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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 빙의를 숨김-21화 (21/205)

등천회랑 (3)

이건 정말 기겁할만한 일이었다.

방금 그 문자는 마력의 흐름을 만상의 눈으로 투시해서 본 게 아니라, 일종의 실체화된 물질이었다. 일반인의 눈으로도 관측될 수 있는 그런 형상말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나는 이제껏 업륜을 잘못 이해 하고 있었다. 그건 기억의 착오와 고정관념이 낳은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

비록 이건 업륜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성립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업이란 개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무학의 깨달음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깨달음을.

나는 삼라만상의 근간에는 기가 자리하고 있다 생각했다. 허나 그러면서도 기와 물질은 별개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 둘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었고, 기 또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했다. 마력도 업도, 인과도 모두 다변 속에 세계를 이루는 요소에 불과했다.

세계는 다변多變한다.

만상萬狀은 만물萬物로 화할 수 있다.

만물萬物은 만상萬狀으로 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본질은 공허空虛하다.

불현듯이 찾아온 어렴풋한 깨달음.

이 순간- 나는 이제껏 내 사고를 감싸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만상의 눈으로 들어오는 시야를 이전보다도 조금 더 면밀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심상의 매듭이 조금 흔들린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므로 나중에 여러분이 업륜을 부여받는다면 한번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그럼 다음에는 가호에 대해서······”

나는 다시 한 번 문자를 조형해보았다.

우웅- 손등의 각인이 조금 옅어져 간다.

한번 해봤다고 감을 잡은 것일까?

업륜의 마력은 완벽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生死入滅卽空虛]

그것도 조금 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섬세한 형상이었다.

‘마력의 소모도는 업륜의 1할···?’

형상화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마력의 소모가 큰 셈이었지만 나는 만상의 눈으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내 염상이 형상으로 구축되는 과정에서 소실되는 기운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즉- 이건 수련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말.

이걸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그리고 생멸변화의 모든 것이 다변할 뿐이라면 세계의 본질은 어디에 자리하는가.

여러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두근- 심장 소리가 세상을 두드렸다.

***

이런저런 생각 속에 강의가 끝났다.

나는 업륜을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진작에 이걸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영부영 흘려보냈던 2주의 시간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물론 부상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하긴 했지만 이런 가능성을 앞에 두고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게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바보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야!! 거기 빡대가리!”

···정정한다.

그건 아니다.

문밖으로 나서려던 순간 등 뒤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 나는 뒤를 돌아 강의실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녹색 머리의 양아치가 나를 보며 히죽거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까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지금의 내겐 이 순간순간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을 따름.

기분이 조금 불쾌해졌다.

“끝나고 보자 했을 텐데?”

“······넌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

“아 눈꼴아 보셨잖아요? 예?”

시선을 안 피한 게 그렇게 기분 나빴던 걸까? 그런 것치곤 굉장히 해맑아 보였다. 끈덕지게 시비를 거는 것치곤 멀쩡한 표정.

나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동공은 확장된 상태. 눈가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긴장은 하되 두려움은 없다. 안면의 근육도 경직되지 않았고, 입가의 근육은 미미하게 호선을 그린다. 분노도 짜증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부러 저러는 건데.

“어? 어쩔거야? 한번 뜰까?”

아무리 실력에 자신 있다 한들 내 실력을 어느 정도 봤으면서도 저러는 건 분명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이 될만한 요소가 뭐가 있을까 떠올려 보았다.

몇 가지 가능성이 스쳐 지나간다.

“짜증 나면 한판 붙어 보든가?”

···이거 왠지.

“그게 목적인가?”

“···응?”

“한번 싸워보고는 싶은데 2주 동안 대련은 금지고.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대련신청은 엄청나게 몰릴 것 같고.”

“······어?”

“그걸 신경 쓰긴 귀찮으니 그냥 시비나 걸어서 먼저 싸워보겠다··· 뭐 그런 건가?”

