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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 빙의를 숨김-52화 (52/205)

침식역류 (1)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인사를 나눈 그녀들은 이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거 듣는 사람이 꽤 많았네.”

“그러게요···? 저는 두 분도 이걸 신청하셨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하하···! 뭐야 너희. 같이 입학했으면서 시간표 공유도 안 한 거야?”

“그, 그 어쩌다 보니 타이밍을 놓쳐서···.”

나는 그녀들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생도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침식역류를 예고하는 멍청한 짓을 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싶진 않았으니 실력 좋은 아이들이 많았으면 싶었기 때문이었다.

‘진시우, 이솔라, 남궁설아, 마르네, 리베르테······.’

다행히 생각보다 상위권 애들이 많이 와있었다. 실습 위주의 수업인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그래도 유망주급이라면 어지간한 마수 정도는 손쉽게 토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수호자급만 어떻게 처리한다면 나머지 상황 정도는 빠르게 정리되지 않을까? 하물며 시가지에서 전투를 벌이더라도 여명급까지는 진시우선에서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기분.

“그건 그렇고 둘 다 분반이 어떻게 돼?”

“저는 B반이요!”

“C.”

“모야. 다 다르네··· 나는 A반!”

그나저나 서로 분반은 각각 달랐던 모양. 원래대로라면 각자 다른 시간에 들었겠지만 첫 수업을 통합으로 시행하는 만큼 이렇게 다 같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리엘이나 이하린이나 실력은 괜찮은 아이들이었으니 제대로 활약을 해주겠지. 그녀들의 실력이라면 여명급까지는 어떻게 버텨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마인 침공이 아닌 만큼 따로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타천자가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수호자급 마수만 내가 맡아서 상대하면 위험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리엘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나도 방금 티나한테 들었는데 다들 오늘 실습 나가는 곳이 어딘지는 알고 있어?”

“어··· 유럽 쪽 접경지 아니었나요?”

“빙고!”

유럽쪽 접경지라··· 자세한 지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원작의 풍경 묘사에서 그 비슷한 내용이 나왔던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무공을 습득한 뒤론 어지간해선 기억을 까먹는 경우가 없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전생에 읽었던 소설의 기억을, 그것도 아주 사소한 부분을 지금 와서 떠올리는 건 나로서도 조금 무리인 부분.

그런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만약을 대비해 대비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학사에 공개된 일정을 보니까 메인 게이트 이용신청이 단체로 밀라노로 돼 있었대!”

“밀라노요? 이탈리아 쪽은 얼마 전에 한번 다 청소하지 않았나요? 그 정도 대도시면 바로바로 공략에 들어갈 텐데···?”

“응. 프리앙님이 한번 다 미시긴 했는데 심연이랑 가까우니까 금방 다시 생겼나 봐. 황혼급도 하나 있는 데다 그리스 쪽이랑 겹쳐서 공략자 수가 부족한 모양이야. 그래서 체험 겸 우리라도 부른 거 같구?”

“······그렇군요.”

재앙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니 이하린의 기가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흙빛으로 변한 그녀의 안색을 바라보며 나는 빠르게 화제를 돌려주었다.

“그것보다 황혼급이라고? 지금 밀라노에 있는 탑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

“응? 아··· 등급은 황혼급 1개랑 여명급 8개래. 우리는 그 중 황혼급이랑 여명급 범위가 겹치는 곳으로 간다고 들었어.”

하필이면 범위가 겹치는 곳이라.

“······위험하겠네.”

“뭐··· 어쩔 수 없지. 우리도 공략자니까.”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다.

단순히 마수들의 잔재가 새어 나오는 침식 방어전이라면 범위가 겹쳐도 문제없었다. 아니 침식방어전이라면 멸화급 탑이라 할지언정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잿빛탑 내부의 마수가 모두 쏟아져 나오는, 특히 수호자급 마수가 풀려나는 침식역류라면 조금 곤란했다.

