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담론 (1)
“무武란 무엇인가? 초식招式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병기란 무엇인가?”
무학담론의 강의는 꽤나 특이하게 시작되었다. 아니, 여기서는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조금 미묘했다.
“그래 다 쓸데없는 개소리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강한 힘과 더 빠른 속도, 그리고 더 방대한 내공뿐이다!”
무학담론 담당 교수의 이름은 철위강.
그는 입학식 날 연설을 맡았던 사람이었는데, 기세만큼은 그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상당히 날카로운 기세.
최소 절정의 극의에 도달한 무인.
손바닥과 팔의 골격만 보아도 그가 상당한 경지의 도객이란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만상의 눈으로 파악되는 기량은 어제의 교수보다도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열변을 토해내고 있는 철위강의 말은 내겐 다소 아리송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순수한 무공? 그런 건 같은 무인끼리 투닥거릴 때나 의미 있는 말이지. 하지만 우리의 적은 사람의 형상을 벗어난 괴물이고, 우리가 익혀온 무공은 오로지 사람을 상대로만 발전해온 기예다!”
물론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은 있었다.
저건 수호자급 마수를 상대할 때도 확연히 느낀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무학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를 늘어놓는다는 게 조금 미묘하게 다가왔을 뿐.
“집채만 한 마수에게 검을 휘두르는 게 웃기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없나? 아니면 급소도 없는 마수에게 절초를 쏟아 넣는 게 이상하단 생각을 해본 사람은?”
게다가 그 견해의 방향성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미묘했고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 공략자들은 특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 또한 업륜을 얻어야 하고, 가호를 부여받아야 하지. 애초에 마수를 상대하라고 주어진 힘이니 당연히 그게 중점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메여있던 도를 들어 올리더니 생도들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얄팍한 철 쪼가리 따위로 집채만 한 마수들을 상대하는 건 실로 비효율적인 일이다. 실로 당연한 말이지.”
그의 말을 계속 듣고 있자니 조금씩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건 맞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건 무인의 관점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따름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뒷받침하듯 철위강의 입에선 다소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무를 숭상하고 의를 관철한다? 그건 케케묵은 노친네들의 이야기일 뿐. 세계침식이 시작된 날, 그날로 무림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봐야 하겠지.”
그렇기에- 그의 말이 이어진다.
“이제 무학의 가치는 무의미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잘못 들은건가 싶었다. 저 말은 아무리 견해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저런 경지에 이른 무인이 무학의 업을 부정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실로 말도 안되는 상황.
하지만 더 어처구니없었던 점은 생도들 대부분은 어느정도 불쾌한 심경을 드러낼지언정 저 말에 납득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철위강이 앞쪽의 생도를 가리켰다.
“거기 너!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하지?”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뒤에 있는 너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렇군. 그래.”
생도들의 대답을 들은 그는 천천히 강의실을 둘러보며 생도들과 눈을 마주했다.
“그럼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는 건가? 모두 내 말에 동의한다 생각하면 되는건가?”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빨리 이견을 제시하라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건 내 착각인 걸까?
하지만 강의실은 적막했을 뿐이었고, 철위강 또한 그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이었다.
“전부 동의한 다라······ 좋네. 좋아.”
철위강은 좋다 말하고 있었지만 내 눈엔 그의 기분이 딱히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쾌함의 그 얼굴 위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아.’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철위강은 이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생도들을 훑어보았다. 그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멍청한 녀석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갑작스레 터져나온 폭언.
“어떻게 ‘무학담론’이라는 강의를 들으러 온 녀석들이 이딴 개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는 거지? 뭘 알아들었다는 거냐. 도대체 뭘 동의하고 자빠진 거냐?”
그 순간 살벌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철위강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기세는 당장에라도 눈앞에 있는 모든 걸 물어뜯겠다는 것처럼 흉포한 감정을 품고 일렁거렸다.
