쓰러지듯 기울어 있는 묘령의 소녀. 그리고 그 옆에 앉아 한 손으로 소녀를 받치고 있는 익숙한 남자.
갑작스레 뛰쳐나간 유천하를 찾아온 건 자신이었으니 그렇다 치자. 그리고 유천하가 뛰쳐나간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테니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도 그렇다 치자.
하지만 대체 이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 분위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실내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공기에 하오란의 뇌가 잠시 삐거덕거렸고, 그 순간 두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아, 그··· 그···”
“······무슨 일이냐.”
유천하의 입이 열렸고, 그로부터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에 하오란은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이쪽도, 저쪽도 큰일이 난 모양.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의 상황이 더 다급해 보이니 하오란은 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정신을 차렸어도 그의 뇌는 아직도 삐걱거리고 있었기에···
“그, 그게 바, 발각된 거 같습니다!”
하오란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이게 최선이었을 뿐이었다.
“······.”
“······.”
“······.”
그 말에 유천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로부터 새어 나오는 소름 끼치는 살기에 하오란은 뻑뻑한 머리를 굴려대며 꼬여진 혀를 풀어냈고, 이내 빠르게 변명을 내뱉었다.
“그, 그게 갑자기 뛰쳐나가셔서 저, 저도 뒤를 쫒으려고 했는데··· 그, 속도가··· 너, 너무 빠르셔서 그게··· 어쩌다 보니까 마인과··· 조우······ 하고··· 그······”
“그만.”
유천하는 거기까지만 듣고서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오란의 말을 들으면서 순식간에 기감을 확장시킨 그는 건물을 에워싸며 다가오는 기척들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만상의 눈으로 외벽을 투과해 마인들의 접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남궁설아에게 시선이 쏠려있어서 다소 파악이 느렸던 모양. 상황을 파악한 유천하는 남궁설아를 가볍게 일으켜 세우고는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남궁설아와 하오란- 둘 다 순간적으로 흠칫하고 말았다.
“······지금 이게··· 그리고 저자는?”
“설명이 필요하다 하셨습니까?”
당연히 지금 남궁설아는 다소, 아니 매우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는 중이었다. 유천하와의 일도, 그리고 난데없이 뛰어들어온 남자의 일도, 그리고 저 발각됐다는 말도 모두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유천하의 태도.
그리고 뛰어들어온 남자의 태도.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느껴지는 구역질 나는 악취 속에 대략적으로나마 상황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설마?”
“예. 저는 마인사냥을 하러 왔고, 저자는··· 마공을 익힌 마인은 맞지만 침식마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 곧 전투가 시작될 테니 길게 설명해드릴 시간은 없을 것 같군요. 아무래도 포위당한 모양입니다.”
“······.”
그 말을 들은 남궁설아는 얼어붙었다.
물론 저 말이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고, 그렇다 한들 마공을 익힌 자라는 게 신경이 쓰였지만 유천하가 건넨 말과 그녀의 후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도대체.”
그 순간 유천하의 몸이 늘어졌다.
흑색의 잔향을 남긴 채 깜빡거린 신형.
검극이 허공을 가르며 그녀를 향해 쏘아졌고, 그건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남궁설아는 본능적으로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나?
아니, 유천하의 실력으론 자신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조금 전 그대로 자신의 목을 꺾어버렸으면 그만인 문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천하의 검이 그녀를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가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고, 그에 남궁설아는 가속을 발현해 그 일격을 피해 보려 하였지만··· 이미 본능에 각인된 두려움이 그녀를 얼어붙게 하였을 뿐.
그렇기에 남궁설아는 저도 모르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유천하의 검. 그 칠흑의 검극은 허공을 격하고 쏘아졌을 뿐이었다.
목표를 베어 가르기 위해,
칠흑의 별무리를 그 몸에 휘감은 채.
하지만.
카가각-!! 물론 검극이 꿰뚫은 건 그녀가 아닌 그들을 향해 창문으로부터 날아온 기괴한 쇳덩어리였기에, 찰나의 순간 대기를 베어 가른 검극은 그렇게 탄두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휘몰아치는 폭염.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세차게 터져 나온 백열의 파도! 그렇게 폭발은 한순간에 그들이 서 있던 자리를 휩쓸며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