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검무 (1)
인적 드문 3학구의 숲.
그곳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쾅-!!
손끝에서 쏘아지는 낙뢰의 형상. 이하린은 황급히 검을 휘둘러 마법을 베어냈지만 그에 안도하고 있기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을 따름이었다.
“정지.”
“!”
그 순간 이하린의 몸에 걸리는 부하. 그녀의 몸은 검을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섰고, 그에 이하린은 그 즉시 의념을 그러모았다.
정신을 집중해! 바로 풀어내!-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언령을 떨쳐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리엘 또한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는 없었을 뿐.
“중압.”
쿠웅-!
순식간에 무거워지는 그녀의 몸. 그렇게 두 개의 언령은 이하린의 몸을 휘감았고, 이하린이 간신히 그 심상들을 깨부쉈을 때는 이미 그녀의 앞으로 마력의 화살이 겨냥된 직후.
부드러운 목소리는 명징하게 쏘아졌다.
“빛의 화살.”
“···!”
핑! 그러자 새하얀 볼 옆으로 그어지는 작은 실선. 아리엘이 쏘아낸 마력은 이하린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언령에 묶여있던 이하린이 그에 대응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하물며 마법이 타게팅된 지점은 우연이 아닌 아리엘의 의도대로 설정된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끝이네?”
“······.”
그렇게 두사람의 대련이 종료되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이하린은 고개를 들어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아리엘의 얼굴 위론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아. 또 졌네요.”
“그래도 대단했어. 스펠 마법까지 깨트릴 줄은 몰랐거든. 그렇게 쉽게 파훼 당할 마법은 아니었단 말이야.”
“그런가요?”
“응.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난 하린이 네가 왜 그레이라인에 있는 건지 모르겠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리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하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게 다 천하씨가 잘 가르쳐줘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의념 이랬지? 근데 그것보다는 기본 실력 자체가 뛰어난걸? 애초에 등천의 구도자가 아무나 추천해 줄 만한 곳은 아니잖아.”
“그, 그렇긴 해도 의념이 아니었으면 언령에 저항하긴 힘들었을 거에요!”
“그으래···?”
“넵!”
뭔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리엘의 모습에 이하린은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딱히 실력을 숨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레이라인에 배정받으려고 일부러 시험을 대충 치른 건 사실이었고, 그걸 솔직하게 말하기엔 따로 변명할만한 핑곗거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건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녀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아리엘이 이내 다른 화제를 꺼내왔다. 다행스럽게도 그건 오전부터 이하린의 신경을 간지럽히던 주제였다.
“근데 천하는 오늘 진짜루 쉬나 보네···.”
“아···! 그러게요··· 천하씨가 수련을 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그런가? 아! 근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런데 하린이는 천하랑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야?”
“······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리엘이 궁금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침 이하린과 이렇게 단둘이 시간을 갖게 된 건 오늘이 처음이었기에 이참에 궁금했던 점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아니 그냥, 너희 둘은 같이 입학했잖아. 서로 어떻게 알게 된 건가 궁금해서.”
“어······ 사실 저도 천하씨를 알게 된 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라서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야 한 달쯤 되어간다 해야 할까? 이하린은 첫 만남의 순간을 되새겨보았다.
골목에서 뛰쳐나왔던 피투성이의 남자.
생각해보면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유천하와 처음으로 마주쳤던 날에는 서로의 인연이 이렇게까지 얽혀들어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디. 이렇게 생각하니 인연이란게 참 신기하단 기분이 들었을 따름.
자신이 구해낸 아이- 유천하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더니 덩달아 그녀의 마음속으로 여러 감정이 둥실둥실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사실 저희도 접경지역에서 침식방어전을 치르다 우연히 마주친 거뿐이에요. 마침 천하씨나 저나 회랑 입학을 목표로 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황색탑에 도전하고, 등천의 구도자에도 들리고··· 음··· 별거 없었어요.”
“···그게 끝이야?”
“천하씨에 대한 건 저도 자세히는 모르고, 그 밖의 이야기는 천하씨의 개인사도 관련돼있어서 말하기가 좀······.”
“아! 그럼 말 안 해도 돼. 괜찮아 괜찮아.”