난데없는 상황에 아이들은 모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고, 각자 얼굴에 다양한 감정을 띄운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철위강은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을 뿐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무란 업이다! 자신의 기량이 부족하면 단련을 통해 극복해야지, 마수에게는 비효율적이다? 케케묵은 이야기다? 팔다리 달린 허수아비를 상대로만 휘두를 수 있는 게 무공이라면 너희는 도대체 왜 여기에 와있는 거지?”
강의실의 대기가 점점 날카로워졌다.
그건 단순히 분위기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강의실 내에 배치된 책상들이 조금씩 덜덜 떨려왔다.
기세를 타고 살벌한 의념이 느껴졌다.
“모두 알다시피 나는 배치고사 날 단상 위에서 너희를 지켜봤다. 시험이 끝나고 기록된 영상도 몇 번이나 돌려봤지.”
그 의념에는 분노가 실려있었고, 생도들로선 그 기세를 감당해내는 게 쉽지 않았는지 다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다만, 내가 보기에 철위강은 일부러 더 위협적인 기세를 뽑아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 잘들 싸우더구나. 참 잘 싸워··· 근데 왜 그렇게들 특성에만 의존하지? 무인의 자존심은 전병이랑 바꿔먹었나? 특성이 없으면 전투 하나 제대로 못 하는 건가?”
“······하지만 마수를 상대로는 확실히 무공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고, 방금 교수님께서도 특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갈-!!!”
교수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강의실에 비치된 창문들이 한꺼번에 퉁-! 울려온다.
“그래! 주어진 힘을 무식한 고집으로 외면하는 건 분명 바보 같은 일이지. 하지만 반대로 주어진 능력에만 기댄 채 스스로 정진할 수 있는 길을 태만시한다면 그거야말로 더 바보같은 일이다!”
이건 분명 맞는 말이었다.
다른 생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야 좀 그가 마음에 드는 기분이었다. 그의 기세와 의견 모두 말이다.
그는 무인이었다.
“어제 수련에 최소 4시간 이상 투자한 녀석이 있다면 손 들어봐라.”
나는 어제 온종일 형상화를 수련했던 만큼 해당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딱히 나서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굳이 이런 분위기에 나설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면 초식을 4시간 이상 휘둘렀다. 손들어봐라.”
나와 같은 이유였는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수련을 한이가 없었던 건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철위강의 입가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간다.
“좋아. 그럼 특성이라도 4시간 이상 연마했다··· 손!!”
역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저 점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어제가 학기의 첫날이었던 만큼 이래저래 들떠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아이들이 많았던 모양. 생각해보면 새벽에 기숙사로 복귀할 때도 돌아다니는 애들이 적진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초인이래봤자 겨우 17살. 스스로를 검열하는 것보다는 이곳저곳에 흥미를 느끼기 좋은 나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아니었을 뿐.
“······그렇군.”
철위강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동시에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조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열람하는 듯한 제스처.
정답이었다.
“황찬룡!!”
“···예, 옛!”
“토벌 마수 총 35마리. 그중 F급이 20마리. 고랭크는 끽해야 부정형 1마리. 평범하군.”
“!”
아마 배치고사 때의 기록을 열람한 모양.
이름을 불린 생도가 잔뜩 긴장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설마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특성으로 내력을 남발하지 않고 확실하게 목표를 잡아 검을 휘둘렀으면 10마리는 더 잡았을 거다. 넌 일단 판단력이 구렸어. 센스는 더더욱! 힘을 적절하게 배분할 줄 몰라. 왜 그런지 아나?”
“······모, 모르겠습니다.”
“힘이 딸려서 그렇다. 기본기가 현저히 부족해. 어차피 쥐방울 만한 내공이고 근력이니 맘대로 쓰는 거 아니겠나?”
“······.”
“네가 원하는 게 사냥개 노릇이라면 지금으로도 충분하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본부터 제대로 다져라. 실전에서 요구되는 베이스는 네 생각보다 훨씬 엄격할 테니까. 알겠나?”
“······.”
“알겠냐고 물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철위강은 이제 관심 없다는 듯 다음 타켓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바로 내 옆자리로 말이다.
