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양극 (2)
“······?”
서걱-!
난간을 박참과 동시에 지면에 도달한 신형. 한줄기 벼락이 되어 떨어진 유천하의 검이 마인의 정수리를 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렸다.
카륵- 퍼엉-!!!
죽는 순간까지 상황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마인은 그대로 잿빛의 그림자가 되어 사방으로 터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유천하의 검이 빠르게 그림자를 휘저었다.
정확히는 그 속에 품고 있던 폭탄을 향해.
파각-! 그렇게 어느새 어두워져 가는 도시의 가운데서 한 줄기 빛이 그어졌다.
‘이걸로 4개.’
지금 이 순간 유천하의 사고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처음의 마인부터 시작해 벌써 8명째, 그중 폭탄을 소지하고 있던 건 4명뿐. 몇 명이나 도시를 배회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만상의 눈’을 통해 마인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최대한 빠르게 마인을 사살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모양.
“···꺄, 꺄아아악!!!”
“아, 아아아악-!!”
“뭐, 뭐야 지금···!!”
여태까지 마주친 마인들은 그나마 다행히도 인적 드문 곳에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이 녀석은 대담하게도 사람들 한복판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 품에 흉악한 악의를 품고서도 말이다.
“······우아아아악-!!!”
“사, 살인···! 살인이다!!”
“자, 잠깐 시체는? 시체는···?”
그 결과 마인 사냥의 흔적이 드러나 버렸다.
지금까지야 인적없는 곳에서 신속하게 마인을 갈라버렸기에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이렇게 수많은 시선이 오가는 곳에서 죽였으니 더 이상은 숨기기 힘들겠지.
하지만 그걸 걱정한답시고 마인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테러가 시작될 게 무서워 확실한 위험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폭탄의 기폭 타이밍을 알지 못하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마석에 담긴 마력의 양을 고려해본다면 폭탄이 터졌을 경우 적어도 이 자리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만큼은 확실하게 죽었을 테니 말이다.
유천하는 그렇게 판단했다.
“······.”
하물며 등천도시의 시스템이 마인들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에선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시티가드나 어지간한 능력자는 기척을 숨긴 마인들을 간파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등천도시의 검문을 통과했다는 게 그 판단의 근거.
그렇다면 숨겨진 마인을 구분해내기 위해선 ‘만상의 눈’과 같은 특수한 재능이나 능력이 필요하다 봐야 했고, 실질적으로 이건 자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판단 속에 그는 다시금 발을 박찼다.
등 뒤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원작을 떠올려보면 이번 테러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대략 수백 명 단위. 피해는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유천하는 폭탄이 품고 있는 마력을 토대로 원작의 피해를 역산해보았다.
하나의 폭탄이 내포하고 있는 위력, 그리고 마인들의 수준, 그들이 피웠을 난동을 고려한다면 처음부터 준비된 폭탄은 10개가 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상이었다면 단순히 수백 명이 죽는 걸로 끝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 정도면 해볼 만 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인들끼리의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죽인 마인들의 태도가 그 판단의 근거였다. 아마 검문을 통과한 건 어떻게든 했어도 연락망까지 구축하진 못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마인들의 사령탑에 전달 되기 전에 최소한 1개, 많게는 2개 정도는 더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그 말은 결국 최소 3개에서 4개 정도는 터질 걸 각오해야 한다는 소리, 그렇기에 유천하의 손등 위- 칠흑의 업륜이 그 빛을 드러냈다.
우웅-! 다시 한 번 걸리는 가속.
그동안의 성과가 있었는지 소모되는 기운은 상당히 낮았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벌써 반절 가까이 소모된 상황.
‘빠르게 처리하고 회랑으로 돌아가자.’
사실 유천하로선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하는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죽을 테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적어도 그가 처리해준 4개의 폭탄만큼이라도 원작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날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유천하 혼자서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다. 또한 구할 이유도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힘들진 않으세요? 힘내세요!’
또한 이건 그의 의무도 아니었다.
‘당신의 의무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싸움에 평온을 기원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오늘 하루 동안 받아왔던 인사가 조금 신경 쓰였을 뿐이었고, 이대로 떠나기에는 마음이 불쾌했을 따름이었다. 애초에 마인들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조금 번거로울 뿐이지 마인을 척살하는 게 위험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마음의 불편함을 남길 바에는 그들을 위해 검을 몇 번 더 휘둘러주마. 유천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달려나갔다.
자신의 시야가 칠흑으로 물들어가는 곳을 향해. 그 폭탄들이 온전한 죽음을 토해내기 전에. 그들이 품고 있는 살의를 돌려주기 위해.
***
마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침식마인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남자.
페르데 카사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시계탑의 옥상을 거닐었고, 그는 기괴한 형상의 가면을 뒤집어 쓴채 등천도시의 중앙광장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계획을 점검해보는 중이었다.