아리엘이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내 눈에는 두 사람이 되게 친해 보였거든.”
“······저희가요?”
“응. 천하는 하린이하고만 다니잖아? 처음에는 이제 막 입학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쭉 보니까 걔는 그냥 아예 다른 사람들하고는 대화를 안하더라구.”
“······아.”
“필수전공시간에는 항상 너랑 같이 앉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도 안 꺼내고··· 심지어 나한테는 아는 척도 안 하던걸? 그나마 내가 먼저 말 걸때나 대답해주지.”
그리 말하는 아리엘의 얼굴 위로 조금 뾰로통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런 아리엘의 태도에 이하린은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이 제 나이에 맞아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항상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이려 하는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다소 즐겁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녀는 이 이야기를 집필한 작가였으니 말이다.
또한 한편으론, 그녀로서도 아리엘의 말에 조금 공감 가는 구석이 있었기에 이하린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건 저도 마찬가진걸요? 천하씨는 저랑 있을 때도 말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너한테는 먼저 다가가서 말도 걸고 하잖아. 인사도 하고··· 2주 동안 지켜봤는데 천하 걔는 하린이 너한테만 그러던걸?”
정말 그랬었나?- 이하린은 살며시 학기가 시작되고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리엘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순간적으로 심장이 조금 두근거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히 대답했을 뿐이었다.
“으음··· 그냥 같은 등천의 구도자 소속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가? 그치만 얼마전까지는 둘이서 사귀는게 아닌가 싶었을 정도였어.”
그 순간 이하린의 눈가가 흔들렸다.
“······제, 제가 천하씨랑요? 아, 아니에요. 그냥 도, 동료인걸요. 뭐···!”
“어? 반응이 수상한데?”
그건 생각보다 격한 반응이었기에 아리엘의 눈이 깜빡거렸다. 장난으로 던진 말인데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걸까? 그녀의 눈 위로 장난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모야···? 둘이 진짜 뭐 있는 거야?”
“아, 아니에요. 진짜 뭐 없어요!”
“그런 거 치곤 너무 당황하는데···?”
“······모, 몰아가지 마세요!”
“나··· 질투해도 되는 거지?”
그 말에 이하린의 귓가가 붉게 달아올랐고, 아리엘로서는 그런 이하린의 모습이 마냥 귀엽게 느껴졌을 따름이었다.
평소에는 자신을 대할 때 그리도 거리를 두더니, 이런 말 하나에는 이리 쉽게 당황하는 게 조금 신기하다고 해야할까? 뭐랄까··· 이 모습이 그녀의 진짜 모습인가 싶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조금 더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 속에 아리엘은 이하린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조금 더 짓궂은 말을 던지기 위해 입을 뗀 순간.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군.”
그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인기척. 인적 없는 숲 속을 가르고 들려온 끈적거리는 목소리. 난데없이 들려온 그 목소리에 그녀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
“나도 끼워주지 않겠나?”
-그곳에는 그림자가 서 있었다.
***
질퍽이는 살의를 품고, 구역질 나는 악의를 두른 채, 혼탁한 욕망을 번들거리며 나타난 잿빛의 형상. 어두운 숲 속에 불현듯 솟아나 추악한 그림자를 꿈틀거리는 한 사람.
시선을 타고 넘어오는 끈적한 살의에 그녀들의 몸이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표정이 영 마음에 안 드는군.”
그렇게 타천자의 입가에 소름 끼치는 미소가 떠올랐을 때. 그제서야 이하린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대응은 신속했다.
“···!”
퀴이잉-! 칼을 빼 들고 달려나가는 그녀. 순식간에 임전 태세로 접어든 이하린이 자리를 박차며 흑백의 잔향으로 늘어졌다.
모르는 얼굴, 갑작스러운 상황, 이해되지 않는 타이밍. 그 모든 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한 조건이었지만 이하린은 평범한 생도가 아니었다.
빙의자는 상황을 제대로 직시했다.
“마인!”
그간 마인 사냥을 자행해온 이하린이었기에 그녀는 카룬드의 등장과 동시에 ‘저작권리의 가호’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리엘을 위해 마인 이라는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퀴이잉-!
“호오.”
-그녀의 의지는 한 줄기 검이 되어 타천자를 향해 그어졌다.