“이하린!”
“···넵!”
철위강은 스마트워치를 잠시 들여다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바람을 토해냈다.
“하! 토벌 마수 23마리. B랭크는 2마리나 잡았으면서 뭐하자는 거지? 지금 보니 기량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이건 태만에 불과하군. 도대체 왜 그런 거지? 왜 실력을 숨긴 거냐?”
“······네? 무슨 말···”
“아! 대답할 생각은 없다는 건가?”
“······.”
“그래 그거야 네 마음이겠지. 실전처럼 치러진 시험이건만 실력을 숨기고, 새벽에 기숙사에서 무단으로 뛰쳐나갔다 하질 않나··· 쯧. 네 녀석에겐 할 말이 없군.”
“······.”
“가르침은 나아가는 자에게 주어진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숨기고 싶다면 당장 회랑에서 꺼지도록 해라.”
“······주의하겠습니다.”
“다음, 아르칸!”
이하린의 어설픈 연기는 통하지 않았다.
고수의 눈을 속이기에는 아직 이하린은 많이 부족했을 따름이었다.
다만 그가 말한 내용 중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만, 지금은 차마 그런 걸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궁금증을 묻어두었다.
그 후로도 철위강의 부름은 계속됐다.
한 명, 두 명, 열 명, 그리고 스무 명.
계속해서 강의를 듣는 생도들에게 하나하나 지적이 가해졌다. 어떤 이에게는 마음가짐을, 어떤 이에게는 기본기를, 어떤 이에게는 무공의 숙련도를.
그렇게 1교시가 지나갔다.
장장 50분에 걸쳐진 일대일 지적은 생도들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후.
-아··· 개털렸네 진짜.
-씨발··· 무조건 하고만다 내가.
다만 그 내용만큼은 정확한 피드백이었는지 독기가 서릴지언정 철위강을 욕하는 생도는 없었다.
보는 눈은 꽤 정확했던 모양.
그렇게 다른 이들의 지적사항을 감상하고 있자니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리베르테 네 녀석은 그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는 쥐도 새도 모르는 새에 죽게 될 거다. 정신 차려라. 여유는 방심을 낳는 법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제 다음은··· 호오.”
이제 남아있는 사람은 단 두 명.
나, 그리고-
“남궁설아!”
“예.”
원작의 주연- 남궁설아.
아무래도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내가 제일 마지막 순서인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 최상위권 유망주였던 만큼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토벌 마수 67. 그중 A급 개체가 1마리, 다시 A급개체 한 마리를 서포트, B급개체를 23마리··· 스코어를 한참 초과했군. 좋아. 기록은 훌륭해.”
“감사합니다.”
“근데 왜 부상을 입은거지?”
“······.”
허나 지적은 피해갈 수 없었던 모양.
철위강의 입에서 튀어나온 칭찬에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던 아이들도 이어진 그의 말에- 그럼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작 그런 시험에서 그런 특성을 가지고 부상을 입는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
“겨우 그 정도 실전을 치르는 동안 내력이 허덕인 거냐? 체력이 고갈된 거냐? 무련의 검화께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봐라. 스스로 느낀 바가 있었을 텐데.”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마음에 여유가 없었겠지. 특성도 제대로 제어 못 하고, 검로조차 흔들리는데 내력분배는 어떻게 할까? 일격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부상을 당하던 모습이라니··· 하하하하!!!”
웅혼한 내력이 실린 웃음소리가 강의실을 훑고 지나간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더군. 혹시 별호가 검화가 아니라 검치였던거냐? 아, 검치였으면 검이라도 잘 휘둘렀을 테니 그냥 천치였겠군. 할 말 있나?”
“······없습니다.”
“그래 없어야 정상이지. 실력이 없는 이라면 이해를 했겠지만 실력이 없었나? 절대 아니겠지. 특성까지 생각하면 넌 그 날 부상을 입었다는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이야.”
“······.”
“특성을 제대로 제어해내던가, 무武 자체에 대한 기본을 더 튼튼하게 쌓던가.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해라. 지금의 너는 너무 어설프다.”