“카룬드 녀석도 슬슬 시작했겠군.”
그 멍청한 타천자가 생각할 만한 일이래야 뻔한 수준. 타천자는 분명 사전에 테러 정보를 흘려 이쪽으로 시선이 쏠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눈치챘다 한들 페르데가 계약을 취소할 이유는 없었다.
그로서는 그가 지급한 보수만큼 그가 원하는 일을 하면 그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 정도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그 정도 배신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보수를 더 뜯어낸 것이었으니 말이다.
애당초 덜떨어진 마인들을 대량으로 고용해 긁어모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경비가 강화된다 한들 끽해야 등천자 몇명이나 추가될 수준일테고, 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기방패일 뿐이었다. 게다가 은폐특성을 뒤집어 씌어놓은 이상 연맹에서 마인들을 발견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제시간에 폭탄만 터트리고 유유히 빠져나가면 그만인 일.
삐빅-!
“······흠?”
하지만 그런 페르데조차 예상치 못한 변수는 존재했다.
지금 울린 알림음은 정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것. 연락망을 구축하는 게 어렵진 않았지만 도시 내에서 그걸 사용하고 나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런 만큼 이 소리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보스!! 좆됐습니다!!
“···뭐?”
귓가에 씌어진 이어폰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5번가에서 31번가 사이에 잠복해있던 새끼들이 싹 다 뒤져버렸습니다!!
“······갑자기 그게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긴요! 테러고 나발이고 어떤 미친 새끼가 칼춤 추고 있단 소리지요!!
“야이 시발···!”
부하가 전해온 소식에 페르데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들이 고용한 침식마인은 총 20명.
준비한 역마력탄은 10개.
비록 결계에 걸리지 않을 공학품으로 구하느라 개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화력의 총량만큼은 상당했다. 정해진 포인트에서 터지기만 했더라도 등천도시의 경계레벨이 단숨에 3까지 강화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4레벨까지는 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계산된 그런 화력.
하지만 이래선 곤란했다.
“니미. 몇 명이 뒤진 거야 그러면?”
-12명이요!! 마력탄은 6개 나가리입니다!!
“야이 씨발새끼야!! 그걸 왜 이제 말해!!
-결계속이라 탐지가 안 되는걸 어쩝니까! 연락때리다 도청 당할 일 있습니까?!
“이 씹새끼가 진짜!!”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리려 했건만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돈을 받은 만큼 의뢰는 수행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 그래도 협소한 이 세계에서 제대로 먹고살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즉시 폭탄을 터트렸다.
폭탄은 분명 소지한 마인이 직접 터트릴 수도 있었지만 그로서 다행인 점은 통합 기폭 코드는 페르데가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의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폭탄만 터진다면 마인이 뒤지건 말건 그딴 건 그가 알 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먼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폭발음!
혼탁한 마력은 작렬하는 열기를 통해 생명을 살해하며 추악하게 휘몰아쳤고, 그 여파는 먼 거리에서도 확연히 엿보일 만큼 상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마력의 파동 너머로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고, 페르데는 귓가로 들려오는 상쾌한 소리에 스트레스가 살며시 씻겨내려 가는 기분을 느꼈을 정도였다.
“쯧.”
하지만 어떤 개 같은 놈의 소행인지는 몰라도 계획은 이미 틀어졌다. 저래서야 계획한 화력에는 한참을 못 미쳤고, 폭탄의 반절 이상이 무용지물이 된 마당이었기에 이래서야 페르데 자신도 한바탕 날뛰어야 할 판국.
물론 이곳에 하이랭커가 와있는 것도 아닐테고, 페르데 자신이 겨우 난동을 부리고 도망치는 걸 걱정할 만큼 실력이 모자란 건 아니었다만···.
‘수지타산이 안 맞아.’
차후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생각하면 썩 좋지 않은 상황. 그래도 의뢰 자체는 제대로 수행해야 했다. 페르데는 그런 생각 속에 마공을 활성화 시키던 중 순간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잠깐 폭발음이 2개?”
남아있던 폭탄은 4개. 그렇다면 폭발음은 두 개 더 들려와야 할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은 폭탄 중 1개는 분명··· 광장의 외곽.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따로 설치해뒀었다.
“!”
그건 왜 안 터진 거지?!- 그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황급히 광장을 내려다본 페르데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친. 시발 뭐야 저거.”
본래라면 폭탄이 터졌어야 할 장소.
그곳에는 칠흑 같은 기파를 퍼트리며 폭탄의 중심을 향해 검을 늘어트리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강렬하게 터져 나온 기운을 온몸에 휘감은 채, 산산이 조각난 폭탄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
“···설마 마력의 폭발을 베어낸 거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허나 주변의 흔적을 보아하니 폭탄이 불발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저 남자가 강제로 폭발의 전조를 베어낸 모양. 그것도 마력으로 순환되는 폭발을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뭐하는 새끼야 저거······ 어?”