원래대로라면 어떤 게 터지는 거지?

황혼급? 여명급? 아니면 둘 다?

‘······애매하네.’

어느 쪽이든, 아니 사실 둘 다 터지더라도 생도들의 숫자가 숫자인 만큼 주변에 대기 중인 헌터들도 있을 테니 큰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수호자급 마수는 예외. 그 녀석들은 괜히 연맹에서 번외급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명급 수호자라 해도 최소 등천자급 공략자나 다수의 공략자들이 필요할 텐데 침식역류가 두 군데 동시에 터지게 된다면 한 마리는 내가 처리한다 해도 다른 이들의 대처 양상에 따라 큰 피해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물론 내가 그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서는 조금 더 노력하는 것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눈앞에서 침식역류로 도시가 쑥대밭이 된다면 이하린의 멘탈에도 영향이 갈 터였고, 그렇다면 또 그녀가 어느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일지 조금 걱정되었을 따름이었다.

***

시간이 되자 교수가 나타났다. 그는 각성자 협회 출신의 등천자라 했는데 그렇게 강해 보이진 않았다. 물론 등천자인만큼 생도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 느낌.

어쨌든 우리는 바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렇게 단체로 백색탑 사이를 연결하는 기이한 공간을 통과하자 우리를 맞이한 건 따사로운 유럽의 풍경 속에 도열해있는 무장한 군대. 늘어선 군인들 사이에서 한 명의 장교가 걸어 나오며 교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십시오. 공략자 여러분.”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밀라노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아니 특이했다고 해야 할까?

깔끔하게 배치된 백색의 건물들은 햇살을 받아 아이보리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한눈에 들어오는 화사한 유럽의 풍경은 주변에 깔린 분위기와 대비되어 우리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물론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말이다.

콰아앙-!!

그 순간 들려오는 강렬한 폭음.

동시에 총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도 올만이네.

-날씨는 괜찮은데 어째 영···.

-아 시끄러워.

도시는 평화로운 외견과는 별개로 간헐적으로 울려 퍼지는 소음이 그 분위기와 어우러져 기묘한 긴장감을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투두두두-! 콰아앙!!

적막한 도시 사이로 들려오는 폭음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칠흑의 석탑들.

실습인 걸 알고 온 것이기에 생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여유를 부려보았지만, 그들의 눈빛과 마력 위로 서서히 긴장감이 스며들고 있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자자- 모두 주목!”

그때, 짝-! 손뼉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충 분위기는 알겠지? 간단하게 설명할게. 이 수업이 어떤 수업인지는 모두 알고 신청했을 테니 그건 넘기고, 우리는 바로 실습을 체험하게 될 거야.”

우리는 교수를 바라보았다.

“참고로 현재 밀라노에 솟아난 탑은 총 9개. 그중에서 우리가 주로 마크할 범위는 총 2개야. 침식영역 범위 내 민간인들은 모두 대피한 상태니까 침식방어전 자체에만 집중하면 돼.”

민간인들이 모두 대피한 상태라는 건 괜찮았다. 신경 쓰일만한 요소는 적을수록 좋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침식방어전에만 집중하면 된다라.

진짜 침식역류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건 힘든 이야기였다. 그 순간 침식영역의 범위는 무용지물이 돼버릴 테니까. 도시 전체 인구가 대피한 게 아니라 단순히 영역 내에서만 대피시킨 거일 테니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각 3명씩 팀을 구성하자. 실습은 팀 단위로 이루어질 거고, 팀 구성 조건은 각 라인별로 1명씩. 상, 중, 하가 골골루 모여서 실제 공략활동을 벌인다 생각하고 활동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교수는 자신의 옆에 서 있던 군인을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참고로 조마다 연맹소속 유지군이 1개 분대씩이 따라붙을 거야. 너희에게 부족한 경험을 지원해줄 분들이니 실례는 하지 않도록 하렴. 기본적으로 침식 방어전인 만큼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위험하진 않을 거야.”