그녀의 뒷모습이 조금씩 떨려온다.
비록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남궁설아가 몹시 분해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뒷모습만으로도 느껴지고 있었다.
“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넌 다른 무엇보다도 그 집착부터 버려야 할 거다.”
“······.”
“손에 칼이 들린 순간만큼은 그 밖의 사정도, 감정도, 집착도 모두 내려놔라. 안 그러면 정작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순식간에 주저앉게 될 테니까.”
“······예.”
“리베르테 저 녀석하고 반씩 섞으면 딱 맞을 텐데··· 쯧.”
그녀는 분했는지 책상 밑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모욕에 분노했다기보다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느낌이 드는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마지막으로 철위강의 시선은 내게 향했다.
“이제 마지막이군. 유천하!”
“예.”
생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갈수록 지적의 내용이 처참해졌던지라 아이들은 철위강이 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매우 궁금했던 모양,
“입학 하루 만에 아주 난리도 아니더군. 무련에서 얼마나 재촉하던지 참나··· 그래도 확실히 그럴만했지. 총 토벌 마수 114마리. 그 중 A급이 3체. 전력이었나?”
“예 그렇···”
“헛소리. 거짓말은 못 하는 성격이군. 시험이 끝날 때까지도 여력은 충분했을 텐데? 뭐··· 필기는 아니었겠지만.
“······.”
“어쨌든, 알겠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철위강이 등을 돌렸다.
···음? 나는 순간 당황했다.
철위강이 내게 무슨 소리를 할지 조금 궁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는데, 지적은 안 하고 엉뚱하게 필기시험 얘기나 꺼내고 물러난 것이다.
그 상황에 의아한건 다른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뒤를 돌아보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 위로 그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금 억울해 보이는 표정들이 엿보인다.
강단으로 돌아가던 철위강은 그런 생도들을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맨 앞에 도착한 그가 뒤로 돌아서며 생도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주목!!”
그렇게 생도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그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희 생각에는 내가 니들을 괴롭히고 싶어서 이러는 것 같나?”
“······.”
“지금의 지적들 모두 실기시험에서 보여준 행동들을 토대로 말해준 것뿐이다. 누구처럼 부상을 당한것도 아니고, 실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녀석한테 굳이 지적할 이유는 없지.”
“······.”
“굳이 말하자면 여력을 남기고 싸우는 게 거슬렸다만, 그걸 지적한다면 그렇게 설렁설렁 한 놈한테도 밀린 너희들이 들을 말은 더 많아져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생도들은 일제히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그 한마디에 일제히 멘탈이 갈려 나간듯한 모습이었다.
나 또한 조금 민망한 느낌이었기에 나를 바라보는 철위강의 시선을 피했을 따름이었다.
“쯧쯧.”
철위강은 단상 위에 서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호흡을 한번 가다듬었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잘 들어라.”
다시 한 번 살벌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강제로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위압감에 생도들은 즉시 고개를 들고 철위강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모두 각성자다. 또한 무인이다. 그렇기에 초인이다. 너희는 공략자가 되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 내 말이 틀렸는가?”
“······.”
“부족함을 깨달았으면 해야 할게 무엇이겠나? 스스로를 갈고 닦아 수양을 쌓아나간다. 그렇기에 수修고 그렇기에 련練이다.”
“······.”
“오늘은 이래서, 내일은 저래서··· 개소리할 거면 가서 헌터노릇이나 해야 하지 않겠나?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싶어도 끊임없이 정진해라!!”
그 목소리는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그게 무학의 기본이다!!”
그 순간, 그 외침을 끝으로 1교시 내내 강의실에 내려앉아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한순간에 증발했다.
“······.”
“······.”
1시간동안 자리했던 기세가 사라지자 조금 어색했는지 생도들의 어안이 조금 벙벙해 보였다. 아마도 의념속에 계속 자극받았던 정신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중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철위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 모두 일어서라. 2교시는 연무장에서 진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