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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이 빙의를 숨김-17화 (17/205)

입학식 (3)

세계를 침식시키며 도래한 잿빛의 재앙.

그곳에서 뛰쳐나온 색채 없는 마수들은 인류에게 흉포한 악의를 쏟아내었다.

불규칙, 불균형, 불완전의 부정체.

그것이 그림자 마수가 지닌 특징.

소형에서 대형, 아인에서 마수의 형상까지 가지각색의 형태로 솟아난 마수들은 언제나 잿빛이라는 한가지 특징만을 공유한 채 인류의 영역을 침략해왔다.

그렇기에 인류는 언제나 침식을 대비해왔고, 마수들의 분류 또한 점차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최하급의 F급부터 최상급의 A급.

그리고 나아가 번외급의 수호자 마수까지.

연맹의 분류에 따르면 F급의 개체는 마력이 없더라도 토벌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A급 개체 토벌을 위해서는 다수의 화력 부대와 각성자들을 필요로 했다.

“어떻게 저걸···?”

“······뭐야 저거.”

그러한 기준만큼 A등급의 마수는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재앙에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일반 군부대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고, 각성자들 또한 집단의 단위가 필요한 괴물.

물론 번외로 치부되는 수호자급 마수들 또한 존재했지만, 일반적인 분류체계로는 A급이 가장 흉포한 마수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 방? 저걸? 진짜?”

“······하.”

구석에서 전투를 이어나가던 생도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채 전장의 한구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니···! 뭐야 저거!!”

“와, 와씨 저거 찐 검강임? 아니 검강이라도 왜 한방이야 저게?!”

“저 새끼 누구야?! 아니, 이게 말이 돼??”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A급 개체가 일격에 두 동강이 나버렸기 때문이었다.

***

반 토막 난 잿빛의 늑대가 그대로 허공으로 터져나가는 걸 바라보고 있자니 주변에서 생도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 누구야 도대체?!”

“무련 아니야?”

“처음 보는 녀석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웅성거리는 소음을 뒤로 한 채 다시 다음 목표를 찾아 발을 옮겼다.

예상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았지만 딱히 상관없는 수준. 어차피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서로의 실력이야 자연스레 드러나지 않겠는가?

굳이 관심을 피하려고 불필요한 수고를 들일 이유는 없었다.

‘그런 것보다··· 확실히 A급은 별거 없네.’

그렇기에 나는 주변의 반응에서 신경을 끊고, 방금의 전투를 되새겨보았다.

이 세계의 상식을 공부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거였지만 내가 첫날에 베어 넘겼던 마수도 A급 마수였다.

분명 A급은 다른 개체들에 비해서 훨씬 강한 마력을 품고, 처리하기 까다로운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 봤자 기절 직전의 몸 상태로도 일격에 베어 넘길 수준.

‘수호자급보다는 확실하게 약해.’

그에 반해 내가 탑에서 마주했던 마수는 수호자급이었다. 비록 여명급에 불과한 수준인 거 같았지만, 그렇다 한들 등급체계로는 번외급인 S급에 달하는 마수.

아직 그 등급체계가 정확히 체감되진 않았으나 S급과 A급의 차이 정도는 이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A급까지는 검강을 안 써도 잡을 수 있겠어. 3성의 공력이라··· 소모는 미미하군.’

검강이 아니라면 썰어내기 번거롭긴 하겠지만 못할 건 아니었다. 이미 그랬던 전적도 있었고 말이다.

중요한 건 마수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핵. 그걸 부수는 게 중요했기에 나는 첫날의 몸 상태로도 A급을 일격에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저번에 상대했던 수호자 마수도 위험할 뿐이지 검강없이도 충분히 상대해볼 만 한 것 같았다.

내 눈은 마수의 핵을 간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와 시발. 저쪽은 난리 났네 그냥.

-저기 누구야? 뭔 능력이 무슨···.

-헌터새끼 미쳤네 저거.