“잘 부탁드립니다!”

쾅-!!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정말 연맹군까지 따라붙는 모양. 정말 본격적인 실습이었다. 그래도 제대로 무장한 군대가 서포트하고 생도들이 마수를 처리한다면 분명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침식 방어전에 한해서는 말이다.

콰아아앙-!!

-아··· 3명이네.

-어떡하징. 나 상위권에 아는 애 없는데···.

-님님 저랑 팀하쉴?

어느새 소음에 익숙해진 생도들은 각자 조를 구성하기 위해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자율적인 구성이었다면 금방 끝났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팀 구성은 화이트, 블랙, 그레이 라인이 골고루 편성되어야 했고, 그건 생도들로서도 영 난감한 상황.

-저기···? 너 찬룡이었니? 이름이?

-응? 아 맞아 맞아. 너는 그···.

서로의 얼굴이나 실력을 알고 있던 생도들도 있었지만 이제 겨우 학기가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만큼 데면데면한 아이들이 더 많았던 탓이었고, 그건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 천하씨? 혹시 괜찮으시면······”

“예. 같이 해요.”

“···넵! 감사합니당!”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나는 블랙라인, 이하린은 그레이라인 이었다는 것.

“으음··· 나는 친구들하고 짜야겠다. 팀플이면 같이 하기로 했거든. 미안.”

화이트라인인 아리엘까지 끼면 딱 맞았겠지만 그녀는 마침 자신의 친구들과 약속이 되어있었는지 우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쪽과 팀을 짜러 갔다.

“그럼 이따가 봬요!”

“응. 이따가 또 봐! 조심하구!”

“넵! 아리엘씨도 조심하세요.”

물론 그녀와 팀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만 솔직히 그게 아니더라도 큰 상관은 없었다. 아리엘이야 어디서 활약하든 문제없었으니 말이다.

“······.”

다만 만상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봐도 별다른 이상을 느낄 순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력의 흐름이 조금씩 눈에 거슬렸던 탓.

물론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이곳이 침식지역이기에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소함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합리적인 추론이 아닌, 무의식적인 육감이 자꾸만 신경을 간지럽혀 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기에 나는 우선적으로 이하린부터 확보했다. 침식역류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했지만 느낌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황혼과 여명- 두개의 탑이 모두 역류해버린다면 생도들과 이하린에겐 다소 위험한 상황일 테니 어쩔 수 없었다. 황혼급은 생도들의 실력으로는 확실히 무리였고, 이하린의 성격상 뒤를 생각 안 하고 황혼급을 향해 달려갈 게 뻔했으니 말이다.

여명이든 황혼이든 한 개만 터진다면 내가 해결하면 되는 일. 하지만 두 개가 동시에 터진다면 나는 이하린을 여명급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단순히 버티는 거라면 유망주급이면 가능하겠지. 토벌까지 기대해볼 만한 건··· 진시우나 이하린인가.’

느낌상 아리엘이나 이솔라도 가능은 하겠지만 경험이 부족할테니 영 못 미더웠다. 포텐셜은 높아도 돌발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아직은 미숙하단 느낌.

그에 비해 이하린은 실력이 조금 낮을지언정 다른 아이들보단 경험이 많았고, 저번 격전에서의 의념을 생각해보면 수호자급을 상대로 버티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물론 여명급에 한해서긴 하지만 말이다.

이하린이 전위를 맡고 아리엘이나 이솔라 정도의 후위가 화력을 담당한다면 여명급 수호자 정도는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명급 정도라면 이하린에게 실전경험을 시켜줘도 상관없겠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우리를 향해, 정확히는 나를 향해 한 사람이 다가왔다.

차갑게 가라앉은 군청색의 머리카락.

“혹시··· 자리가 남아있나요?”

바로 남궁설아였다.

“······어?”

“예. 아직 화이트라인은 못 구했습니다.”