“······무, 무슨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무래도 정답인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등천회랑이었고 굳이 이렇게 다른 생도에게 불필요한 시비를 걸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생도들은 각자 소속된 곳이 있기도 했고, 3년 동안 서로 같이 생활하는 데다가 추후에도 수시로 마주칠 텐데 이런 사소한 일로 얼굴 붉힐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판단이었다.

“투쟁심이야 좋게 생각한다만 방법이 상당히 무례해.”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 그런 게 아니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수고해라.”

“···?!”

그 말을 끝으로 강의실을 나서려 하자 그녀가 화들짝 놀래더니 이내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자, 잠깐!”

“······.”

“······.”

의표를 찔려서일까? 당당하게 시비를 걸던 양아치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그곳에는 그저 우물쭈물하는 아이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원하는 걸 제대로 말해.”

“······.”

“할 말 없으면 그냥 간다.”

“아! 그래 한판 뜨자 좀!!”

그녀는 속셈을 들킨 게 어지간히도 분했는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쏘아보았다. 이를 앙다물고 몸을 바르르 떠는 모습에 나는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을 따름이다.

아니··· 자기가 시비 걸어놓고 왜 부끄러워 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와.”

“······아니 지가 말하라 해놓고!!”

“들어준다 한 적은 없어.”

“하! 그렇다면 억지로라···”

그렇게 불쾌해진 기분 속에, 나는 순간적으로 저 입을 막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업륜에 맞닿아 한순간에 어떤 시도로 이어졌고,

그 순간-

우웅-!

“···돕?!”

촥-! 내 손등에서 튀어나온 칠흑의 마력은 마스크의 형상이 되어 그녀의 입을 틀어 막았다!

“······?!”

이건 정말이지 놀라운 광경.

그녀의 하관을 감싸고 착- 달라붙어 있는 끈덕진 흑색의 무언가. 그건 분명 업륜의 마력이 온전한 물질로 형상화 된 것이었다.

눈앞에서 펼쳐진 결과물에 나는 신기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붑?! 읍!!”

“······이게 되네?”

“읍! 읍읍!! 읍!!”

무의식적인 시도였는데 이게 성공하다니.

생각보다 빠르게 감이 잡혔다.

게다가 남아있던 업륜의 기운이 모조리 형상화에 소모되서 그런지 생각보다 내구도 또한 튼튼해 보였다.

나는 만상의 눈으로 구조를 들여다보았다.

‘아··· 형질까지 조정할 수 있구나!’

형질 또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구상한 그대로 형상화되었는지 마스크는 굉장히 점도 높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그대로 적용이 된 것이었다.

분명 마력량 대비 효율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낭비였지만, 새롭게 알게 된 정보는 응용할 구석이 많아 보였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업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태연히 말을 걸었다.

“그거 없애봐.”

“으읍?! 읍!! 읍읍!!!!!”

내 말에 당황한 그녀는 손으로 마스크를 떼내며 광분하였지만 찰싹 달라붙은 마력은 쭉 늘어나다가도 다시 원래대로 착-! 하고 돌아왔다.

내구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마력을 사용해.”

“으읍! 으으읍!!!”

너 죽여버릴 거야-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데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알았으니까. 해.”

“···읍!!”

화를 참는 것인지 잠시 부들거리던 그녀는 이내, 약간 그렁해진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 뒤 손에서 마력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서 터져 나온 마력의 파동.

기이할 정도로 맑은 마력이 그대로 그녀의 팔로 몰려들었고, 그리고는.

“···음?”

치직-!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것인지 그녀는 마력으로 근력을 강화해 마스크를 잡아 뜯어버렸다.

내가 한 말은 마력을 통해 형상구조를 파괴해보라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알아들었던 모양.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야··· 이··· 개새꺄아아아아아-!!!!”

“······.”

귓가가 따가워질 만큼 세차게 토해진 욕설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분노어린 외침보다는 그 손에 들려있는 마스크에 더 시선이 갔다.