그런 생각을 흘려보내며 나는 아직 날뛰고 있을 다른 A급 마수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곳은 시험이 이루어지는 중이었고, 그런 만큼 대부분의 A급 마수들은 상대가 이미 정해진 상태.

븨ㅤ이이잉!!!

-KRRRRRRRAAAAAAAAAHH!!!

그들 중 일부는 꽤 익숙하게, 그리고 눈에 띄는 모습으로 마수를 토벌하고 있었다.

-더럽게 안 죽는군.

쿠우우우웅!!

눈이 따가울 만큼 강대한 마력과 빛을 발산하며 거체의 마수를 내리찍고 있는 은발의 남성- 진시우.

그가 바로 작중작, 그러니까 이하린이 본래 집필했던 ‘원작’의 주인공이었다.

진시우는 손까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오로지 마력으로 빚어낸 막대한 빛의 포화를 때려박음으로서 마수를 사냥하고 있었다.

‘확실히 마력량 하나는 어마어마하네.’

저게 바로 주인공 보정인 걸까?

내 내력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진시우의 마력이 나보다 배는 더 많아 보였다. 그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기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물론 마력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찌 됐든 이미 싸우고 있는 걸 가로채긴 그랬기에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보았다.

‘다른 A급들은······.’

-한 번에 베어낼게요···!

-그럼 내가 하단부를 맡지!

퀴이이잉!

‘저게 남궁설아랑···. 누구였더라?’

-이솔라! 핵은 우측 견갑쪽에 있어!

카라라락!!

-KRWKRWKRWKRW!!!!

-됐어···.

‘저기가 이솔라.’

-아 좀!! 똑바로 해 임마!!

-여유롭게 하자 우리. 여유롭게.

슁!!

‘······모르겠군.’

내 눈은 빠르게 전장을 훑어보았다.

잠깐의 둘러본 것만으로도 전장의 상황은 빠르게 파악되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A급 마수는 총 8개체.

그중 6개체는 원작의 주요인물들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착실히 잡아내는 중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주연들은 모두 한 마리씩 잡아내는 모양.

‘확실히 주연들은 다르다 이건가?’

아직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기에 그리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한들 다른 생도들에 비해선 확실히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한 마리로는 애매하겠어.’

하지만 그래서는 내가 곤란했다. 채점 기준이 절대평간지 상대평가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과 동률을 이루는 건 조금 곤란한 일.

필기시험에서는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올 게 뻔했기에 하등급 기숙사를 면하려면 실기시험에서라도 최고점을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즉시 남은 마수를 향해 발을 박찼다.

제대로 된 상대가 없는 A급은 2개체.

다수의 생도가 힘을 합쳐 공략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쉽게 쓰러질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겠지.

-Krrrrrkkkk···!

서걱-!

나는 빠르게 A급개체를 향해 달려나가면서도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마수를 단 칼에 베어버렸다.

퍼엉-!

이런 자질구레한 마수들은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걸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지는 높아졌는데 제대로 무위를 펼쳐볼 상대가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제대로 된 네임드나 수호자급은 나중에나 등장했으니 어쩔 수 없나···.’

물론 원작대로라면 이 세계의 마수들 중에는 지금 내 수준으로도 상대하기 벅찬 존재들 또한 꽤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을 뿐.

황색탑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추측해본다면 최소 황혼급 수호자만 되어도 진지하게 싸워볼 만한 상대일테고, 멸화급 이상으로 가면 솔직히 말해서 상대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런 것들과 싸우려면 지금 내 경지로는 부족하겠지.’

원작대로라면 멸화급은 최소 등천자 최상위권이나 승천자급은 되어야 해볼 만 할 터. 티르유의 무력을 확인했더니 그 목표치가 대략적으로나마 감이 잡혔다.

그 정도면 천마신공이 몇 성에 이르러야 할까. 7성? 아니 최소 8성에는 도달해야 하겠지.

어차피 내 목표를 위해서는 최소 초절정.