카앙-!!
일격이 막힘과 동시에 연이은 이격!
강철과 육신이 맞부딪히며 울려 퍼지는 기괴한 음률.
카각-! 큉-! 슁! 카앙-!!
“···아리엘!!”
한 번의 칼질로 시작된 공세가 순식간에 수차례의 불씨를 토해냈을 때. 그제서야 아리엘은 이하린이 외친 말을 이해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림자의적현현해라태양의아이일륜의촛대타올라라빛.”
고속으로 울려 퍼지는 주언. 수차례의 공수교환 끝에 이하린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는 순간, 아리엘의 언령은 순식간에 현상을 주조해낼 수 있었다.
“업화!”
그 순간 휘몰아치는 화염의 폭풍!
화륵- 콰아앙-!!!! 어두웠던 숲 속이 한순간에 밝아지며 백야로 접어들었고, 그와 동시에 튕겨 나갔던 이하린이 재차 자세를 잡고 망설임 없이 휘몰아치는 불길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베어낸다. 베어낸다. 베어낸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정신이 예리하게 정련되며 명정한 의식속에서 그녀는 검과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이건 지난 며칠 동안 유천하의 손을 통해 맞닿게 된 경지. 의념을 통해 검과 하나게 되어 일격을 자아내는 상승의 무학.
신검합일 身劍合一
그렇게 그녀의 몸은 검과 하나게 되어 불길 속으로 그어졌다. 작열하는 대기를 가로지르며 내달리는 백은의 일격! 감탄스러울 정도로 깔끔한 검격이었다.
캉-!!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력은 부족했다.
“호오. 모르는 얼굴인데 실력이 꽤 제법이구나. 유망주 중에 너 같은 건 없었을 텐데?”
“······.”
캉-! 심장을 찌른다. 카앙-!! 미간을 그어 올린다. 퀴잉-! 목을 내려 벤다. 공격이 막힘과 동시에 그녀의 몸은 바로 최적의 경로를 향해 움직였고, 백색의 오러가 내달리며 연격이 이어졌다.
“속도강화. 사고가속. 사고통합. 시력강화. 오감증폭. 마력증폭.”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아리엘의 목소리는 이하린을 수호하는 법칙이 되어 그녀의 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카가각-!! 맨몸과 강철이 맞닿았지만 울려 퍼지는 소리는 기이했다. 이하린의 검은 새카맣게 물들어있는 타천자의 피부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요새 생도들은 다 이런 건가? 생각한 대응이랑 너무 다르군··· 아주 대단해! 아주 대단하구나! 하하하!”
“···닥쳐.”
“저런 선배를 공경할 줄은 모르는군”
이하린은 싸늘한 눈으로 카룬드를 응시했다.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리엘이 걸어준 버프가 사고의 속도를 조금 더 명민하게 만들어 주었고, 저작권리의 가호는 순식간에 정보를 읽어들이기 시작했다.
‘타천자 카룬드. 목표는 아리엘.’
‘나비효과. ‘원작’대로라면 4월은 돼서 쳐들어왔을 텐데··· 원인은 티르유에게 했던 부탁. 페루의 황혼탑 소탕?’
‘카룬드의 특성은···’
“아무리 그래도 한눈은 팔면 안 되지.”
쾅-!!! 그 순간 막대한 거력이 그녀를 찍어내렸고, 타천자의 팔이 기괴하게 비대해짐과 동시에 이하린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
끼긱- 끼기긱-!
공세를 막아낸 검에서부터 토해지는 비명.
“혹시라도 억울할까봐 말해주마. 네가 여기서 죽게 되는 건 모두 저년의 탓이란다. 그러니 너는 죽어서도 루타텔을 원망하거라.”
“···개소!”
쾅-!! 순간 팔에서 터져 나온 그림자가 이하린의 배를 후려쳤다. 그녀는 황급히 <검의 반려>의 백업을 통해 그 공격을 막아냈지만 검신으로 충격마저 막아낼 순 없는 노릇. 이하린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웁-! 한순간에 올라오는 통증에 이하린의 정신이 흔들렸지만 그녀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마인을 노려보았다. 정신이 혼미해질 뻔했지만 그녀는 쓰러질 수 없었다. 그녀는 카룬드의 목적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뒤에 있는 건 아리엘이었으니까!