“그럼 이 팀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왜 굳이 이쪽으로 다가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쁠 건 없어 보였기에 나는 이하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전 괜찮아요!!”

“그럼 저도 괜찮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팀 구성이 완료되었다.

갑작스러운 남궁설아의 합류에 이하린은 잠시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그녀 또한 원작의 주요 인물이었던 만큼 이하린은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모양인지 이 기회에 말을 걸어보고 싶은 모양.

“······저··· 그···”

“······?”

“······.”

하지만 서로 딱히 할 말은 없었기에 우리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고, 그 침묵을 뚫고 입을 열기엔 평상시의 이하린은 다소 소심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적막을 지키고 있는 사이 어느새 다른 조들 또한 편성이 완료되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난 생도들에게는 사전에 공지된 대로 팀별로 1개 분대씩이 따라붙게 되었고, 각 팀은 연맹군과 함께 발을 맞추며 본격적인 침식 지역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크르르르···!!

투두두두두!!

그렇게 첫 번째 실습이 시작되었다.

***

침식- 기원을 알 수 없는 미증유의 재앙.

그것은 잿빛의 그림자를 통해 세상을 물들이는 재해와도 같은 현상이었고, 심연의 탑이 솟아남과 동시에 시작된 세계침식은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낸 끝에 간신히 멈춰 서게 되었다.

그렇게 1차 세계침식과 2차 세계침식.

두 차례의 재앙을 겪은 세계는 침식현상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초유의 재앙이란 걸 받아들였고, 그 후 침식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게 되었다.

그렇게 침식현상에 대한 수많은 공략과 연구가 이루어진 끝에 인류는 ‘일부’나마 침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 인류는 잿빛탑의 종류에 대해.

그리고 침식현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거 참. 생도분들이 도와주시니 확실히 침식방어전이 훨씬 편하군요.”

“······그런가요?”

우선 가장 보편적인 침식.

난데없이, 어디서든 솟아난 잿빛탑은 발생 시점부터 서서히 주변을 침식하기 시작하고 그림자 마수를 토해내 주변을 파괴한다.

-캬오오오!!

서걱-!!

“예. 정말 그렇습니다. 저희가 상대하려면 하급의 마수라도 총탄을 몇 발을 퍼부어야 하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상대한다는 게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제트리 병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직히 저희끼리 있을 때는 부정형이라도 하나 떴다 하면 그냥 폭탄이나 잔뜩 던지고 도망가야 하는데 저분들은 정말······.”

“······하하.”

퀴이잉-!

또한 그러한 파괴행위가 지속되고, 침식현상이 일정 기점을 넘기게 된다면 그 순간 침식 역류가 발생하는데, 그렇게 침식역류가 발생하는 순간 잿빛탑속에 묶여있던 마수들은 모두 지상으로 풀려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중에는 당연히 탑의 근원석을 지키는 수호자급 마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침식역류와 동시에 풀려나오는 대량의 마수 군단과 번외급의 재앙.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침식역류를 막아야 할 결정적인 이유.

침식을 내버려둔다면 감당하기 힘든 마수들이 점점 자유롭게 풀려날 테고, 그건 단순히 잿빛탑 주변을 포기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실 저분들은 생도 중에서도 대단한 분들이세요. 그··· 검색해봐도 나올걸요?”

“아 그렇습니까? 하긴 생각해보면 연맹에서 파견된 각성자들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특례법 방위군 뛰러 오시는 분들하곤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이거.”

“거 초인조무사 녀석들하고 비교하는 건 실례지. 헌터들이 모두 저 정도만 해줘도 침식역류 터지는 게 반은 줄어들 텐데··· 쯧.”

“우리만 있는 거 아니다. 입 조심해.”

“······하하.”

연맹군과 이하린의 대화를 흘려 들으며 나는 계속해서 탑을 감시했다.

아직은 침식방어전에 불과했기에 출몰하는 마수의 빈도가 그리 높진 않았고, 대부분의 마수는 남궁설아가 처리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느낌이 이상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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