절정을 넘어선 지고의 경지에 발을 들여야 하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은 이 정도 마수들만 상대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마수들을 상대론 아직 경지가 부족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금방 도달해주마.’

내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했다.

환경 또한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걸 위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였으니까 말이다.

“돌아가라 소용돌이의 창살. 휘감아라 불의 족쇄···. 내달, 꺅!!”

콰아앙!!

“아!!! 칼잡이 새끼들 뭐하는데!!”

“그럼 니들이 전위 맡던···!”

쿠구구구-!!

-KRRRR··· KRRRRAAAAAHH!!

목표했던 곳에 도달했더니 분투 중인 생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A급 마수한테 인식당한 모양인데 그들로서는 토벌하기가 조금 벅찬 모양.

그렇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전투의 현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잠시 실례···”

“내가 상대···”

가려 했다.

***

순간적으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

“······.”

서로 아까의 기억이 잠시 스쳐 지나갔으나 그건 정말이지 찰나에 이루어진 일.

“······.”

그들은 서로를 한번, 눈앞의 마수를 한번 쳐다보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재빠르게 굴러갔다. 그리고.

“···펑!!!”

행동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콰아아앙!!

서걱!!

-KRRRRRRAAAAAAAAHHHH!!!!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진 폭발음과 절삭음. 몰아치는 마력의 잔향 속에 아리엘은 빠르게 사고를 가속시켰다.

우우우웅-!

언령으로 강화된 감각이 마력을 꿰뚫고 마수의 상태를 주시하였다. 설마 해치웠나? 타이밍은 어땠지? 그녀의 머릿속에 빠르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토벌한 A급 마수는 한 마리.

안정적으로 1위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진시우보다는 고등급 마수를 한 마리 더 토벌해야 했다.

하지만 사냥감이 겹쳐버린 모양.

아리엘은 가속된 세계 속에서 경악성을 토해냈다.

‘무슨 속도가···!!’

저 남자- 유천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행동을 이어나간 건 옳은 판단이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에 그녀는 스펠도 빼고 순수언령으로 속공을 가한 것이었다.

그건 오로지 선공을 위한 선택.

하지만 그렇게 최속의 선공을 가했음에도 마수에게 공격이 도달한 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순식간에 빛으로 화한 유천하의 검격!

그건 그야말로 섬전같은 일격이었다.

누구의 공격이 유효했는지는 둘째치고서 자신의 공격이 먼저였는지도 의심스러울 상황. 이대로는 곤란했다.

그렇기에 아리엘은 금단의 주문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해치웠나?”

-Krr··· KRAAAAAAAAA···!!!!

언령을 담은 목소리에 마수가 소리쳤다.

그 즉시 아리엘은 언령을 이어나갔다.

“터져···”

서걱-!!

아니 이으려 했다.

쿠우웅-!!!

아리엘의 입에서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반으로 갈라져 쓰러져버리는 마수의 형체.

“···라?”

콰아앙-!! 콰아아앙-!!!

한 발짝 늦게 도달한 그녀의 언령이 폭발함과 동시에 터져나가는 그림자를 유린했다. 그림자와 마력이 동시에 터져나가며 기묘한 이중주를 토해냈다.

“···아악!! 뭐, 뭐야 방금?!”

“아씨 깜짝··· 오!! 아리엘이다!!”

“야, 그것보다 쟤는 누구임?”

아리엘의 두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아니 잠깐만, 그것보다 쟤 검강 아니였냐 방금?”

“뭐? 검강이 갑자기 왜 나와.”

“븅신. 헛소리야 갑자기.”

“아이··· 미친 눈병신새끼들!!”

웅성거리는 생도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그들 역시 유천하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리엘은 생각했다.

역시 속도에서 뒤처진 게 확실했다.

유천하의 공격이 먼저 닿았던 것이다.

“···이게 무슨?”

아무리 언령에 제약이 있다지만 사고가속에 순독徇讀술 까지 사용했는데도 속도에서 뒤처지다니!