“떨어지는 빛. 그어져라 별.”
다행히 아리엘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하린의 몸이 튕겨 나간 그 순간. 그렇게 작게 울려 퍼진 목소리는 한순간에 하늘 위의 별이 되어 떠올랐고,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유성.”
그 순간 허공을 가로지르는 백열의 궤적! 밤하늘을 수놓은 수십 개의 마탄이 그대로 카룬드를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고, 빛은 정적을 살해했다.
쾅! 콰앙! 쾅!! 콰광!!!
“벼락처럼내리치는거인의발걸음번뜩이는죽음의나뭇가지내리치는파멸의갈래갈라지는어둠솟구치는분노내달리는······”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지는 굉음 속에서도 아리엘의 마력은 또 다른 형상으로 빚어지기 시작했다.
마법- 그것은 고대로부터 쌓인 기원의 업. 세계에 각인된 기적의 열쇠를 의식으로서 불러오는 것. 그렇게 기나긴 세월 동안 쌓인 언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을 갖고 있었고, 그곳에 그녀의 특성과 언령이 부가됨으로써 세계는 막대한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바라는 심상은 낙뢰.
원하는 결과는 파괴.
끊임없이 주언을 외치는 순간, 그와 동시에 아리엘은 이하린과 시선을 마주쳤다. 입가에 피를 머금은 채 다시금 뛰쳐나가는 그녀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
“······.”
그렇게 허공에서 서로의 시선이 교차했고, 대화는 없었지만 둘은 서로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하린은 망설임 없이 카룬드를 향해 뛰어들었다.
“과연 루타텔 그 자식의 아이 아니랄까 봐 벌써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제어력이로군!”
마탄의 세례 속에서도 상처 하나 없는 마인을 향해 이하린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능숙해진 신검합일이 다시 한 번 그녀를 검으로 화하게 만들었다. 검극에 모여드는 오러. 휘몰아치는 백색의 마력이 자아내는 불완전한 형상.
그리고 그 순간.
“쯧. 보채지 않아도 차례대로 죽여줄 테니 너는 이제······”
“천벌.”
쿠루룩- 츳.
“······그만···?”
콰아아앙-!!!!!
어둠을 가로지르고 마인의 정수리를 강타한 파괴적인 벼락! 백열의 나뭇가지가 마인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오로지 검극에 의념을 그러모은 이하린의 찌르기가 마인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슉-! 쿠구국-!!! 낙뢰에 감전된 마인을 향해 쏘아진 백은의 송곳. 이하린의 검극은 그림자의 심장을 향해 나아갔다.
“······아?”
“동결. 정지. 족쇄.”
동시에 언령의 마력이 마인의 몸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벼락의 여파와 더불어 삼중의 언령이 족쇄가 되어 카룬드의 몸을 붙잡았고, 그것을 응시하며 이하린은 온몸의 힘을 쏟아부어 그 심장을 향해 무게를 실어 넣었다.
“꿰뚫어라!”
우우웅-!
다시 한 번 아리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법칙을 강제하는 마력이 이하린의 검에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검이 점차 마인의 피부를 후벼 파며 피부 너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카각- 카가각-!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렇게 검극은 전진했다.
“······.”
“관통하라!”
우우웅-!!
카각- 카가각-
마인의 심장을 향해 틀어박힌 검극. 그곳에서부터 솟아난 백색의 형상은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련되지 않은 형상으로, 그렇게 휘몰아쳤다.
그렇다.
그녀의 검강은 온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약에. 아주 조금. 이하린의 의념이 조금만 더 강렬했더라면. 혹은 아리엘의 마력이 조금만 더 강력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재로썬 부족했고, 그렇기에 타천자의 몸은 한순간에 몽글거리기며 안개처럼 퍼져나오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아. 짜릿하구나.”
그렇게 그 순간.
“뭐 하는 게냐 너희들···?”
콰아아앙-!!!
그림자로 화한 타천자의 몸은 한순간에 칠흑의 파동이 되어 숲을 휩쓸었다. 그 마력에 악의를 담고, 살의를 실어, 상대를 집어삼키면서. 추악한 악의를 쏟아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