그 순간, 그 남자- 유천하와 페르데의 시선이 마주쳤다.
“······.”
“······.”
수백 미터가 떨어진 위치에서, 시계탑 위에서 광장을 내려보던 중에 일어난 상황. 착각인가 싶었지만 그건 결코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 휩싸인 페르데는 그 즉시 마공을 최대한 활성화 시켰고, 그와 동시에 유천하의 신형이 페르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야. 어디로 간 거지?!”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페르데 자신도 어지간한 등천자급은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상대의 신형을 놓친다고? 저 녀석이 무슨 하이랭커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페르데의 신형은 망설임 없이 발을 놀리고 있었다. 상대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는 그리 환영할 만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도주.
먹고사는 것도 중요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사는 것이었다. 한순간에 신형을 놓칠 정도라면 상정 외의 변수였고, 그런 자를 상대하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았다. 이제껏 그를 지탱해왔던 건 알량한 자존심이 아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추잡한 본능이었으니 말이다.
“······시발. 야! 플랜 D다!”
-예? 그게 갑자기 무슨 말···
“닥치고 바로 실행하······!”
하지만 늦었다.
그게 이 순간 페르데의 전두엽을 강타한 깨달음이었다.
“······.”
-보스? 왜 그러십니까? 보스?
“······니미.”
페르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순식간에 자신의 배후로 다가와 있는 한 사람. 생각보다 앳돼 보이는 상대의 얼굴에 놀라기도 전에 그가 내뿜고 있는 기세에 페르데의 얼굴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압도적인 살의에 휩싸여, 그림자보다 더 칠흑 같은 내력을 뿜어내며 당장에라도 자신을 난도질할 것 같은 맹렬한 기세를 토해내는 한 사람. 손끝 하나라도 까딱하는 순간 그대로 죽여버리겠다는 듯 흉포하게 터져 나오는 살의는 남자의 형체마저 일렁이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칠흑의 운무에 휩싸인 채, 일렁거리는 살의를 두른 유천하를 바라보며 페르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좆됐네 시발.’
그게 이 순간 페르데가 느낀 심정이었다.
***
선공은 본능적인 움직임.
페르데의 손이 쏘아져 나갔고, 그건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동.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곤두선 감각 속에서 페르데는 본능적으로 판단했을 뿐이었다. 상대의 정체도, 경지도 지금에 와선 중요치 않았다. 속도는 상대가 위. 도망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면 우선 할 수 있는 걸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기세야 흉흉했다만 그딴 게 강약을 좌우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의 몸에선 추악한 마기가 넘실거리며 터져 나왔고, 얼굴에 씌여진 기괴한 가면 사이로 적색의 안광이 터져 나왔다.
물어뜯듯이 거칠게 휘둘러진 궤적.
대기를 찢어발기듯 휘둘러지는 그의 팔은 새빨갛게 물든 창이었고, 어두운 밤 숲 속을 뛰쳐나온 늑대의 송곳니와도 같았다.
흉악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뻗어진 일격.
그렇게 찰나를 격하고 좁혀든 그의 손길은 눈앞의 소년을 꿰뚫을 듯 뻗어졌고,
쾅-!!
그 순간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뿜어져나온 피보라.
“크, 크악···!!”
푸슉-! 물론 그건 페르데의 손에서부터 터져 나온 피였고, 자신의 패혈마공이 뚫렸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페르데는 본능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현재 유천하의 내력은 6성의 경지까지 활성화된 상태. 그 심상에서 풀려나온 여섯 갈래의 매듭은 강렬한 패기를 뿜으며 그 힘을 과시하고 있었고, 그것만 해도 수호자급 마수를 일도양단하기에 충분한 거력이었다.
또한 페르데에게 안타까웠던 점은 유천하에겐 무공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 유천의 손등 위에서 업륜의 마력이 몰아쳤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말하자면 그건.
“이 씹새···”
쐐액-!
불가피한 속공이었다.
카앙-!!! 강철과 피륙이 마주쳤다기에는 기이한 타음이 울려 퍼진 순간, 페르데는 다시 또 피가 터져 나오는 손을 무시한 채 그대로 목을 뒤로 내뺐다.
그러자 순식간에 목젖을 스치는 칼날.
페르데가 그 공세를 간신히 피해냈을 때 보게 된 건 일순간 더 빠른 속도로 가속하며 쏘아지는 칠흑의 검극!
“씨!”
콰아앙-!!
피가 흐르는 주먹으로 그 검극을 막아냄과 동시에 페르데의 신형은 가차 없이 까마득한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발-!! 그렇게 미처 내뱉지 못한 말을 목구멍으로 삼킴과 동시에 페르데는 중력에 내리 찍혔고, 그런 페르데의 시야속에는 그를 향해 쏟아지는 칠흑의 별무리만 가득했을 뿐.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게 이 순간 페르데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