도대체 어떻게?- 아리엘은 지금 굉장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너?”

“······?”

물론 그녀의 의문에 유천하는 그저 무덤덤한 눈으로 답했고, 그 시야를 마주하며 아리엘은 빠르게 사고를 가속시켰다.

방금의 속도, 순식간에 휘둘러진 검.

그곳에 맺혀있던 검강···!

역시 저 남자는 평범한 생도가 아니었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리엘은 재빠르게 마력을 퍼트렸다.

그건 아직까지 남아있는 다른 A급 마수를 탐색하기 위해서였다.

세밀하게 조형된 마력이 파문을 그리듯 탑 내부로 퍼져나감과 동시에 그녀의 감각으로 전장의 상황이 전달되었다.

‘남은 A급 개체 수는··· 둘!’

심지어 그중 하나는 이미 진시우가 공격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리엘은 발을 박찼다.

“바람질주!”

부우웅-!!

마력으로 화하는 언령-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대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되어 그녀의 가벼운 몸뚱어리를 마수가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다.

그녀는 생각했다.

진시우는 이미 한 마리를 사냥했다. 자신 또한 한 마리를 사냥했으니 현재까지는 동점이다. 그렇다면 저 남자의 스코어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시우가 2번째 토벌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자신도 최소한 한 마리는 더 잡아야 한다.

아리엘이 그런 생각 속에 마력을 끌어모았을 때.

쉬익-!

유천하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

유천하의 입장에서야 필기시험을 고려해 실기에서 최고득점을 노리는 중이었을 뿐이지만, 아리엘로서는 그저 억울할 따름.

“···프레스토! 빠르게!”

우웅-!! 웅-!!

다급한 마음에 언령으로 속도를 강화하는 아리엘이었지만 본디 마법사인 그녀가 무인보다, 그것도 절정의 극의에 다다른 무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아리엘이 그곳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KRRRRRRR···!

퀴이이잉!!

마수의 머리가 허공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서걱-!!

그사이에 품고 있던 그림자의 핵까지도,

단 일격에 철걱- 쪼개져 나가며.

그렇게 깔끔하게 마수가 베어져 나갔다.

쿠우우웅-!!

아리엘은 쓰러지는 마수를 바라보았다.

A급 마수를 일격에 박살 낸다는 것도.

핵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도.

평소라면 들었을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리엘은 그저 결과를 생각해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최소 둘.

진시우가 하나. 이제 곧 둘.

내가 하나. 하나······.

“······.”

그리고 그 결과에 얼어붙었다.

아리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오묘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이제껏 내내 유망주 랭킹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도 억울했는데, 성장하기는커녕 이렇게 순위가 떨어져야 한다고···?

그녀가 죽은 눈빛으로 유천하를 응시했다.

“······?”

물론 그런 아리엘의 기분을 알 리가 없었기에. 유천하는 그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을 뿐.

그 모습에 아리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했지만, 아리엘은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니야. 포기하면 안 돼. 아직 기회가···.

그 순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호자 대체 개체 전부 소멸확인. 침식역류 현상 소멸 관측.]

지금 들리면 안 되는 소리가 말이다.

[시험을 종료합니다.]

“···어?”

그렇게 시험이 종료되었다.

그 소리에 아리엘은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체면상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자자-!! 부상자는 단상으로 올라오도록! 정비 후 바로 필기시험장으로 이동한다!]

그렇기에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지는 마수들을 바라보면서도 아리엘은 우두커니 서 있었을 뿐이었고,

그런 그녀를 뒤로한 채 유천하는 상쾌하다는 듯 투둑- 손을 풀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

아리엘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눈동자 속에 새겨 놓았다.

그렇게 유천하마저 멀어지고 난 후.

주변이 텅 비게 되자 그제서야 아리엘은 입을 열 수 있었다.

“······이게··· 이게 뭐냐구 도대체···.”

그녀의 작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힘없는 억울함은, 그렇게 텅 빈 시험장 속에서 공허하게 울려 퍼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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