형태 일부가 찢어지긴 했지만 형상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형상으로서의 내구도와 마력의 밀집도는 별개인 건가? 기준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자 이내, 내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달은 그녀가 다시 한 번 욕설을 내뱉으려던 순간-

“···마르네 괴롭히지 마.”

“···?”

우웅- 속삭이듯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마스크의 형상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퍼석-!

그야말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

하지만 내 눈은 마력의 유동을 파악했다.

어떤 식으로 마력이 업륜에 간섭해 구조를 파괴하였는지, 나는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였다.

나는 마력의 시작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르네도 시끄러워.”

“······이솔라!!”

형상화에 정신 팔린 사이 어느새 반대쪽에 위치한 문으로 한 소녀가 들어와 있었다.

그 소녀의 외형은 익숙했고,

그 이름 또한 무척이나 익숙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분홍빛 단발을 늘어트린 채 다소 처진 눈으로 피곤함을 호소하는 소녀.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선 다소 고혹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담담하다 해야 할까, 아니면 무기력하다 해야 할까. 미묘한 인상.

하지만 그런 인상과 별개로 그녀를 휘감고 순환되고 있는 마력은 상당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마력은 바람 한점 없는 호숫가의 표면처럼 잔잔하게 고여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솔라.

역시나 원작의 주연인물이었다.

내 기억이 맞았는지 그녀의 등장에 이쪽을 구경하고 있던 생도들이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이솔라다 이솔라!!

-설마 쟤랑 붙는 건가? 3위면 그래도 해볼 만 하지 않아?

-마르네도 아니고 이솔라가 쟤랑 왜 싸움.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저 녹색의 양아치 소녀 또한 원작의 인물.

“이솔라! 쟤가 나 괴롭혔어!!”

“······봤어.”

“저거 저거 완전 나쁜 놈이야!”

“······.”

마르네 아일리시- 이솔라 옆에 항상 붙어 다니던 인물이자, 저 성격 때문에 이래저래 민폐를 끼치던 상위권 유망주.

그녀는 비록 조연급이긴 했지만 초반에 이솔라가 나올 때면 항상 같이 나오던 인물이었다. 그저 중반 이후부터 비중이 아예 사라져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저 모습을 보니 원작의 묘사가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쟤 좀 혼내 줘!!”

“···귀아파.”

“지, 지금 그게 중요해? 내가 지금···!”

“···마르네 장난치는 거잖아.”

“정답!!”

방금 전까지 사람이라도 죽일듯한 눈빛을 하고 있던 녀석이 이솔라가 등장하자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로서는 그 감정변화에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을 따름.

“내가 찾아간다니까 왜 찾아왔어!”

“···1시간 일찍 끝났어.”

“오티라고 일찍 끝난 거야? 우린 완전 풀강했는데.”

“···배고파.”

“또 아침 안 먹었구나? 뭐 먹을래?”

···나 그냥 이대로 사라져도 될 것 같은데?

애초에 붙잡고 늘어지면서 시비를 거는 것만 아니면 내가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빨리 업륜에 대해서 연구해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생각에 난 조용히 강의실을 나섰다.

아니 나서려 했다.

“···잠깐만.”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아 맞다! 야!! 뭔데 그냥 가냐?”

“···마르네.”

“응?”

“···나 얘기.”

“그래!”

잠시 고민해본 결과 나는 대화를 나눠보기로 결정했다. 마르네라면 모를까 이솔라라면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조금 전 업륜의 형상화를 파기한 건 그녀였으니까.

“왜.”

“···아까 그거 뭐야?”

“네가 분해한 거?”

“···응.”

역시 그녀 또한 형상화에 흥미를 느낀 모양. 그녀의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마력의 형상화. 업의 밀집체.”

“······설마 업륜?”

“그래. 업륜.”

그 대답과 함께 나는 손등에 내력을 주입해 문양을 드러냈다. 그러자 마력이 빠져나가며 옅어졌던 각인이 순식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웅- 하고 짙어지는 칠흑의 원.

“······.”

“······.”

그 순간 강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보다 아까 그거. 네 특성인가?”

“······.”

“형상화 분해시킨 거.”

“······아. 응.”

역시인가.

만상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짐작했던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특성이 관여했다면 내구도에 관한 정확한 표본이 되진 못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조금 전 관측했던 마력의 유동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다시 뒤로 돌아섰다.

이제는 정말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저 마르네 녀석 또한 지금이야 아연한 기색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면 다시 귀찮게 할 게 뻔했기에 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럼 수고해라.”

“······.”

그렇게 문을 닫고 얼마나 걸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소란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

남궁설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았더니 메시지가 무려 500개가 넘게 와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수련하고 있을 땐 따로 연락을 확인하지 않는 편이었고, 오전 강의 이후 시간표가 쭉 비어있던 그녀로서는 당연히 온종일 수련에만 몰두하고 있었을 뿐.

그렇게 뒤늦게 수련실에서 나와 스마트워치를 확인하게 된 남궁설아는 의아한 심정 속에 단톡방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대화 내용.

그녀는 빠르게 맨 위로 올라가며 이야기를 훑어 보았다.

그리곤,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창해 연무관 121기 – 143명]

[속보! 속보!]

[뭔데]

[유천하 업륜 확인!!]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려던 그녀는 이내 진지하게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개 뜬금없이 뭔 업륜? ㅋㅋ]

[업륜은 무슨 지랄하고 자빠졌네]

[ㄴㄴ 진짜임. 업의 이해 들으러 간 애들 다 목격함 ㅅㅂ ㅋㅋ]

[진짜에요? 업륜이 있다고요?]

[헐 미쳤넴 진짜 업륜?]

[사진]

[사진]

[사진]

[······와씨. 분위기 살벌한 것 봐라.]

[인간적으로 이거 합성 아니지? 이게 말이 되는거임? 업륜이 왜 있어 시발 ㅋㅋ;]

[쟤 출신 ㅇㄷ?]

남궁설아는 빠르게 사진을 터치했다.

설마? 진짜라는 건가?

그러자 사진이 확대됨과 동시에 남궁설아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솔라의 뒷모습과 그녀를 마주 보고 있는 유천하. 그리고 그의 손등에 떠올라있는 칠흑의 문양.

그건 진짜로 업륜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업륜이 어떤 건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상세계가 인정할만한 업적을 쌓았을 때 그 행적을 기리기 위해 부여되는 업의 밀집체. 그러한 업은 단순히 A급 개체를 몇 마리 잡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경악했다.

업륜은 현직에서 활약하는 공략자들. 그중에서도 등천자를 가르는 지표로서 최소 번외등급- 즉 수호자급의 마수를 단신으로 격퇴하고, 혼자서 탑을 토벌하는 수준의 활약을 펼쳐야 주어지는 세계의 가호였다.

그 말은 즉.

저 남자- 유천하는 단신으로 수호자급 마수를 토벌한 경험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아니 뭔 신입생이 업륜이야 ㅋㅋㅋㅋ 입학컷 왜 이런데;;]

[올해 신입생들 큰일 났네 ㅎㅎ]

[그 신입생이 너, 나 우리야 병신아 ㅎㅎ]

[와··· 업륜이면 진짜 솔로잉 아니에요?]

[그 정도면 여명은 가능할걸요 ㅋㅋ]

[등천자달고 공략 뛰어야 할 인간이 여긴 왜 들어온 건데? 진짜 개판이네.]

[근데 걔 문파 어디냐? 나 바로 구배지례 하러 간다;]

[응~ 캡처해서 니 사형한테 보냄]

[아 잠깐만 ㅋㅋㅋㅋ]

그렇기에.

결국 마지막 메시지로 내려올때까지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작 이 정도 노력으로 충분하다 여겼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그리고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이를 악문 뒤, 조금 전 나왔던 수련실로 다시금 쫒기듯 들어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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